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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우리 일상이 건축을 결정짓는 걸까, 아니면 건축이 우리 일상을 결정짓는 걸까. 


대구에서 개인적 공간이 희박한, 하지만 오래전엔 자연스러웠던, 공동체적 가치를 가졌던 건물을 보고 .. 

그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건축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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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명절 보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내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는지 모르겠지만. 과거는 화석이 되어 이젠 향기마저 풍기지 않고 미래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끝도 보이지 않는 계곡 사이로 이어진다. 중년이라 그런 건가. 돌파구는 늘 위기에 있다지만, 우리 인생은 늘 위기 위에 있다. 올웨이즈 리스크 모드라고 해야 하나. 


음악을 들었지만, 예전같은 감동을 찾기 어려웠다.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가을이 왔다고들 말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끔찍했던 여름이 이어져, 계속 지치고 땀이 나고 흔들거린다. 그래도, 기어이 가을은 올 것이고, 그래도 나는 나이가 계속 들어갈 것이고, 그래도 내 아이는 계속 자라날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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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어느 대담에서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과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 감상을 하고 나온 후, 거리 가로수 이파리의 색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세상 풍경이 더 생생해지고 풍요로워졌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둘러보고 나오는 일상이 우리들의 삶과 얼마나 멀리 동떨어져 있는가를 생각할 때면,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일반인들의 그런 일상을 무너뜨리고 미술 - 순수 미술 - 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한 때 고민하고 실천하기도 했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가람미술관에서 가끔, 인상주의전을 하기만 하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 길게 줄을 서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더 절망스러운데, 그들 대부분 미술을 좋아하고 그걸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전시에 가게 된 다른 목적 - 아이들의 교육이나 일종의 허영의식 - 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미술 작품 구입도 이와 비슷했다. 적어도 미술을 사랑하고 어느 정도 감식안이 생긴 후에 작품 구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전혀 그렇지 못하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컬렉션이 되는 이들은 아예 갤러리 후원을 하거나 갤러리를 직접 운영해버린다.) 


정작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엔 관람객이 적다. 토요일 오후라면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을까 했으나, 의외로 한가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한가로운 풍경은 지방의 국공립미술관의 그것을 예상케한다. 그리고 이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 문제와 이어진다. 실은 미술관의 태만도 일부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학교에서의 미술을 포함한 예술 교육 전반이 잘못된 것인데 말이다. 그러므로 국공립미술관에 관람객 수가 적다고 하여 예산을 깎기보다는 도리어 학교에서의 예술, 특히 미술 교육과 연계된 국공립미술관의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에 따른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글쎄다. 정치인들 중에 예술 교육에 관심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련지. (명품엔 관심 많겠지만!)


'가나안트 컬렉션 앤솔로지' 전은 2001년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로부터 기증받은 200점의 작품 중 24명 작가의 대표적인 민중미술 작품 28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대부분 1980년대 만들어진 작품으로 정치적 메시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열리고 있는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전(~11월 20일까지)과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이도 보았지만 '민중미술'이라는 한국 미술 역사의 한 장면을 연출하였으며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들의 초기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임에 분명하다.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작가들은 강요배, 권순철, 김봉준, 김용태, 김정헌, 김호득, 김호석, 민정기, 박불똥, 손상기, 손장섭, 신학철, 심정수, 한성금, 안창홍, 오윤, 이종구, 임옥상, 정복수, 홍선웅, 홍성담, 홍순모, 황재형 등이다. 


강요배, 심정수, 손상기의 작품만 스크랩해본다. 조각가 심정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거나 예전에 보았으나 무심코 흘려보낸 듯하다. 강요배와 손상기의 작품은 예전부터 좋아했고. 그 외 김호득, 안창홍, 정복수의 작품들을 좋아했다. 


맥잡기

강요배( 1952~) 

종이에 포스터컬러, 200×200cm, 1983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하지만 강요배의 근작들만 이들에게 위 작품은 참으로 낯선 것이다. 미술관 측의 작품 설명 일부를 옮긴다. 


강요배는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서, 주로 사회의 모순에 대해 발언하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맥잡기>는 작가가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장식적인 색채 등 민화풍의 소박하고 고졸한 표현 방식으로 그려진 정사각형의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 흰 무명바지와 저고리를 입고 머리에 흰 천을 두른 한 청년이 쭈그리고 앉아있다. 양손에 나뭇가지를 붙잡고 맥잡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검은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배경으로 화면 맨 위 중앙에는 '건곤(乾坤)'의 괘가 그려져 있다. (...) 작가는 급속한 서구화가 가져온 전통 문화의 붕괴 현실을 고발하고, 강한 극복의지를 표출하고자 하였다. - 전시설명 중에서



백로즈음

강요배

 Acrylic on canvas, 97×130cm, 2012

(출처: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tnu=201305100007 )


최근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서정성 밑에 굳고 일관된 역사 의식이 숨겨져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민중미술로 시작하여 현재에 이른 강요배 작품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꽤 의미 있을 것같다. 



오늘

심정수(1942~)

동, 103x147x64cm, 1990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심정수는 사회와 괴리된기존의 추상적인 경향의 조각에 반대하며 진정한 삶과 사회의 리얼리티를 담아내려는 조각을 주장하였다. (...)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비판적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암울하고 절망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였다. 특히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의 모습과 시대의 아픔을 가장 한국적인 조형언어로 선보였다. <오늘>은 행동하는 인물 군상을 통해 오늘의 나아가야 할 바를 강하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희망과 바램이 북을 치고 꽹과리를 들고 있는 인물, 어깨동무하고 행진하는 노동자, 민중의 모습을 통해 전달된다. - 전시 설명 중에서


심정수의 작품은 작지만, 힘차고 역동적이다. 강렬한 표현력으로 공간을 사로잡고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조금은 거칠고 덜 세련되었더라도 강인하고 그 내부로부터 솟아나오는, 생명력있는, 정말로 왕성하게 살아 있는 미술을 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잃어버리기 전에 우리 미술의 건강성을 찾아야겠다. 편협되고 일방적인 사고의 강요에서 벗어나, 모든 문화, 가치존중의 평등시대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에게서도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 현실의 모습과 역사 그리고 의식과 인식, 또한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건강한 정서, 그 모든 것들을 일깨워내야만 한다.”―심정수, 작가노트 중에서, 1990. 


공작도시 - 붉은 지붕

손상기(1949 ~ 1988)

캔버스에 유채, 111x144cm, 1984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손상기는 풍경화를 통해 서민의 삶을 표현했던 작가이다. 초등학교 때 척추를 다쳐 성장이 멈추는 불구가 되어 '꼽추화가'로 불리기도 했는데, 39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초기에는 자연적 이미지를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직, 간접적으로 표현하였으나, 사회와 역사 문제로 작품 세계를 확장시켰다. 80년대 당시 기계화, 산업화로 치닿고 있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도시 풍경으로 그리면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사실적 발언을 도모하였다.

<공작도시> 연작은 붉게 물든 도시의 지붕과 잿빛의 담벼락을 보여준다. 시선의 흐름은 전면에 가로막혀 있는 철조망 너머로 붉은 지붕의 수평면을 따라 점차 희미해지며 이어진다. - 전시 설명 중에서 


손상기의 작품들은 보이는 이의 마음 한 구석을 잡아당긴다. 그의 <공작도시> 연작은 너무나 유명해서 미술애호가라면, 아마 다들 한 두번씩은 보았을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작지만, 무척 실속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현재 열리고 있는 미디어시티서울 전도 무료!) 전시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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