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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er's Cry, Arvo Part.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를 말하라고 하면 단연코 "아르보 페르트"다. 그는 모더니즘 시대에 태어나 탈근대와 억압적 사회주의를 거치면서, 어찌된 일인지 중세적인 신성(神聖, Divine)에 빠져들었다. 그의 미니멀리즘은 감각적이면 본질적, 함축적이면서 우리 마음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어제 우연히 Arvo Part의 >를 들었다. 아! .... VOCES8 performs 'The Deer's Cry' by Arvo Part at St Vedast Church in London. Text Christ with me, Christ before me, Christ behind me, Christ in me, Christ beneath me, Christ above me, Christ on my right, C..

사랑, 사랑, 나의 계절 Love, love, my season

사랑, 사랑, 나의 계절 Love, love, my season. -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의 마지막 연. 이렇게 노래했던 그녀는 30살에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 남편인 테드 휴즈Ted Hughes의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 한 두 개를 알고 있다. 사랑, 사랑, 나의 계절인 셈이다.  그런데 그 계절이 사라지니까, 떠나야지. 그 계절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음을.시인 박인환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이라고 했고 기욤 아폴리네르는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고 했는데, 실비아 플라스는 사랑도 가고 나도 간다고 ... 요즘 너무 우울해져서 까닭없이 눈물이 나고 슬퍼지고 가라앉는다. 이유는 대강 알 듯하지만, 극복하는 게 쉽지 않구나.

빈방의 빛, 마크 스트랜드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지음), 박상미(옮김), 한길사.  호퍼의 빈 공간 호퍼의 그림은 짧고 고립된 순간의 표현이다. 이 순간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한다. 내용보다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증거보다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호퍼의 그림은 암시로 가득 차 있다. 그림이 연극적일수록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고, 그림이 연극적일수록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고, 그림이 현실에 가까울수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그림은 우리를 더욱 끌어들인다. 어차피 우리는 캔버스를 향해 다가가거나, 아니면 거기서 멀어지는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볼 때 - 우리 자신을 자..

전략적 사고의 11가지 법칙, 김성준

전략적 사고의 11가지 법칙김성준(지음), 포르체   최근 국내 저자에 의해 나오는 경영 전략 관련 책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깊이도 있고 적절한 사례와 방안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도 상당한 수준이다. 추천할 만하다. 나 또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좀 간과하고 있었던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은지 꽤 되어, 읽으면서 적은 메모를 바탕으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책은 상당히 좋으니까, 기회 닿는다면 읽기를 권한다.   1. 저자가 제시하는 11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전략적 사고에 시간을 투자하라2. 자신의 사고 스타일을 파악하라 3. 단어의 본질을 명확하게 정의하라 4. 이분법 틀에서 벗어나라 5. 메타 질문으로 생각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6. 고객에서부터 출발하라 7. 게임..

때 늦은 우울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울 뻔했다. 20대 시절엔 자주 있던 일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선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 땐 정말 해 지는 오후만 되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 눈물을 참으려고 술을 마셨다. 내 나쁜 술버릇은, 변명처럼 그렇게 만들어졌다. 장석남의 시를 좋아했는데, 술에 취하면 다들 그렇듯 기형도의 을 소리내어 읽었다. 조금 나이가 들자, 허수경의 을 읽었다. 킥킥거리며, 당신, 당신 그렇게 부르며 울었다.  시 따위 쓰지 않은 지 오래 되었고, 소설에 등장할 만한 사람들이 내 꿈에, 혹은 마음 깊은 곳에서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하는 때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건 오래 가지 않았다. 아주 가끔 서교동 성당 안으로 한 소녀의 뒷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 없이 참혹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새벽..

이사야 벌린의 '자유'

집에 이사야 벌린의 책이 한 두 권 있는데, 완독하진 못했다. 이 학자의 명성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인데, 영국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23세에 옥스퍼드 대학 교수가 되었으니.  최근 >을 읽다가 이사야 벌린이 '소극적(부정적) 자유'와 '적극적(긍정적) 자유'라는 개념을 읽었는데, 이를 조금 자세히 찾아보았다. 이 개념은 20세기 정치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며, 자유주의를 다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사야 벌리는 보수에 가까운 학자인데, 그렇다고 꽉 막힌 보수는 아니다.  소극적(negative) 자유는 외부의 간섭이나 제약없이 개인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타인이나 국가 등 외부의 힘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그래서 이를 '..

2025년 한국 경제성장율 전망

삼정KPMG에서 발간한 > 보고서에 아래 표가 있어 옮겨놓는다.    2025년도 국내 경제성장율 전망이다. 씨티는 1.5%를 이야기한다. 2.0%가 다소 낙관적이었다면, 이젠 1%가 명확해졌다. 아, 2025년은 각오해야 될 한 해가 될 듯한데, 윤석열과 그 옆에 서서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는 국회의원들을 보니, 어쩌면 저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황당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무얼까.  삼정KPMG 보고서 링크: https://assets.kpmg.com/content/dam/kpmg/kr/pdf/2024/business-focus/삼정KPMG-2025년-국내-주요-산업-전망-20241212.pdf

AI, 구글 검색, 세미나 발표

1. 블로그 유입자 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내 블로그는 대부분 구글에 유입되었는데, 최근에는 네이버가 압도적이다. 예전 IDC 화재 이후 티스토리가 며칠 접속되지 않았는데, 그 이후 현저히 떨어졌다. 나름 구글 서치 콘솔에 등록하여 검색율을 높이려고 했으나, 올라가지 않는다. 구글 에드센스가 술값의 일부 정도는 나왔는데, 요즘은 영 좋지 않다. 좀 찾아봐야겠다. (URL을 숫자로 생성되도록 했는데, 이것이 문제인 듯하여 문자 주소로 바꾸었다.) 2. AI가 이제 AGI로 들어가는 듯하다. AGI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인공 일반 지능은 그냥 일반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의 지적 역량을 갖추었다고 보면 된다. 이게 좀 위험한데, 기술의 발달 속도만큼 이를 관리,..

아틀라스 Atlas

아틀라스 Atlas감독: 브레드 페이튼 주연: 제니퍼 로페즈, 시무 리우 등 넷플릭스 2024년 방송  AI에 대한 SF영화다.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본 측면도 있고 재미있기도 하다. 요즘은 진지한 영화는 거의 보지 못한다. 극장이라면 모를까, 집에선 중간에 보다 그만 두기 때문에. 이 영화는 시간 죽이기로 최적의 영화다. 제니퍼 로페즈도 참 오랜만에 본다. 스토리가 대단하거나 놀랍지 않다. 뻔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몇 개의 장치들은 흥미를 이끈다. 인간인 아틀라스 셰퍼드와 AI휴머노이드인 할렌과의 관계는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중요한 이야기 흐름이 된다. 어쩌면 이걸 알기 위해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는 것일지도.  아래는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들이다. 그리고..

1월, 일상.

한 해, 한 해 흐를수록 예상치 못한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가 어색해지고 슬퍼진다. 마음은 늙지 않고 몸만 늙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된다. 영화 같지 않은 인생이지만, 영화처럼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면, 정신없다. 조직의 문제는 늘 스트레스다. 지난 목요일엔 두 명이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의외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예전같이 글을 쓸 수도, 잘 쓰지지도 않아 매번 꽉 막힌 마음들은 어두운 검은 벽으로 가서 탁, 턱, 탁, 턱 하고 부딪히기만 한다.    동굴같은 서재에 종일 앉아 있다가 나갔더니, 집 안 가득 황혼의 햇살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등을 지고 사진을 찍었다. 내 그림자가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