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32

일상

파리에 계신 작가의 메일을 받았다. 내년 2월에 일본으로 간다고 하니, 내년 일본에서 볼 수 있을 것같다. 남편은 프랑스 작가인데, 7~8미터 길이의 작업을 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을 구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동경에 계신 noi님께도 연락해야지. 아참, 아직 책을 읽지 못했다. 빨리 읽고 서평을 올려야 겠다.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할 책임을 알기에 좀 태평스러웠다. 서문은 읽고 서가에 놓아둔 상태다. 이젠 시차엔 적응한 것같은데, 잠자는 시간을 놓치면 잠을 통 자지 못한다. 오늘도 벌써 새벽 두시 반이다. 오후엔 오랜만에 옷을 샀다. 겨울 옷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없다는 걸 며칠 전에 알았기 때문이다. 운동화도 한 켤레 샀다. 운동화라기 보다는 트래킹화. 피트..

황혜선 - 기억의 창, 이화익갤러리

HAESUN HWANG 기억의 창 황혜선 2007.9.12 - 10.2 이화익갤러리 www.leehwaikgallery.com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아파하고 숨을 쉬며 움직인다. 이러한 운동이 끊김 없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때로는 당혹스럽고 때로는 놀랍다. 황혜선의 비디오 아트는 시간과 운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지만, 그 전에 그녀의 시선은 디테일한 일상의 무미건조함에 대한 반발로 구성된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비디오 아트를 넘어선 낯선 즐거움을 안겨준다. ‘기억의 창’이라는 제목에서 환기하듯이, 그녀의 이번 전시의 주된 테마는 일상의 기억들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다양한 매체와 작업 속에서 우리에게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인해 그녀의..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 크~. 안경테를 뿔테로 바꾸었다.살아있음을 알리는 셀프카메라. 일요일 오후 늦게 국제갤러리에 갔다.바스키아의 작품 앞에서, 바스키아라는 인물이 나와 무척 친했던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생에 친구로 지냈나?)그의 작품이 낯설지 않고 친숙해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런데 바스키아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가. ㅡ_ㅡ;;;그런데 왜 나와 인연 닿는 이는 없는 걸까.

일상의 힘

하루. 하루. 하루. 하루. 이 시간-존재'들'이 어떻게 흘려가는 것일까. 아니 무슨 까닭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이들이 흘러가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계집같은 하루가 내일을 향해 가는 것에는 하루 뒤에서 나쁜 마음을 품은 사내가 쫓아오는 건 아닐까. 퇴근 후 사무실 근처 까페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따뜻한 에스프레소 더블. 그리고 차가운 에스프레소 더블. 연거푸 마신 두 잔의 커피로 어둠 속에서도 나는 자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환함 속에서의 졸음을 견디지 못했다. 시가를 얻었다. 쿠바에서 바다 건너 육지 건너 여러 차례 비행기를 탄 끝에 나의 손에까지 당도한 시가. 시가에 불을 붙여 한 모음 빨아땡기자, 담배잎을 말리던 쿠바 사람들의 땀냄새가 나는 듯 ..

까칠까칠. 내 인생

요즘. 밤이. 무서워. 라디오를 틀어놓고. 잔다.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초반 제작되어 출시된 캔우드리시버에 물려놓은 작은 에어로 스피커로. 어느 허름한 빌라 4층 방 새벽. 라디오는 계속 이어진다. 잠을 자다 문득 놀라 잠에서 깰 때. 혼자라는 느낌을 가지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그렇게 밤 곁에 라디오 소리가 흐른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계속 하루가 가면. 상처는 아물고 새 피부가 돋고 나이를 먹겠지. 그러면서 잊혀지고 잊혀지고 잊혀져서 결국 잊어버리게 되겠지. 하지만 잊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늘 옆에서 생생하게, 생동하는 것들이 있다. 잊고 싶은 내 의지와는 무관, 아니 반비례하여 더욱 커지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럴 때일 수록 내 마음은 까칠까칠해지고 내 ..

misc - 2006. 04. 16

마산 창동거리에서 어시장 쪽으로 내려오는 길, 동성동인가, 남성동 어디쯤 있었던 레코드점에 들어가 구한 음반이 쳇 베이커였다. 그게 94년 가을이거나 그 이듬해 봄이었을 게다. 그 때 우연히 구한 LP로 인해 나는 재즈에 빠져들고 있었고 수중에 조금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곧장 음반가게로 가선 음반을 사곤 했다. 어제 종일 쳇 베이커 시디를 틀어놓고 방 안을 뒹굴었다. 뒹굴거리면서 스물두 살이 되기 전 세 번 정도 손목을 그었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치열함이라든가 진정성 같은 거라든가. 스무살 가득 나를 아프게 했던 이들 탓일까. 아직까지 인생이 어떤 무늬와 질감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아무 것도 모르겠다. 문학도, 예술도 마찬가지다. 이집트 예술가의 진정성과 현대 예술가의 진정..

안드로메다 은하 여행자 보험 판매 중.

메신저 닉을 '안드로메다 은하 여행자 보험 판매 중'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메신저로 여행자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다들 무슨 보험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안드로메다 은하계를 여행할 때, 가입해야한느 여행자 보험'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보험 판매를 계기로 내 인생의 대박이 시작될 지도 모르겠다. 기대해 봄 직하다. 이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 이는 날 메신저 등록해서 가입하겠다고 하면 된다. 메신저는 프로필에. 구체적인 서비스 내역과 약관, 보험금 등은 쪽지로. (* 은하계 최신 보험 상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스럽게. )

근황

요즘은 주로 클래식 음악만 듣는다. 베르디의 오페라는 너무 좋다. 요즘은 보라매 공원에 있는, 낡은 건물의 도서관에 간다. 요즘은 저금통에서 동전들을 잔뜩 꺼내어 소비한다. 도서관 출입비 삼백원. 자판기 커피값 이백오십원. 동전으로 인생을 가리고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면도를 한다. 면도할 때마다 인생 모양으로 턱 수염이 난 것에 경악한다. 요즘은 책만 읽는다. 허먼 멀빌의 모비딕을 읽고 뽈 발레리의 산문을 읽는다. 요즘은 그림책을 많이 본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된 글을 읽는다. 요즘은 핸드폰을 잘 받지 않을 뿐더러 아예 꺼놓기까지 한다. 요즘은 하늘 볼 일도 땅 볼 일도 없이 뿌옇게 변해가는 거리만 본다. 거리 속에서 추악한 모습들을 한 영혼들을 피해다닌다. 요즘은 가슴이 텅 비었다는 생각..

앤디 워홀

머리가 무척 아프고 몸이 무겁다. 낮게 깔린 하늘 탓인가. 아니면 지쳐가는 세상 탓인가. 오늘 오후 혼자 이리저리 방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어제 밤 늦게라도 맥주를 마실 걸 그랬나.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가서 혼자 노나. 책이라곤 하이엔드오디오컴플릿가이드만 들고 왔는데 말이다. 갑자기 허공을 감싸고 있는 공기의 무게가 느껴진다. 공기의 무게가. 날 짖누르는 공기 알갱이들의 무게가. Andy Warhol (1930-1987) Self-Portrait 1979 Instant Color Print 20" x 24"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출처: http://www.zootpatrol.com/index.php/2009/12/andy-warhol-polaroids-..

일과 인생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나에게 일이 있다는 건, 글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아침에 일어나 티브이를 보는데,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소세지들이 나왔다. 뉘른베르크라고 하면 뒤러의 고향이었던 것같은데. 뒤러와 소세지라. 많은 소세지들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서 소세지를 구워먹어야겠다. 12월, 올 1월,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 뭐, 그렇게, 슬픈 일이 있다고, 뭐, 그렇게, 꿀꿀하다고, 술을 마셔대는 걸까. 술 마시고 노래하면 그렇게 우울해지면서 말이다, ... 술 마시고 날카로운 면도날 하나 가슴 주머니께에다 숨기고 거리를 걸으면서 ... 세상은 너무 끔찍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저녁, 소세지를 먹으면서 하나비를 빌려다 봐야 겠다. 요즘 통 옛날 영화만 보는 것이, 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