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3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

2024년 1월 꾸준히 이 영화를 검색하여 들어온다. 나는 기억은 간유리처럼 흐려진다고 여긴다. 아프고 잔인했던 기억은 그렇게 흐릿해지고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한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그랬던 적이 많아 상처를 그냥 아물기 기다리고 그냥저냥 살아간다. 일본 사람들은 어떨까, 중국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은? 실은 이런 국가적 경계가 생긴 거도 이제 백 년 정도 지났는데. 차라리 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지역 사람들은 상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더라고 말이다.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상처를 자연 치유되길 기다리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한 마디로 개소리다. 잊혀지기 전에 냉정하게 바라고 해결하고 내일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

<<서울의 봄>>을 보고

성탄절 연휴 때 아들과 을 보았다. 그냥 보고 난 다음 생각을 메모해본다. 1. 지금 60대는 80년대에 이십대 청춘을 보낸 이들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사들을 보면 이들 대다수가 현 여당(국민의 힘)을 지지한다. 그들이 그들의 청춘을 어둡게 만들었던 신군부 세력의 정치적 후배들을 지지한다. 나는 그것에 심한 절망감을 느꼈다. 심지어 80년대 반정부 민주화 투쟁으로 젊음을 불태웠던 이들 중 일부는 신군부 세력의 정치적 후배들이 되었다. 더 나아가 뉴라이트의 핵심 주축이 되었다. 2. 어쩌면 이것은 한국인 특유의 성향이 개인 삶의 일관성이나 자신을 증명하는 세계관이나 가치, 철학을 한 번에 내팽개칠 수 있는 문화적, 심리적 토대를 형성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것이 심리적 변명으로 작용하여 ..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 알랭 레네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L'annee derneire a Marienbad (Last Year At Marienbad) 알랭 레네(Alain Resnais)감독, 알랭 로브그리예 Alain Robbe-Grillet 극작 Giorgio Albertazzi, Delphine Seyrig, Sascha Pitoeff 출연 실은 이 정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들마저도 이 영화 와 비교한다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상당수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역대 최악의 영화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평론가들과 애호가들은 이 영화를 누벨 바그 최고의 영화로 평가하지만, 막상 직접 본다면, 더구나 지금, 2023년에 보았다면,..

영웅

영웅 윤제균 감독, 정성화, 김고은 주연, 2022년 12월 개봉 뮤지컬을 거의 보지 않는다. 실은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 음악이 좋다고는 하나, 따라 부르기도 쉽지 않고 일반 가요나 팝만큼 대중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고전 오페라처럼 대단한 음악성을 가진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아서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과의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엔 요즘 내 문화 생활은 몇 달에 한 번 전시 보러가는 경우가 전부라, 뭐라 말하기 부끄럽기도 하다. 아들과 함께 을 보았다. 악극이라는 사실은 영화 첫 시작에서야 알았다.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만 영화라는 점이 다소 아쉬웠을 뿐. 뮤지컬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영화를 조금 지루했고 어딘가 다소 과잉된 듯한 느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주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뭔가 SF스러우면서 홍콩 무협 액션 무비를 기대했다. 그런 면이 없진 않으나, 과하지 않다. 도리어 가족 영화에 가깝다. 세파에 찌든 중국인 아내(그러나 영어는 다소 부족한), 마음씨 좋기만 한 중국인 남편, 나이 든 아버지, 여자친구와 사귀는 딸. 흥미로운 격투 장면이 오가지만, 결국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다. 지금 개봉 중인 영화라 내용 소개는 이 정도로 줄인다. 영화를 다 보고 들었던 생각은 아래와 같다. 1. 양자경의 주름살이 두드러져 보였던 건 그녀가 액션 무비 스타여서 그런 것일 게다. 그녀의 액션이 나..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지음), 한재호(옮김), 글항아리 작가의 삶이란 “가장 특권적인 삶 (…) 끝없는 호기심과 활력, 무한한 열정으로 가득한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여행가가 된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게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48쪽) “손택은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방식으로 공격성을 표출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과 함께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했죠. 손택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테리 캐슬도 손택이 언제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난과 공격을 퍼붓고 무례하고 까칠하게 굴 준비가 돼 있었다는 데 동의한다. (379쪽) 단번에 시선을 잡아끄는 이 책은 매력적인 책 크기와 수전 손택의 사진이 책 ..

테넷Tenet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가끔 다운로드 받아 보는 것이 전부다. 극장에 마지막으로 간 건 3년 전이다. 한때 영화에 빠져있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태만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딱히 챙겨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으니, ... 크리스토퍼 놀란의 을 봤다. 아무 내용도 모른 채 매우 어렵다는 풍문만 듣고 봤는데, 어렵다는 점에서는 가 확실히 낫다. '인버전inversion'이라는 기술이 나오지만, 이건 가정이다. 엔트로피의 방향을 반대로 할 수 있다는 가정, 그런 기술을 미래의 누군가가 개발했다는 가정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가정이 들어오면서 영화를 수수께기가 되고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인다. 가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중력과 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The Weird and The Eerie 마크 피셔(지음), 안현주(옮김), 구픽 마크 피셔Mark Fisher의 대표작은 이다. 마크 피셔를 읽겠다면, 보다 이 낫겠다. 나 또한 아직 읽지 않았지만. 내가 마크 피셔를 알게 된 계기는, Slow Cancellation of the Future라는 표현(에 나온 문구라는... 이 책은 번역되지 않았고 아마존 위시리스트에만 올라가 있을 뿐이다)때문이었다. 어떤 맥락에서 이 표현이 나왔는지 잊어버렸지만, 적어도 21세기 초반 젊은 세대들이 마주한 어떤 분위기라고나 할까. 얼마 전 치러진 선거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야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여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반영된... 여튼 마크 피셔가 궁금하던 차에..

탈출 The Escape, 폴 프랭클린

폴 프랭클린이 만든 2017년작 로, 로버트 셰클리가 1958년에 발표한 유명한 단편 과학소설 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영화는 단 16분에 불과하지만 아주 공들여 만들어졌고, 널리 알려진 배우들 - 줄리언 샌즈, 올리비아 윌리엄스 - 이 핵심 배역으로 등장한다. - 슬라보예 지젝, , 9쪽 원작 Store of the Worlds https://www.vice.com/en_us/article/a3ydpz/the-store-of-the-worlds (Full Screen으로 해서 보시길. 짧아서 금방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 어쩌면 저런 세계가 펼쳐질 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 베르너 풀트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 Walter Benjamin Zwischen den Stuhlen: Eine Biographie베르너 풀트Werner Fuld(지음), 이기식, 김영옥(옮김), 문학과지성사, 1985년 1.새 책도 사서 읽지만, 읽지 않은 채 서가에 잠자던 책도 꺼내 읽는다. 다 읽고 난 다음,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 책도 있고, 이제 읽으니 제대로 이해가 되는구나 하는 책도 있다. 어떤 책들은 읽으려고 노력해도 읽히지 않는다. 대체로 인문학이 그렇다. 때론 소설도 있다. 이 책,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는 둘 다 해당된다. 2.여기에서 벤야민의 사유에 있어서의 급진적인 전환점을 보는 매우 많은 해석자들이 있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이론의 자산이 그러한 모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