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37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마음산책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Pol-Serge Kakon)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출처: http://i12bent.tumblr.com/post/242749612/jean-seberg-nov-13-1938-1979-was-an 그러고 보면 이 책의 독자는 정해져 있었다. 로맹 가리Romain Gary, 혹은 에밀 아자르Emile Ajar의 팬이거나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의 ‘네 멋대로 해라À bout de souffle’의 여 주인공 진 세버그Jean Seberg를 잊지 못하는 이들로. 그러나 이 두 부류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재미있지 않다. 로맹 가리의 소설을 읽을 ..

퇴근 전 몇 권의 소설 추천

어느 인터넷서점의 파워블로그 혜택을 받게 되었다. 꾸준히 포스팅을 하고 트위터에 글을 보내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월 5만원 상당의 포인트는 꽤 좋은 혜택이다. 포스팅이야 꾸준히 하는 것이고 트위터에 글을 보내, 이 블로그로의 유입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 내 블로그로 오는 이들은 꾸준히 방문하는 일부의 단골 손님들과 검색 엔진 통해서 들어왔다가 바로 나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크게 신경쓸 건 없는 듯하다. 여하튼 며칠 전 인터넷서점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오늘 퇴근 전에 여기에다 올려놓는다. 요즘 소설 잡으면 몇 달 동안 읽는다. 좋은 소설을 잡은 탓이기도 하지만, 실은 네 다섯 시간 이상 집중할 여유와 새벽까지 지탱할 건강이 사라진 탓이다. 독서가의 입장에선 참으로 절망적인 일이다. 다행인 것은 절..

보르헤스 씨의 정원

일러스트: 메테오 페리코니 보르헤스 씨의 정원 부에노스 아이레스, 레꼴레타 인근의 어느 집에는 이중의 특권을 가진 창문이 있다. 그 창문에서는 한 눈에 하늘이 들어오고, 이웃한 집들과의 벽을 따라 굽이쳐 흐르며, 마치 계절들의 여행처럼 보이는 색채들을 가진 식물들, 나무들, 덩굴들로 가득한 넓은 공간, 여기에선 여기에선 pulmon de manzana로 알려진 - 글자 그대로 한 블록의 허파 - 안쪽 정원이 한눈에 보였다. 덧붙이자면, 그 창문은 작고한 내 남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서재를 피난처처럼 보호하고 있다. 그 서재는 오래된 책들로 채워진, 진짜 바벨의 도서관이며, 그 책들의 종이들에는 내 남편의 작은 손으로 거칠게 씌어진 메모들이 있었다. 한낮 정오가 지나고 나는 창문을 내다보기 위해 내..

소설의 방법, 오에 겐자부로

소설의 방법 - 오에 겐자부로 지음, 노영희.명진숙 옮김/소화 하루 종일 밖을 떠돌다, 겨우 들어온 집은 아늑함을 가지지 못했다. 너무 거칠어, 마치 여기저기 각을 세운 채 모래먼지로 무너지는 사막 같았다. 어느새 내 작은 전세 집은 지친 몸과 마음을 뉘일 공간이 아니라, 또다른 전쟁터였고 내 마음은 새로운 전투에 임해야만 했다. 결국 도망치듯 책으로 달아났지만, ... ... 간단하게 서평을 올리고자 몇 달 전 읽은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다시 꺼내 읽으려 했다. 몇 달 전에도 힘겹게 읽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방법'. 그러나 그 때의 기억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오에의, 이 오래된 책은 낯설고 또 힘겨웠다. 내 요즘의 일상처럼. 한때 소설 쓰기를 배웠고 소설가가 된 선후배가 즐비한 지금. 심지어 올..

내 마음의 무늬, 오정희

오정희(지음), , 황금부엉이, 초판3쇄 산문집을 출판한 뒤, 보름 만에 3쇄를 찍은 이 산문집을 보면서 책 읽는 사람이 없다는 게 꼭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도리어 읽을 책이 없는 것은 아닐까. 신뢰할 만한 작가가 없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휙 돌고 나오고 나온다. 일간지에 실린 광고 생각부터 오정희가 가지는 개인브랜드까지. 얼마 전 어느 신문 기사에 한국 문단은 정부가 먹여 살린다는 짤막한 시평이 실렸다. 소설 써서 정부 지원금 받고 재단 지원금 받고 하면 연봉이 한 이 천 만원 정도 된다는 웃지 못할 글이 신문에 실린 것이다. 진짜 밥벌이용 소설인 셈이다. 소설가는 소설을 출판해 독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원금 신청에 사용하고 독자는 독자 나름대로 책을 고르기도, 서점에 가서 책을..

계절풍 속의 마르그리뜨 뒤라스

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오늘 쉴새없이 불었던 가을바람을 떠올린다. "계절풍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마르그리뜨 뒤라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을이나 겨울에 부는 바람은 늘 그녀를 떠오르게 한다. 한 때 뒤라스의 소설만 읽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가 보다. 그녀의 책을 서점에서 본 적이 오래 되었고 그녀를 이야기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하긴 그녀는 사랑 속에서 죽었으니. 이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그리고 그 이후 몇 년 동안 잠시 ... 내가 그녀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벌써 6년이나 지났구나. ... 뒤라스. 1998년 겨울. 그 겨울. ... 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는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염증

Mary Flannery O'Connor, 1925.3.25 ~ 1964.8.3 어제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식사를 많이 한 것이 원인이 된 듯하다. 그런 와중에 11시까지 일을 했고 밤새 배를 잡고 뒹굴다 급기야 아침에는 토하고 말았다. 이틀이 지나가고 있건만, 무식하게 약을 먹고 있지만, 배는 계속 아프다. 오늘 일찍 집에 들어왔지만, 몇 시간을 잤지만, 배는 계속 아프다. 아픈 몸이라. 무척 낭만적이다. 수잔 손탁의 "은유로서의 병"를 영어원서로 사서 읽고 있는데.. 몇 페이지 읽었나. 병하니, 프란네리 오코너가 생각난다. 홍반성난창으로 죽으면서 그리스도를 통한 생의 구원이라는 테마만 생각했다니. 그리고 보면 나는 죽지 않는다면서 죽은 프랑스의 어느 소설가도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