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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展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展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2007. 6. 26 - 9. 30 덕수궁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대영박물관, 프라도 미술관 등과 함께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은 유럽 여행을 갈 경우 반드시 들려야만 하는 곳들 중 한 곳이다. 그러므로 유럽에 관심이 많다거나 안목 있는 미술 애호가라면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놓칠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귀도 레니, 루벤스, 렘브란트, 반 아이크, 벨라스케스 등 미술사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화가의 작품을 한국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보러 가라고 이야기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

오치균 -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

오치균 -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 Oh Chi Gyun - Azaleas and Winter in Sabuk 2007. 9. 6 - 9. 26 갤러리 현대 글을 쓰기 위해 억지로 생각에 잠겨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전시 도록을 펼쳐보면서 그 때의 느낌을 되새겨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참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은, 어려운 일 앞에 서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는 것이 낫다. 끊임없이 포기하다 보면, 더 이상 포기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겠지. 여름이 오면 진달래가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듯이. 오치균의 두터운 색채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가까이서 보면 두텁게 칠해진 물감들만 보이고 멀리서 봐야만 형태가 보인다. 그는 보는 이에게 ‘적당한 거..

공항 지하

김포공항 지하철 역에서 내려 공항 이마트점으로 가는 지하 통로. 인적은 드물지만, 통로는 넓고 건조한 바람이 계속 불어댄다.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다. 창원 집에 내려가서 세월의 푸석푸석함을 느끼고 왔다. 마을 뒷산에 성묘를 갔다 왔다. 예전에 내가 뛰어놀던 논밭이며, 신작로며, 개울이며, 모든 것들이 도시로 변해버렸지만, 그 산은 옛날 그 모습이었다. 가을이 시작되어야할 지금, 아직도 산 속은 더위와 싸우는 듯해 다소 슬펐지만.

콘텍스트 속의 midnight blue

콘텍스트가 싫다. 텍스트만의 자족적인 세계가 나는 좋다. 와토가 사랑의 정원에 머물다가 사랑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듯, 프라고나르가 깊은 숲 속에서 남이 알지 못하는 밀애를 즐기듯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무렵, 한때 우리들의 신앙이었던 마르크스는 당당하고 비장한 어조로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여, 단결하라'고 외치며 자본주의 이후의 신세계에 대해서 슬프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을 무렵, 오스카 와일드는 고상한 연애짓을 해대며, 우리 삶이 예술을 닮아있다고 말했다. 콘텍스트가 싫다. 텍스트만의 자족적인 세계가 나는 좋다. 하지만 슬픈 표정의 예술가들이 끝내 그 희망을 이루지 못했듯이, 내 사랑도 그렇게 변해갈 것같아 두려웠다. 콘텍스트 속에서 ..

신정아

사람을 만나 몇 마디 해보면 이 사람, 능력 있는지, 능력 없는지 대강 알게 된다. 그리고 학교같은 걸 물어보았을 때, 능력에 비례해 좋은 학교를 나왔으면 우수한 것이고 능력과 무관한 학교나 전공을 가졌을 때, 그 사람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나 심지어 나까지도 그 사람을 한 번 쳐다보게 되고 같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실은 후자의 사람을 만나,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신뢰(Trust)'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사회다. 작가는 믿고 화랑이나 갤러리에 작품을 내다 걸며, 컬렉터는 화랑이나 갤러리를 믿고 작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그 '신뢰'를 얻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일부를 속이고 다른 이들을 속였다. 그래서 ..

황혜선 - 기억의 창, 이화익갤러리

HAESUN HWANG 기억의 창 황혜선 2007.9.12 - 10.2 이화익갤러리 www.leehwaikgallery.com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아파하고 숨을 쉬며 움직인다. 이러한 운동이 끊김 없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때로는 당혹스럽고 때로는 놀랍다. 황혜선의 비디오 아트는 시간과 운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지만, 그 전에 그녀의 시선은 디테일한 일상의 무미건조함에 대한 반발로 구성된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비디오 아트를 넘어선 낯선 즐거움을 안겨준다. ‘기억의 창’이라는 제목에서 환기하듯이, 그녀의 이번 전시의 주된 테마는 일상의 기억들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다양한 매체와 작업 속에서 우리에게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인해 그녀의..

조숙진 전, 아르코미술관

Sook Jin Jo A 20 Year Encounter with Abandoned Wood: Selected Artworks from New York 아르코미술관. 8.31 - 9.30 만남이란 가슴 떨리는 신비다. 그 신비가 소란스런 대학로 한 가운데로 왔다. 흐트러진 질서와 무표정한 낡은 빛깔들로 채워진 나무들이 우리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조숙진의 작업은 세월의 파편 하나하나를 안고 쓰러져 시간의 먼지를 먹고 있던 나무 조각조각들 꺼내어 다시 구조화한다. 그런데 그 구조화는 ‘공간’(컨텍스트) 속에서의 ‘설치와 해체’(텍스트화) 속에서 이루어져, 가변성과 우연성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열려있는 성격은 관객과의 참여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메타포를 지니게 된다. 나무의 상징은 복합적이다..

두 명의 사람

우연찮게 웹 서핑을 하다 두 사람을 알게 되었다. 한 명은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입양되어 온 사춘기 소녀이고 한 명은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되었다가, 지독한 사춘기를 보내고 난 뒤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처녀다. 두 사람의 표정이 대비되면서, 인생이란 뭘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러시아서 입양온 장수인양 네덜란드 입양 26년만에 영구 귀국한 윤주희의 ‘다녀왔습니다’

아트는 없고 투기자본만 있다

현재 미술 시장을 보면 한편으로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어제 헤럴드 경제에 실린 기사는 한국 미술 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가를 진단하고 있다. 혹시 미술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바로 구입하지 말고 2-3년 정도는 미술에 대해서 공부하고 난 뒤에 구입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투자가 먼저'가 아니라, '작품 감상이 언제나 먼저'임을 깨달아야 한다. 미술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시장이고 장기적으로는 매우 유망한 시장이다. 프랑스인들은 미술 작품을 구입한 후 손자에게 물려준다고 한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작품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 것이니, 기분 상하지 않고, 한 100년 정도 지나면 가격은 자연스레 오르기 마련이니깐.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집 안에 미술 작품 하나 둘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