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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강유원

주제 - 강유원 서평집강유원(지음), 뿌리와 이파리 이 책은 2005년 겨울에 나왔으니, 이 땐 나도 적절한 시간을 책 읽기와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행동이나 태도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으나, 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빈둥거릴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내 모든 것이 끝났던 무렵니다. 사랑이랄까, 미래랄까, 꿈이랄까. 그리고 2020년에, 2005년, 혹은 2006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실은 다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는 기억 나지만,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저 때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4년이 지났다. 그 사이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나도 변했..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 베르너 풀트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 Walter Benjamin Zwischen den Stuhlen: Eine Biographie베르너 풀트Werner Fuld(지음), 이기식, 김영옥(옮김), 문학과지성사, 1985년 1.새 책도 사서 읽지만, 읽지 않은 채 서가에 잠자던 책도 꺼내 읽는다. 다 읽고 난 다음,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 책도 있고, 이제 읽으니 제대로 이해가 되는구나 하는 책도 있다. 어떤 책들은 읽으려고 노력해도 읽히지 않는다. 대체로 인문학이 그렇다. 때론 소설도 있다. 이 책,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는 둘 다 해당된다. 2.여기에서 벤야민의 사유에 있어서의 급진적인 전환점을 보는 매우 많은 해석자들이 있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이론의 자산이 그러한 모델 - ..

스크린의 추방자들, 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 The Wretched of the Screen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지음), 김실비(옮김), 김지훈(감수), 워크룸프레스 1. 책을 사두고선 읽지 않았다. 현대예술에 대한 책이라는 걸 알았지만, 영화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일 거라는 추정과 다소 투박하게 읽혔던 몇몇 문장들로 인해, 그리고 다른 책들과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읽은 한은형의 수필집에서 히토 슈타이얼이라는 흥미로운 예술가의 이름을 발견한다. (2007)라는 작품에 대한 짧은 글 속에서 나는 이 작가를 찾았다. 그런데 이런, 나는 뒤늦게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가들 중의 한 명이며, '빈곤한 이미지(poor image)'로 거의 전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그리고..

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베네치아의 종소리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문학동네 자주 수필집을 찾게 된다. 심각한 소설이나 엄숙한 인문학 책 대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크게 상처 입지 않으며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을. 스가 아쓰코. 우연히 도서관 서가를 살펴보다 꺼낸 산문집의 저자이다. 역자 송태욱은 잘 아는 이름. 십수년 전 가라타니 고진의 책 여러 권을 무난하게 번역한 이니, 믿을 만하다. 어쩌면 역자 때문에 스가 아쓰코의 책을 집어든 것일지 모른다. 스가 아쓰코. 1929년에서 1998년을 살다 죽은, 일본의 번역가이자 수필가. 예순 하나에 쓴 에세이로 일본 문단 최고의 에세이스트로 유명세를 얻었다. 에는 총 12편의 글이, 시간의 순서나, 주제나 소재의 질서와 무관하게 배열..

2018년, 책 읽기의 기억

2018년, 스트레스가 심했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던 한 해였다(그렇지 않았던 해가 있기도 했던가!). 막상 돌이켜보니, 상당히 힘든 일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더라. 그렇다 하더라도 한 해 마무리 같은 건 하곤 했는데, 2018년에는 감히 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년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인위적인 시간, 혹은 날짜 구분에 대해서도 회의감마저도 늘어나는 법. 근대(Modern) 이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내일에 대한 기대로 하루하루를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반(anti)-모던, 혹은 포스트(post)-모던 이후 그 기대도 살짝 내려앉기 시작했고, 나도 지난 한 해 힘들다는 핑계로 불성실했던 건 아닐까 반성해본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은 굵게 표시하였다.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튼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책들의 우주 2019.04.08

고전학 공부의 기초, 브루스 손턴

고전학 공부의 기초 : 서구 문명의 뿌리를 이해하는 법 (A Student's Guide to Classics) 브루스 손턴Bruce Thornton(지음), 이재만(옮김), 유유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선 서양 고전 -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문학, 역사, 언어, 철학 등 - 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동양학을 하더라도 이젠 기본적으로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내 개인적 소망일 지도 모르겠구나. 고대 그리스 로마는 너무 멀리 있는 시대이기도 하거니와, 인문학 전공자들 가운데 서양 고전에 대한 제대로, 아니 기본적인 이해도 가지지 못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은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대학 강의를 하거나 인문학 서적을 출간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

낭만적인 자리, 이영주

도서관에서 시집을 꺼내 읽는다. 어느 토요일 오전. 가족 몰래 나온 도서관. 가끔 가서 책을 빌리는 동작도서관 3층. 어색한 시집 읽기다. 한 때 시인을 꿈꾸기도 했지. 그러게. 요즘 시들은 어떤가. 문학상 수상 시집을 꺼내 읽는다. 한 시가 눈에 꽂힌다. 이영주다. 예전에도 이 도서관에서 잡지에 실린 시를 읽고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지. 하지만 그녀의 시집을 사진 않았어. 이번엔 사야 하나. 길게 마음 속으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시를 노트에 옮겨 적는다. 몇 개의 계절이 지난다. 지났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고, 나는 출근을 했다. 그리고 밤이 왔다. 시를 블로그에 옮겨적는다. 그러게 이번엔 이영주의 시집을 사야 하나. 이번엔 짧게 고민해야지. ** 낭만적인 자리 그는 소파에 앉아 있다. 길고 아름다..

텅빈 주말의 사소한 희망

설 연휴가 지난 어느 토요일, 종일 집에 틀어박혀 두 권의 책을 다시 펼쳤다(리뷰를 쓰지 못했기에). 젤딘의 과 바라트 아난드의 . 그리고 한 권의 책, 게오르그 짐멜의 를, 억지로 다 읽었다,고 여기기로 했다. 과 를 정리해 블로그에 올렸다. 오랜만에 트래백(trackback)을 해볼까 했더니, 네이버 블로그엔 그런 기능이 아예 없었다. 아난드는 콘텐츠의 미래는 '연결관계connection'에 있다고 했는데... 아이와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전복과 산낙지를 샀다. 며칠 전부터 전복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주말에 간 것인데, 살아있는 낙지를 보더니, 그것도 먹고 싶다고. 결국 전복과 산낙지를 사와 집에서 산낙지부터 회로 준비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걸 자르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거의 ..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s 폴 칼라니티(지음), 이종인(옮김), 흐름출판 You that seek what life is in death,Now find it air that once was breath.New names unknown, old names gone:Till time end bodies, but souls none.Reader! then make time, while you be,But steps to your eternity- Baron Brooke Fulke Greville, "Caelica 83"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오래된 이름은 이미 사라졌다.세월..

명견만리 -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명견만리 -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KBS 제작팀(지음), 인플루엔셜, 2016 한 경제연구소에 우리나라 2000대 기업의 성장률을 분석했는데, 이들 기업이 올린 총매출액은 2000년 815조원에서 2010년 1711조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날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을까? 156만명에서 161만명으로, 겨우 5만명 늘었을 뿐이다. 임금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생산성에 비해 얼마 오르지 않아 임금과 생산성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10쪽)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책은 금방 읽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용을 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알면 행해야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