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1002

절판과 우연성

눈 여겨 보던 책이 절판될 예정이라고 알려준다. 인터넷서점 안, 그 책이 있던 페이지였는지, 아니면 장바구니였는지, 혹은 이메일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사려고 마음 먹은 그 책을 뒤로 미루는 사이, 그 책이 이제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안내를, 절판된 후 이 책을 구할 수 없음을 나는 직감한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샀다. 인터넷으로 책이나 음반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순간, 나는 열광적으로 기뻐했다. 책이나 음반을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원하는 책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특히 음반은!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 두 번 이상 신문 기사나 인터넷 서평으로 놀라운 찬사가 이어진, 정말 형편없는 쓰레기 책을 구입한 후, 믿을 수 있는 저자가 아니라면, 오프라인 서점에 나가 ..

우리는 젊어 We are young

나이가 들어도 생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리어 미련한 고집처럼 불타오르기도 한다. 요즘 듣고 있는 노래다. 광고 음악으로만 흘려들었던 음악인데, ... 우린 젊어, 세상을 불태우자, 우린 저 태양보다 더 밝게 불태울 수 있어 라고 술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ㅜㅜ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나, 새삼 그 때가 그립다.

우중산책

종일 비가 왔다. 예전 남부 독일에서 맞았던 그 비를 닮은, 차갑고 무겁고 바람 섞인 겨울비가 내렸다. 펼친 우산이 바람에 흔들렸고 머리카락 끝과 안경과 옷소매, 그리고 바지와 신발이 젖었다. 그 비 위로 음악이 이어졌다, 끊겼다. 바다는 높았고 북에서 남으로 쉼없이 흘렀다. 저 흐름은 어쩌면 달의 부름에 바다가 응한 것일까. 나도 한 때, 누군가의 부름을 한없이 기다리곤 했는데, 딱 오늘 같은 날이었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

페이퍼, 정재승, 오픈 릴레이션십

아직도 이 잡지가 나오고 있나 싶어 한 권을 주문해 읽었다. 예전엔 월간지였는데, 이젠 계간지로 나오고 있다. 생각보다 읽을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 살짝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로 떠났던 소설가 신이현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이 잡지를 통해 알았다. '거참, 이게 언제적 이야기인데'라며 묻는다면, 나로선 할 말이 없다. 2020년 한 해 동안 사람들과 소설이나 소설가, 혹은 문학이나 철학, 미술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으로 몰고 가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그래서 자주 나는 "내가 왜 이 책을 읽는가"라고 묻는다. 스스로에게 물어도 답은 없다. 그저 습관처럼 읽고 언젠간 도움이 되겠지 정도랄까. 페이퍼 편집장은 그대로인 듯 싶다. 이름이 똑같으니까..

근황 - 2020년 12월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하나가 튀어나온다. 최근 읽은 아티클의 문장은 기억해둘 만하다. - Your primary role as an agile leader is to create an environment that empowers everyone to be an innovative problem-solver. - Leadership begins with you: Your values, beliefs, strengths, and weakness drive your decisions and actions and demonstrate your true character. All of these factors affect your capacity to connect with and influence othe..

문득 스페인에 가고 싶은 일요일

세스 노터봄의 여행 산문집 은 절판이다. 어렵게 중고로 구했는지, 이젠 중고 책들이 온라인 서점에 많아졌다. 어떤 책에 빠지면, 그 곳에 가고 싶고 그녀를 만나고 싶고 그 요리를 먹고 싶다. 노터봄의 이 책을 읽으며 스페인에 가고 싶어졌다. 유럽이면서 유럽이 아닌 곳, 스페인. 해외 여행은 이제 몇 년 후의 바람이 되었으니,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이나 만들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스페인의 내륙지방, 여기서 가고도 참 어려운 곳, 소리아가 궁금해졌다. 1960년대 초반 스페인의 지방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은 소리아Soria로 가면 된다. 관광객으로 흥청거리지 않으니 멀쩡한 옛날 건물을 헐 이유도 없고 볼썽사나운 콘크리트 블록으로 도시를 망가뜨릴 일도 없다. 나무를 알루미늄으로 바꿀 ..

가을 하늘, 때 늦은 단상.

외출도 예전만 못하다. 풍경은 마음을 비켜나가고 바람은 내 곁으로 오지 않는다. 언어는 애초 예정된 방향과 다르게 나아가고 결국 지면에 닿지 못한 채 흩어진다. 과거와 현재, 오늘과 미래는 서로 단절되어 부서진 채 오해만 쌓아가고, 결국 시작하지 않았던 것이 좋았을려나. 에밀 시오랑이 태어남 그 자체를 저주했듯이. (그게 내 뜻대로 되었다면 ... ) 자기 전 몇 권의 책을 뒤적거리며(그 중에는 교황 요한 23세의 일기 도 있었구나), 프린트해 놓은 영어 아티클들을 정리하였다.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알고 싶고. 하지만 나는 두렵다. 내가 상처 입는 것이, 내가 못할 것이, 결국 실패로 끝나지나 않을까 하고. 그래서 정해지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며, 이미 정해진 오늘이 가는 것을 자지 않음으로 막고 있..

성당에서의 일요일, 그리고

바람이 차다. 가을이다. 이번 여름은 계속 비만 내리다가 훌쩍 떠나버렸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힘을 자랑하고 있는 코로나도 쓸쓸한 가을이 오는 걸 막지 못했다. 실은 이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더 쓸쓸한 가을을 보내게 될 것이 뻔하다. 이번 추석 땐 저 먼 남쪽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내려가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내려가지 않은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서울에서의 연휴가 그렇게 알찬 것도 아니었다. 한 번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갔고 한 번은 여의도까지 자전거를 탄 것이 전부일 뿐, 나머지는 집 안에서 요리를 하며 책을 읽으며 지냈다(몇 권의 책을 읽긴 했으니, 괜찮은 건가). 그리고 오늘 일요일, 성당에 나가 미사를 드렸다. 코로나로 인해 미사에 오는 신자들도 적고..

용기가 필요한, 어떤 시절

고민 많고 걱정 많은 여름을 보낸다. 4월 휴대폰 통화시간이 150분 남짓이었는데, 5월 300분을 넘어서더니, 6월과 7월은 모두 500분을 넘겼다. 자칫하면 600분을 넘길 태세였다. 스트레스 때문에 악몽을 꾸고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체로 나는 할 수 있다고 믿고 부딪히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대체로 해낸다. 처음 하는 일일 경우 시행착오도 있지만, 아직도 배우면서 해내곤 한다. 하지만 할 수 없다고, 하지 못할 것같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들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은 바뀌고 새로운 경쟁력을 개인과 조직에게 요구한다. 특히 디지털 세계는! * * 피파 맘그렌의 을 다 읽었다. 평일 새벽까지 책을 읽기는 오랜만이다. 그만큼 흥미진진하다고 할까. 조만간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