프랑스 35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라로슈푸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라로슈푸코(지음), 강주헌(옮김), 나무생각 원제는 『잠언과 성찰』(Reflexions ou sentences et maximes morales, 1665)이다. 니체가 매우 존경하였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 라로슈푸코(Francois de La Rochefoucauld, 1613 ~ 1680)의 잠언집을 읽었다. 17세기 작가의 문장들은 쉽게 읽힌다. 몇 개의 문장들은 흥미로웠다. 적당히 염세적이고 시니컬했다. 생각하는 것보다 팬이 많아서 어느 일본인 작가는 평전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기도 했다. 몇 개의 문장들을 옮긴다. -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 철학은 과거의 불행과 미래의 불행을 그럴듯한 이유로 극복하라고 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장-폴 뒤부아(Jean-Paul Dubois) 지음, 김민정 옮김, 밝은세상, 2006년 "공사판에서 일하는 작자들, 죄다 미치광이들이라오. 조심해야 해요. 진짜 미치광이들이니까. 40년째 공사판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지금도 그 작자들하곤 어울릴 맘이 나질 않아요. 개중에서도 제일 심한 미치광이들이 바로 수도배관공들이라오. 난 아예 계약도 하지 않아요. 그 작자들하고 같은 시간대에 작업을 해야 한다면."- 176쪽 한편으론 답답하고 한편으론 흥미롭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주인공 타네씨는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읽는 소설이다. 등기우편으로 날아온 삼촌의 유산인 오래된 저택을 상속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웅장하고 근사한 저택을 상속받은 타네씨. 그러나 그가 기억하던 저택..

The Death of Bara, 1794. - 자끄 루이 다비드

The Death of Young Bara, Joseph Bara or The Death of Bara is an incomplete 1794 painting by the French artist Jacques-Louis David, now in the musee Calvet.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_Death_of_Young_Bara 1793년 12월 7일 대서양 연안의 Vendee에서 왕당파 당원들에 의해 살해당한 13살의 소년 'Bara'. 고전주의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서정적이며 슬프고 애처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어쩌면 자끄 루이 다비드만이 그릴 수 있는 작품일 지도. 신고전주의는 의도된 고전주의다. 자끄 루이 다비드는 '혁명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

지도와 영토,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La Carte Et Le Territoire)미셸 우엘벡(지음), 장소미(옮김), 문학동네 매우 선명하다. 이 소설을 읽은 지 네다섯달이 지났지만, 소설 속의 인물들도 선명하고 사건도, 내용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란다. 소설을 읽으면서, 현대미술에 대해 이렇게 박식할 수 있다니, 감탄을 했다. 소설을 쓸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문장, 인물, 사건의 선명함을 너머 어떤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오진 않았다. 도리어 씁쓸하기만 할 뿐. 친구들도 이미 모두 죽고 어떤 의미로는 이미 과거에 속하게 된, 실질적으로 삶이 끝나버린 노인의 감정을, 형제나 친구처럼, 곧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리라는 약속처럼 죽음을 대하는 노인의 음산하고 담담한 감정을 프란츠 리스트..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城 김화영(지음), 문학동네 여행은 나의 삶이 남의 삶이나 공간을 만나는 감촉이며 공명(共鳴)이다. - 7쪽 '예술기행'이라는 부제를 읽곤 프랑스의 여러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대부분 프랑스 문학 작품과 연관된 기행 산문집이다. 예술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미술이나 조각, 음악에 대한 다채로운 내용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기대를 했다. 김화영, 그는 1974년에 이미 카뮈 연구로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카뮈에 있어선 국내 최고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 그는 어느 형편없는 출판사의 노이즈 마케팅에 휘말렸다. 그 때 나온 기사들이나 광고를 거의 읽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번역 문제는 늘 있어왔던 것이고 ..

프랑소와 르네 드 샤토브리앙 Chateaubriand의 책들

"오늘의 내가 이루어진 것도, 내 일생동안 이끌고 다녀온 이 권태에 처음으로 전염된 것도, 나의 고통이요 나의 쾌락인 이 슬픔에 물든 것도 콩부르의 숲에서였다. 그 곳에서 나는 내 가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다른 가슴을 찾아헤맸다. 그 그곳에서 나는 내 가족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그 곳에 그의 이름이 복권되고 집안의 재산이 쌓이기를 바랐다. 시간과 혁명이 씻어간 또 하나의 악몽. 여섯 형제 중 남은 사람은 셋. 형과 쥘리와 뤼실은 이제 없고, 어머니는 고통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재는 무덤 속에서 파헤쳐졌다." "혹 나의 작품들이 내 죽은 뒤에 남게 되고 내가 이름을 남기게 된다면 어느 날 의 인도를 받아 어떤 여행자는 내가 그린 장소들을 찾아오리라. 그는 성(城)을 알아볼 수 있으..

만남, 밀란 쿤데라

만남 Une Rencontre 밀란 쿤데라(지음),한용택(옮김), 민음사 1. 에밀 시오랑(치오란), 아나톨 프랑스, 프란시스 베이컨, 셀린, 필립 로스, 구드베르구르 베르그손, .... 밀란 쿤데라가 만난 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이 산문집은 편파적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낯선가는 경험해본 이만이 알 수 있으리라. 좋아한다는 그 고백이 다른 이들과 나를 구별짓게 만들고 나를 일반적이지 않은, 평범하지 않은, 결국 기괴한 사람으로 만드는가를. 그리고 치오란은 어떤가! 내가 그를 알게 된 시절부터 그가 한 것이라고는 인생의 황혼기에 블랙리스트에 자리 잡기 위해 이 리스트에서 저 리스트로 돌아다니는 일 뿐이었다. 게다가 내가 프랑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되지 않아 ..

이우환, 그의 베르사이유

Lee Ufan Versilles 2014. 6. 17 - 11. 20 이우환, 베르사이유 전 "작가에게 만족이란 게 있겠는가만, 이번에 나는 베르사이유에서 하고 싶은 작품을 70%는 한 것 같다. 전시 이후에 작품은 어떻게 되는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작품이란 결국은 잠깐 모였다 흩어지고 사라진다. 하이데거는 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대지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자연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그런데 예술가란 세우고 사그라지는 그 양쪽 모두를 보는 사람이다. 그 양쪽으로 열려 있음은 무한의 세계다." - 이우환(아트인컬쳐, 2014년 7월호에서 재인용) 이우환이 프랑스 베르사이유에 신작 10점을 선보였다. 그냥 전시가 아니라, 베르사이유를 위해 새로 작품을 만들었다. "..

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알랭 투렌

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알랭 투렌(지음), 고원(옮김), 당대 다소 급하게 읽은 것일까. 투렌이 이야기하는 ‘2와 2분의 1 정치’를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미심쩍긴 하다. 실은 이런 고민할 시간이 없다. 내일은 월요일, 출근을 해야 하며, 나를 기다리는 몇 개의 회의가 있고, 내가 채워야 문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나도 월급쟁이인 형편에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상한 위치에 서 있으며, 똑똑하고 성실하게 일하지 않는 자를 매우 싫어하는 전형적인 관리자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처럼 고객 제일주의를 표방하며 고객에게 욕을 들어가면서 꿋꿋하게 자리를 리더의 모습을 지키려고 애쓴다. 이런 내가 알랭 투렌의 10년도 더 지난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삶이 변하거나 내가 갑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