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8

고장난 출생율(Baby Bust)

어제 처음 Baby Bust라는 단어를 봤다. 좀 늦게 본 셈인데, 우리 말로 옮기면 "고장난 베이비"정도의 느낌이랄까. 이제 더 이상 아기들을 예전처럼 출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동안 나는 이 현상이 잘 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진국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젊은이들도 채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세상이 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하지만 출생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아기가 아니라 반려동물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언급하듯, 경제 성장이나 재정적인 관점에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경제 위기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기업 경영에도 ..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

2024년 1월 꾸준히 이 영화를 검색하여 들어온다. 나는 기억은 간유리처럼 흐려진다고 여긴다. 아프고 잔인했던 기억은 그렇게 흐릿해지고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한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그랬던 적이 많아 상처를 그냥 아물기 기다리고 그냥저냥 살아간다. 일본 사람들은 어떨까, 중국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은? 실은 이런 국가적 경계가 생긴 거도 이제 백 년 정도 지났는데. 차라리 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지역 사람들은 상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더라고 말이다.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상처를 자연 치유되길 기다리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한 마디로 개소리다. 잊혀지기 전에 냉정하게 바라고 해결하고 내일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

일요일 잡담 - 자유와 경제적 불평등

진영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책마저 오독하게 만든다. 아니면 한 개념이 가지는 풍부한 스펙트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룰루 밀러의 를 너무 정치적으로, 우생학의 관점으로만 접근했던 것같다. 룰루 밀러는 스탠포드 대학 초대 총장의 우생학을 보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더 나아가 차이(다르다는 것)를 받아들이면 내가,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을 적고 있었는데. 하긴 그러기엔 우생학이 그토록 뿌리깊게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그 흔적이 한국 사회에서도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윌킨스과 케이트 피킷의 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정신병이나 미성년자 임신, 가정 폭력 등이 일어난다고 풍부한 통계 자료를 보여주면 이야..

현대적 쓸쓸함, 그리고 스타벅스 커피와 홀로

토요일 아침, 국을 끓이고 밥을 짓고 쓰레기를 버리고 ... 아, 겨울인가, 그러기엔 춥지 않아, 이 불길함이란.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마을에 백 명의 사람이 있고 그 중 한 명이 살해당한다. 사람들은 서로 웅성웅성거리며 누가 범인인지 추측해 대다가 마을 사람들과 교류가 적어 오해를 사고 있던 한 명을 지목하곤 자신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변하였음에도 교수형에 처해버린다. 그리고 그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변호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심하게 때리곤 마을에서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다른 사람 한 명이 또 살해당하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가 살인하지 않았음을 막연하게 추측하곤 외부의 도움을 구하기 시작한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죄가 없는가? 내가 이런 마을에서 살고 있다면,..

1월 7일 일요일

구립 도서관을 가려다 집 근처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커피 두 세잔 가격으로 6시간을 있었다.읽고 노트할 거리를 잔뜩 들고 갔지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영어 단어와 한글 단어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깨닫게 되자, 더욱더 영어로 책을 읽고 싶어졌다. 황당할 정도로 뒤늦게 이것저것 깨우치게 된다. 거참.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AI와 빅데이터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찾아 읽고 정리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내가, 혹은 인류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를 추월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하게 말해, 살기 피곤해졌음을 뜻한다. 배우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수학..

2024년,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디자.

2023년말 우리 모두가 알았던, 이제는 세계 사람들이 아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영화배우가 스스로 이 세상과 등졌다. 두 아이의 아빠가 그렇게 떠났다. 이제 한국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비가 와도 내 책임, 눈이 와도 내 책임 같다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가신 후에, 한국 사회는 안타깝게도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잠시 선진국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은 하염없이 뒤로, 과거로 밀려내려가는 중이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 나라의 리더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과 비례할 뿐이다. 새해 초부터 야당 지도자의 피습 소식이 멀리 남쪽 도시로부터 전해져 오고, ... 혹시 사람들은 알련지 모르겠지만, 야당 지도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대부분이 구속되었거나 검찰 고발을..

2023년의 대한민국이 싫다

두 아이의 아빠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너무 화가 나는 하루였다. 검찰, 경찰, 언론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들과 무관심한 척하는 대중들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일이다. 실은 며칠 전 아파트 화재 속에서 어린 딸들을 안고 뛰어내린 아빠의 부고 기사를 보면 열이 받아있었다. 방 안에서 담배 때문에 불이 났고, 그 담배를 피운 이가 70대 노인이라는 사실에, 그냥 지금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의 앞날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치든, 경제든 ... 평일 교외 카페를 가보라. 한껏 꾸며 입고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실은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그렇다. 60대, 70대여도 아직 젊게 보이니까.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이 젊을 때 열심히 일해 쌓아 올린 부라고 ..

눈 내린 도서관에서의 빡침 - 공적 공간의 사적 점유

책들이 고요하게 숨을 쉬는 서가 사이로, 눈 내리는 창 밖 풍경을 보러 집 근처 도서관에 왔지만, 아, 나는 스트레스로 터질 것만 같다. 내 옆에 앉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는 참고서를 잠시 보다가, 다시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고는 다시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참고서를 잠시 보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고, 그리고 이 행동을 무려 한 시간 이상 반복을 하다가 나갔다. 심지어 커피를 가지고 간 사이 내 책가방을 내려놓고 자신의 책가방을 올려놓는 대범함까지 보여주었다. 그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집어던질 뻔했다. 그 화를 참는데 약 삼십분 정도 걸렸다. 앞 좌석에 앉은 한 여성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앉더니,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책상 위에는 아무..

동네 구멍가게의 폐업

마지막 남은 동네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다. 이제 내가 사는 곳 반경 1km 이내에 구멍가게는, 없다. 대형 수퍼마켓과 편의점들만 남았다. 하나 둘 있던 식당들도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간판을 바꾸고 있다. 각자의 개성은 사라지고 평준화되며 비슷비슷하게 변해간다. 익숙해지고 평범해지면서 활력을 잃어간다. 풍경의 변화가 익숙하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곳엔 이젠 나무 한 그루만 남아있다. 뒷산은 그대로이지만, 산으로 들어가는 길들은 모두 변했다. 어렸을 때 집들이, 마을이 사라지는 풍경을 보았다. 논, 밭, 집들이 있던 곳은 텅빈 황토빛 대지로 변했다. 그렇게 변해가던 몇 년 동안 그 곳을 돌아다니며 수정을 모았다. 자수정 광산이 있는 창원은 땅을 파헤치면 어렵지 않..

23년 늦가을 어느 날

작은 가방을 앞으로 돌려맨 그녀는 9호선 급행 열차의 문이 열리자 곧바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누구보다 빨리 돌진했다. 마치 죽음을 각오한 듯 비장한 돌진이었다. 새치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일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삶은 돌진이 아니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종종 자신의 일상을, 인생을, 세계를 규정짓는다. 열차 안 가득 빼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그녀 위로 다른 사람들이 다시 쌓이고 출입문이 닫히고 다음 역을 떠난 전동 열차를 보면서 다양한 대안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작은 행동들이 쌓여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자주 잊어버린다. 이러니 세상 탓을 해야할 것도, 자기를 탓하게 된다. 뒤늦은 반성과 후회로 자신을 보니, 모든 게 자기 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