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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글렌 예페스(편)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Taking The Red Pill 글렌 예페스 엮음, 이수영/민병직 옮김, 굿모닝미디어 이 책은 영화 에 대한 여러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1 편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므로 2편이나 최근 개봉한 3편에 대한 분석은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 미흡한 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최근 서점가에는 영화 에 대한,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나와있다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넘어서 여러 전문 분야에 있는 이들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영화의 소재나 스토리는 흥미로운 것이며 이 책에 담긴 몇몇 편의 글 또한 흥미롭기도 하다. 그러나 에 대해, 2편까지 밖에 보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이렇게 책까지 낼 정도인가에 대해선 회의적..

천국보다 낯선

새벽 한 시 반이다. 내일부터 사무실에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감정이란 미묘한 것이다. 자유의 몸이라는 기쁨과 경제적 공포라는 두려움이 동시에 날 스치고 지나간다. 또 이러다가 여러 개를 놓치고는 구속과 부자유의 제자리로 돌아오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따지고 보면, 우연과 불확실이라는 테마는 우리를 고통과 절망 속에 밀어넣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을 다시 찾아 봐야겠다. 오늘 아침 문득 내 방에 걸려 있는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서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에곤 쉴레

Schiele, Egon Female Nude 1910 Gouache, watercolor and black chalk with white highlighting 44.3 x 30.6 cm Graphische Sammlung Albertina, Vienna 에곤 쉴레는 빈 분리파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리고 보면 빈 분리파 화가들은 다들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이해되고 있는지, 또는 천박한 상술 속에서 팔려다니고 있는지에 대해선 깊은 성찰이 요구되긴 하지만. 에곤 쉴레는 사라져가는 낭만주의의 병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19세기말에 다시 등장한 로코코적 기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로코코적 기질이 투영하고 있는 정신은 '불안/절망'과 '자포자기식 집착'이다. ..

요셉 보이스

요즘 몸이 무척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찌뿌둥하고 기분은 꽝이다. 종일 머리는 띵~하고 꼭 잠이 덜 깬 사람같다. 아무래도 육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등이 한꺼번에 몰려와 괴롭히는 듯한 느낌이다. 뒤져보니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요셉 보이스'전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 여기에 가서 놀까.

나나를 만나는 꿈

오래된 노트를 꺼내 나만의 인생을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나의 문학도, 나의 예술도, 나의 그녀도. 아예 있지도 않았다. 나나를 떠올린다. 한없이 슬프고 한없이 강한 그녀. 회사에 사표를 냈다. 이제 내 영혼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물결 위에 놓여졌다. 세찬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 속에서 난 떠돌 것이다. 애초부터 내 것이란 없었기에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저 바람과 구름이 내 앞을 알 수 있으리라. 올 겨울, 나나를 만나는 꿈을 꾸다. 2003년 11월 12일

뉴미디어 아트, 마이클 러시

뉴미디어 아트 (New Media In Late 20th-Century ART) 마이클 러시 지음, 심철웅 옮김. 시공사 "모든 예술은 실험적이며, 그렇지 않다면 예술이 아니다" 라는 진 영블러드라는 미국의 영화/비디오 평론가의 언급은 현대의 멀티미디어 아트에 대한 아젠다(Agenda)가 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비디오 설치, 사진적 조작, 가상 현실, 그 외 여러 인터랙티브 아트에 대한 연구서이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요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또한 미디어 아트에 많은 영향을 준 초기 아방가르드 영화 감독들과 누벨 바그의 여러 감독들의 작품까지 언급하고 있어 현대 미디어 아트의 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인간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필요로 하는가, 뤼디거 자프란스키

인간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필요로 하는가 (삶과 사유에 대한 철학과 예술) Wieviel Wahrheit braucht der Mensch? 뤼디거 자프란스키 Rudiger Safranski 지음, 오석균 옮김, 출판사 지호 “분명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삶에 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거짓, 맹목성, 열광, 낙천주의, 확신, 염세주의 또는 그 밖의 무언가로 도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전한 피난처로 도피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피난처로도요. … 그 사람은 마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서만 발가벗고 있는 사람 같아요.” 카프카의 연인이었던 밀레나 예젠스카 Milena Jesenska는 카프카의 친구였던 막스 브로트 Max Brod에게 카프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안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당했다. 당황스러웠고 수습이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빨리 회사를 그만두어야할 것같다. 내가 수습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감정적으로 슬프고 육체적으로 고단한데,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또다시 실감했다. 울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타인들 앞에서 운다는 건 구차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가치없는 일이기도 하다.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그만큼 인간은 허약하다. 워홀 식의 '가면 가리기'에 익숙해져야 겠다. 상처입지 않기 위해 상처를 주지 않았고 받은 상처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때때로 보여주고 싶은 이가 생기긴 하지만, 지극히 계산적이면서 전략적이다. 이번 겨울, 사각의 방에서 갇혀 지내게 될 듯하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할 생각이고 불어 공부..

하루키, 또는 현대적 삶

하루키, 또는 현대적 삶 모든 것은 지나쳐간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다시 말해서, 개인주의의 어두운 면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로의 초점 이동에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은 [높낮이 없이] 덤덤하게 되고 협소해진다. 우리의 삶은 갈수록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우리는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진다. - 찰스 테일러, 1. 하루키 신드롬 아직도 하루키 신드롬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하루키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있으니 말이다. 꽤 오래 전엔 매우 시끄러웠다. 여기저기 저널에서, 문학잡지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루키를 표절했다느니, 패러디했다느니 하는 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고 서로 ..

이성의 한가운데에서 - 이성과 신앙, 알랭 퀴노

이성의 한가운데에서 - 이성과 신앙 au coeur de la raison - raison et foi 알랭 퀴노 Alain Cugno 최은영 옮김, 동문선 현대신서 47 편하게 읽을 만한 내용을 담은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번역이 좋은 편도 아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은 이성과 신앙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게 되고 그러한 고민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 중의 한 권이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알랭 퀴노는 철학을 전공한 이로서 다양한 철학 서적을 펴낸 학자이다. 그리고 신앙을 가지고 있는 자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철학(이성)과 신앙이라는 이 불편한 관계를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 그는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성을 ‘밝고 명료한 이성’, 신앙을 ‘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