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162

아르보 페르트 'Credo'

[수입] 아르보 패르트 : 크레도 (피아노,혼성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 Helene Grimaud/DG 일요일 아침 커피를 내려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몇 권의 잡지를 읽으면서 아르보 페르트에 가 닿는다. 엘런 그뤼모의 이 앨범은 '아르보 페르트'만 연주한 앨범은 아니다. 시디의 대부분은 베토벤의 'The Tempest'와 'Choral Fantasy'로 채워져 있으며 마지막 연주곡이 아르보 페르트의 'Credo'이다. 현대 작곡가들 중에서 보기 드물게 종교음악에 심취한 아르보 페르트는 기독교적 경건성이 현대 음악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표현되는가을 극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의 1968년도 작품인 'Credo'는 그의 초기 음렬주의를 버린 최초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I..

일요일 아침의 브람스와 슈베르트

Artur Rubinstein의 피아노, Henryk Szeryng의 바이올린, Pierre Fournier의 첼로. 그리고 브람스와 슈베르트. 탄자니아산 원두로 내린 커피.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온 회사 워크샵. 내가 변해야 상대방이 변한다는 오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어떤 관계. 나에게 있는 리더십과 없는 리더십.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어수선한 마음은 다시 이어지고.. 마치 사막 한 가운데를 흐르는 나일강의 쉼 없는 물길처럼. 활짝 핀 꽃잎처럼 부드럽고 37도씨의 적절한 따뜻함을 지닌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2010년의 봄날. … 텅 빈 집에서 브람스와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는 일요일 아침. 음악마저 없었다면 생은 참 끔찍했을 것이다. [수입..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2009. 12. 15 ~ 2010.3. 28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F 비가 내릴 듯한 색채의 대기 - 흐린 날씨. 북쪽 대륙으로부터 밀려든 짙은 구름들. 거친 아스팔트 도로 옆의 커피숍. 일요일 오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전시를 보는 것이 이젠 특별하게 변해버린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오전. 조르주 루오를 그 때 만났다. 전시장 입구는 인파로 빽빽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조르주 루오를 만나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하지만 아니었다. 1층에 인상주의 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미술관 앞 길게 늘어선 줄은 서울이 마치 대단한 예술의 도시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 열기가 다른 전시들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조르주 ..

Sunset on your breath - Bianca Regl, UNC Gallery

Sunset on your breath Bianca Regl 01.21. Thu – 02.11.Thu. 2010 UNC Gallery 잡지에서 스쳐 지나듯 비앙카 리글의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사간동 UNC갤러리를 갔다. 오랜 만의 외출이었다.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겨울은 그래도 겨울이었다. UNC갤러리는 매우 흥미로운 갤러리다. 작지만, 뚜렷한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로 종종 놀라운 전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앙카 리글(Bianca Regl).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실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각 나라마다 활동하고 있는가. 잡지에서 스쳐 지나듯 본 느낌 그대로, 지극히 유럽적인 작품이었다. 이제 한국의 작가들보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더 여백을 잘 활용하는 듯 보였다. 우리에겐 너..

Martin Creed 마틴 크리드 전, 아트선재센터

Martin Creed 2009.11.07 – 2010.02.12 Artsonje Center, Seoul, ROK 현대미술(contemporary art)는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전을 추천한다. 2001년 그가 터너상을 받았을 때도, 한 쪽 세상은 그의 수상에 열광했으나, 한 쪽 세상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이 점에서 터너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며, 터너상은 은근히 이를 즐기는 듯하다. 아트선재센터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틴 크리드는 내게 그리 감동적이지 못했다. 도리어 불편했고 마틴 크리드의 조롱과 장난은 도가 지나..

On The Earth - 임영선, 아라리오 갤러리

On The Earth - 임영선 2. 3 - 2. 22. 2009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갤러리를 들어가면 어떻게 그렸을까 하는 의문을 들 정도로 대형 캔버스 가득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아이들 모습을 그려져 있다. 임영선은 약 3년 간 티벳, 몽고, 캄보디아 등지의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작품들을 작업해 왔다. 임영선의 작업들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코 따뜻한 시선 탓이다. 그 시선은 친구로서의 시선이다. 그래서 작품은 편안한 꿈결같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색채는 부드럽고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까지 풍기는 작품들은 우리에게 짧은 즐거움과 긴 사색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전시 제목처럼, 우리 모두 같은 지구 위에 있는 친구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tip. ..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Is the sky part of a landscape, PKM트리니티갤러리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Is the sky part of a landscape PKM트리니티갤러리, 서울 2009. 10. 9 - 11. 30 http://www.olafureliasson.net http://www.pkmgallery.com/exhibitions/2009-10-09_olafur-eliasson/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Trinity 빌딩의 지하 2층과 3층을 차지하고 있는 PKM Trinity Gallery. 갤러리 공간의 지리적 위치가 풍기는 묘한 정치성이 흥미로웠다. 어쩔 수 없는 고백이지만, 순수 미술이 가지는 어떤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아마 그것은 21세기 최절정의 고급 문화가 아닐까. 많은 예술가들이 이러한 정치성을 공격하지만, ..

갈라파고스 신드롬과 로컬리티, 그리고 한국 미술

오늘 아침에 날라온 예병일 씨의 메일레터에,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갈라파고스는 찰스 다윈에 대해 조금의 관심만 있다는 알고 있을 지명이다. 그런데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또 무얼까? 몇 해 전 일본의 NTT도코모 홈페이지와 KDDI 홈페이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곳 어딘가에서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는 최신 휴대폰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한국에서 유행하던 최신 기종의 폰보다 더 나아보였다. 그런데 일본의 휴대폰 제조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며칠 전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일본의 이동통신 관련 산업은 국제 표준이나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일본 로컬 시장만을 겨냥한 나머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를 '갈라파고..

전환과 확장 - 제5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오쿠이 엔위저가 감독한 제 7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어수선한 전시 분위기와 작품에 몰입하기 어려운 공간은 마치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실망스럽기만 하던 그 광주비엔날레가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그 연출이 의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섣부른 사견이겠지만, 앞으로 대형 기획 전시의 경향은 오쿠이 엔위저가 제시한 바의 그런 형태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렇게나 진열해놓은 듯한 작품들과 그 작품들 사이의 불협화음, 그 속에서 문맥을 찾아 헤매는 관객들. 마치 브레히트가 관객을 향해 조롱하듯. (오쿠이 엔위저의 큐레이팅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평가 유보'다. 실제 보았을 때의 느낌은 매우 낯설었으며 당시에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연출의 흥미로움을 느끼고 ..

Star Wars - Episode II, UNC갤러리

Star Wars - Episode II - The Phantom Menace - UNC갤러리, 2009.2.12 - 3.12 눈이 환해지는 전시가 있다. 그런 전시를 만나면, 그 전시 기획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을 유심히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전시를 만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늦은 겨울, 오랜만에 들른 사간동 UNC 갤러리에서 나는 그런 전시를 만났다. 건조한 늦겨울 바람이 불었고 피부는 딱딱해지고 눈은 침침해지는 2월 중순, 바쁜 일상 속에 전시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는 건 꽤 큰 투자다. 늘 누군가와 함께 전시를 보러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지만, 나를 따라 나서는 전시 관람이란, 그 누군가에게도 꽤 큰 고역이 될 것임에. 늦은 오전, 안국역에서 내려 정독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