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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스 Bols 칵테일 클래스 후기 - 칵테일 세계로의 초대

칵테일을 마실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심지어 얼음도 넣지 않는다.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요즘 그렇다는 말이다. 위스키는, 뭐랄까, 타격감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셰리 위스키보다 묵직한 피트 위스키로만 마신다. 이런 점에서 접근성이 좋은 탈리스커는 아웃이다. 라가불린도 살짝 위험하다. 이런 내가 칵테일 클래스라니.  주류 수입사에서는 마케팅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하긴 일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관계자가 어려움을 토로하는 걸 들으니 새삼스러웠다.. 성인 대상의 마케팅으로, 다양한 법적 규제 속에서 제한적인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상품이 술과 담배다. 그 다음이 의료 부문인데, 상당히 까다롭다. 그..

Chateau du Bois de Tau 2019 샤또 뒤부아 드또

Chateau du Bois de Tau 2019 Cotes de Bourg, Bordeaux 보르도 레드 와인이다. 카베르네 쇼비뇽(20%)과 메를로(80%) 브랜딩으로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의 풍미를 보여준다. 견고하며 밸런스가 좋다. 하지만 나는 금방 마셨다. 뒤늦게 후회하고 있지만, 늦었다. 최소 3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마셔야 된다고 한다. 다른 이의 리뷰를 보니.. 과연 그럴까. 결국 디켄팅을 권하는 와인이지만, 어느 정도로 풍미가 올라올련지는 지켜봐야 할 것같다.  방배동에 있는 와인샵에서 3만원 중반대로 구입했다. 적절한 가격이다. 세계적으로는 32불 정도로 거래되는 와인이라고 하니. 나쁜 와인은 아니다. 그렇다고 와~ 하는 와인도 아니다. 디켄팅하여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프랑스 와인 좋아하..

피노 돈셀 PINO DONCEL 12 Meses

피노 돈셀 Pino Doncell 12 Meses후미야 Jumilla, 스페인    스페인 후미야 지역 레드와인이다. 무척 평판이 좋다. 그러나 나에겐 좀 평범했다고 할까.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다. 상쾌한 느낌의 와인이었다. 충분한 디켄팅으로 풍미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나에겐 그냥 부드러운 산미가 적절하게 있는 와인인 정도였다. Vivino의 높은 4점대 평가는 좀 과장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엔 Vivino 사용자가 없었는데, 요즘엔 다 Vivino을 사용하는 듯하다. 초반에는 사진 올리면, 다음 날 등록되기도 하고 와인 정보가 없어서 올린 사진을 직접 보고는 "네가 마신 와인이 이 와인이니?"라고 묻는 메일도 오곤 했는데...요즘엔 판매까지 하는 모양이다. 한국에선 판매를 할 수 없어서 그렇..

La Gemella Barbera d’Alba, Viberti Giovanni, 2022

술 마시는 양이 줄어들지 않았으나, 횟수는 줄었다. 제안서 작업이 생기는 주(週)는 정신 없이 시간이 흐른다.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스트레스와 불면(不眠)의 밤들. 금요일 저녁 늦게 제출하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서야 겨우 내 흐름 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저 세상이 강제하는 질서를 벗어나, 휴일의 온전한 내 질서 속으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였을까. 와인 한 병을 꺼내고 냉동새우를 꺼내 구이를 하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원팬으로 만든 저녁, 술에 취해 쇼파에서 잠을 잤다. 요즘 자주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자주 묻는다. 어쩌면 내가 저 외부 세계를 어쩌지 못한다는 절망스러움을 깨달았을 때부터 물었다. 그리고 실존주의자인 카뮈나 야스퍼스가 줄기차게 물었던 질..

짧은 휴식, 혹은 분실

하늘의 푸른 빛이 보이지 않았다. 목이 답답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시작을 대륙에서 날아온 모래먼지들이 알려주었다. 반도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남자의 삶도 불투명한 대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 남자가 길을 서성거렸다. 거리는 어두워졌고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켰다. 와이퍼가 비소리에 맞추어, 자동차 소리에 맞추어, 사람들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메트로놈처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 남자도 건널목 앞에서 왔다, 갔다, 왔다 하였다. 비가 내렸지만, 어둠 속에서 비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비의 존재를 소리로, 살갗에 닿는 익숙한 차가움으로, 펼쳐진 우산 표면의 작은 떨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어느 저녁, 그는 지하철역 근처 실내포장마차로 향했다. 포장마차 입구 골목길 밖에 놓여진..

피노누아 향에 취해

나이가 드니 혼술이 늘어난다. 책을 읽다가, 저녁을 먹다가, 음악을 듣다가, 술 한 잔, 두 잔, 세 잔, ...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잠에 빠져 ... 그러나 이젠 꿈을 꾸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롭지 않고 그저 취할 뿐이다, 피곤할 뿐이다, 늙어갈 뿐이다, 그렇게 남겨진다. * * 롱반 피노누아(Long Barn Pinot Noir). 근처에 홈플러스가 있다면 그 곳에서 만원후반대의 이 와인을 가끔은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다.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이다(자주 세일가에 나온다). 코르크마개를 따서 두 세 시간 이상 둔 다음 마시길 추천한다. 아니면 디켄터를 사용해도 좋다. 이 피노누아 와인은 가볍고 산뜻하면서도 적절한 바디감을 갖추고 있다. 풍성하고..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

예전엔 사오만원 대에 있던 와인인데, 가격이 많이 떨어져 삼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수입되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이다. 도리어 Max Reserva가 아니라 바로 아래 가격대에 있는 에라주리즈Errazuriz 와인을 보기 더 힘들어졌다. 만 원대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에라주리즈, 얄리, 우드브릿지, 디아블로 등이 있었는데, 에라주리즈나 얄리는 쉽게 보기 어려워졌고 디아블로만 엄청 구하기 쉬워졌다. 우드브릿지도 보기 힘들어졌다.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에서는 '쉬라'의 명성이 한때 대단했다. 가성비가 최고라는 평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칠레에서 유명한 와인너리인 에라주리즈. 이 곳에서 나오는 와인들 대부분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적당한 가격대의 에라주리즈 ..

벤로막Benromach 10년

벤로막 10년 Benromach 10y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벤로막 증류소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탓에 최근 많이 줄인 상태이지만, 좋은 술 앞에선 흔들린다. 한동안 와인을 집중적으로 마시다가 최근엔 전통 소주와 위스키로 넘어갔다. 블랜디드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보다 묵직한 피트에 빠져,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는 '아드벡'으로 바뀐 상태다. 이 위스키에 대해선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얼마 전에 마신 벤로막 10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익히 가성비 갑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목넘김, 상당한 밸런스, 풍부한 과실향과 스모키함 등 적절한 균형미를 가지고 있었다. 싱글 몰트 입문용..

혼술, 또는 쓸쓸한 두려움의 시각

혼술의 빈도가 늘어나는 나이.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어 가는 계절. 술에 취하는 것이 무서워지는 시간들. 기도를 올리기 위해 두 손을 모으지만 계속 방향이 어긋나는 몸으로 변해가는 시절. 인생의 오르막이 아직도 한참 남아 있음을 아직 어린 아들을 보며 깨닫을 무렵, 역시 위스키는 부드럽게 취하긴 적당하지 않아. 특히 탈리스크는 피트가 좀 거칠고 날카로워. 난 좀 더 묵직하고 부드러운 피트가 필요해. 그래야 취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혼자 주절거리던 시간. 그런 시간들이 흘러 어둠 속으로 묻히는 여름밤. 밖에 닫힌 창 너머로 비 소리가 들리고 ... 내가 취한 걸 아무도 모르는 어떤 깜깜한 밤.

8월 3일, 혹은 4일

문득 업무 총량의 법칙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주팔자에 이 친구는 직장인이고, 직장인으로서 해야할 업무량이 있는데, 중간에 사업을 했다거나 자기가 원하는 일을 했더라도 그냥 업무량이나 시간은 줄지 않는다는... 그래서 내가 요즘 힘든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밤 9시 프로젝트 멤버들의 호출로 나가, 소주를 두 세 병이 마시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든다.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었는데,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걸, 어쩌면 자유는 포장이고 우리 삶은 백조의 발짓과 같은 어떤 성실함을 그냥 기본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을. *** 그렇게 집에 오니, 취기가 올라 노래를 듣는다. 요즘 유튜브는 너무 좋다. 음질이 아니라, 노래가 많다. 예전엔 음반 구하려고 노력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