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의 네모난 Angie
네모난 침대에 누워 네모난 창 밖을 보고 싶은데, 내 둥글궁글한 몸 사정 상 쉽지 않았다. 나빠진 눈 탓이다. 안경이 귀하던 시절, 반에서 제일 이쁜 여자아이가 끼고 왔던 금테 안경이 신기하던 시절. 일부 아이들 사이에서 번진, 동그란 눈 나쁘게 만들기. 왜 이런 짓을 했을까. 그로부터 수십년 지난 후, 그 아이는 뭘 할까. 모 여대 피아노학과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 이 작은 반도의 수도에서, 우주의 창백한 한 점 지구에서, 끝없는 우주의 은하들 중 어느 구석 은하 속에서, 네모난 창 밖으로 불 켜진 환한 도시의 일부가 보이고 들리고 움직이는데, 점점 동글동글 통나무처럼 변해가는 나는 네모난 침대에 누워, 스스로의 마음을 닫아 둔 채, 사각의 방 안에 갇혀..
2025. 11. 6.
퍼펙트 데이즈, 빔 벤더스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빔 벤더스 감독, 야쿠쇼 코지 주연, 2023년 제작, 일본 ‘완벽한 나날들Perfect Days’은 없다. 평범한 날들이 실제로는 완벽에 가까운 날이라는, 사람들의 판에 박힌 해석을 보곤 씁쓸하게 웃었다. 역사는, 시간은 언제나 승리한 권력자나 자본가의 편이고, 문학(혹은 이야기)이나 예술은 쓸쓸하게 죽어간 실패자, 혹은 사랑을 잃어버린 이들의 편이다. 그래서 세상은 그런 이야기로 넘쳐난다. 해피엔딩은 작위적이고, 작품성 가득한 작품들이 가진 열린 결말이나 고전 작품들의 비극적 결말은 그냥 당연한 것이다. 애초에 세상이 그런 곳이기에, 그런 거다. 대체로 우리 인생은 우울하고, 조용히 슬프며, 딱 견딜만큼만 안타깝고 아프다. ‘히라야마’는 거의 말을 하지 않..
2025.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