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187

에드워드 호퍼, <여름실내>

Edward Hopper Summer Interior 1909, Oil on canvas, 24 x 29 inches,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따갑고 건조한 여름 햇살이 방 한 가운데로 내리꽂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울 정신적 의지는 지난 밤에 사라져버렸다. 꿈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환상이거나. 만일의 경우 그것은 최악의 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며 앞으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너무 가지런한 실내가 도리어 비현실적이다. 뜨거운 여름날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에게 오래 전부터 빈혈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

늦가을을 위한 몇 개의 전시

(미술 전시 소개 어플리케이션인 '올댓 주말미술여행'을 가지고 있은 지도 이제 2년이 되어간다. 초반에는 매월 몇 개씩 올리곤 했는데, 바쁜 직장인이 주말 전시 보러 가는 것도 빠듯한 탓에 개점 휴업 상태였다. 이제서라도 반성을 하며, 전시 정보만 담고 있는 글이라도 자주 올릴까 한다. 나도 놓치는 전시 없고 여길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주말미술여행'은 구글플레이나 T스토어에 가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가지 않은 전시를 소개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전시 보러갈 시간은 없었고 주말미술여행은 개점 휴업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전시를 보았지만, 리뷰를 쓰지 못하면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소개하기도 전에 전시가 끝나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이..

올해의 작가상 2012,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Korea Artist Prize 2012 국립현대미술관(과천)2012. 8. 31 - 2012. 11. 11 * 아래 전시 설명에 사용된 작품 이미지는 국립현대미술관(http://www.moca.go.kr)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오랜만에 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었다. 완연한 가을 하늘이 펼쳐졌고 도심이 벗어난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전시를 챙기는 것이 예전만 못하다. 직접적인 돈벌이와 관련없는 일이 된 지 오래 되었다. 가끔 있는 원고 청탁으로 전시를 보긴 하지만,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일상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전시를 챙기기엔 내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전시 보러 가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었고, 더구나 꼬박꼬박 기록하던 전시..

제 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Mediacity Seoul 2012

제 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Mediacity Seoul 2012 너에게 주문을 건다. 9.11. Tue - 11. 4. Sun서울시립미술관, 디지털미디어시티 홍보관(DMC Gallery) 2년에 한 번씩, 우리는 서울에서 세계 미디어아트 트렌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놓치기 어려운 미술 전시임에 분명하다. 이번에도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고, 무수한 작품들 속에 마음에 드는 작품 한 두 점 이상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각각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서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니, 내 눈에 들었던 작가와 작품 몇 점을 소개한다. 특히 틸 노박은 1980년 생으로 앞으로 작업들이 궁금해졌다. 아래 원고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웹사이트에서 가지고..

김수자 Kimsooja - To Breathe, 국제갤러리

KimsoojaTo Breathe August 29 - October 10, 2012 Gallery Kuje "작가의 작품 세계는 시각적인 이미 및 오브제를 넘어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탐구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삶의 인류학적 면모를 보여준다. 김수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공간의 축적이 담긴 장소특정적인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적인 흐름을 관통하는 작업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동양적 또는 한국적이라 불리는 서구의 근대적인 관점에서 간과한 가치들을 선험적인 태도로서 접근한 이번 국제갤러리의 김수자의 첫 개인전은, 최근 10여 년에 걸친 최근 작업들로써, 그녀만의 고유한 유목적이고 관조적인 관점, 그리고 초기 작업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심화되어 온 페인팅과 드로잉의 개념들, 아울러 그것의 휴머니즘적 연관성을 ..

Remember Me 리멤버 미, 갤러리 현대

Remember Me 리멤버 미2012. 9. 8 - 10. 14갤러리 현대 신관/본관, 두가헌, 16번지 아마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예술가를 꼽으라면, 아이 웨이웨이Ai WeiWei가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이 갤러리 현대에 걸렸다. 해외 아트페어에 나온 한 두 점의 작품과 저널에 실린 작품 사진이 전부였는데, 이번에 그의 작품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촬영하여 블로그에 올린 7677장의 사진을 담은 '이다. 작품은 ... '리멤버 미'에 어울리는 작품이지만, 아이 웨이웨이의 진면목을 느끼기에는 다소 평면적이고 서술적이고 일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아이 웨이웨이 뿐만 아니라 정서영, 이승택, 시몬 드브뢰 묄러, 리우 딩, 루카 부볼리의 작품들도..

팀 아이텔 Tim Eitel

Tim Eitel - Solo ExhibitionThe Placeholders2011. 9. 2 - 10. 23, 학고재 (이 철 지난 리뷰를 용서하시길... ) 현대는 본질적으로 외로운 시대다. 자신만만하던 데카르트적 자아가 그 본연의, 바로크적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의미 위로 부유한다. 마치 스스로의 결연한 의지로 대화하지도, 타인과의 의사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귀에는 이어폰을, 손에는 스마트폰을, 시선은 작은 액정 화면에 고정시킨 이들이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나게 된다. 소니의 워크맨이 최초로 나왔을 때, 독일의 '슈피겔'(Der Spiegel) 지에선 "인간 상호 간에 의사소통도 사라질 수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실었듯이, 그러한 이들이 현대 문명 속에서 소리없이 일어나고 이젠 걷..

앤서니 곰리 Anthony Gormley

밀린 신문들을 읽다가 앤서니 곰리(Anthony Gormley)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고고학과 인류학 전공자이다. 성공한 CEO들 중에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 많지 않듯이, 뛰어난 예술가들 중에는 예술을 전공하지 않는 이들도 꽤 있다. 하지만 한국은 너무 '전공 편향주의'가 심한 듯하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순수 미술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이를 보기 드물고, 학연은 여전히 심하기만 하다. 이는 미술 뿐만 아닌 것같다. 솔직히 학부 시절 **전공을 이수했다고 해서 그 분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아도 해당 전공 분야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대해 무식한 경우를 너무 봐왔기 때문에 ... 사정이 이렇다보..

Inexistence - Leandro Erlich 레안드로 에를리치, 송은아트스페이스

Leandro Erlich: Inexistence레안드로 에를리치 개인전2012. 5. 4 - 7. 7 송은 아트스페이스 길게 전시 설명을 옮기는 것이, 어쩌면 이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레안드로 에를리치(1973 - )는 거울, 비디오 혹은 배경설치 등과 같은 장치들을 갖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친숙한 공간들을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시킨다. 에를리치가 작품에서 재현하는 일상의 건축 구조물과 공간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치 미지의 경험을 하게되는 주인공으로 세워주는 무대가 된다. 관람객들은 이와 같이 현실을 다르게 지각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게 되고 작품 내에서 각자 맡은 역할들을 해석하게 된다. 이번 개인전 "Inexistence"는 현존(現存)과 ..

자연을 탐하다 - 이재효 展, 성곡미술관

자연을 탐(探)하다이재효 1991-2012 성곡미술관, 2012.3.30 - 5. 27 "작업 모티브가 그러하듯 대부분의 작업은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사용한다. 나무와 나뭇가지, 떨어진 이파리, 크고 작은 돌, 풀 등이 그것이다. 못이나 볼트, 철제와이어와 철근, 용접술 등도 일부 개입한다." - 전시 설명 중에서 한참 지난 전시 소개를 이제서야 올린다. 전시가 일상의 뒤로 밀려나가고 있지만, 가끔 만나는 좋은 작품은 언제나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재효. 그는 자연 속에 손을 넣어 인위적인 세계를 구성해내었다. 자연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아름다운 방해를 보여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를 지나, 사람의 손이 닿은 자연. 작가가 선보이는 자연은 붙이고 깎고 문지르고 구부린 자연이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