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0

최근 정치에 대한 단상

며칠 전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걸,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최근, 딱히, 정치적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 자주 올릴까 한다. 적어도 상식 선에서 생각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데,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다른 이들이 여기는 상식은 다른 듯싶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상식을 떠들 수 밖에. ** 아직도 한국은 과거와 싸우고 있다. 무자비한 폭력과 차별, 무관심이 횡행하던 그 과거, 그리고 그 과거의 유산들과. 이는 야당지지자나 여당지지자를 가리지 않는다. 편을 나누고 서로 헐뜯고 싸운다. 이를 전문용어로 '당파성'이라고 하지만, 글쎄 이게 당파성일지는... 나는 아직도 한나라당 - 새누리 - 국민의 힘이 앞으로 100년 간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지음), 예상한, 한상완, 유병규, 박태일(옮김), 현대경제연구원BOOKS, 2008년 ‘미래를 말하다’라는 번역서의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이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지 않고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어떤 조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이 책을 통해 지난 약 백 년간의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이로 인해 심해진 경제적 불평등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사회도 미국 사회와 비슷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8년도에 번역 초판이 나오고 2009년에 나온 32쇄본이다. 엄청 팔린 책인 셈이다. 폴 크루그먼의..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마이클 샌델(지음), 함규진(옮김), 와이즈베리 빠른 속도로 읽었고 뒤늦게 리뷰를 올린다.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단어는 최근에 등장한 단어다. 그냥 우수한 성적,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더 나은 보상을 한다는 의미이다. 일견 보기에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근 여러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바이다. 특히 좌파나 중도 우파 정치인들과 결부되어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가지며, 최근 선진국 사회에서의 정치적 지형이나 물질적 불평등을 볼 때, 능력주의는 간과할 수 없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이미 많..

위대한 탈출, 앵거스 디턴

위대한 탈출 The Great Escape 앵거스 디턴Angus Stewart Deaton(지음), 최윤희, 이현정(옮김), 김민주(감수), 한국경제신문 읽은 지 한두 달 지났다. 메모를 하며 빠르게 읽었지만, 대단한 흥분을 느끼진 못했다. 를 읽을 때만큼 기대를 하였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이제 '불평등'의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제기는 마르크스(주의)와는 전적으로 다른 흐름이다.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최소한 함께 살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무리 내에서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불평등은 문명이 준 "선물" 중 하나였다. 코헨의 말을 다시 인용하자면 "문명의 잠재력을 창출하는 과정 자체가 동시에 그 잠재력이 문명에 속한 사람 모두의 동등한 웰빙을 ..

아감벤과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 각국 정부는 다양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동을 막고 마스크를 의무화하며 대면 예배를 금지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대면 예배를 하는 목사를 체포하기까지 한다(왜 태극기부대 목사님들은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걸까?). 그런데 이러한 제한 조치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 일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있기도 하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실은 누군가의 건강, 심지어 목숨까지 직결된 전염병 문제인데, '자유'를 들고 나오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그만큼 서구에서는 자유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인가 하고 다시 묻게 된다. 그리고 조르조 아감벤의 강한 반발을 알게 된 후, 우리가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며 국가 권력에 의한 자유의 제한을 심각..

수축사회, 홍성국

수축사회홍성국(지음), 메디치미디어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거의 500년간 세계는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였다. 지금의 사회는 이런 팽창사회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점점 파이가 커지는 속도가 더뎌지다 이제는 파이가 고정되는 모습이다.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파이가 줄어들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개체 수를 줄이거나 다른 사람의 파이를 탈취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팽창하던 사회가 수축하기 시작하자 전방위 갈등이 제로섬전투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7쪽) 팽창과 수축의 관점에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대단히 설득력 있고 풍부한 자료와 논리로 현재의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한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이제 우울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이자 의사인 노태맹의 글을 읽으며 내 단상을 적는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며 깨닫게 한다. 실은 지금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은 우리들이, 이 사회가, 저 (빌어먹을!) 정치인들이, 그리고 국가가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는 참 바보 같았던 공무원들이 움직이고 그 중심에는 바뀐 대통령이, 그 뒤에는 촛불을 들었던 우리들이 있다. 한 때 국가가 어디 갔냐며 울었지만, 지금은 국가가 알아서 움직이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그럼에도 입만 열면 비난을 하고 트집을 잡으며 시비거리만을 찾는 야당 정치인들과 그 무리들, 자신들의 존재를 어젠 정권에 빌붙어 찬사를, 지금은 어떻게 든 흠..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서경식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서경식(지음), 한승동(옮김), 나무연필, 2017년 '일장기'라고 불리는 히노마루와 천황을 찬미하는 의례곡인 기미가요는 원래 일본의 공식국기와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각종 공식 행사에 쓰였고 1999년 8월 9일 이들이 일본의 국기와 국가로 법제화된다. (14쪽, 각주에서 인용) 일본의 우경화를 먼 나라 이야기라 여겼던 걸까, 아니면 꽤 많은 일본 소설들과 지식인들의 책들을 읽었다고, 그리고 영화나 최근의 일본 여행으로 정치외교 분야의 갈등을 우리가 겪는 일상과는 다른 층위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키하바라 역 앞에서 연설하던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를 에워싸고 일장기를 휘날리며 환호하던 '시민'들이 반중, 협한, 재일 한국..

가을을 준비하는 어느 일요일, 그리고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높고 파랗다. 이번 여름은 사무실과 집만 오갔다. 그 사이 한일갈등은 극에 다달았고, 언젠가는 이런 국면이 펼쳐지리라 예상되었으니, 우리의 일상은 평온하면서 현대적 자본주의의 스트레스로 지쳐만 갔다. 그 스트레스 속으로 한일갈등은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한국의 언론은 우리가 그들을 향해 기대하는 기능의 절반 이하로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한일갈등도 그러한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채 20%도 되지 않을 듯 싶다. 저 정도의 호들갑이라니. 박근혜 정권 때 저렇게 해주었으면 나라가 지금보단 훨씬 더 나아져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정권에서의 잘못된 외교 관계와 여러 협약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극우적 태도는 이미 다 ..

아메리카의 망명자, 아리엘 도르프만

아메리카의 망명자 아리엘 도르프만(지음), 황정아(옮김), 창작과비평사 1973년, 자신을 고국인 칠레으로부터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던 파리로 도망치게 만들었던, 칠레를 깊고 긴 독재 국가로 변하게 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의심되던 망명지 국가에 정착하게 된 아리엘 도르프만은 어떤 기분일까. 민주화된 칠레 대신 미국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가 정착하게 되는 칠레. 그러나 민중을 위한 희망을 안고 하나둘 칠레를 일으켜세우던 아옌데 대통령은, 이를 방해하는 미국과 글로벌 대기업의 모략 앞에서 힘겨워 하다(아옌데 대통령 집권 이후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칠레 경제는 악화된다) 결국 그들의 지원에 힘입은 삐노체트와 그의 군대가 일으킨 쿠데타에 저항하다가 끝내 자살을 선택하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