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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고독, 가브리엘 마르케스

가르시아 마르케스 - 송병선 엮어 옮김/문학과지성사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 문학과 지성사, p.187) (이 글은 수 년 전에 작성한 글이다. 외출하기 전에 다시 다듬어 올린다.) 최근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은 어느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모순이 현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며 시장은 인간을 사적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공적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새로운 시대의 세계의 정치적 상황을 예리하게 지적해낸 이론으로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슬람문화권과 기독교문화권의 갈등은 이미 여러 전쟁을 통해 확인되었고, 지금..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 展,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열정, 천재를 그리다. -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 展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2007. 12. 27 - 3. 16 http://www.2008modi.com/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 - 1920)의 어린 시절은 평온했다. 집안은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모딜리아니의 미술 재능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미술선생인 Guglielmo Micheli은 그의 재능을 인정하였다. 그는 성실한 아들이자, 학생이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모딜리아니에게서는 이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파리에서의 그는 압셍트와 마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방황하는 가난한 보헤미안에 가까웠다. 그의 내부에서는 끝 없는 예술혼이 불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개성적인 작품들..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지음), 김남주(옮김), 효형출판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 그는 첫 소설인 를 20살 때 쓰고 21살 때 발표한다. 그의 첫 장편인 은 22살 때 발표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장편 소설로 일약 프랑스 문단의 별로 떠오른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필립 솔레르스를 (다소 과장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레이몽 라디게, 마르셀 프루스트와 비교했다. 이후 그는 이라는 문예이론잡지를 창간해,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이론의 탄생을 주도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 몇 편이 번역되었지만, 번역된 그의 문장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난해했고 한국의 작가나 문학 평론가들에게 필립 솔레르스는 호사(好詞)적 용도로만 쓰였을 뿐이다.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성공하는 CEO들의 일하는 방법, 스테파니 윈스턴

성공하는 CEO들의 일하는 방법(Organized For Success) 스테파니 윈스턴(지음), 김경섭(옮김), 3mecca.com 나는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어수선한 감수성만큼이나 책들도 어수선하게 꽂혀있고 CD와 LP는 걸핏하면 방바닥에서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며, 책은 두 세 권을 동시에 읽는다. 직장 생활 때는 어수선한 책상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런 책상 속에서 보고서가 나오는 걸이 신기할 정도였다. 어수선해질 때마다 정리하는 것도 여러 번, 정리하기가 무섭게 금방 어수선해지는 책상을 보면서, 마음 한 켠에는 어느새 ‘어떻게 하면 정리정돈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테파니 윈스턴은 ..

Fairytales, Radka Toneff & Steve Dobrogosz

Fairytales Radka Toneff (vocal), Steve Dobrogosz (piano) Ales2 Music, Korea (Odin Records) 꽤 오래 전에 재즈가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빌리 할러데이(Billie Holiday)의 노래가 광고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가 광고 카피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나는 그 유행이 못마땅했다. 사람들은 그런 유행이 어떤 문화의 저변을 공고히 할 것이라 믿지만, 대부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도리어 깊이 있는 애호가들은 덧없는 유행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기고 유행에 빠진 사람들은 고작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 정도나 기억할 뿐이다. 어쩌면 나는..

'대통령 인수위'와 '정책의 일관성'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 정책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나, 경제 정책, 국방 정책 등 대통령 인수위에서 하는 일들을 보면, 이전 정부에서 했던 일들은 다 잘못된 것들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습다. 그들은 지금 민심을 대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저의 투표율에, 국민의 과반수 이상은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다. 국정원이 그동안 헛짓 했다는 인수위에 들어가 있는 모 국회의원이 말이나 오늘 기사화된 국군 작전권 환수를 새로 논의해야 된다는 주장이나, 도대체 그런 말을 하고 싶을까. 인수위에 있는 사람들, 좀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그 동안 세상이 바뀌었으면 얼마나 바뀌었다고 그러는 걸까. 내가 보기엔 정권이 바뀌어서 세상이 바뀌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바뀌어 가고 ..

Happy New Year

- 페르골레지, 'Stabat Mater' 2008년이 왔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12월말부터 오늘까지 방화동을 벗어난 적이 없다. 사흘에 한 번 꼴로 면도를 했다. 그리고 느낀 것은 단 한 가지. 모든 글쓰기는 힘들다. 그것이 단순한 규칙을 가진 정리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말이다. 먹다 남은 위스키에 사이다를 섞어 마셨다. 물컹물컹한 안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목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다. 피곤하다. 올 한 해,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행복과 축복이 함께 하길.

자전거여행, 김훈

자전거 여행 김훈, 생각의 나무, 2000 김 훈의 문장은 그 서정성의 깊이로, 그리고 그 문장의 우아함으로 언제나 여러 평자들의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뒷 표지에 실린 정끝별의 글은,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오버'다. 늘 소설이나 시집, 혹은 산문집 뒤에 실린 평론가들의 평은 작가들의 영혼을 비켜나가선 스타카토 풍의, 뚝뚝 끊어지는 문장의 공허함만을 선사한다. 이번도 틀리지 않아서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든 가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 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라는 문장은 을 아무리 다시 읽어도 이해가 불가능하다. 왜냐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글쓴이가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적은 기행문이기 때문이다. 가끔 몇 권의 책을 언급하지만 그건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