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37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강상중(지음), 김수희(옮김), AK 강상중 교수의 책이 계속 번역되어 소개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의 책은 그 존재만으로도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이름을 쓰는 재일한국인으로, 그리고 일본지식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한국과 일본 너머 어떤 곳을 지향하는 듯하다. 적어도 강상중을 읽는 일본인 독자나 한국인 독자는 서로 대화를 나눌 정도의 식견을 가졌을 것이다. (손정의도 이와 비슷하고 그는 이미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을 넘어 세계인이 되었으니까) 이 책은 강상중 교수가 읽은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안내서이다. 나쓰메 소세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루야마 겐지, 오에 겐자부로를 지나 나쓰메 소세키로. 그 중에..

이성적인 화해, 장-폴 뒤부아

이성적인 화해 Les accommodements raisonnables 장 폴 뒤부아(지음), 함유선(옮김), 현대문학 출처: http://lci.tf1.fr/culture/livres/2008-08/le-nouveau-jean-paul-dubois-est-savoureux-4873947.html 바로 그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이를 고려하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또한 집중해서, 현재에 그대로 머무르는 능력이었다. 특히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아닌 걸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육체의 살결도 배의 연한 살도 손가락의 기교도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정도 흥분이 지나가자, 우리의 신체를 연결하는 뼈 마디마디가 모두 별 차이가 없어졌다. (안나든 셀마든) 누구의 육체든. 그렇다. 만일 내가 무엇인..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자키 마리코 진행/정리, 윤상인, 박이진 옮김, 문학과 지성사 이런 인터뷰집은 감동적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 인터뷰를 위해 그가 냈던 소설들을 다시 읽었고(거의 50여 권에 이르는), 인터뷰를 진행한 오자키 마리코는 질문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은 지 십 수년이 지난 나에게도 이 책은 , , 을 읽던 그 때 그 기분에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도리어 최근 들어 오에 겐자부로를 읽지 않았구나 하는 후회까지 들게 만들었으니.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소설가의 일반적인 인터뷰집이라고 하기엔 문학(이론)적이고 다양한 작가들-일본 작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작가들-이 등장하고 오에 겐자부로 소설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지음), 김난주(옮김), 바다출판사 1.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2. 가족, 이제 해산하자3.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4.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5.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6. 신 따위, 개나 줘라 7.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8.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9.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0.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 이 책의 목차다. 정말 이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언제 마지막으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이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도 이십 여년이 지났다. 그의 소설, 투명한 서정성이랄까, 그런 느낌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의 산문은 거침없다. 그가 소설에서 보..

불한당들의 세계사, 보르헤스

불한당들의 세계사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지음), 황병하(옮김), 민음사 (보르헤스전집1) 리타 기버트: 새로운 세대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보르헤스: 아니요. 그리고 저는 여타의 사람들에게 그 어떤 충고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내 인생조차도 겨우 간신히 꾸려왔으니까요. ... ... 나는 약간 표류하며 나의 삶을 살았지요. 69세의 보르헤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충고를 할 수 없음,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 ... 지난 설 연휴 읽었는데, 이제서야 간단하게 리뷰를 올린다. 그 사이 이 소설의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보르헤스의 첫 작품집이다. 직역하면 라고 부를 수 있는 보르헤스의 첫 작품집 는 이후의 그의 소설 세계..

프랑소와 르네 드 샤토브리앙 Chateaubriand의 책들

"오늘의 내가 이루어진 것도, 내 일생동안 이끌고 다녀온 이 권태에 처음으로 전염된 것도, 나의 고통이요 나의 쾌락인 이 슬픔에 물든 것도 콩부르의 숲에서였다. 그 곳에서 나는 내 가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다른 가슴을 찾아헤맸다. 그 그곳에서 나는 내 가족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그 곳에 그의 이름이 복권되고 집안의 재산이 쌓이기를 바랐다. 시간과 혁명이 씻어간 또 하나의 악몽. 여섯 형제 중 남은 사람은 셋. 형과 쥘리와 뤼실은 이제 없고, 어머니는 고통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재는 무덤 속에서 파헤쳐졌다." "혹 나의 작품들이 내 죽은 뒤에 남게 되고 내가 이름을 남기게 된다면 어느 날 의 인도를 받아 어떤 여행자는 내가 그린 장소들을 찾아오리라. 그는 성(城)을 알아볼 수 있으..

만남, 밀란 쿤데라

만남 Une Rencontre 밀란 쿤데라(지음),한용택(옮김), 민음사 1. 에밀 시오랑(치오란), 아나톨 프랑스, 프란시스 베이컨, 셀린, 필립 로스, 구드베르구르 베르그손, .... 밀란 쿤데라가 만난 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이 산문집은 편파적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낯선가는 경험해본 이만이 알 수 있으리라. 좋아한다는 그 고백이 다른 이들과 나를 구별짓게 만들고 나를 일반적이지 않은, 평범하지 않은, 결국 기괴한 사람으로 만드는가를. 그리고 치오란은 어떤가! 내가 그를 알게 된 시절부터 그가 한 것이라고는 인생의 황혼기에 블랙리스트에 자리 잡기 위해 이 리스트에서 저 리스트로 돌아다니는 일 뿐이었다. 게다가 내가 프랑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되지 않아 ..

리처드 브라우티건

태양은 누군가가 석유를 붓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 다음, "신문 가져올 동안 좀 들고 있어"하며 내 손에 놓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아 불타고 있는 거대한 50센트 짜리 동전 같았다. (23쪽) 가을은, 마치 육식 식물 속으로 질주해 내려가는 롤러 코스터처럼, 포트 와인과 그 진하고 달콤한 와인을 마셨던,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의 기억에서 오래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39쪽) 나는 그녀와 섹스를 했다. 그것은 막 1분이 되기 전의 영원한 59초와도 같았고, 아주 수줍게 느껴졌다. (52쪽) - 리처드 브라우티건, 중에서 출처: http://www.pasunautre.com/ 리처드 브라우티건을 읽으면 왠지 우울해진다.

새로운 소설을 찾아서, 미셸 뷔토르

새로운 소설을 찾아서 (Essais sur le roman) 미셸 뷔토르 Michel Butor(지음), 김치수(옮김), 문학과 지성사 문체에 관한 노력이 있을 때마다 작시법이 있다. - 말라르메 소설가란 아무 것도 헛된 것이 없는 어떤 사람입니다.- 헨리 제임스 소설 쓰기를 포기한 채, 소설론에만 관심이 갔다.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형식에만 관심 있었다. 소설 속 사건은 이미 신문의 사회면,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 혹은 막장 드라마에 밀린지 오래다. 사건에 대한 평면적 전달 속에서는 사건의 특이함만이 시선을 끌게 된다. 현대 소설가들 대부분은 사건의 입체적 전달을 고민해 왔다. 프랑스의 누보 로망도 여기에 속한다. 소설가를 꿈꾼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과 베스트셀러 작가가 ..

어느 작가의 일기, 혹은 그녀의 일기

아무것도 쓸 수 없다. 다만 이 견딜 수 없는 초조감을 적어 잊어버리고 싶다. 지금 나는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걱정, 앙심, 초조, 강박관념이 나를 긁고 할퀴고, 되풀이해서 덮치도록 내맡겨져 있다. 이런 날에는 산책을 해도 안 되고, 일을 해도 안 된다. 어떤 책을 읽어도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일부가 내 마음 속에 부글거리고 일어난다. 서섹스 전체에서 나만큼 불행한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다. 또는 내 안에, 그것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사물을 즐길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만큼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 1921년 8월 18일 목요일 어느 책에선가 예술가의 자살율을 살펴보았더니, 소설가들의 자살율이 최고였다고 전했다. 화가와 음악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