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63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

예전엔 사오만원 대에 있던 와인인데, 가격이 많이 떨어져 삼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수입되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이다. 도리어 Max Reserva가 아니라 바로 아래 가격대에 있는 에라주리즈Errazuriz 와인을 보기 더 힘들어졌다. 만 원대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에라주리즈, 얄리, 우드브릿지, 디아블로 등이 있었는데, 에라주리즈나 얄리는 쉽게 보기 어려워졌고 디아블로만 엄청 구하기 쉬워졌다. 우드브릿지도 보기 힘들어졌다.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에서는 '쉬라'의 명성이 한때 대단했다. 가성비가 최고라는 평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칠레에서 유명한 와인너리인 에라주리즈. 이 곳에서 나오는 와인들 대부분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적당한 가격대의 에라주리즈 ..

십분의 일을 냅니다, 이현우

십분의 일을 냅니다 이현우(지음), 알에치코리아 와인을 좋아한다. 와인바에 자주 갔다. 와인을 마신 지도 벌써 이십년이 넘었구나. 그 때와 비교해 와인이 참 많아졌다. 이젠 일반적이다. 원두를 갈아 드리핑해서 마신 지도 십 수년이 지났다. 이것도 이제 대중화되었다. 일반화되고 대중화된다는 건 한 편으론 반갑고 한 편으로는 싫다. 한 땐 아는 척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아는 척 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을지로에 있는 와인까페 '십분의일' 창업기(?) 비슷한 책이다. 드라마 PD로 있던 직장인이 어떤 계기로 아는 이들과 함께 창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관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아서, 혹시라도 내가 카페나 와인바 같은 걸 창업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읽었다. 그냥 읽을 만했고 솔직담백한 ..

Campo Viejo Reserva Rioja 2013

Campo Viejo ReservaRioja 2013 스페인 와인이다. Tempranillo, Graciano, Mazuelo가 블랜딩된 리제르바 와인이다. 2020년이니, 벌써 6년 이상된 와인이다. 심지어 Wine Spectator에서 90점을 받은 와인이다. 하지만 엉망이었다. 미디엄 바디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이어졌다. 거친 느낌이 계속 이어졌고 풍부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평판이 좋은 와인임에 분명하나, 그런 찬사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Vivino의 평점도 3.8이었으니, 그냥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인 평론가나 와인 잡지의 평가도 믿을 것이 못 되나 보다. 위는 Wine.com에 나온 평점이다. JS는 James Suckling, TA는 Tim Atkin, WS는..

텅 비어가는 중

5월 7일. 텅 빈 대체 공휴일. 아무도 없는 사무실. 인적이 드문 골목. 몇 시간의 집중과 약간의, 불편한 스트레스. 태양은 빠르게 서쪽을 향하고 바람은 머물지 않고 그대는 소식이 없었다. 봄날은 하염없이 흐르고 내 마음은 길을 잃고 내 발길은 정처없이 집과 사무실을 오간다. 운 좋게 예상보다 많은 일을 했고 그만큼 지쳤고 어느 정도 늙었다. 몇 만 개, 혹은 몇 백만개의 세포가 소리없이 죽었고 텔로미어도 짧아졌을 것이다. 책 몇 권을 계속 들고 다녔지만, 5월 내내 읽지 못했다. 밀린 일도 많고 읽을 책도 많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대체공휴일, 조금의 일을 했고 나를 위해 와인 한 병을 샀다. 그리고 마셨다. 최근 콜드플레이를 우연히 듣고 난 다음, 아, 내가..

Chateau Meyney Prieur de Meyney, Saint-Estephe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지도 십수년이 넘었다. 한창 싸이월드 모임에서 활동하며, 일요일 오후 상수역 인근에서 와인카페를 하던 후배가 있어, 가끔 번개할 때가 좋았다. 와인은 부드럽고 기분 좋은 향기로, 아름다운 사람들과 근사한 음악과 우아한 공간 속에서 더 빛난다. 소주는 아무렇게나 마셔도 소주만의 강렬함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지만, 와인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약하기만 하다. 그래서 배경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때론 약점이기도 하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강렬함과 깊은 향을 가지고 있으나, 그, 또는 그녀가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술이다. 그래서 그들은 살짝 어둡고 무거운 공간, 두 명이나 세 명이서 격렬한 감정의 모험 속에서 제대된 멋을 부릴 줄 안다. 종종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

뒤늦은 장마 속 까페

동네에 까페 하나가 생겼다. 몇 번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그 까페 한 쪽 면의 창문들은 어두워지면 저 멀리 63빌딩이 보이고 강변북로를 잔잔하게 물결치는 파도처럼 수놓는 자동차 불빛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야경을 가졌다. 사무실의 술자리를 줄이니, 동네 술자리가 늘어났다. 동네 술자리가 마음 편하다. 술을 많이 마실 염려도 없고 많이 마시더라도 걸어서 집에 가니 걱정 없다. 비가 많이 내렸다. 내린 비만큼 내 치아와 잇몸 상태도 엉망이었음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매주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걸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안다. 우리는 나이 드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늘 상투적으로 말한다. "몸은 늙었으나, 마음만은 이팔청춘이야"라고. 그런데 저 상투적 표현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우리..

Fanti Sassomagno Sant'antimo Rosso 2013

Tenuta Fanti Santantimo Rosso Sassomagno 2013Fanti (Sant'Antimo) 와인너리 홈페이지: http://www.tenutafanti.it/en/home 와인은 언제, 어떤 상태(마실 때의 온도라든가 보관상태),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마시는가가 중요하다. 60%의 산지오베제와 함께 멜롯(25%), 시라(10%), 카베르네 쇼비뇽(5%)로 블랜딩된 이 와인은 부드러운 단단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이 가격대에서의 놀라운 수준이라는 것이지,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성공적으로 브랜딩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샵 가격은 2만원 대로 예상된다. 망원동 쪽 까페에서 5만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Conte di Campiano Primitivo Di Manduira 2015

Conte di Campiano Primitivo Di Manduira 2015 와인너리 홈페이지 : http://www.contedicampiano.it/en/ 100% 프리미티보(primitivo) 와인이다(미국의 진판델과 동일한 품종이다). 가벼우면서도 풍성한 느낌을 주는 와인이다. 바디감에 있어서는 약간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풍미를 준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국순당에서 수입하고 있는 와인이며, 롯데백화점 와인샵에 가서 구할 수 있다. 소매 가격이 1-2만원대로 예상된다. 와인바에서 4만원대로 마실 수 있었으니. (저 정도의 소매가격이라면 추천한다!) (소매점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3만원 이상 한다. 와인바에서 4만원에 마신 건 행운이었다. ㅡ_ㅡ) Ma..

어떤 수요일

몇 달 간의 흔적이 숨겨져 있는 책상 바로 위로, 지치지도 않고 차가운 에어콘 바람은 평평한 사각형으로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면서, 어떤 구조 속에 스스로 자신을 내몰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을 내몰지 않으면 안 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삶 전체를 내몰지 않은 사람들에겐 철없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무책임하고 제멋대로 인간임을 인정하라며 세상은 강요한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우리를, 어떤 시스템 속으로 자신을 내몬 이들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책임질 생각도 없다. 강요하면서도 그 강요로 인한 결정로 생긴 좌절, 절망, 슬픔에 대해선, 네 잘못이라며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결국 세계는 피해자들로만 넘쳐난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 모든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떠밀려 지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