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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속도, 탐욕 - 비제이 바이테스워런

필요, 속도, 탐욕(Need, Speed, and Greed: How the New Rules of Innovation Can Transform Businesses, Propel Nations to Greatness, and Tame the World's Most Wicked Problems)비제이 바이테스워런(지음), 안진환(옮김), 한국경제신문     책을 읽다가 보면, 저자들이 참조하고 인용하는 책들을 알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의 한 권이었다. 2012년도에 첫 출간되었고 이듬해에 번역되었다. 벌써 10년 전이다보니, 일부는 지금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용이나 분석, 의견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절한 분석이며 주장이다. 이 책은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기술된 혁신(innovation..

재개발, 혹은 다시 출발

소설가 한강에 대해선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노벨문학상은 의외였다. 그녀는 상대적으로 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 상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이면서 한국이라는 분단국가,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의 문학 등. 그러고 보면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다. 나도 참 오랜만에 소설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순수 문학에의 열망이 피어오르게 할 수 있을까. 참 흥미롭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이다.  너무 빠르고 굳이 몰라도 될 정보들까지 들려오는(혹은 읽거나 보게 되는) 요즘, 나는 자주 길을 잃어버린다. 어떻게 살아야 될 지 잘 모르겠다. 이건 중학교를 다니는 내 아이도 마찬가지..

나와 마주하는 시간, 라이너 쿤체

나와 마주하는 시간라이너 쿤체(지음), 전영애, 박세인(옮김), 봄날의 책    오랜만에 쿤체의 시를 읽었다. 실은 잘 모르겠다. 몇 편의 시를 옮겨적긴 했으나, 노(老)시인의 독일어는 한국어로 옮겨져 나에게까지 왔으나, 그 거리는 꽤 멀게 느껴졌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 검은 날개 달고 날아갔다, 빨간 까치밥 열매잎들에게 남은 날들은 헤아려져 있다. 인류는 이메일을 쓰고 나는 말을 찾고 있다, 더는 모르겠다는 말,없다는 것만 알 뿐   아니면 내 문제인가. 나에게 이제 시(詩)는 너무 멀리 있는 건가.    사물들이 말이 되던 때 내 유년의 곡식 밭에서밀은 여전히 밀이고, 호밀은 여전히 호밀이던 때,  추수를 끝낸 빈 밭에서나는 주웠다 어머니와 함께 이삭을 그리고 낱말들을 낱말들은 까끄라기가 짧기도..

리더와 리더십, 워렌 베니스, 버트 나누스

리더와 리더십 워렌 베니스, 버트 나누스(지음), 김원석(옮김), 황금부엉이   1985년에 나온 책을 2024년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읽으면서, 그토록 많은 리더십 책을 읽었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리더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고 리더십에 대한 통찰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구나 생각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너무 사람을 믿지 말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맡기기 전에 먼저 신뢰가 우선이다. 나는 신뢰하고 신뢰를 구하기 위해 일을 주고 권한을 준다"라고 말했다. 원칙은 맞을 지 모르지만, 그 이유로 나는 몇 년 고생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신뢰했고 일을 할 역량이 없는 사람에게 일과 권한을 주었다. 내가 가진 대원칙이 너무 강해, 나머지 관리 스킬이 무용지물이 된 ..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헬레나 로젠블랫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헬레나 로젠블랫(지음), 김승진(옮김), 니케북스   1.독서모임 '빡센'에서 선정해 읽은 책이다.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들과 관련없는 책이 선정되고 강제적으로 읽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읽은 하이에크의 >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유감스럽게도 '자유주의'였다. 자유주의를 영어로 옮기면 리버럴리즘(liberalism)이며, 미국에서 리버럴은 진보 성향을 의미하는데, 하이에크가 '리버럴'인가 하는 의문을 이어졌다. 그런데 한국에선 '자유주의'라고 하면 보수 우파를 연상시킨다. 가령 '자유총연맹'같은 조직을 떠올리게 한다고 할까. 도대체 '자유주의'란 무엇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이 책이 선정되었고 이번에 읽었다. (메이너드 케인스에겐..

전쟁일기, 올가 그레벤니크

전쟁일기올가 그레벤니크(지음, 글/그림), 정소은(옮김), 이야기장수   전쟁의 끔찍함을 말해서 뭐할까. 얼마 전 봤던 짧은 동영상이 떠오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했었던 시절,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브리핑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다 듣고 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무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  https://youtube.com/shorts/LQq5RkL1egc?si=zIB81u1yWoy8QKxX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나는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을 한 번 훑어본 적이 있었다. 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부터 간헐적으로 반복되어져 왔고, 그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

리처드 세라

도심 광장에 있던 것만 보다가 넓은 풀밭 위에 놓인 세라의 작품을 보니, 색다르다. 예술작품은 주변 풍경을 변화시키고 낯설게 하여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종종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의 본질을 깨우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을 벗어나, 그것의 밖에서, 혹은 그것을 벗어나 바라볼 수 있었을 때, 그것을 알게 된다. 마치 헤어진 다음에서야 알게 되는 어떤 사랑처럼.    ... 하지만 누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질까. 지금 이 사랑스럽고 정적인 풍경을, 오늘의 저 별빛이 내일도 뜰 것임을, 지금 곁의 사랑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 존재할 것임을, 그래서 최선을 다해 현재에 집중할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무너져내릴 것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만약 우리가 글을 쓰고 싶다면 그건 절망에 빠져 있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 스스로 중요한 모순을 잊어버린다면, 또 끊임없이 이 모순 속에서 살지 않는다면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어요. 한낱 이야기꾼은 될 수 있을 겁니다. 모순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어요. 안이함에서 오는 역겨움만 있을 뿐이지요." - 마르그리트 뒤라스 (* 알랭 비르통들레의 > 중에서)

마을 이장과 싸운 주민 C씨

얼마 전 마을 이장과 주민 C씨가 싸웠다. 주민C씨는 마을 이장과 몇 차례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그냥 마을을 나가버렸다. 그 때도 바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몰랐고 관심도 없었으며, 말 많은 사람들이 주민 C씨를 대놓고 비난하였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 대다수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을 이장과 싸웠다고 집을 버리고 마을을 나가나.."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실은 마을 주민들은 주민 C씨가 마을을 나갈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걸 알지 못했고 마을의 분위기를 만드는 수다스러운 사람들로 인해 그냥 그렬리니 하고 넘겨 버렸다.  그런데 가을이 오고 여기저기 농작물이나 과일을 수확할 철이 되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민 C씨는 마을의 여러 농기..

얀 가바렉Jan Garbarek, 오피시움Officium

클래식음악인지, 재즈음악인지 알 턱 없다. 하지만 들으면 와! 하고 놀라고 마는 음반이다.  서재 구석에 있던 시디들 속에서 어둠과 먼지를 먹고 있던 얀 가바렉과 힐리어드앙상블의 '오피시움'. 쓸쓸하던 마음을 위로해 주는구나. 9월 어느 일요일 오후의 바람이 창 틈에 머무는 순간, 놀이터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나쁘지 않은 대기 속으로 오래된 음악이 흐른다.  '중세의 가을'일까. 무너져가는 지구의 기후 속에서 몰락의 징후를 알아차린 몇 명만이 경고를 하고 있는 대도시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이란.. (* 오피시움에 실린 음악들은 모두 중세의 음악들이다. 중세음악을 바탕으로 편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