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50

정연두, 영웅, 1998

정연두, '영웅', 1998. 서경식 교수의 를 읽고 있다. 여기에 실린 정연두와의 인터뷰는, 그동안 무심코 보아온 그의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케 했다. 정연두의 스쳐가는 이미지들 사이로, 그의 작가적 개입과 실천을 보지 못한 셈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분당의 풍경이 완전히 변해 있었어요. 같은 규격의 아파트가 장대하게 늘어서서 마치 분당이라는 지명이 사라지고 아파트 동호수만 보이는 느낌이었죠. 어느 날 거기서 교통사고를 목격했어요. 작은 오토바이가 충돌해서 운전하던 아이가 다쳤습니다. 소년은 아픔을 참으며 달려온 사람들에게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어요. 짜장면을 배달하러 가는 참이었나 봐요. 그 후에 그 아이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고 회복한 다음에 이 작품을 찍었습니다." - 정연두 (..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로잘린드 크라우스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원제 Le Photographique) 로잘린드 크라우스 Rosalind Krauss(지음), 위베르 다미슈 Hubert Damisch(불어 옮김), 최봉림(불어를 한글로 옮김), 궁리 (대림이미지총서05) Jackson Pollock (1912-1956)Gelatin silver print, 1950National Portrait GallerySmithsonian InstitutionGift of the Estate of Hans NamuthImage copyright Estate of Hans Namuth 그러나 분명 나무스는 사진가로서 그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가적 역량으로 촬영 각도, 프레이밍, 흑백 콘트라스트, 그리고 문제가 되는 사진 대상의 모든 구성 요소를 고려했다...

사진과 글쓰기 - 헤르베르트 바이어의 '자화상'

헤르베르트 바이어Herbert Bayer의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구글에서 찾아보았으나, 구한 것은 아래 책 표지뿐.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들고 다니며 조금조금씩 읽은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의 한 챕터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헤르바이트 바이어의 이 작품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사진 실천의 비약적 발전을 기념하고, 예증하고, 분석해보고자 사흘 동안 열렸던 학술 회의 의 프로그램 책자에 실렸다. 뭐랄까, '책 읽기 따위는 잊어라'는 식이랄까. 기이한 자기 반영성으로 사진 실천과 글쓰기, 혹은 텍스트와 사진 간의 기묘한 연관성을 표현한 사진인 셈이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이런 컨셉은 자주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 흑백사진이 주는 여운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이 자화상이라니. 초기 사진이 가지는 리얼..

마르네 강둑에서의 일요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르네 강둑에서', 1938 "언젠가 그(카르티에 브레송)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은 새로운 형태의 드로잉이며 미술이고 예술이다. 이는 브레송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열정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다시 말해서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향한 것이다. 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94년 2월 8일. 앙리..

2013년 속초 여행의 기록

여행에 대한 기억은 사진으로 되살아난다. 사진이 없으면 여행은 없다. 그저 사라질 뿐이다. 여행 이후 쌓이는 건 사진이고 추억은 사진에 기생하는 어떤 것이 된다. 작년 늦가을 속초를 다녀왔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을 잊지 못한다. 내가 자란 곳이 중소 도시이듯, 이런 도시에 가면 살고 싶어진다. 바람이 막힘없이 흘러가는 도시, 조금만 움직이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 ... ... 나도 서울에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누군가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죽음을 겪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부재를 경험한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

이미지 속의 삶

한동안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날 밤 꿈 속 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여기며, 며칠 지내다가, '아, 그건 꿈이었지'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그건 몇 달 가지 않았고 그것으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단지 더 쓸쓸해진 것 뿐. 대한민국의 회사원들이, ... 아니 지난 수십년 간 IT 기술에 기반한 급격한 정보화,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쟁의 격화로 인해 OECD 대부분의 국가 지식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심해졌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나도 나이가 들고 직무가 늘수록 그런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출근길 카페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왔는데, 마실수록 속이 쓰려오는 것이 내 현재를 말해주는 것 같기만 하다. 잠시의 위안을 얻기 위해 ..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대선이 끝나자마자 몇 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부끄럽다. 슬프다. 노동운동이 치열했던 시기에도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자살했을까. 한 때 문학이, 예술이 열성적으로 '현실 참여'를 부르짖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언제였는지 아련하기만 하다. 실은 지금 더 필요한데 ... ... 아내의 사촌 동생(그는 사진을 전공하고 있다)으로부터 아래의 달력을 받았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달력은 콜트 악기 부평 공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업주의 입장과 노동자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IMF를 지나고 어느 새 우리 사회는 기업주의 입장만 대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본주의화는 심화되었고 우리에겐 반성할 여지..

별 볼 것 없는 사진 세 장

사진을 찍어 PC로 옮기니,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요즘 내 신세같다고 할까. 일은 밀려드는데, 바로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한 제안은 긍정적인 담당자 손을 떠나 위에서 보기 좋게 떨어진다. 또다시 나는 경영을 배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딱 맞다. 아직 배운다는 건 좋지 않은데, ... 이 말은 죽을 때까지 할 것같으니 걱정이다. 올해 독서 계획 중에 '정치철학' 책을 읽자는 것이 있었는데, 바쁜 일상 속에 흐지부지 되었다. 블로그에서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대선을 앞두고 한 번 올릴 예정이다. 설마 선거법 위반으로 걸려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요즘 주로 활동하는 곳은 구로디지털단지다. 이 곳은 좀 삭막한 느낌이다. 사무실이 ..

책 읽는 일상

책을 다 읽고 노트에 옮겨적었다. 선물받은 라미 만년필은, 사용한지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 필기감이 좋지 않다. 비슷한 유형의 로트링 만년필은 필기감이 매우 훌륭했는데 말이지. 당분간 라미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펜을 길들일 예정이다. 오늘에서야 수전 케인의 '콰어이트'를 다 읽었다.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으로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성격의 문화'가 가져다 준 영향, 그리고 아시아와 서구 사회를 비교하면서 자녀 양육으로 끝나는 책이었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책은 얇다. 4시간이면 넉넉하게 다 읽을 수 있다.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책 읽는 재미는 무척 좋다. 내용도 훌륭하다. 깔끔한 정리는 아메리카 쪽 저자들의 특징이기도 한 듯 싶다. 하지만 책의 깊이는 유럽 쪽 저자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