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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어지러진 자취방 구석에 놓은 낡은 턴테이블 위로 레코드판을 올릴 때,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뱉었다. 맥주를 한 잔 마셨고 짐 모리슨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 대신 문학을 했지만, 문학 대신 음악을 이야기했다. 다 지나간 일이다. 누군가는 왜 자신이 사랑하던 이들은 다 죽은 이들인가 반문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었지만, 다 쓸쓸하고 외로웠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애초부터 우리는 쓸쓸하거나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기엔 너무 젊었다. 청춘의 저주였던 셈이다. 


점심 시간, 사무실에 혼자 앉아 짐 모리슨을 듣는다. 정규 앨범에 수록된 음악이 아니다. 짐 모리슨은 자주 시를 읽었다. 그리고 테잎에 녹음을 했다. 유튜브에 짐 모리슨이 읖조린 음악(?)이 꽤 많다. 하지만 듣진 말기를. 


안 그래도 쓸쓸하고 힘든데, 그걸 들으면 더 견디기 어려워질테니까. 


은빛 숲이라. 하얀 눈을 은빛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듯싶다. 은빛이라고 하면 너무 차가워 보이니까, 애써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은빛 숲에 은빛 여우가 지나가면 어떨까. 어쩌면 그녀도 은빛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랬던 은빛 시절은 이미 지나갔지만 말이다. 




Silver Forest  


- Jim Morrison


Why does my mind circle around you
Why do planets wonder what it
Would be like to be you
All your soft wild promises were words
Birds, endlessly in flight


Your dog is still lost in the frozen woods or he would run to you
How can he run to you lunging with blooded sickness on the snow
He's still sniffing gates and searching strangers for your smell
which he remembers very well

Is there a moon in your window
Is madness laughing
Can you still run down beach rocks bed below without him?

Winter Photography
our love's in jeopardy

Sit up all night, talking smoking
Count the dead and wait for morning

Will warm names and faces come again?
Does the silver forest end?

Tell them you came and saw & looked into my eyes,
And saw the shadow of the guard receding
Thoughts in time and out of season

The hitchhiker stood by the side of the road
And levelled his thumb in the calm calculus of reason
(and then a car pa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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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rs 


    - Richard Brautigan 



I changed her bedroom:

raised the ceiling four feet,

removed all of her things

(and the clutter of her life)

painted the walls white, 

placed a fantastic calm

      in the room, 

a silence that almost had a scent,

put her in a low brass bed

with white satin covers 

and I stood there in the doorway

watching her sleep, curled up,

with her face turned away 

      from me. 



1969년에 나온 시집 <The Pill versus the Springhill Mine Disaster>에 실린 시다. 


 

초판본 표지(1969년도). 지금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번역해본다. 



연인들 



- 리처드 브라우티건 



나는 그녀의 침실을 바꾸었지:

천정을 4 피트 들어올렸고

그녀의 모든 물건들을 치웠어

(그리고 그녀 삶의 잡동사니들도)

벽을 하얗게 칠했네,

환상적인 고요를 놓아두었지

     그 방에, 

향기를 거의 지니고 있었던 어떤 침묵,

그녀를 새하얀 새틴으로 덮여있던, 

낮은 황동 침대에 눕히고 

나는 출입구 쪽 그 곳에 서 있었지 

그녀의 잠을 보면서, 몸을 웅크리며, 

그녀의 얼굴이 멀어져가는 동안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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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 Richard Brautigan(지음), 김성곤(옮김), 비채 




원제는 <Revenge of the Lawn>이지만, <잔디밭의 복수>보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가 더 나아보인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하지만 이 책의 첫 번째로 등장하는 단편은 <잔디밭의 복수>.


잭은 할머니와 30년이나 같이 살았다. 내 친할아버지는 아니었고 플로리다에서 물건을 팔던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잭은 사람들이 사과를 먹고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영원한 오렌지와 햇볕에 대한 비전을 파는 사람이었다. 

잭은 마이애미 다운타운 근처에 있던 할머니집에 물건을 팔러 왔다. 그는 일주일 후 위스키를 배달하러 왔다가 30년을 눌러 살았으며, 그 후 플로리다는 그 없이 지내야 했다. 

- <잔디밭의 복수> 중에서 

(* 위 인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라우티건은 사물의 관점에서 종종 서술하는데, 꽤 흥미롭다. '플로리다'(지명)를 의인화하여 '그'(잭) 없이 지내야했다'고 표현한다.)


아주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브라우티건의 소설집,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연작처럼 읽히기도 하고 산문으로 된 시같기도 하며, 그냥 수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소설이다. 


브라우티건은 이제 잊혀져가는 이름이다. 육칠십 년대(히피들의 시대) 활동했던 미국 소설가. 


반-문명, 반-도시적 감수성을 가졌다고 해서 김성곤 교수는 '생태문학'으로 몰고 가지만(히피 시대가 생태주의 시대였는지도), 실은 문명 안에서, 도시 안에서, 쓸쓸함, 외로움, 고독을 어쩌지 못해, 버림받았다는 당혹스러움이나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절망감이 몰려들어 그 공간 - 문명 속의 도시 - 를 비틀고 조롱하며, 급기야는 고개를 돌리고 피하고 도망쳐서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하필 그 곳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숲이거나 강가라고 해서 '생태문학'으로 일반화시키면,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죽기 직전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이 매우 섭섭해 할 것이다. (*나도 한 번 브라우티건을 따라서...)


여자들이 검은 고무 잠수복과 광대 같은 모자를 착용하니까, 참 예뻤다. 수박을 먹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캘리포니아의 왕관에 박힌 보석처럼 빛났다. 

-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우리를 매혹시키는 건 짧은 글 속에 숨겨진 문명/도시에 대한 조롱, 무책임함, 그리고 그것에 대한 폭로를 넘어서 서정적이면서도 단조롭고 견고한 산문 때문이다. 하지만 리처드 브라우티건을 알고 읽는 독자는 드물기만 하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어디론가, 저 멀리 휩쓸려 떠내려가는, 질서와 합리성으로 포장된, 위선적인 도시의 비정한 일상 속에서 브라우티건을 읽는 건, 브라우티건을 손에 들고 다니는 건 상당히 우습고 위험한 일이다. 다행히 수십 년 도시 생활 중에 브라우티건의 소설을 들고 있는 이는 본 적 없으니, 아직 이 도시에는 도시를 극도로 싫어하는 반-도시적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니, 도시는 아직 안전하다(하지만 나는 도시가 싫다).


핏빛 다툼 


"바이올린을 배우는 남자와 새너제의 원룸에서 같이 사는 건 정말이지 힘들답니다." 그녀가 탄창이 빈 연발권총을 경찰에게 건네면서 한 말이었다. 


(번역: 김성곤)


그리고 어쩌면, 우리들은 도시에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문명의 불빛에. 


나무들은 한 때 공동묘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은 낮의 울음과 술픔의 일부였으며 바람이 불 때를 제외하고 밤의 정적의 일부였다. 

- <소녀의 추억> 중에서 



- 1970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아파트 욕조에 앉아 있는 브라우티건


- 1971년에 나온 <잔디밭의 복수> 초판본 표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 




그건 마치 종교음악처럼 들렸다. 내 친구 하나가 막 뉴욕에서 돌아왔는데, 거기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가 그의 작품을 타이핑해주었다고 했다. 

그는 성공적인 작가였고, 그래서 뉴욕에 가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를 만나 타이핑 서비스를 받는 최상의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놀랄 만한 일이었고, 허파에 침묵을 대리석처럼 수놓을 만한 일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라니!

그녀는 모든 젊은 작가들의 꿈이었다. 마치 하프를 타듯 우아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 원고를 바라보는 완벽하고 강렬한 시선, 그리고 심오한 타이핑 소리.

그는 시간당 15달러를 지불했다. 그건 배관공이나 전기공의 보수보다도 더 많은 액수였다.

타이피스트에게 하루에 120달러라니!

그는 그녀가 모든 것을 다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저 원고를 넘기기만 하면 그녀가 철자 점검이며 구두점을 너무나 아름답게 처리해서 그걸 보면 눈물이 나게 되고, 그녀가 만든 문단은 우아한 그리스 신전처럼 보이며, 그녀의 문장은 완벽했다고. 

그녀의 헤밍웨이의 소유였다.

그녀는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였다. 


(번역: 김성곤) 



아, 그런데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라니! 나는 너무 부럽기만 했다. 그렇게 브라우티건의 소설을 읽었다. 



* 위에서 인용된 두 편의 단편, <핏빛 다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는 단편 전체다. 그래서 밑에 역자를 표기하였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 10점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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