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57

M.Chapoutier, La Ciboise Red 2009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레드)

M.Chapoutier, La Ciboise Red 2009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레드 품종 : Grenache 60%, Syrah 30%, Carignan, Mourverdre 10% 꼬뜨 뒤 론 지역의 와인이다. 엠 샤푸티에는 1808년에 설립된 론 지역의 와인 명가이기도 하고, 여기서 나오는 와인에 대한 평판은 대체로 좋다. 이 와인은 첫 느낌은 밋밋하다. 까르베네 쇼비뇽를 즐겨 마셔온 탓에, 라 시부아즈 레드는 너무 심심했다. 와인 매장 점원은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보다 이 와인이 더 낫다고 했지만, 나는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을 샀어야 했다. 평판이 나쁘지 않으나, 첫 느낌이 밋밋하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리고 오픈하고 난 뒤 두 세시간이 지나니, 은은한 맛이 입..

Chateau Marquis de Vauban La Cuvee du Roy 2004

Chateau Marquis de Vauban La Cuvee du Roy 2004 메를로 75%, 그 외 까베르네 쇼비뇽, 까베르네 프랑이 브랜딩된 프랑스 와인이다. 이 와인을 마시기 전에 검색해보았고, 우호적인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밋밋했다. 심지어 한 시간 이상 디켄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밋밋한 느낌 그대로였다. 거기에다 테이블에 같이 앉은 지인의 단골 와인샵 여 사장님, 연신 후루룩, 입 안에서 와인을 굴리며 와인을 마셨다. (아, OTL!) 밸런스는 좋으나 바디감이 약했고 다소 거친 느낌이 들었다. 향은 좋았으나, 깊은 맛은 없었다. 가격에 비해 기대 이하의 맛이었다. 아니면 확실하게 내 취향이 아니었다. 추천하지 않는 와인이다.

Marquis De Chasse Bordeaux 2007

Marquis De Chasse Bordeaux 2007 Ginestet, France 메를로(Merlot)와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을 브랜딩한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이다. 참 이렇게 적고 나니, 할 말이 없다. 위 문장으로 마르퀴스 드 샤스 보르도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니 말이다. 와인이 이렇게 밋밋한 감상평으로도 끝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이 리뷰를 적기 위해 이 와인 정보를 검색해 보니, Marquis De Chasse Medoc의 가격은 이 와인의, 거의 두배 가격이었다. 하긴 몇 년 전 파리에 갔을 때에도, Medoc 와인은 따로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 때 환율을 고려해 환산해보면 만원 이하 와인은 보기 드물었다. 다행히 다른 지역의 좋은 와인들이 ..

루피노 키안티 Ruffino Chianti 2009

Ruffino Chianti Bottle Italia, 2009 Sangiovese 90%, Canaiolo 10% 주위 사람들에게 와인을 권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구입 가격이 일반 술보다 비싸고 마시는 것마저도 이렇게 잔을 들어야 한다거나 화이트 와인은 언제, 레드 와인은 언제 마시면 좋다는 등 와인을 처음 마시는 우리에게 와인은 참 불편한 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와인을 찾는 것일까. 그건 무작정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과 달리 와인은 숨을 고를 수 있고 상대방의 시선을 의식하며, 상대방의 호흡과 숨소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긴 모든 술이 그렇긴 하다. 그러나 그랬던 술이 지쳐가는 세계 속에서 무작정 취하기 위한 술이 되어버린 탓이다. (프랑스에서 와인은 늙은이들이나 마시는 ..

샤또 세규르 드 까바냑 Chateau Segur de Cabanac

오랜만에 깊고 부드러운 와인을 마셨다. 붉은 빛깔이 나는 알콜은 원래 바람이 지나는 풍경을 나풀거리는 가로수의 잎사귀로 알아차릴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 안 한적한 공간 안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일상이 가져다 준 긴장한 마음을 잠시 풀고, 피곤에 지친 몸을 낡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한동안 그러지 못하리라.) 용산 후암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식당. 남산도서관 인근의 독일 문화원 옆 주차장 아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일 비노 로쏘(IL VINO ROSSO)에서 나는 이 와인을 마셨다. 샤또 세규르 드 까바냑(Chateau Segur de Cabanac) 2003. 오래된 와인을 마실 때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오후 일찍 시작해 해질녁까지 이어지는 술자..

Villa Antinori 2005

Villa Antinori Toscana 2005 Sangiovese 60%, Cabernet Sauvignon 20%, Merlot 15%, Syrah 5% 오랜만에 맛보는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으면서도 향긋한 묵직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와인이라, 이제서야 마신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안티노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이며, 이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샵가격은 4만원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다른 년도의 이 와인의 맛은 잘 모르겠다. 축복받은 해인 2005년산이라는 것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가격에서는 다른 좋은 와인들도 충분히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 오랜만에 와인 리뷰다. 이제 자주 올릴 생각이다.

와인 정치학, 타일러 콜만

와인 정치학 - 타일러 콜만 지음, 김종돈 옮김/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와인 애호가로서 나는 좋은 품질의 와인을 저렴하게 마시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바람이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하긴 와인도 하나의 비즈니스이지 않은가. 우리는 종종 예술가처럼 혼신의 힘과 열정을 다해 포도를 수확하고, 정성스럽게 와인을 만들고, 이렇게 생산된 와인에 대해 마치 예술작품인 것처럼 현란한 수사로 포장된 현학적 평가나 평론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와인 정치학은 종종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유명한 와인 제조업자는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붓겠지만 그들 ..

지난 일요일, 시루SIRU에서의 한 때

와인을 즐겨 마신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아주 우연히 와인에 빠졌다. 그 이후 와인 가이드 북만 몇 권을 읽었고, 거의 매주 와인을 마셨다. 와인에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짓도 없다. 재정적인 위기가 오기도 했고 보관을 잘못하는 바람에 값비싼 와인을 날려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와인을 알게 된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지난 일요일에는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와인 모임을 가졌다. 일행 중에 사진을 찍던 이가 있어, 사진 몇 장을 올린다. 시루(SIRU)라는 곳에서, 오후 3시에 만났다. 천정 위로 빼곡히 빈 와인병이 쌓여있다. 제법 좋은 인테리어 아이디어다.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 1병, 보르도 AOC 1병, 칠레산 쉬라즈 와인 1병. 그 뒤로 보이는 디켄터.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는 디켄팅을 ..

주말

한 두 달 전,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요시토모 나라의 판화를 보면서, '이 사람 참 감각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아침, 아트저널 2009년 신년호를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마치 피부 세포 하나 하나가 낮은 하늘을 가진 어느 날, 대기 속의 물방울에 젖어, 까끌까끌하게 날이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트저널에 실린 어느 갤러리의 요시토모 나라 전시 광고 페이지. 오래, 혼자 살다보니, 이것저것 다 해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금붕어 돌보기와 화분들이다. 이 방 저 방 한 두개씩 있던 화분들을 현관 입구에다 모아놓았더니, 제법 보기 좋았다. 아무도 없는 낮에는 꽤 쓸쓸하고 답답하겠지만, 퇴근 후 나는 이들을 위해 온 집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둔다. 일요일 낮에는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

사진 몇 장

점심 식사를 했다. 사무실 근처에서의 점심 식사는 대체로 무의미하거나 우울하거나 쓸쓸하다. 하루 종일 기획서를 쓰고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고객이나 파트너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를 협의한다. 어젠 신사동에 있는 어느 갤러리에 들렸다. 그 갤러리의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한다. 회사 일에, 아트페어 준비에, 이젠 갤러리 일까지 해야 하는 건가. 흥미가 있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 몇 장을 올린다.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100%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일요일 오전이 전부다. 마지막 연애도 오래 전에 1년을 지났고 이젠 2년을 향해 달려간다. 일상을 꽉 짜여져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가끔은 치명적인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이 지상에서 살아온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