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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

요즘 너무 바쁘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책 두 권 읽고 리포트를 하나 써야 하고, 모짜르트의 대관미사(KV 317)을 무려 10번은 듣고 가야 한다. 외워오라고 시키지 않은 것만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을 정도니. 내일까진 여름에 있는 아트페어를 위한 몇 개의 원고를 써야 하고, 회사에서 PM을 맡은 다른 프로젝트에 몇 개의 다른 업무가 추가될 듯 하다.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개인적 일엔 무관심해져 버렸다. 그러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요즘 내 사는 모습이 딱히 좋아보이지 않아 보인다. 쓸데없는 자기 반성이랄까. 근처에 사는 친구라도 있으면 소주라도 한 잔 하면 딱 좋은 밤이다. 사무실 근처에서 사온, 브랜딩된 원두 커피 향이 좋다. 오디오에 모짜르트의 대관 미사 CD를 올려놓고..

사진 정리 중 - 파리 풍경

사진 정리를 거의 못하고 있었다. 급한 일 하나를 끝내고 사진 정리를 한다.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다.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흔들, 흔들 거린다. 갤러리 프레드릭 모아상의 입구. 17세에 지어진 건물 1층에 자리잡은 갤러리다. 갤러리 입구에서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의 풍경. 비가 왔다. 차창으로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키고 찰칵.

일상

일(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해주면 무조건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일,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 딱 노력한 만큼만 대가를 받는 일, 노력해도 본전치기이거나 도리어 욕먹을 일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구분할 능력도, 구분할 생각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늘 피곤하고 마음은 항상 가난한 것인가. 어제는 종일 두통에 시달렸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탓인지, 매우 우울하고 기운 빠지거나 기분만 상하던 날이라, 양재동 갤러리를 잠시 들른 후, 곧장 신촌으로 가 맥주 3병을 마셨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취기가 금세 올라, 카페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남짓 흐른 후 일어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전 잠자리에 들었으며, 오전 6시에 잠자리..

가끔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성, 지나가버린 일들에 대한 후회나 상심, 식어버린 열정에 대한 그리움으로 종종 발을 헛딛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다. 소설을 쓰기 위해 몸부터 만들었던 마루야마 겐지처럼. 점심식사 시간에 사무실 근처 피트니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남짓 빠듯한 시간이긴 하지만, 집 근처에 있는 곳은 시설이 너무 열악했고 퇴근 후에 가자니, 운동을 끝내고 집에 가면 아홉시, 열 시가 되어버려, 점심 시간을 활용하였다. 상수역 옆에 있는 곳인데, 시설이 나쁘지 않다. 대신 직장인을 위한 할인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 비가 온다. (상쾌한 봄비를 기대했지만,) 뿌연 먼지를 머금은 채로 아래로 천.천.히. 떨어지는 비를 보면서, 뿌옇게 변해가는..

제목없음

뜻하지 않은 비가 내리고 내 머리칼이 비에 젖고 내 옷이, 내 가방이, 내 다리가, 내 손가락이, 내 눈동자가, 내 입술이 젖어들어갈 때, 그 아파트의 불빛은 아직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무실의 불빛도 켜지지 않았고 그 다락방의 초도 켜지지 않은 터였다. 탁탁거리며 지나가는 자동차들 사이로 지나가면서 연신 두리번거리며 비가 내리지 않는 공간을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피하고 싶은 인생들이 있었는데, 내 인생도 그런 종류들 중의 하나였다. 종일 방안에 앉아 요즘 하고 있는 프로젝트 상황 정리하고 책 읽고 친한 선배 개인전을 위한 글 궁리하고 담배는 딱 한 개비만 피고 더위에 지친 화분들을 옥상에 올려놓고 신나는 음악을 조금 틀다가 ... 그렇게 지쳐 쓰러져 오후 늦게 눈을 감았는데, 어느 새 늦은 밤..

멍멍이

멍멍이를 먹고 난 다음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낮고 소리는 세밀해진다. 비에 거추장스러운 인생이 젖는다. 젖은 인생을 창 틀에다 걸어 말리면서 음악 하나 허공으로 던져 여름 바람의 활으로 연주되는 풍경을 듣고 싶지만, ... 그렇다, 여기는 도시다. 도시에선 멍멍이를 먹고 나 다음, 할 일이라곤 주섬주섬 몇 단어 엮어 몸을 흔들어 뛰어갈 수 밖에 없다. 비에 젖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