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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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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쓸 수 없다. 다만 이 견딜 수 없는 초조감을 적어 잊어버리고 싶다. 지금 나는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걱정, 앙심, 초조, 강박관념이 나를 긁고 할퀴고, 되풀이해서 덮치도록 내맡겨져 있다. 이런 날에는 산책을 해도 안 되고, 일을 해도 안 된다. 어떤 책을 읽어도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일부가 내 마음 속에 부글거리고 일어난다. 서섹스 전체에서 나만큼 불행한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다. 또는 내 안에, 그것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사물을 즐길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만큼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 1921년 8월 18일 목요일 


어느 책에선가 예술가의 자살율을 살펴보았더니, 소설가들의 자살율이 최고였다고 전했다. 화가와 음악가의 자살율은 기억나지 않는다. 언어를 다룬다는 건 그만큼 어렵고 고된 일이다. 


작년말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아직도 이 백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워낙 이 책 저 책 오가며 읽는 터이기도 하지만, 비밀스러운 일기가 출판되리라고 그녀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녀가 죽은 후 수십 년이 지난 후 더구나 동양의 작은 나라의 중년 남자가 읽는다는 건 ... ...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고등학교 때 읽은 후, ... ... 아직 없다. 다만 그녀의 비평, 수필은 여러 번 읽었고 이제 그녀의 일기다. 등대로... 델러웨이 부인 ... 은 번역서만 가지고 있을 뿐, 읽어야지 할 뿐이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서울엔 이미 어둠이 내렸고 긴 새벽을 위로할 술 한 잔이 그리워진다. 버지니아 울프였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장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진 2013년, 버지니아 울프를 읽는 건 참 낯설고 쓸쓸한 일이다. 지독히도 쓸쓸한.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시다. 그래서 나는 술집 앞의 술 취한 수병처럼 후회하고 있다." 

- 1924년 8월 1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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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신 - 초월적 존재 - 를 부정하지 않으나, 칸트의 생각처럼 우리의 시대는 저 먼 세계와   거대한 단절이 있고 그 사이를 왕래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탓에, 무교에 가까운 나에게 절은 그저 관광지에 지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처님 오신 날, 아내가 절에 가자고 했다. 작년엔 뭘 했나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절이라~ ... 하긴 긴 연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한 나에게 선택지란 없는 걸까. 





국립 현충원 안에 제법 큰 절이 있다고 했다. 국립 현충원은 입구만 보았을 뿐이고 그 안의 절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호국지장사' ... 





부처님 오신 날이라 사람들로 가득했다. 불심 가득한 신자들도 있었고 믿을만한 것들이 사라지는 21세기 어느 반도의 봄,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기대기 위해 온 사람들도 많은 듯했다.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절 안 가득 불경 읽는 소리와 목탁 소리, 간간히 들리는 종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불경 읽는 소리였던가. 


길게 늘어선 사람들 끝에 서서 기다린 끝에 절 밥을 먹고 내려오는 길, 현충원 내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었는데, 가끔 나들이 나오기 좋은 곳임을 알게 되었다. 





멀리 푸른 나무들과 아파트들이 보이는 것이 여긴 서울이 아닌 듯 싶기도 했다. 현충원 입구에서 위로 올라올수록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잔디밭이 있어서 ... 아래에선 언덕 위의 풍경을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입구 쪽에는 그늘이 없어 걷기 부담스러웠지만. 





언덕 뒤로 사당동과 상도동의 번잡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을 테지만, 시선은 그 곳에 가닿지 않았다. 서울에서 가장 좋은 명당이니까. 원래 중앙대 터를 여기로 잡았는데, 누군가가 이 터는 현충원 터가 될 터이니, 그 뒤로 잡으라고 했다고 들었다(학교 다닐 때 어느 교수가 강의 중에 했던 말인 듯싶은데, 기억은 나질 않고.. ). 


 


사진을 찍고 여기저길 돌아다니는데, 도통 정리를 못하고 있다. 이런 식 - 블로그에 올리기 - 으로라도 정리를 해놓아야 겠다. 조만간 최근 일본 여행 기록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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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배신 - 10점
프랭크 파트노이 지음, 강수희 옮김/추수밭(청림출판)



속도의 배신
프랭크 파트노이(지음), 강수희(옮김), 추수밭 


상당히 좋은 책이다. 특히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정권이 바뀌거나, 혹은 총리나 장관이 바뀌면 (타당성 검토나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장기 정책의 방향도 바뀌고, 5년 후나 10년 후의 미래에 대해선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고작 1~2년의 미래 정도에만 관심이 있고, 심지어 그것마저도 무시한 채 당장 내일 일만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나라. 단기 기억 상실에 걸려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까지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나라. 어쩌면 이 사회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해선 무관심한채) 무조건 앞을 향해서 최고의 속도로 달려가야만 안정이 되는 이상한 곳이 아닐까. 그런데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술을 수용하고 소비하는 나라, 그래서 성공했다고 믿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게 이 사회에서, 이 나라에서 먹히는 소리일까? 

이 책의 원제는 'Wait'다. 이 책은 기다림에 대한 책이며, 느리지만 올바른 결정,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이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혁신은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이 책을 한국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해줘야 되지 않겠는가.  


"저는 투자야말로 세계 최고의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윙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여러분은 플레이트에 서 있고, 투수가 제너럴 모터스를 47에 던집니다! 유에스스틸은 39에 던지죠! 스트라이크라고 외치는 사람도 없습니다. 기회를 잃는 것 외에는 패널티도 없습니다. 그저 원하는 공이 날아오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외야수가 잠들었을 때 공을 치기만 하세요."
"뭔가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무한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죠."


'게으른 나무늘보와 같이 투자하라'고 이야기하는 워렌 버핏의 위 조언은 이 책이 지향하는 어떤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책은 현대 비즈니스와 스포츠에서의 시간에 대해서, 그리고 해야할 일을 미루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진짜 혁신, 혹은 가치있는 것은 느리게, 오래 기다린 끝에 온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와 인용을 통해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일을 미루고 느리게, 기다리는 행위가 자연스럽고 우리 몸에 맞는 것이라고 말한다. 
 

짐 바르도와 공저자 존 보이드는 인간을 '시대착오적 존재Living anachronism'으로 묘사했다. 그들은 우리가 수렵, 채집인의 느린 시간에 살도록 미리 배선되어 있으며, "메가헤르츠의 시대에 사는 헤르츠의 기계가 되었다"고 말한다. 짐 바르도에 따르면, 인간의 가장 큰 투쟁은 우리의 타고난 신체 리듬을 점점 더 빨라지는 기술의 속도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247쪽) 


어느 방송에서 15세기 조선 시대의 사람이 21세기 서울 종로로 오면, 오자마자 바로 기절하는데, 그건 시끄러워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인간이 하루종일 낯선 사람들만 만나서 길을 지나치는 경험을 불과 몇 백 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이전 수만년 동안 우리는 아는 사람들, 아는 풍경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 문명은 우리를 속도전의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모순적이게도 멀티태스팅이 요구하는 강한 집중력 때문에 시간이 더 길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더 느리고 비효율적이 되었다. (249쪽) 


이 책은 또한 많은 기업들의 경영진들에게 추천할 만한 하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진정한 혁신, 가치있는 것은 느리게 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인슈텔룽 효과(Einstellung Effect, 분명히 더 나은 대안이 있는대도 늘 하던 방식대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 극복해야 혁신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역자는 이 책에서 인용된 주요 책들의 한글 번역 정보를 수록하는 노고를 보여주었으며, 책 말미의 미주들은 보다 깊이있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책 중간중간 경제학에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들도 있어 읽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난이도 높은 책은 아니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미국 쪽 저자들은 참 이런 책을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 
사족) 
위 서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요즘 하도 글쓰기에 시간 할애를 하지 못하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내가 쓴 글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패스트푸드자극'이다. 

패스트푸드 자극이 있다. 패스트푸드 로고에 노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실험해보니, 패스트푸드 로고에 노출된 집단의 경우 책을 읽는 속도 등등이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빠르다는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알고 봤더니 노출된 집단은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도 여유가 없고 무조건 빨리 처리하려고만하지,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프랭크 파트노이는 '속도의 배신'이라는 책을 통해 빨리 뭔가 하려는 것이 얼마나 좋지 않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된 실험과 논문을 발표한 샌포드 드보(Sanford Devoe) 교수의 언급을 인용해본다. 

"시간을 줄여주는 각종 행위들은 모순적 결과를 불러옵니다. 패스트푸드는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지만, 그렇게 해서 아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활동으로부터는 오히려 멀어지게 만듭니다. 더 이상 꽃향기를 맡을 여유가 없게 말이죠." 

이 책에서는 이런 사례도 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주당 근무 시간이 40시간에서 50시간으로 늘어났고 사람들은 더 많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은 실제 근무 시간은 30시간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새로운 정보 미디어, SNS 채널 등과 같은 활동들로 인해 일종의 강박증이 생겼고 모든 활동이 업무와 연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많은 책에게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 책을 쓴 저자에게나 어울리는 소리이고, 우리에게, 나에게 필요한 시간은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투자할 수 있는 몇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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