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달러,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하련 2009. 3. 17. 18:54

달러 - 10점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이른아침
 



베르나르 리에테르(Bernard Lietaer)는 단일 통화 시스템(유로)을 설계하는 데 조언을 하고 통화 개혁에 관한 책도 몇 권 썼다. 그는 이자 문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은행이 당신에게 담보 대출로 10만 달러를 주었다면 거기서는 원금만 발행한다. 그 돈을 당신이 소비하면 사회 안에서 유통된다. 은행은 당신에게 앞으로 20년에 걸쳐 20만 달러를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10만 달러, 즉 이자 부분은 은행이 발행하지 않는다. 대신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나머지 10만 달러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주화를 제외한 모든 돈이 은행의 대출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먼저의 대출에 대한 이잣돈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대출을 받는 것뿐이다. 통화량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대출자는 부도를 내야 한다. 리에테르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탐욕과 경쟁은 변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결과물이 아니다. ... ... 탐욕과 결핍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우리가 이런 돈을 사용하는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폭되어 왔다. ... 우리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 세상에는 분명히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일자리가 있다. 그러나 빚을 모두 갚을 만큼 충분한 돈은 없다. 결핍은 우리의 통화 속에 있다. 사실, 중앙은행들의 일은 통화 부족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 직접적인 결과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워야 한다.

 - 67쪽에서 68쪽 사이에서.



이 흥미로운 책은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천박한 경쟁으로 얼룩진 일상, 풍부하게 생산되는, 심지어 과잉생산되는 것이 분명해보임에도 그것이 고루 소비되지도, 분배되지도 못하는 현상에 대한 금융의 관점에서 매우 적절한 답을 알려준다. 

우리는 간단한 경제적 지식을 통해 실물 경제와 화폐 경제를 나눌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금융 위기는 실물 경제와는 무관하게 커져 버린 화폐 경제에 대한 조정 시기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약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엘렌 호지슨 브라운은 이 두꺼운 책을 통해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금융과 통화 시스템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금융 시스템이 형성되어가던 초기에서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학자들과 정치가들이 그 시스템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의 비참했던 최후까지도.

결국에는 '거대한 금융 자본을 뒤에서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라는 식의 음모 이론에 빠질 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현재의 금융 시스템과 화폐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주기적으로 금융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소수의 몇 명에게만 부가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진보 운동의 미래는 선거 정치에 있지 않다. 항의 운동과 시위, 납세 거부, 파업과 불매운동 등 시가전에 있다. 정부와 기업에 대항하는 직접 행동에 소비자와 노동자가 지닌 모든 힘을 사용해야 한다.
 - 하워드 진(보스턴대학교 역사학부 명예교수), 2001년. 


이 책, 보기 드물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