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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는 망가졌고 시스템은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다행인지 몰라도, 작년 하반기. JTBC의 용감한 보도, 그 이후 이어진 촛불 집회가 있었다. 

아마 그것마저 없었다면 계속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갔을 것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조금의 식견이 있는 이들은 모두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힘 있다고 믿었던 정치인들은 권력 앞에 무능력했고(공무원, 검사, 기업인들을 모두 한 통속이 되어 부패해졌고) 

평범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야 비로소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가를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언론들은 정신차리지 못했으며, 학교는 무너졌고 그 곳의 실질적인 리더인 교수들은 가장 추악한 면모를 드러냈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대부분 교수 출신이고 이대 교수들은, 아, 말을 하지 말자) 

그들은 추악한 권력 앞에 고개 숙였으며 청문회장에 나와서까지 거짓말을 했다. 


한국 사회는 겨우겨우 제 정신을 차릴려고 하는 순간, 미국은 너무 솔직하다 못해 예의없고 무분별해 보이는 이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매릴 스트립은, 골든 글로브 수상 소감에서 그 무분별한, 미래의 대통령을 향해 우아하게 공격했다. 


우리 사회는 비판하는 자들에게 냉혹하다. 그래서 비판하는 자들끼리 연대하여 줄 세우기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계파가 되고 파벌이 된다. 

그 순간 비판에도 경계가 생기고 내부의 감시망이 발동하며 스스로 검열하기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모든 이들에게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자, 모든 이들이 대통령을 욕했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대통령 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어딘론가 대통령 욕하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비판의 자유를 대신 보이지 않는 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종편이 시작되고 언론인들도 물갈이가 되었다. 


세상이 얼마나 우스운가 하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온 몸을 바쳐가며 노력했던 이들이 

지금은 앞장 서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느라 여념 없다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반성부터 해야 할 판국에. 


메릴 스트립의 수상 영상을 올린다. 짧지만, 꽤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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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지음), 푸른역사 



나라가 시끄럽다. 하긴 시끄럽지 않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어쩌면 이 나라는 그 태생부터 시끄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아시아 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 다행스럽게도 중국 문화권 아래에서도 독자적인 언어와 삶의 풍속을 가진 나라. 이 정도만으로도 제법 괜찮아 보이는데,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더구나 이 책이 식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무분별한 민족주의적 경향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한국사 연구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당연한 지적을 했는데도). 


하지만 이 내용은 책 후반부에 짧게 언급될 뿐, 나머지 대부분은 심재훈 교수가 어떻게 공부했고 유학 생활은 어떠했으며, 고대 중국사 연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산문들 위주다. 그리고 미국 대학사회와 한국 대학 사회를 이야기하며 비주류 학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소개는 대체로 전문적인 역사서로 오해하게 만들지만, 실은 저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저런 자신의 이야기를 쓴 연재글을 모아낸, 일종의 수필집 비슷하다고 할까. 


글을 대체로 평이하고 쉽고 재미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출퇴근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책 후반부의 자신의 연구에 대한 소개나 최근 한국의 고대 상고사 연구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딱딱하게 여겨질 지 모르나, 이 부분도 일반적인 인문학 서적에 비한다면 평이하다. 하지만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라든가, 식민지 시대에 대한 해석이나, 기자조선이나 낙랑군 위치 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해선 관련 서평이나 기사를 아래 붙여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때 나도 학자이고 싶은 꿈을 꾸었지만, 가질 않길 잘했다는 위안과 함께, 학자가 되는 것에도 일종의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심재훈 교수의 유학시절이 부럽기도 했으나, 그만큼 고생스러웠을 걸 생각하니,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요즘은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수상을 하고 강의 경력이 있어도 국내 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인문학자를 직업으로 한다는 건 무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가끔 해외 대학에서 한국인 여교수가 많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한국 대학 사회의 정치적 폐쇄성 탓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인문학 분야에 좋은 학자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연구성과들에 대한 활발한 출판과 함께 대중들과의 호흡이 많아져야 된다고 여기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역사에 대해선 대중의 관심이 높지만, 대부분 대중 추수주의일 뿐이다. 이는 역사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료는 그대로이나, 이를 둘러싼 해석과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역사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실을 익히기 보다는 어떤 태도를 갖추게 하는 것이 인문학 본연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아는 까닭에 쉽게 꺼내기도 어렵다. 


앞서 말했지만, 이 책은 저자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책이며, 역사학에 대한 과감한 주장을 하기 보다는 역사 연구란 어떤 것이며 고대사 연구의 어려움, 그리고 한국사 연구가 가지는 위험한 지점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일종의 산문집이라 할 수 있다. 


역사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 하다. 특히 한국사에 관심많은 이들에겐 심재훈 교수의 시각에서 많은 점들을 깨우칠 수 있을 듯 싶다. 

 


‘국뽕’ 역사야 물럿거라 - [리뷰] 심재훈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 단국대 교수, “과장된 상고사서 한민족 자부심? 이젠 달라져야”


‘사이비 역사학’의 현황과 한국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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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 뮤지엄 - 동시대 미술관에서 무엇이 '동시대적'인가? 

클래어 비숍 Claire Bishop (지음), 구정연 외 (옮김), 현실문화 

(저자의  website: http://clairebishopresearch.blogspot.kr/)



지난 가을, 키아프(Korea International Art Fair)를 갔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전을 관람했다. 이 두 이벤트의 묘한 대비는 무척 흥미로웠고 나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지만, 그 뿐이었다. 키아프만 간 사람들과 국립현대미술관에만 간 사람들 사이의, 두 경향의 현대미술전시가 보여주는 간극이 메워지지 않을 듯 느껴졌다면, 심한 비약일까. 아트페어와 미술관의 전시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여기에서 같은 미술관 공간이라도 비엔날레같은 행사라면, 또 달라진다. 


이를테면 조르조 아감벤은 동시대를 시간적 파열temporal rupture에 근거한 상태로 상정하고, 이렇게 쓰고 있다. 동시대적임contemporariness은 "시차와 시대착오를 통해 시대에 들러붙음으로써 시대와 맺는 관계이다." 그리고 이같은 시기창조나 '시간의 차이'에 의해서만 자신이 사는 시대를 진정하게 응시할 수 있다. 그는 동시대적임을 "시대의 어둠에 시선을 고정하고" "펑크낼 수 밖에 없는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으로 묘사했다. 시대착오는 또한 이 문제와 씨름하는 몇 안 되는 미술사가 중의 한 명인 테리 스미스의 독해에도 스며들어 있다. 그는 동시대를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담론 모두의 반대편에 놓아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해 왔는데, 동시대가 이율배반과 비동시성의 특징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 지구적 통신 시스템의 확산과 소위 시장 논리의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동시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상이한 근대성의 공존, 여전히 진행 중인 사회적 불평등과 차이가 지속하고 있는 현상이 그것이라는 것이다.(30쪽 ~ 31쪽)



클레어 비숍은 동시대 미술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면서 '동시대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동시대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이야기하고 그 역할에 주목한다. 


그들은 1퍼센트의 이름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현재 혹은 과거에) 주변화되고 열외로 취급되고 억압받은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역사를 대변하고자 한다. [물론] 이 미술관들이 예술을 역사 일반에 예속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시각생산물의 세계를 동원하여 예술이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하는 필연성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는 것이다. (11쪽) 


그리고 세 개의 미술관을 소개한다. 네덜란드 에이트호번의 반 아베 미술관, 마드리드의 레이나소피아 미술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메텔코바 동시대 미술관. 


이처럼 역사를 현재 지향적으로 접근하는 일은, 미래를 보는 시선으로 오늘을 이해하게 해주고, 국가적 자부심 또는 헤게모니가 아닌, 창조적인 질문과 문제 제기의 이름으로 말하는 능동적이고 역사적인 행위자로서 미술관을 다시 상상하게 한다. (...)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예술작품과 다큐멘터리 자료, 사본, 복원물을 끊임없이 병치함으로써 오브제를 탈물신화한다. 동시대적인 것은 시대구분이나 담론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역사 시기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혹은 실천이 된다. (97쪽) 


미술이론 전문서적인 탓에 일반 독자에게 권할 성격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미술관의 존재와 위상, 그리고 그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 공적 기금을 통해 운영되는 미술관들은 자주 논란에 휩싸인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반대편의 리움미술관이나 일민미술관, 혹은 아트선재센터 등과 같이 기업들이 후원하는 미술관을 보면, 우리는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실은 지방의 국공립미술관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열악하다는 말은 여러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전시 기획도 어려울 뿐더러 막상 오픈하면 관람객들도 많지 않다. 아마 국공립미술관에 대한 예산 삭감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많은 서방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클레어 비숍의 책은 동시대성이라는 관점에서 미술관에 대해 묻고 있지만, 이 질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의 미술관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묻게 된다. 


미술관계자에겐 일독을 권한다.  (그런데 현대미술이론 서적은 다 왜 이렇게 단어들을 어렵게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철학책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는 건 나만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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