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5

영화

영화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몇 명의 감독은 좋아한다. 왕가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로베르 브레송, 장 뤽 고다르. 하지만 영화는 예술이 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었다. 아니 현실적 여건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끝내 현실에 굴복하고 마는 양식이다. 예술가 1인의 작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작품도 아니다. 결국 감독과 주연 배우 몇 명의 작품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깊어지자, 영화 보기를 그만 두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내가 영화를 좋아하던 그 무릅, 영화소년소녀들의 열렬한 우상이었다. 그를 통해 영화를 알게 되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가 지지했던 '달은 ... 해가 꾸는 꿈'의 박찬욱은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지만, 그는 이제 영화소년소녀들의 열렬한 우상도 아니고, 그..

영화 스토리의 성공 요소

두 편의 영화를 노트북으로 보았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극장에도 거의 가지 않는 내가 영화를 보는 채널은 온라인이다. ‘에라곤’과 ‘우주전쟁’ 내가 본 두 편의 영화다. 이 두 편은 영화의 완성도에서나 극적 요소의 사용, 스토리의 박진감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라곤’은 형편없는 영화이며, ‘우주전쟁’은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아주 가끔 영화를 보면서 왜 감독이나 시나리오작가들은 스토리를 왜 이렇게 구성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면서 자신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화시키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에라곤’과 ‘우주전쟁’을 보고 난 뒤, 나는 그들을 위해 상식적이며 기본 사항에 해당되는 몇 가지 사실..

하나비

하나비를 보다 잠이 들었다. 바다가 참 많이 나오는 영화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 위로 총성이 두 번 울릴 때, 난 눈을 감고 코까지 골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네모난 브라운관 속에 갇힌 파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으로 두 번의 총성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총성 끄트머리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생(生)에의 열망. 머리가 아프고 손마디는 떨리고 가슴은 터질 것 같다. 어디 멀리 도망쳐야지. 도망쳐선 소문으로만 존재해야지.

몇 편의 영화들

1. "극장에 가서 영화 보기", 내가 자주 하는 행동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극장에 가는 일이 생긴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그렇다면 나는 극장을 싫어하는 것인가, 영화를 싫어하는 것인가, ... 실제로는 극장을 싫어하지도 영화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극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강요하고 어떤 표정 짓기를 요구하며 그 속에 난 어떤 말없는 폭력 속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는 무척 현대적인 표현양식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 수록 깨닫고 있다. 소설 양식에서 '소격효과'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2. 스타워즈 - 클론의 습격 이 영화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무척 좋다. 별 생각없이 볼 수 있다. ..

나의 즐거운 일기, 난니 모레티

나의 즐거운 일기 감독 : 난니 모레티 주연 : 난니 모레티, 제니퍼 빌즈 장르 : 코미디, 제작년도 : 1994년 1. 하얀 종이마다 누런 개미가 한 마리씩 눌려 죽어있었다. 사무실에서 프린터 해 온 난니 모레티가 프랑스 영화잡지인 Positif와 한 인터뷰 기사 위에. '개미가 눌려있는 인터뷰' 실은 집에 개미가 너무 많다. 오늘 아침엔 늦게 일어나 택시를 잡아탔는데, 가방에 개미가 붙어서 기어가고 있었다. 그냥 무심히 넘어갔지만, 객관적으로 개미가 너무 많다. (나에게도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존재했던가) 2. 우리 집에 개미가 많다고 해서 세상에 종말이 오거나 몇 년 동안 구름에 갇혀 해를 보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내가 죽인 개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