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8

70년대 후반 일본

얼마전 읽은 어느 기사에서 요즘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1970년대 후반, 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세대들에 대한 질투와 원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아마 자신들의 부모 세대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지금도 위 이미지과도 같은 느낌을 일본에게 받곤 하는 나에겐,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해석되는 일본과 실제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일본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저 이미지가 내 시선에 잡힌 이유는 단순한다. 마치 신기루같다고 할까. 상당히 작위적인 풍의 사진이라서 연출된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나는 그것이 거품 시대 일본이 가진 이미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일본은 역사를 잊고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려고 노력했던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위 사진의 출처를 검색하다가 더 기묘한 상황에 놓였다...

가을 감기와 르네 샤르

르네 샤르(Rene Char, 1907 - 1988). 번역서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내가 읽었던 많은 프랑스 문인들이 한결같이 애정을 표시했던 시인은 르네 샤르였다. 시에 대한 번역은 반역일 지 모르나, 여러 개의 번역들 중 하나의 번역일테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감기에 걸렸다. 아이가 먼저 A형 독감에 걸리고, 내가 이어 걸렸다. 하루는 전철을 타고 나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누웠다. 그 이후 몇 주가 지났으나, 목은 계속 아픈 느낌이다. 한 번 그렇게 아프고 나니, 체력 회복이 쉽지 않다. 휴식이 필요한데, 밀려드는 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말까진 이 모드일 듯하여, 걱정이다. 먼저 커피부터 줄여야 하는데, 오래된 습관을 바꾸기란 닥치지 않은 공포와 마주하는 듯하여, 쉽지 않..

에라스무스 분위기

1. 발터 쾰러Walther Kohler의 표현을 빌자면, 그들은 "에라스무스-분위기Erasmus-atmosphere"에서 더욱 자유롭게 숨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에라스무스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대신 군중 속에 흩어져 있었다. 그의 메시지 자체는 실용적 의미가 거의 없었으며, 그의 메시지가 낳은 것은 운동이 아니라 분위기, 한밤 중의 순간적 불빛같이 막연하고 요정의 약속 같이 막연한 분위기였다. 루터파는 있었지만 에라스뮈스파는 없었다. -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 28쪽(문학동네) 2. 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안다고, 바른 생각을 하는 것도, 옳은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서 정착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크라카우어의 생각처럼, 그저 어떤 막연한 분위기 속에 있을 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한국 나이로 쉰 아홉인 데이브는 2014년 이스라엘 전투기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그의 형제들과 조카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3살된 딸과 고작 7개월 밖에 안 된 아들을 잃었다. 데이브의 가족은 이미 무수히 죽어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부일 뿐이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기독교도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다니엘 바렌보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팔레스타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한다. 상당히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던 오케스트라로 유명했다고 회고하지만, 이스라엘이 생기기 전 팔레스타인과 그 이후의 팔레스타인은 다른 나라다. 팔레스타인에 이슬람교도만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쇼아 이후 많은 유태인들이 그들에게 닥친 비극을 노래하지만, 국제 정치의 결과물인 이스라엘(솔직히 19세기에 없었던 듣보잡 나라다..

09.21

09.19. 기록을 한다. 예전엔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리거나 썼는데, 이젠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며 글을 쓴다. 격세지감이다. 아마 지금도 고향집 다락방엔 수십년 전, 짝사랑하던 여고생의 흔적이 남은 일기장이 먼지를 먹고 있겠지. 그 땐 참, 가슴이 너무 떨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도 그럴까. 그런 일이 생기면 나쁜 일이 될꺼야. 정말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진지하게 생계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탓에, 어쩌면 무심하게도 무조건 작가가 되겠다고 여겼던 탓에, 직장 생활이 가끔, 자주, 예고 없이 어색하기만 했다. 자주 회사를, 직장을 그만 두었다. 일을 못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 탓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일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책임감도 중요한..

어수선하다

나라가 너무 어수선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개의 배경이 있다. 첫째, 아무 생각 없이, 또는 잘못된 생각/판단으로 선거 때 2번을 찍은 국민들이 있다. 그러니 그냥 2번을 지지하고 찍은 국민들이 책임지면 된다. 그러니 1번 찍은 이들은 그냥 놔둬라. 둘째, 전 정부/정권 책임자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대단히 성공적인 정부/정권이라고 믿는 듯하여 화가 난다. 심지어 그 정부의 국무총리는 반성은 커녕, 정치에 큰 야망을 두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힘 없는 야당의 모습은 그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지방에서 서점을 하는 전직대통령은 뭐랄까, 그 기분은 알겠지만, 너무 태평한 건 아닌가 싶다. 그냥 아무 활동도 안 했으면. 하지만 이건 그냥 사소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금 이 나라는 퇴보 중

보수가 집권하면 나라가 좀(상당히) 이상해진다. 사적인 자리에서 한국은 당분간(혹은 길게)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 작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보수주의 리더를 검증하여 옹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현 보수 정당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은 그 반대편에 있는 중도정당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실은 이 정당에 대한 실망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서 꼴 보기가 싫을 정도다. 다만 정치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이 실망스러운 중도정당이 그나마 낫다. 우리 모두가 정치적 이상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상주의자들은 종종 극단주의로 향하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서는 상당히 위험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진보주의자들..

술 마시기 좋은 한낮의 무지無知

낮술 마시기 좋은 날이다. 그런 하늘이다. 그런 빌딩 숲 강남 역삼동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바다로 나오기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다. 그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 고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인류는 멸망해도 된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지금의 이상 기후는 지구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며 대응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만 이상할 뿐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다른 생명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 또한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차라리 반대여야 한다. 최근 들어 형편없는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행태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그러한 형편없는 이들을 향한 지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절망했다. 결국은 무지한 극단주의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많은 사람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다. 원자력학과 교수들도 나와 안전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학자는 지금 논의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말한다. 정부와 여당은 괴담이라고 말하고 야당은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나는 잘 모른다. 다만 여러 기사나 의견들을 종합해볼 때 아래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1. 일본 정부나 도쿄 전력이 공개하는 정보로는 안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IAEA도 믿을 수 없다. 이들은 원자력 산업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국제 이익 집단에 불과하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이는 원자력 관련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원자력의 안전함을 알리고 원자력 산업이 계속 지속되길 희망한다. 그들은 원자련 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

짧은 생각,들

강렬한 더위가 이어졌다. 검은 도로는 불타고, 그 열기 앞에서 나는, 너는, 우리는 끝없이 움츠려 들었다. 그 거칠었던 폭염 전에는 긴 장마, 비의 계절이 있었다. 이러한 급격한 기후 변화의 원인은, 어쩌면 사유하는 나의 세계관, 근대 기계론, 혹은 도구적 이성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젠 그것도 철지난 유행이랄까. 그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엔 예상치 못한 평화가, 큰 전쟁 없이 이어진 사오십년 동안 인간은 다시 오만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평화 속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고통받았는가 하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 없지만. 어느 책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죽였는가를 보았더니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그냥 걸핏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