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187

정치적 팝, 현대 중국의 세계 - 왕광이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 아니면 사회주의 사회인가?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까? 몇 명은 사회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라고, 또다른 몇 명은 시장 경제 체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또는 도리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도 중국은 공산당이 정치의 중심에 있고 사회주의적 가치가 국가 통치의 기본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시장경제)라는, 매우 낯선 시스템이라고 할까. (어쩌면 중국 앞에서 좌파, 우파의 구분도 무색해 질 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대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는 2012년의 우리들이 보기에도 신기한데, 수 십 년 전 중국 국민(인민)들의 눈에는..

음악과 추상 미술 - 칸딘스키와 클레

푸생과 바흐만큼 어울리는 짝도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한 명은 고전적 바로크 예술가이고 다른 한 명은 바로크 음악의 대가이다. 연주되는 음악 밑으로 깔리는 엄격한 작법은 마치 푸생의 고전적 태도를 엿보게 한다고 할까. 라이프니츠의 기하학 - 바흐의 변주 - 푸생의 고전주의를 연결지어 공부하면 참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 책이나 잡지를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으나, 정리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메모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그 메모들을 정리할까 하는데, 오늘 발견한 것은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의 이야기다. 추상표현주의 대가 칸딘스키. 그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회화성'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 색채의 율동(리듬과 운동)으로만 구성된 일련의 작품들을 완성했다...

(단숨에 읽는 서양미술사) 앤디 워홀Andy Warhol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Andy_Warhol 20세기 후반 미술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코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될 것이다. 심지어 미술 시장(Art Market)의 측면에서도 앤디 워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앤디 워홀을 대중적인 팝 아티스트로 여기겠지만, 실은 그는 팝 아트(Pop Art)를 넘어서 현대 미술 뿐만 아니라 현대 대중문화가 가지는 숨겨진 의미를 온 몸으로 보여주며,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환기시켜 주었다. 스타에 대한 열광과 매혹, 아우라(Aura)와 복제, 현대적 바니타스(Vanitas)와 죽음, 차용과 반복, 가면과 진실. 앤디 워홀과 그의 예..

임원주(Won Ju Lim)

실제로 작품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임원주는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해외에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다. 나도 이 작가를 타쉔에서 나온 Art Now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그래서 정리해놓은 포스팅이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포스팅인데, 사진으로라도 다시 보니, 흥미롭다. 그 때만 해도 흥미롭지 않았는데 ... 공간의 문제가 이제서야 내 눈에도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듯하다. * * Her multimedia work, consisting largely of models, focuses on the tensions between perception, space and subjectivity in the post-modern age. Kiss 7, 2005, plexiglass ..

우리들의 역사 - 데비 한, 마크 퀸, 서울 명동

영화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요즘 어떤 영화가 재미있는지 전해 듣기 마련이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미술은? 아직까진 찾아서 움직일 수 밖에 없음을... 몇 달 째 전시장 근처도 가지 못했다. 회사일이 바쁘기도 했고 주말이면 집 밖으로 나오는 건 대단한 각오를 해야 될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말미술여행'이라는 어플을 만들어놓고도 개점 휴업 상태가 되었다. 역시 콘텐츠 관리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회사 일과는 무관할 때 더욱 그러하리라. 그러나 이제 외출하기 좋은 봄날이 오고, 몇 개의 전시를 챙겨보았다. 데비 한 1985 - 2011, 성곡미술관 데비 한의 작품은 미국과 한국, 서양과 동양, 너와 나를 묻는다. 인용과 조작, 해체로 이루어지는 그녀의 작품은 현대 ..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독일적 샤머니즘, 주술적 작업, 과감하고도 단호한 정치적 참여. ... 이 정도의 표현이 나오면 안젤름 키퍼가 요셉 보이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1970년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했다. 안젤름 키퍼. 그의 작업은 매우 정치적이고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 그의 작품이 가진 정치성은 한국 사회로 오면 꽤나 많이 희석되고 만다. 그의 작업은 상당히 충격적인 표현 작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젤름 키퍼와 함께 하는 비판적 현대사' 같은 글이라도 쓰야 하는 걸까. 실은 현실 정치나 과거 역사에 매우 비판적인 작가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작품이 대형 갤러리에 전시되어 팔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

라우셴버그의 '지워진 드 쿠닝의 그림'

1959년, 무명의 젊은 미술가 로버트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는 윌렘 데 쿠닝Willem de Kooning에게 어떤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데 쿠닝은 라우셴버그보다 나이가 많고 훨씬 유명했을 뿐 아니라 작품값도 상당히 비쌌지만 그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그림 한 점을 라우셴버그에게 주었다. 크레용과 유성연필, 잉크, 흑연 등으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라우셴버그는 그 그림을 가지고 한 달을 씨름했다. 그림을 완전히 지운 것이다. 이어서 그는 그 지운 그림을 금박 액자에 끼우고, “지워진 데 쿠닝의 그림, 1953년(Erased de Kooning Drawing, 1953)“이라고 제목과 날짜를 직접 써 넣었다. 라우셴버..

중력중독자의 날개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양재)

중력중독자의 날개 Wings of Gravity Addict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 2012.1.23 - 2.3 첫 전시를 한다는 건 참 고단하면서도 가슴 떨리고, 기대되면서도 쓸쓸한 일이다. 그건 누군가의 시선 아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형편없는 취향에, 보잘 것 없는 언어에, 혹은 금전적 이득과는 무관한 시기와 질투 속에 휩싸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긴 도리어 지독한 찬사가 작가의 앞길을 망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젊은 작가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란 '작품이 좋네요'이거나 '계속 작업하세요'다. 이 두 말이 가지는, 인생에서의 가지는 위험성과 중독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첫 전시를 한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복이며 근..

12월의 추천 전시 - 이우환과 칸디다 회퍼

전시를 보러가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곰브리치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난 다음 거리 풍경을 둘러보라. 미술관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세상 빛깔이 달라져 보일 거라고. 저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말 없는 작품들이 그 누구도 전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들어주곤 하니깐요. Dialogue - 이우환 전 갤러리 현대, 12월 18일까지 이우환, Relatum-Expansion Place, 2008, 2 iron plates 230x25x1; 2 stones 60x60x60 이미지출처: http://artne.com/artfair/m_mall_detail.php?ps_ctid=02070000&ps_goid=136 이우환. 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작가입니다. 벌써 ..

프랑소와 피노 컬렉션: Agony and Ecstasy, 송은아트스페이스

Selected works from the Francois Pinault Collection 프랑소와 피노 컬렉션: Agony and Ecstasy 2011.9.3 - 11.19 SongEun ArtSpace 스산한 늦가을 바람이 부는, 오후의 청담동 거리. 연이어 있는 명품 가게들 옆 작은 골목길 안에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있었다. 1층에는 하얗고 투명한 식당이 있고(레스토랑이라고 하면 고급스럽고, 식당이라고 하면 너무 평범해지나...), 위층으로는 송은아트스페이스다. 2층에는 다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의 작품들이, 3층에는 제프 쿤스(Jeff Koons)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이, 4층에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있었다. 아, 작품 가격을 묻는 실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