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41

역지사지(易地思之)와 반면교사(反面敎師)

사자성어를 잘 알지 못한다. 뭔가 있어 보이게 할 때, 자주 이용된다는 생각도 있고,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사자성어에 빗대어 설명해야 하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오늘 네이트온 닉에 이렇게 적었다. '易地思之 & 反面敎師'. 참 어려운 일이지만,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타인도 원하고, 내가 싫은 것은 타인도 싫어한다. 하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서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모든 일의 기본이고, 오래 가는 방법이다. 기업은 고객의 입장에 서봐야 하고 리더는 구성원의 입장에서 서봐야 한다. 이것이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그런데도 안 되면, 그 다음은 반성해야 된다. 반면교사(反面敎師)는 그렇게 시작된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이 끝날 때는 자신의 노력 방식이 잘못되었으니, 타인의 허물..

가끔, 아주 가끔

가끔, 아주 가끔 ... 그렇게 참고, 참고, 또 참고 ... 시간이 지나간다. 모든 것들이 선연히 보일 때, 정작 움직이지 못한다. 왜냐면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현명한 해답은, 늘 그렇듯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 지난 주 목요일에 걸린 목감기(인후염)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고. 잠을 8시간 이상 자는대도, 사무실에 오면 졸린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와 과로가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이래저래 주변이 시끄럽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하지만 내 꿈은 단연코 '멋지게 사는 것'이었다. 청춘은 비에 젖지 않는다. 나는 청춘이고 싶다. 하지만 술에는 젖지, 아름다운 청춘은. ** 어제 배달되어 온 LP 관리 용품들이다. 크리닝 매트, 판솔, LP 스프레이. 이제 상점..

내 삶의 전략

내 삶의 전략? 실은 전략이랄 것도 없다. 지금보다 나이가 적었을 땐 제 멋에, 잘난 맛에 살았고, 굶어죽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만큼 무책임한 표현도 없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나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는 말을 상투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들은 종종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가를 잊는 것이다. 어쩌면 잊고 싶을 지도 모를 일. 원하는 대로 살아지는 삶은 없다. 그렇다고 원하는 대로 못할 삶도 없다. 이 두 가지 삶 사이의 작은 길이 우리 삶의 길이 된다.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서 원하는 대로 살려고 하니, 우리 일상은 한 없이 피곤해지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이제 4년이 다 되어 간다. 조직 구성원도 두 배가 되었고 일도 많아졌다. 그리고 문득 내 위..

고민하는 힘, 강상중

고민하는 힘 강상중(지음), 이경덕(옮김), 사계절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비가 온 뒤 땅은 굳어지는 왜일까.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진 다음에서야 우리는 왜 사랑에 대해 (철저하리만큼) 숙고하고 보잘 것없이 여겼던 연애의 기술을 반성하는 것일까. 거친 홍수처럼 세차게 밀려들었던 후회와 끔찍한 반성의 세월을 술과 함께 보내며, 나는 얼마나 많이 ‘철 들지 않는 나’를 괴롭혔던가. (그리고 결국 ‘철이 든다는 것’을 지나가는 세월과 함께 포기했지만) 이 책을 읽게 될 청춘들에게 자이니치(재일한국인) 강상중은 힘들었던 자신의 이야기 너머로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등장시킨다. 이미 베버와 소세키가 죽었던 그 나이보다 더 살고 있으면서(그래서 그는 이 책의 말미에 청춘에 대해 ..

해 지기 전에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

오늘 아침 블로그를 뒤지다 다시 읽었다. 벌써 4년이 지난 인용이다. 그 사이 나는 해 지기 전 한 걸음만 더 걷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이제서야라도 한 걸음 더 걷는 사람이 되기로 하자. 이현세의 아래 글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다시 현재형으로 올린다. (2011. 10. 21) - 아래는 2007년 6월 5일 작성 좋은 글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교보문고 북로거이신 기번님의 블로그에서 가지고 왔다. 출처 : 서울신문 2005-02-23 20 면 [이현세의 만화경] 해 지기 전에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

남자가 철든다는 것에 대해

철든 남자만큼 안타깝고 슬프고 절망스러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종종 우리들은 성직자들에게서 ‘철 들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철들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이니, 성직자들에게는 종교적 관점에서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는 ‘종교적 관점’이 될 것이다. 성직자들은 신앙을 향한 ‘철없는 열정’을 숨기고 있다. (즉, 모든 열정은 철없음의 소산이다!) 마음 속에서는 늘 자신들이 믿는 신을 향한 끝없는 신앙심을 숨겨져 있는 탓에, 그들은 자신의 생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가끔 철든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병상 위의 남자다. 죽음을 향해 가는 남자. 자신의 생명력이 부질없음을 깨닫는 그 순간, 남자는 갑자기 철이 든다..

misc.

카메라를 가지고 나갈 때조차, 나는 거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이다. 도리어 어떤 풍경을 보고 그것에 어울리는 문장을 고민하는 편이다. 최근 한 달간 내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꽤 흥미롭다. 부암동 동사무소 옆 흰 벽과 거울이 인상적인 카페에서 더치 커피를 마셨다. 커피 향이 너무 좋았고 같이 있었던 이도 좋았다. 집 안에서 키울 수 있는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커피에 대해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녀에게서 커피를 선물받았다. 그런데 아직 드립퍼를 구하지 못했다. 신촌에 있는 카페 향에서 있었던 재즈 연주 풍경이다. 최근 들었던 그 어느 재즈 밴드들보다 수준급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에 ..

내 인생 최대의 적

뜨거운 차가 부담스러워지는 계절이 온 것일까. 아니면 내 마음의 뜨거움이 어색해지고 낯설어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엉망으로 살아온 시절들에 대해 육체가 그 특유의 반응을 쏟아내는 것일까. 천칭자리 태생은 늘 어떤 선택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선택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세 여신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파리스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망쳐놓은 계절은 실성한 듯한 더위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깊은 바다 물고기들이 길을 잃고 얇은 바람은 삽시간 두텁고 무거운 부피로 우리의 도시를 강타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모른다는 건 얼마나 좋고 행복한 일인가. 모르기 때문에 그저 두려움에만 떨고 신에게만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갈구하던 ..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 - 루이지 피란델로

"생각컨대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이다. 왜,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그 욕망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우리는 하나의 현실을(저마다 다른 현실을 각자 하나씩) 창조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려는 욕망을 우리 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따금 이 현실이 헛되고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 예술은 자신을 속이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쓰라린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연민 뒤에는 반드시 인간을 자기 기만으로 몰아넣는 운명의 잔인한 비웃음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 루이지 피란델로

개인적 체험, 혹은 늙어간다는 것, 무디어져간다는 것

개인적인 체험 -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을유문화사(고려원에서 오에 겐자부로 전집이 나왔으나, 이제는 헌책방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운 귀한 전집이 되었다. 일본 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문학적 업적을 이룬 오에 겐자부로에 대한 이해가 한국에서도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새로 홈페이지를 단장하면서 이전에 쓴 글을 추스리고 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글. 히미코를 따라 소리내어 있다가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인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저런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히미코에겐 내 사랑을 받아달라는 간절한 메시지로 기능하고, 버드에겐 장애를 가진 아이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로 기능하는, 그래서 세상은 평온 속에서 이어나가고 상처와 방황은 눈물로 스스로 아물어가는.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스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