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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정재승 + 진중권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정재승, 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몇 개의 새로운 정보와 몇 권의 참고 서적을 노트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당시의 트렌디한 소재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으로 쉽게 씌여진 글들의 모음이고 지금 읽기에는 벌써 몇 년이 지나 식상함마저 풍기는 책이 되었다. 이미 두 저자 모두 대중적 글쓰기로는 유명한 이들이고 그들의 재치나 박학다식은 다 아는 이야기니, 책의 내용에 대해서 읽지 않아도 대강 예상할 수 있다. 이 책은 한겨레 21에 실렸던 칼럼들을 모은 것-검색하면 관련 칼럼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으로, 제시된 소재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전공분야나 관점에 맞추어 쓴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심각한 주제 의식이 있다기 보다는 쉽고 대중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어느 토요일의 일상

이번 경우는 이렇게 씌어 있었어도 괜찮았을 지 모르겠다. "나는 여러분 속의 한 사람, 한 알의 씨앗이다. 여러분 중 한 사람인 것이다. ... ... 빛나고 ... ... 진동하고 ... ... 작열하는 씨악이다......" 어느 날 나는 국립도서관에 있었는데, 쉰 안팎의 토끼털 모자를 쓴 부인이 내가 있던 책상 앞으로 다가와선 다음과 같이 말하며 쭈뼛쭈뼛 손을 내밀었다. - 르 끌레지오, '사랑하는 대지' 중에서 낡고 오래된 책을 꺼내 기억하는 몇 문장을 되새겨본다. 그리고 이 일상도 거대한 지구의 운동 앞에서 그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난 토요일의 일상을 오늘에서야 정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의 일이 갑자기 많아졌고 이를 헤쳐나가기가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몸에 이상이 왔다...

연극과 기억, 안치운

연극과 기억 - 안치운 지음/을유문화사 안치운의 ‘연극과 기억’(을유문화사, 2007)을 읽었다. 그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여러 지면에 쓴 연극평을 모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여간 읽기 불편한 것이 아니다. 텍스트의 문제다. 텍스트와 무대 사이에는 건너갈 수 없는 거대한 심연이 놓여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심연을 가로질러가 무대를 집어삼키며 앞으로 나아간다. 글은 살아남기 위한 표현이되 노력이다. 비평가의 글은 살아남기 위한 열정의 소산이 아니던가. 공연을 재현하는 비평은 공연의 표현이다. 삶이 삶의 표현이듯이. 비평 없이도 연극은 가능하지만, 연극 없이 비평은 불가능하다. 연극을 가능하게 하는 비평이야말로 비평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평의 꿈이다. 그렇지만 비평이란 글은 결코 ..

장 뒤뷔페

장 뒤뷔페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순수하고 신기한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장 뒤뷔페의 글은 어느 작가 못지 않은 영감으로 번득인다. 지난 주말, 여러 전시 도록을 다시 펼쳐보면서 장 뒤뷔페의 문장을 옮긴다. 세 사람, 1975년. (몇 년 전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되었음) '존재한다'라는 개념은 그 스스로 특별한 뿌리를 갖진 않는다. 단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황된 투명일 뿐이다. 화가들은 이 허황된 투영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무형성 자체를 묘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 장 뒤뷔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듯한 오브제를, 예를 들면 우리가 가진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개념, 유한과 무한의 정의, 곡선과 직선, 가득찬 공간과 텅빈 공간 등 .....

새로운 사적인 공간 ‘온라인’에서의 개인적 글쓰기

새로운 사적인 공간 ‘온라인’에서의 개인적 글쓰기 새로운 ‘사적’ 공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나 블로그(blog)가 있는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반복한다. 인터넷 메신저는 늘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며 메일 프로그램은 수시로 열어 살펴본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오프라인에 있으면서 동시에 온라인에서도 존재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낯설고 기묘한 상태가 언제부터 익숙해지고 심지어는 온라인에 내 존재가 없으면 불안해지기까지 한 상황이 시작된 것일까. 고백하건대, 그건 십 여 년 전 내가 피씨 통신을 시작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물리적 실체 없는 공간 속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가까웠던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 곳을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으로 이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