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187

YES YOKO ONO, 로댕갤러리

YES YOKO ONO, 로댕갤러리 전시 #1 젊은 예술가에게 결혼은 생의 급변, 또는 파국을 뜻한다. 그러므로 결혼한 예술가에게 남는 건 파탄이거나 사라짐이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집단 무의식에 기반해 있는 듯하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한 행위를 사회교과서에서는 ‘일탈’로 표현한다. 추석 당일 밤 기차로 서울에 왔고 그 주 토요일 로댕갤러리에 갔다. 오후 4시... 소란스러운 실내.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관람객. 이번이 마지막 전시 관람인 남녀 대학생. 실내에서 버젓이 사진을 찍는 이들까지. 순간 역겨움과 구토가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간까지 가지도 못한 채 몇 분 만에 그냥 휙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나올 때쯤 등에서 땀이 났고 손이 약간 떨렸으며 속은 메스꺼워 견딜 수가 없었다. ..

세잔

세잔 Cezanne 창해ABC북 모더니즘을 새로운 형태의 고전주의라고 지칭하는 까닭에는 폴 세잔과 같은 예술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인상주의 사이에서 시작해 위대한 고전적 양식으로 귀결되는 그의 예술 세계는 20세기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미술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화이다”라고 생각했고 ‘회화에서 추구하는 진실은 현실에 대한 일루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확신에 이르는 작업’이라고 믿었다. Table, Napkin, and Fruit (Un coin de table) 1895-1900 (150 Kb); Oil on canvas, 47 x 56 cm (18 1/4 x 22 in); The Barnes Foundation, Merion, Pennsy..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신현림

, 신현림 지음, 바다출판사, 2002 “나의 교향곡은 내 삶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 나의 교향곡에는 나의 경험, 나의 고통, 나의 존재, 나의 모든 인생관이 들어있다. 나의 불안(Augst), 나의 공포, ... ... ” -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1860-1911)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날, 하루 종일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휴양지마다 행복한 듯한 표정의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아니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그런 날, 사각의 방에 갇혀 카랴안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1979년도에 녹음한 말러의 4번 교향곡을 듣는다. 아주 오래되었을 법한 럭스만 인티앰프와 JBL스피커를 통해. 낡은 테크닉스 턴테이블은 꿋꿋하게 지치지도 않으면서 회전을 계속한다. 낮게 깔리는 ..

파울 클레의 삶과 예술

파울 클레의 삶과 예술, 크리스티안 겔하르(지음), 책세상 '건축 공식과 같은 회화와 시적인 회화를 조화시키는 것’(28쪽) 1+1=2가 되듯이 우리 삶도 어떤 규칙 - 모든 사람이 알고 공유하고 있는 변하지 않는 - 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현대 예술가들은 그런 걸 염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전주의 시대는 늘 찰나같이 짧고 우리는 늘 낭만주의 시대를 살아간다 낭만주의 시대의 고전주의는 어딘가 비극적인 면모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걸까. 나에게 파울 클레는 발터 벤야민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림의 화가로 늘 기억된다. 이 불행했던 학자의 삶처럼 파울 클레의 작품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파울 클레의 작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불행한 어떤 세계를 표현하고 ..

집착, 장식, 그리고 내 안의 우주

1. 사랑하는 이가 어느 순간 결별을 선언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가령 그 사랑이 자신에게 있어 어떤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했을 때, 그래서 그 사랑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자신의 육체에, 자신의 영혼에 어떤 상처를 입는다고 했을 때, 그런 경우에 그 사랑이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저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만 할까? 아마 많은 청춘남녀들이 떠나가는 사랑을 향해 돌아오라고 안쓰러운 손짓을 하고 절규하고 몸부림칠 것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위와 같은 경우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녀, 혹은 그가 귀가하는 무렵 길모퉁이에 기대고 사랑하는 이에게 한 번이라도 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 계속 매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때, 떠나간 이가 우리에게 하는 말. "넌 ..

현대 미술에 대한 단상

21세기의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나의 입에서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의한 색다른 예술양식이 되지 않을까요'하는 대답을 기대하지만,기대에 어긋나게도 테크놀러지는 언제나 예술의 일부를 이루어왔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사진과 인상주의 미술과의 관계에서도 사진때문에 인상주의가 등장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테크놀러지'에 대한 기대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그리스 고전 시대에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moria)을 저주하며 스스로 눈을 버릴 때의 그 고통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안티고네'가 공동체와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을 때의 그 성찰은 아직도 유효한 것이다..

<드가, 춤, 데생>, 폴 발레리

, 폴 발레리(지음), 김현(옮김), 열화당 1. "나는 그림보다 더 지성적인 예술을 알지 못한다." - 90쪽 이 한 문장으로 발레리-그의 '드가'와 함께-는 '고전주의'를 그의 독자들에게 알린다. 그래서 자신의 지성을 연마한 이들에게만 (발레리의) 드가는 보이게 될 것이다. 이 '참혹스러운' 진실은 '현대 예술가들이 왜 자신의 지성을 버리고 감각에 의존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지름길이다. "우리들의 사고는 순수하게 논리적인 형태를 취할 때, 생명의 참된 본성을, 진화 운동의 깊은 의미를 표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 이것을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부분은 전체와 비등하다든가, 결과는 원인을 자기 속에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든가, 해변에 버려진 자갈은 그것을 밀어올린 파도의 모습을 그려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