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8

2013년 여름 휴가 - 거제도

많은 프로젝트들 속에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아마 가족들은 무슨 여름 휴가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서울 밖으로 벗어나, 바닷가로 갔으니, 휴가는 휴가인 셈이다. 바쁜 생활의 연속이었다. 금요일 오후에는 고객사 제안 PT를 했고 금요일 밤 KTX로 내려가 자정이 지난 시간에 창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거제도로 갔다. 거제까지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으나, 거제도 안에서 차가 거북이 걸음을 하더니, 10분 남짓 될까 한 거리를 무려 1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다. 이유는 학동 몽돌 해수욕장 탓. 2박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적절하게 유쾌했고 관광지 바가지도 썼고 걱정했던 것보단 즐거웠다. 그리고 화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바로 출근을 했다. 리조트에서 바라본 해변 풍경...

침묵하며, 언론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한국의 언론.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옮긴다. 어제 아침 CNN에 올라온 기사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 언론, TV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날이 멀다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시국선언을 하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언론과 관련된 교과서에는 '비판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그런 언론을 찾기 어렵다. 이 나라의 미래는 이렇게 어두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화살은 지금 침묵하는 언론들에게, 그 침묵을 강요하는 정부와 여당으로, 그 옆 무능력하기 이를 데 없는 야당에게까지 돌려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런 정치적 지형에 대해 알 생각도, 알아도 침묵하는 국민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내 젖은 구두 벗어 ...

지하철에서 내리자 마자 비가 와락!! 다 젖었다. .. 그리고 이문재의 시집이 떠올랐다. 오늘 해가 뜰려나. 오후는 내내 외근인데..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이 문재 그는 두꺼운 그늘로 옷을 짓는다 아침에 내가 입고 햇빛의 문 안으로 들어설 때 해가 바라보는 나의 초록빛 옷은 그가 만들어준 것이다 나의 커다란 옷은 주머니가 작다 그는 나보다 옷부터 미리 만들어놓았다 그러므로 내가 아닌 그 누가 생겨났다 하더라도 그는 서슴지 않고 이 초록빛 옷을 입히며 말 한마디 없이 아침에는 햇빛의 문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저녁에 나의 초록빛 옷은 바래진다 그러면 나는 초록빛 옷을 저무는 해에게 보여주는데 그는 소리없이 햇빛의 문을 잠가버린다 어두운 곳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것들은 나를 좋아하는 경우가..

이미지 속의 삶

한동안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날 밤 꿈 속 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여기며, 며칠 지내다가, '아, 그건 꿈이었지'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그건 몇 달 가지 않았고 그것으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단지 더 쓸쓸해진 것 뿐. 대한민국의 회사원들이, ... 아니 지난 수십년 간 IT 기술에 기반한 급격한 정보화,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쟁의 격화로 인해 OECD 대부분의 국가 지식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심해졌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나도 나이가 들고 직무가 늘수록 그런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출근길 카페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왔는데, 마실수록 속이 쓰려오는 것이 내 현재를 말해주는 것 같기만 하다. 잠시의 위안을 얻기 위해 ..

슬픈 나라 대한민국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비운의 자살을 한 대통령이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게 하기 위한 정치적 협상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 더구나 이는 국가 기밀에 해당되는 - 부분적으로 공개하고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 전에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로, 전방위로 움직여야 하는 국가 정보 기관에서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선거 과정에서 불법적인 선거 지원 - 더구나 파렴치하고 비상식적인 악플들로 이루어지는 활동을 했음을 투표 전에 밝혀졌으나, 이를 정부 기관들은 공개하지 않았고, 선거는 끝나고 그 악플들은 승리했다. 자, 이제 불법적인 활동은 용인되어야 한다. 대놓고 정부가 정당이 법을 수호해야 국가 기관이 불법적인 활동을 하였으므로, 국민들에게도 불법 활동을 허용해야만 한다. 일련의 모든 활동들이 법치 국가..

비 오는 화요일 새벽

지난 회사에서도 월요일이면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 회사도 월요일이면 정신이 없다. 오늘은 종일 회의를 했고 여기 저기 제안서와 견적서를, 현재 품질에 문제가 생긴 프로젝트의 이슈 보고서를, 내일 예정된 주간 미팅의 변경과 신규 미팅 요청 등을 하고 나니, ... 벌써 새벽 2시다. 끝나지 않는 일 마냥 내 생활도 윤택해지고 사랑스러워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머물 뿐. 장마 비 오는 화요일 새벽, 포티쉐드의 음악을 듣는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맥주 마신 것도 수 년이 지났다. 그 때라면, 새벽 퇴근길에 맥주 한 잔 할 공간이, 같이 마실 사람이 있었는데 ... ...

불편한 공포,들.

계절이 사라진 자리에 마음의 불편함만이 자리 잡는다. 건너고 싶지 않은 저 다리의 이름은 시간. 혹은 계절. 내 허약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느껴지는, 서늘한 공포. 커피의 향이 사무실 책상 위를 가득 채우지만, 초여름 바람이 열린 창틈으로 들어와선 낚아 채어간다. 향기는 사라지고 어수선한 책상 위 서류더미는 내 마음 같다. 혹은 그대 마음. 해소되지 않은 채 쌓여가는 정신적 모던의 유산들. 불편한 언어들. 그리고 공포. *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원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그러나 내 소망은 너무나 소..

월요일 아침

혼자 있을 시간이 사라졌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이니 말이다. 주말 집 근처 공원을 산책했고 늦봄 꽃 향기에 취했다. 그 향긋한 내음 사이로 아이는 웃고 뛰었다. 그리고 월요일이다. 주말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채, 다시 월요일을 시작한다. 지난 금요일에 면접을 봤던 웹 개발자는 출근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 문자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꽤 상심했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혼자 고민해야 될 문제는 아니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만 신경 쓰기도 바쁜데 말이지. 다시 월요일이다. 그리고 비가 온다. 비를 맞으며 출근 했다. 팻 메쓰니의 음반을 뮤직 사이트에서 찾아보았으나, 없다. 비오는 날, 나는 팻 메쓰니의 New Chaut..

2013년 부처님 오신 날 - 국립현충원 호국지장사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신 - 초월적 존재 - 를 부정하지 않으나, 칸트의 생각처럼 우리의 시대는 저 먼 세계와 거대한 단절이 있고 그 사이를 왕래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탓에, 무교에 가까운 나에게 절은 그저 관광지에 지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처님 오신 날, 아내가 절에 가자고 했다. 작년엔 뭘 했나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절이라~ ... 하긴 긴 연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한 나에게 선택지란 없는 걸까. 국립 현충원 안에 제법 큰 절이 있다고 했다. 국립 현충원은 입구만 보았을 뿐이고 그 안의 절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호국지장사' ... 부처님 오신 날이라 사람들로 가득했다. 불심 가득한 신자들도 있었고 믿을만한 것들이 사라지는 21세기 어느 반도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