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 6

어제 온 책 두 권, 에릭 사티와 데릭 저먼 사이의 예정된 독서

바다 건너 책 두 권이 왔다. 한 권은 에릭 사티Erik Satie의 A Mammal's Notebook. 다른 한 권은 데릭 저먼Derek Jarman의 Modern Nature. 다재다능했던 에릭 사티는, 어쩌면 우리에게 알려진 것 이상으로 매력적인 사람일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끌리는 탓에 그의 글을 읽고 싶었다. 이 책에는 에릭 사티의 악보나 짧은 글 뿐만 아니라 메모, 그림, 카드 등 이것저것 다 들어있다. 이 책은 십수년 전부터 구입하려고 아마존 위시리스트에 올려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더 늦게 결정하면 절판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샀다. 아, 그리고 데릭 저먼!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미술 관련 기사였다. 해외의 어느 미술관계자가 자신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미술 관련 책으로..

디플레 전쟁, 홍춘욱

디플레 전쟁 홍춘욱(지음), 스마트북스 경제(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나 쉽지 않다. 1년에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50권 내외. 그 중에 딱딱하고 어려운 인문학책이 끼어있으면 40권도 어렵다. 1권을 읽는데, 1달 이상 걸리는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참 오래만에 읽는 경제서적인 셈이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다양한 이들(사람일수도 있고 저널일수도 있다. 한국 저널은 거의 없고 외국 저널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의 추천으로 구입하기도 하고 저자를 보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에 대한 신뢰로 구입했다. 그냥 믿고 읽는 저자들 중의 한 명이며, 국내에서는 내노라하는 투자전문가이기도 하다(그의 블로그를 추천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구나). 이 ..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지음), 휴머니스트 에드벌룬이 착륙한 뒤의 긴자(銀座) 하늘에는 신의 사려에 의하여 별도 반짝이련만, 이미 이 '카인의 말예(末裔)'는 별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 이상, , 1936년 1. 결국 예상했던 바대로 흘러가 끝나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볼 땐 자료집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개개인의 인물들이 가진 스토리는 비장하며 고통스럽거나 치욕스러운 것들이다. 어떤 이는 지주집 자제로, 일본 식민지의 귀족의 자제로 일본에 있는 제국대학을 가기도 하였으나, 어떤 이는 가난한 배경을 극복하고 가기도 하였다. 어떤 이는 제국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반일 운동으로 옥사하기도 하였으나, 이떤 이는 총독부 관료로, 해방 후 정부 관료나 판검사로 그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도 하였다..

오늘부터의 세계, 안희경

오늘부터의 세계 제러미 리프킨 외 인터뷰, 안희경(지음), 매디치미디어 위기는 약한 고리를 강타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쓰러트린다. (4쪽) 이 책은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와의 인터뷰집이다. 아마 조금의 관심이 있다면, 저자인 안희경의 인터뷰를 한두번은 읽어보았을 것이며 어쩌면 이미 출간된 여러 인터뷰집을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인터뷰집이며, 우연히 코로나 사태가 터져 그것까지 같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순전히 '코로나', 즉 팬더믹 이후의 시대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을 읽었으나, 실은 전염병의 발병과 같은 일은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미래 예측 시나리오들 중 하나였으며, 어쩌면 'Co..

책상 위 풍경, 1월 17일 일요일

나이가 들수록 책 읽기가 편해진다. 이해하는 폭이나 깊이가 달라진다. 트레챠코프Tretyakov의 바이올린은 탁월했고(무척 정직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포티쉐드Portishead는 언제나 나만의 베스트. 예전 부즈앤해밀턴(지금은 PWC에 합쳐진)에서 나오던 잡지가 이젠 종이로는 나오지 않고 디지털로만 출간된다. 매년 말이면 그 해 최고의 비즈니스책을 선정해 리뷰를 해주는데, 상당히 좋다. 여기에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은 1~2년 안에 번역 출간된다. 은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적들 중의 한 권이었고.

잃어버린 낙원, 세스 노터봄

잃어버린 낙원 Lost Paradise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지음), 유정화(옮김), 뮤진트리 어쩌면, 나는, 너는, 우리는, 늘, 언제나, 각자만의 천사를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잃어버림'에 대한 이야기로 설정된 소설은 또 다른 '잃어버림'으로 끝을 맺는다. 알마의 상실감(상처)은 본원적인 것이어서, 애초에 무드Mood같은 것으로 인해 일상을 벗어나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는 일로 이 소설, 혹은 여행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 일은 너무 비정상적이어서 일종의 은유적인 형태의, 소설적 장치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일 정도이며, 이 사건에 대한 서술이나 표현, 또한 직접적이지 않고 마치 꿈처럼 흐릿하게 서술되어 독자는 그 사건의 끔찍함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