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 8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구정은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구정은(지음), 후마니타스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에 대해서만 씌여진 책이다. 호수가 말라가고 대지가 바다에 잠기고, 플라스틱과 비닐이, 먹지도 않은 음식물이 버려져 폐허처럼 쌓여갈 때, 그 옆에선 국적없는 아이들이 태어난다. 다 우리 탓이다. 이 시대의 문명, 도시, 자본주의로 인해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져, 저기 저 곳에 갇힌 채 사람들은 가난과 분쟁, 폭력과 억압, 그리고 독재자 밑에서 신음하고 고통받다가 고대 문명의 폐허 속으로, 혹은 현대의 부유하는 쓰레기들과 함께 잊혀질 것이다. 출처: https://www.travel-in-portugal.com/beaches/praia-do-barril.htm 포르투칼의 타비라섬은 바닷가 모래 밭에 녹슨 닻 수백 개가 꽂혀 있..

최근

1. 최근 블로그 상에서 바로 글을 써서 올린다. 그랬더니, 글이 엉망이다. 최근 올린 몇 편의 글을 프린트해서 다시 읽어보니, 문장의 호흡은 끊어지고 단어들이 사라지고 불필요한 반복과 매끄럽지 못한 형용어들로 가득했다. 결국 나는 몇 번의 프린트와 펜으로 줄을 긋고 새로 쓰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끼인 세대인 셈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끼인 세대.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지만, 읽기는 무조건 종이로만 읽어야 하는. 그래서 최근 올렸던 글을 프린트해서 다시 쓰고 고쳐 새로 올릴 계획이다. 얼마나 좋아질 진 모르겠지만. 2. 헤밍웨이의 를 읽고 있다. 무척 좋다. 번역된 문장들이 가지는 태도가 마음에 드는데, 원문은 얼마나 더 좋을까. 영어 공부를 열심해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된 셰익스피..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지음), 이윤기(옮김), 열린책들 하나, 둘, 셋, 넷, ... ... 계단을 올라가듯 만남도, 사랑도, 인생도 그렇게 올라갔으면.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요즘 초등학생도 알고 있을 터, 꿈은 부질없고 희망은 덧없고 현대의 사랑은 하면 할수록 쓸쓸해지기만 한다. 이 소설 속 '나'도 그렇게 여겼던 건 아닐까. 나는 구석자리에 앉아있었다. 한기가 느껴져 두 번째로 샐비어 술을 시켰다. 나는 자고 싶은 욕망과 이른 새벽의 피로, 그리고 적막과 싸웠다. 나는 희뿌연 창문 저쪽의, 뱃고동과 짐수레꾼, 뱃사람들의 고함 소리로 깨어나는 항구를 바라보았다. 보고 있는 동안 바다, 대기, 그리고 내 여행 계획으로 짜인, 보이지 않는 그물이 내 가슴을 압박하는 것 같았다. (..

내 마음은 철거 중

낡은 마음을 부수고 새 마음을 올린다, 올리고 싶다. 늙은 마음을 허물고 젊은 마음으로 교체한다, 하고 싶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철거중 #내마음 #재건축 #들어간 #내마음 #내일상 #봄날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4월 8 7:42오후 PDT 내 발걸음은 바람을 달고 앞으로 무한 반복 중. 그러다 보면, 끝에 가 닿겠지. 그 끝의 풍경은 어떨까, 하고 한때 상상했지만, 상상은 현실 앞에 무너지고 사라지고 그저 그 끝도 오늘의 반복이거나 복사이거나 혹은 어제의 모습.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걷는다 #터널 #끝은어디일까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3월 29 4:25오전 PDT 키케로의 말처..

블랙홀

'어쩌면 내일이 지구의 종말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저 끝없는 우주에 어떤 생명체가 있을 지 모르고, 늘 세상은, 이 우주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곳이니, 생명체, 아니 외계인이 있고, 그 외계인이 내일 별안간 침공할 수도 있을 테니.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며, 꽤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한 번 현대물리학에 대해 공부했지만, 이 지구에서 시간과 공간이 하나라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어제 블랙홀 사진을 공개되었다. 20세기 초 그 존재조차 의심스러웠는데, 어제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블랙홀에 대한 것이다. 지구 정도의 행성이 블랙홀이 된다면 1cm 정도의 크기가 된다고 한다. 1cm 정도의 크기인데, 중력은 ..

비는 더 이상 마음을 적시지 않고

내 마음에 비가 내리면 그대 마음에도 비가 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 번 낙엽이 지고, 두 번 낙엽이 지고, 또 낙엽이 지고, 지난 번 낙엽 질 때 나와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벚꽃 피고 지고, 봄이 가고 오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그대 입술 옆으로 퍼지던 웃음의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던 여름날 그 바다 파도소리가 싱그러웠다. 그대 얇은 손길에도 가슴 조이며 땅 밑 뜨거운 용암의 흔들림을 느끼곤 했다. 그 열기에 내 마음이 녹아내리고 내 이성이, 내 언어가 녹아내려 흔적없이 사라지던 계절이었다. 그 계절이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또 가고, 더 이상 그 계절이 오지 않았을 때, 저 창 밖엔 거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지만, 그대 없는 내 마음엔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는다. 더 이상 우리들..

2018년, 책 읽기의 기억

2018년, 스트레스가 심했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던 한 해였다(그렇지 않았던 해가 있기도 했던가!). 막상 돌이켜보니, 상당히 힘든 일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더라. 그렇다 하더라도 한 해 마무리 같은 건 하곤 했는데, 2018년에는 감히 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년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인위적인 시간, 혹은 날짜 구분에 대해서도 회의감마저도 늘어나는 법. 근대(Modern) 이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내일에 대한 기대로 하루하루를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반(anti)-모던, 혹은 포스트(post)-모던 이후 그 기대도 살짝 내려앉기 시작했고, 나도 지난 한 해 힘들다는 핑계로 불성실했던 건 아닐까 반성해본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은 굵게 표시하였다.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튼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책들의 우주 2019.04.08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야키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지음), 백인수(옮김), 베가북스 마스다 무네아키의 를 읽은 이후, 무네아키의 생각을 더 알고 싶어 읽은 책이다. 이런 책보단 차라리 츠타야 서점을 한 번 가는 게 더 나을텐데(하긴 지금은 많은 공간들이 베껴서 큰 감동이 없을려나). 아직 을 읽지 않았다면, 그걸 먼저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 - 는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 대한 컨셉서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고 무네아키의 사업에 대한 태도나 생각 등은 에서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 이번에 무네아키의 또 다른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혹은 다시 한 번 기억하고자 아래의 글을 옮겨 기록해둔다. 그리고 '정리'와 '정돈'의 의미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도 기획을 세우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