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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와인 +44


혼술의 비밀. 그건 와인 잔에 맥주를 담는 허세다. 

혼자 고독한 척 쓸쓸한 척 멋있는 척... 척의 비밀. 

그건 아는 자만 아는 유쾌한 허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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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간의 흔적이 숨겨져 있는 책상 바로 위로, 지치지도 않고 차가운 에어콘 바람은 평평한 사각형으로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면서, 어떤 구조 속에 스스로 자신을 내몰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을 내몰지 않으면 안 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삶 전체를 내몰지 않은 사람들에겐 철없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무책임하고 제멋대로 인간임을 인정하라며 세상은 강요한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우리를, 어떤 시스템 속으로 자신을 내몬 이들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책임질 생각도 없다. 강요하면서도 그 강요로 인한 결정로 생긴 좌절, 절망, 슬픔에 대해선, 네 잘못이라며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결국 세계는 피해자들로만 넘쳐난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 모든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떠밀려 지금 이 자리에 서서 걱정하고 슬퍼하고 아파한다. 쉴새없이 아파하면서 스스로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똑같이 강요한다. 


애초 세상은 잘못 만들어진 곳이다. 그러니 플라톤은 애초부터 '저 세상의 이데아'를 슬프게 노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태도만큼 잘못된 것도 없으니)


뫼르소도 조현병 환자였을까? 사람들은 '원인-결과'라는 인과율의 노예다. 자연과학에서 원인-결과의 인과율과 사회에서의 인과율은 전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자연과학을 대하듯 사회를, 사람을 대한다. 그렇다고 원인을 해결하지도, 해결할 의지도 없다. (더 불행한 건 지금 정권은 해결할 머리조차 없다.) 


영국의 EU탈퇴는 예견된 불확실성이다. 그러니 충분히 준비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호들갑은 무엇인가. 저 멀리 떨어진 유럽 대륙의 일이다. 직접적인 영향은 일부이고 대부분 간접적인 것들이다. 마치 스스로 무능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무능력함을 드러내 보인다고 할까.

 

아, 그러면 나도, 그런 건 아닐까. 기분 좋게 술 마실 일이 없다. 날 기분 좋게 할 사람 만날 일도 없다. 보링거는 적대적 세계에서는 추상이, 우호적 세계에선 감정이입의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어쩌면 나는 지금 추상의 거친 계절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원래 얼마 전 마신 와인 사진 한 장 올리려고 시작했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주절주절 글이 씌어진다.




얄리다. 칠레 와인이다. 가성비가 좋은 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 기대했던 것엔 미치지 못했다. 카르메네르여서 그런가. 그동안 카베르네 쇼비뇽만 마셨으니까. 마트에서 손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가성비가 좋은 칠레 와인으로는 에라주리스, 디아블로, 얄리가 유명하다. 




술 마실 일도 줄었고 술 마시기도 겁 난다. 나이가 든 탓인지,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마음까지 무너진다. 세상이 슬프다거나 절망적이라든가 하는 식의 우울함이 아니라, 그냥 엄청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마약을 한 다음에 나타나는 무기력이 이런 걸까.


그래서 아주 무기력하게 술을 마시고 싶다. 술을 마시는 중간중간, 말러를 듣다가 밥 말리를 들으면 무기력해졌다가 잠시 유쾌해질 수 있을 것이다. 풀바디한 스페인 와인을 마시다가, 살짝 크리스탈 와인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유리 조각은 얇고 무겁게 바닥에 깔리며 빛이 나고, 붉은 색 와인은 옆 테이블에 혼자 앉은 여인의 가느다란 손가락 끄트머리에 가 부딪히면 좋을 일이다. 아마 베네치아의 카사노바가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무기력해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취하면서 누군가를 알게 되고, 그렇게 다음 날 다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 ... 인생의 목적은 역시 먹고 마시는 데 있는 것이다. 자연이 진공을 싫어하듯 우리 몸과 마음은 어떤 것들로 채워져야만 한다. 붉고 무거운 것들로 채워지면서 삶은 한껏 가볍고 우아해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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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작은 글 하나 써서 올릴 틈도 없는, 하루하루가 지난다. 낮엔 잠시 비가 왔고 우산을 챙겨나온 걸 다행스러워 했으며, 저녁엔 비가 그쳤고 손에 든 우산이 거추장스러웠다. 내 과거는 다행스러웠고 내 현재는 거추장스럽다. 


집에 와서 페이스북에 한 줄 메모를 남겼다. 


*   *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건 ... ... 반대로 현실을 꿈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현실을 꿈으로 만들겠다. ... ... 거참, 힘든 일이다.


*   * 


십수 년전부터 선배들을 따라 간 호텔 바를 얼마 전에도 갔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와인을 마셨다. 한창 와인 마실 때가 그립다. 그 땐 미래가 있다고 여겼다. 

갑작스러울 정도로 세상이 엉망이 되었다.


이젠 술을 마시기도 힘든 시절이 되었다. 내 몸도, 내 마음도, 이 시절도, 이 도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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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lliver Bordeaux 2009 

H. Cuvlier & Fils 

Cabernet Sauvignon, Cabernet Franc, Merlot



국내 판매 가격은 63,0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가격으로? 하지만 이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좋은 와인들은 무척 많기 때문에 보르도 와인의 전형적인 풍미를 가졌다고 하나, 이는 2-3만원 대 보르도 와인에게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와인을 2-3만원 대에서 구입한다면, 이는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적절한 밸런스와 탄닌, 그리고 무겁지도 않으며 산뜻하게 입 안을 자극하였다. 고기와 함께 먹는다면, 이 와인은 매우 좋을 듯 싶다. 


** 


와인을 마시며 아래 두 음반을 들었다. 카렐 안체를의 '모차르트 레퀴엠'과 첼리비다케의 '모차르트 레퀴엠'이다. 둘 다 만만치 않는 앨범이지만, 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나도 카를 안체를의 지휘가 더 좋다. 첼리비다케의 느리고 신중하며 무거운 스타일은 모차르트와는 안 어울리는 듯. (그래도 첼리비다케다. 형편없는 모차르트 레퀴엠 음반보다 이 음반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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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술은 참 오래된 벗.

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까베르네쇼비뇽. 

이 가격대(1만원 ~ 2만원 사이)에서 가장 탁월한 밸런스를 보여준다고 할까. 

가벼운 듯 하면서도 까쇼 특유의 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 

이 와인을 즐겨 마신 지도 벌써 10년. 

그 사이는 나는 이 와인을 참 많은 사람들과 마셨구나. 

아직 만나는 사람도 있고 연락이 끊어진 이도 있고. ... 

흐린 하늘의 춘천을, 사용하지도 않을 우산을 챙겨들고 갔다 돌아온 토요일 저녁, ... 

한없이 슬픈 <<화양연화>> OST를 들으며 ... 

참 오랜만에 혼자 술을 마신다. 

오마르 카이얌도 이랬을까. 

인생은 뭔지 모르지만, 술 맛은 알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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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의 출판사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서평 이벤트 2개에 참여했다. 

그리고 2개 다 당첨되었고 1주일 동안 2권을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려야만 했다. 허걱. 


1주가 지난 건지, 2주가 지난 건지 가물가물하다. 

한 권의 책을 빠르게 읽고 서평을 올렸다. 서평의 첫 문장이 이렇다. 

'이 책, 천천히 읽어야 한다' 

ㅡ_ㅡ;; 


나머지 책은 이제 서문을 읽었다. ㅜ_ㅜ 

(아, **출판사님 미안)


읽고 있던 손재권 기자의 책, 알렝 투렌과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은 멈춰진 상태다. 


제안서 하나를 써서 수주했고 

여러 번의 미팅 끝에 또 하나 계약을 할 예정이다. 


조직 개편이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뽑아야 한다. 

아는 분의 소개로 '머리에 쥐 나는' 원고 작업을 하나 하고 있고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이다.

그렇다. 금요일이다. 

아, 끝나지 않을 듯한 금요일이다. 


하지만 나는 남은 일들을 끝내야 된다. 

그러면 금요일도 끝날 것이다. 




직원들이 다 퇴근한 후 불을 끄고 있는 사무실은 뭔가 간결해보여서 좋다. 

나 혼자만 불을 켜놓고. 


하지만 사무실 구석 어둠 속에서 불투명한 형체가 아른거리듯한 느낌, 

귀신이 나올 것같은, 참 형편없는 공포를 아직도 느낄 땐, 

내가 참 형편없어진다. 


우스개 소리로 사무실 구석에 바 만들어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고객에게 술 마시게 하고 

마음에 드는 고객에게도 술 마시게 하여 

서로 손을 잡고 미래를 노래하는 회사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철 없는 생각했다.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근처 이마트에 들려 와인 한 병 사들고 가서 불꺼진 거실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이거 맛있네. 

로버트 파커 얼굴에 사인까지 있어 구입했는데, 

역시 마케팅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거짓말하는 마케팅의 시대는 가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마케팅의 시대가 온 것일까?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를 이야기했던 제임스 H. 길모어는 <<진정성의 힘>>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지만... 

 




한 때 '마구로앤와인'이라는 이름도 해변가 근처에서 술집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리고 그 술집하다가 죽은 후에는 '향유고래'로 환생해서 바다 깊숙한 곳에서 심해 오징어와 놀고 ... 


이렇게 금요일이 간다. 

금요일의 의미? 

그건 밤이 만들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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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피노 누아 2011

Marques De Casa Concha Pinot Noir

Chile






(출처: http://www.cellartracker.com/wine.asp?iWine=1721913 )




최근에는 와인을 자주 마실 형편이 되지 못하는 탓에 가끔 들리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세일하는 와인을 사는 게 고작이다. 그리고 이 녀석을 50% 할인된 가격에 구한 횡재를 누릴 줄은!! 


콘차이토로의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피노누아를! 


부드럽게 다채로운 균형감, 그리고 입 안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분은 일상의 피로와 우울함까지 날려버린다. 무리하여 구대륙 와인에 손을 대어 실패하는 것보다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피노누아가 훨씬 나을 것이다. 


실은 너무 진하고 무겁기만 하면서 비싸기만 하면서, 지나친 명성을 가진 몇몇 신대륙 와인보다 이 와인이 더 낫지 않을까. ~ 


 

가격은 6만원 ~ 7만원 대. (나는 이 가격의 절반대에서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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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전직장 부서 회식 때 마셨던 와인이다.


그런데 올해 중순에 회사를 옮겼고 옮기자 마자 준비하던 일련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탓에 연말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다. 그리고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너무 황당해서 과연 이 나라의 국민들은 도대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라를 걱정하고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가 의아스러울 정도이니, 나도 드디어 (이런저런 이유로) 심각하게 '외국 나가 살기'를 진지하게 고민한 첫 번째 해가 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일 수록 더욱더 생각나는 디오니소스의 유혹. 하지만 최근 들어 자주 기억이 끊어지고 나이든 내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은 27살 그 때 그 시절로 향하니, ... 여러모로 얼굴 들기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근사한 와인 만큼 인생의 위안도 드물 것이니, ... 이 블로그에 오는 이들과 함께 와인을 마셔도 좋으리라. 


작년 연말에 마셨던 와인에 대해 평하면서 올해 연말을 기대해보기로 하자.  



Chateau de Goelane  샤또 드 고엘란  


보르도 AOC 등급의 와인이다. 이 와인,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근사한 밸런스와 적절한 탄닌감, 그리고 풍성한 향은 연말 적절한 가격대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인에 속할 것이다.


강남 신세계 백화점 와인샵에서 약 5만원 초반 가격으로 구입했으니, 이 가격대의 신대륙 와인보다 훨씬 낫다. 내가 워낙 구대륙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소 편파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카베르네 쇼비뇽, 멜롯, 카베르네 프랑을 블랜딩한 와인으로 수입사는 길진인터내셔널이다.

 


Lou's No 1 루스 넘버 원  


호주 와인이다. 카베르네 쇼비뇽 100%의 이 와인은 신대륙스러운 풍성함을 자랑하지만, 피니쉬는 약하고 여러 품종을 블랜딩한 와인이 주는 향미가 없다. 또한 구대륙 와인이 주는 깊고 향기로움이 덜하다.


그런데 가격은 사또 드 고엘란보다 다소 비싸니(7만원 대), 나는 또다시 보르드 와인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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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hapoutier, La Ciboise Red 2009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레드 


품종 : Grenache 60%, Syrah 30%, Carignan, Mourverdre 10%






꼬뜨 뒤 론 지역의 와인이다. 엠 샤푸티에는 1808년에 설립된 론 지역의 와인 명가이기도 하고, 여기서 나오는 와인에 대한 평판은 대체로 좋다. 


이 와인은 첫 느낌은 밋밋하다. 까르베네 쇼비뇽를 즐겨 마셔온 탓에, 라 시부아즈 레드는 너무 심심했다. 와인 매장 점원은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보다 이 와인이 더 낫다고 했지만, 나는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을 샀어야 했다.


평판이 나쁘지 않으나, 첫 느낌이 밋밋하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리고 오픈하고 난 뒤 두 세시간이 지나니, 은은한 맛이 입안에 돌았다. 한결 부드러워졌다. 적당한 취기는 혀를 민감하게 하고 맛이 배가시키곤 한다. 


부드럽고 적당하게 달콤한, 탄닌 향이 적은 와인을 원한다면, 이 와인은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과 어울린다. 


금요일 저녁, 주 내내 쌓인 스트레스를 풀 겸, 오랫만에 와인 한 병 사서 마셨는데, 내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나는 역시 부드러운 와인보다 다소 거칠면서 묵직한 와인이 좋다. 

(품종만 봐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쉬라가 30%였다니. 그러고 보니 그레나슈Grenache는 이번이 처음인가..) 



가격대: 3만원 - 1만원 중반 (모 마트에선 만원 대로 판매되고 있다는.. ㅡ_ㅡ;; 나는 2만원 중반대로 구입했다.)  결론 - 만원대라면 좋겠지만, 더 이상이라면 비추천. 너무 밋밋하다. 




* 참고로 작년에 마셨던 론 와인. La Vieille Ferme 2009가 라 시부아즈 레드보다 가격이나 풍미 면에서 훨씬 낫다. 


2011/09/29 - [지하련의 우주/味적 우주] - La Vieille Ferm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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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eau Marquis de Vauban La Cuvee du Roy 2004


메를로 75%, 그 외 까베르네 쇼비뇽, 까베르네 프랑이 브랜딩된 프랑스 와인이다. 이 와인을 마시기 전에 검색해보았고, 우호적인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밋밋했다. 심지어 한 시간 이상 디켄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밋밋한 느낌 그대로였다. 거기에다 테이블에 같이 앉은 지인의 단골 와인샵 여 사장님, 연신 후루룩, 입 안에서 와인을 굴리며 와인을 마셨다. (아, OTL!)

밸런스는 좋으나 바디감이 약했고 다소 거친 느낌이 들었다. 향은 좋았으나, 깊은 맛은 없었다. 가격에 비해 기대 이하의 맛이었다. 아니면 확실하게 내 취향이 아니었다. 추천하지 않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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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quis De Chasse Bordeaux 2007
Ginestet, France

메를로(Merlot)와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을 브랜딩한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이다.

참 이렇게 적고 나니, 할 말이 없다. 위 문장으로 마르퀴스 드 샤스 보르도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니 말이다. 와인이 이렇게 밋밋한 감상평으로도 끝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이 리뷰를 적기 위해 이 와인 정보를 검색해 보니, Marquis De Chasse Medoc의 가격은 이 와인의, 거의 두배 가격이었다. 하긴 몇 년 전 파리에 갔을 때에도, Medoc 와인은 따로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 때 환율을 고려해 환산해보면 만원 이하 와인은 보기 드물었다. 다행히 다른 지역의 좋은 와인들이 많아 다행이었지만.

이 와인은 얼마 전 롯데마트에서 구입하였고 적당한 탄닌과 무게로 천천히 음식과 즐기기에 좋은 와인이었다. 부담없는 가격(2만원 대)으로 프랑스 와인을 즐기기에 제법 괜찮은 와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좋았던 점은 달달한 느낌의 신대륙 와인들만 마시다가 오랜만에 마시는 브로드 와인의 느낌이었다. 역시 구대륙 와인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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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ffino Chianti Bottle
Italia, 2009
Sangiovese 90%, Canaiolo 10%


주위 사람들에게 와인을 권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구입 가격이 일반 술보다 비싸고 마시는 것마저도 이렇게 잔을 들어야 한다거나 화이트 와인은 언제, 레드 와인은 언제 마시면 좋다는 등 와인을 처음 마시는 우리에게 와인은 참 불편한 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와인을 찾는 것일까.

그건 무작정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과 달리 와인은 숨을 고를 수 있고 상대방의 시선을 의식하며, 상대방의 호흡과 숨소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긴 모든 술이 그렇긴 하다. 그러나 그랬던 술이 지쳐가는 세계 속에서 무작정 취하기 위한 술이 되어버린 탓이다. (프랑스에서 와인은 늙은이들이나 마시는 술이 되어가고 있다) 

와인은 아직 우리에겐 생소한 술이고 아직 무작정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되지 않았다.  

루피노 끼안티는 루피노의 가장 저렴한 브랜드이다. 마트에서 2만원 대에서 구할 수 있다. 묵직하진 않지만, 부드럽고 상큼한 향이 좋은 와인이다. 과일향과 꽃향이 풍긴다.

간단한 저녁식사에 곁들어 먹을 수 있는 편한 와인이다. 적당히 드라이하면서 산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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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깊고 부드러운 와인을 마셨다. 붉은 빛깔이 나는 알콜은 원래 바람이 지나는 풍경을 나풀거리는 가로수의 잎사귀로 알아차릴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 안 한적한 공간 안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일상이 가져다 준 긴장한 마음을 잠시 풀고, 피곤에 지친 몸을 낡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한동안 그러지 못하리라.)

용산 후암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식당. 남산도서관 인근의 독일 문화원 옆 주차장 아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일 비노 로쏘(IL VINO ROSSO)에서 나는 이 와인을 마셨다.

샤또 세규르 드 까바냑(Chateau Segur de Cabanac) 2003.

오래된 와인을 마실 때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오후 일찍 시작해 해질녁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이 어울린다. 첫 느낌은 마치 잠을 덜 깬 듯한 오래된 밋밋함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와인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질감이 입 안을 에워싸리라. 하지만  일 비노 로쏘의 요리들도 와인 만큼 감동적이었다. 

은은한 부드러움이 이 와인의 특징이었다. 워낙 구대륙의 무거운 와인들을 좋아하던 터라, 도리어 샤또 세규르 드 까바냑은 가볍지 않으나, 그렇다고 무겁게 느껴지는 와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적절한 산미와 부드러움은 입 안을 기분 좋게 해주었으며, 식사를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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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a Antinori
Toscana 2005

Sangiovese 60%, Cabernet Sauvignon 20%, Merlot 15%, Syrah 5%


오랜만에 맛보는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으면서도 향긋한 묵직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와인이라, 이제서야 마신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안티노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이며, 이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샵가격은 4만원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다른 년도의 이 와인의 맛은 잘 모르겠다. 축복받은 해인 2005년산이라는 것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가격에서는 다른 좋은 와인들도 충분히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 오랜만에 와인 리뷰다. 이제 자주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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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10.05.21 06:02 신고

    혹시 [몬도비노](2004)라는 와인에 관한 다큐영화 보셨는지요? (아직 못 보셨으면 강추합니다^^) 거기 보면 감독이 안티노리 가문을 인터뷰하는 게 나오는데 무솔리니 시대에 엄청 혜택을 입었던 역사가 나오면서 무솔리니도 알고보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둥 노스텔지아가 역력하더라고요.. 그후로 안티노리 와인은 구입목록에서 영구 제외해버렸슴다.. 제가 너무 결벽적인지도 -_-;;;

    • '몬도비노'는 보지 못했는데, 요즘 한국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네요. 과거의 안 좋은 것들은 다 잊어버리고 6,70년대의 좋은 일들만 떠올리거나, 아니면 그 때 교육을 받고 자신의 황금같은 청년기를 보낸 탓에,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좋았던 시대였으니, 그 때의 분위기를 회복해야 된다고 믿는 이들이 한국에 갑자기 늘어난 것같습니다.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아닌 노스텔지아에 바탕으로 둔 정치적 해석이 한국 사회를 물들이고 있는 듯해서요.. 마치 안티노리 가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ㅋㅋ.. 이탈리아 와인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서 .. 마실 일이 자주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우선순위를 확실히 낮추어야 겠군요. : )


와인 정치학 - 8점
타일러 콜만 지음, 김종돈 옮김/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와인 애호가로서 나는 좋은 품질의 와인을 저렴하게 마시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바람이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하긴 와인도 하나의 비즈니스이지 않은가. 우리는 종종 예술가처럼 혼신의 힘과 열정을 다해 포도를 수확하고, 정성스럽게 와인을 만들고, 이렇게 생산된 와인에 대해 마치 예술작품인 것처럼 현란한 수사로 포장된 현학적 평가나 평론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와인 정치학은 종종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유명한 와인 제조업자는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붓겠지만 그들 역시 정치세력들에게 희생되는 존재다. 이 책은 유통업자, 정치집단, 환경론자, 협잡꾼, 논평가 등이 오늘 우리가 마시는 와인의 생산과 판매, 그리고 와인을 마시는 행위까지도 어떻게 지배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5쪽



이 책은 와인 라벨의 숨겨진 함의, 프랑스/미국 와인의 역사, 와인 등급 제도의 비밀, 와인 품질, 미국 와인의 정치적 환경, 미국 와인 시장, 유기농 와인, 와인 생산에 대한 다양한 실험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폭넓은 내용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저자의 관점이 흩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이 책은 한 번 읽어볼 만하다. 특히 프랑스 와인에서 미국 와인으로 넘어가는 과정, 그리고 미국에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기울였던 여러 노력들, 현재 전 세계 와인 시장의 구도 등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단연코 농산물 시장 관계자들이다. 이 책은 포도 농장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어떻게 주류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정해갔는가에 대한 역동적인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나 미국에서 와인은 ‘주류’로 평가되면서 많은 제한을 받고 있지만, 와인은 주류로 평가되기 전에 먼저 문화이며 생활의 한 양식이다. 이런 이유로 와인을 마시기 위한 여러 예절이 요구되며, 한 잔의 와인을 테스팅하는 방법, 잔을 들고 마시는 법이 있으며, 와인 마다 그 와인에 맞는 잔이 구분되어 있다. (실은 와인을 마실 때 이런 것들을 지켜가면서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무수한 와인 가이드북이 있으며, 와인을 배우기 위한 아카데미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된다고 말하지만, 와인을 배우기 위해선 학교(아카데미)에 가야 된다.

그런데 한국의 소주나 막걸리를 이렇게 만든다면 어떨까? 등급제를 도입하고 제법 고급스러운 문화로 만든다면? 아마 웃긴 소리라고 하겠지만, 어떤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기 위해서, 원가경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 파워이고,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선 이를 문화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와인을 성공한 농산물 상품이다.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한 와인 생산자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와인 애호가로서 이 책은 나에게 와인의 신비스러움을 벗겨낸다는 점에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던) 시장 매커니즘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소 슬픈 책이라 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와인을 그만 마시거나 하는 따위의 짓을 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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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즐겨 마신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아주 우연히 와인에 빠졌다.

그 이후 와인 가이드 북만 몇 권을 읽었고, 거의 매주 와인을 마셨다. 와인에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짓도 없다. 재정적인 위기가 오기도 했고 보관을 잘못하는 바람에 값비싼 와인을 날려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와인을 알게 된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지난 일요일에는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와인 모임을 가졌다. 일행 중에 사진을 찍던 이가 있어, 사진 몇 장을 올린다.

시루(SIRU)라는 곳에서, 오후 3시에 만났다.


천정 위로 빼곡히 빈 와인병이 쌓여있다. 제법 좋은 인테리어 아이디어다.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 1병, 보르도 AOC 1병, 칠레산 쉬라즈 와인 1병. 그 뒤로 보이는 디켄터.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는 디켄팅을 했다. 하지만 좀 일찍 디켄팅을 해둘 걸~ 이라는 후회를 했다.


늦게 합류한 이가 가지고 온 메독지역의 크뤼 부르조아 와인.

가볍게 훈제된 닭고기로 올려져 있는 샐러드.  


기분 좋은 스파게티.




* 위 사진들은 우민철(woo927@chol.com님의 사진입니다. 우민철님께 감사.
* 와인 모임의 이로운 점. 회비를 걷어 공동으로 와인을 구입하여 구입가격을 낮출 수 있으며, 또한 레스토랑과의 가격 협상력이 생겨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뭐, 그래도 몇 만원 수준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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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달 전,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요시토모 나라의 판화를 보면서, '이 사람 참 감각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아침, 아트저널 2009년 신년호를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마치 피부 세포 하나 하나가 낮은 하늘을 가진 어느 날, 대기 속의 물방울에 젖어, 까끌까끌하게 날이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트저널에 실린 어느 갤러리의 요시토모 나라 전시 광고 페이지.


오래, 혼자 살다보니, 이것저것 다 해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금붕어 돌보기와 화분들이다. 이 방 저 방 한 두개씩 있던 화분들을 현관 입구에다 모아놓았더니, 제법 보기 좋았다. 아무도 없는 낮에는 꽤 쓸쓸하고 답답하겠지만, 퇴근 후 나는 이들을 위해 온 집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둔다.




일요일 낮에는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 와인을 마셨다. 오랜만에 좋은 와인들을 마셔, 기분이 좋아졌다. 몇 주 뒤, 다시 모여 마실 듯 싶다. 일요일 오후 햇살 아래에서 간단한 치즈 샐러드와 와인 한 두 잔. 사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딱 좋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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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했다. 사무실 근처에서의 점심 식사는 대체로 무의미하거나 우울하거나 쓸쓸하다. 하루 종일 기획서를 쓰고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고객이나 파트너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를 협의한다.

어젠 신사동에 있는 어느 갤러리에 들렸다. 그 갤러리의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한다. 회사 일에, 아트페어 준비에, 이젠 갤러리 일까지 해야 하는 건가. 흥미가 있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 몇 장을 올린다.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100%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일요일 오전이 전부다. 마지막 연애도 오래 전에 1년을 지났고 이젠 2년을 향해 달려간다. 일상을 꽉 짜여져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가끔은 치명적인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이 지상에서 살아온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자기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은 아닐까.


홍대 까페 '중독' 
요즘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까페다. 자주 놀러가고 싶지만, 딱히 같이 갈만한 사람도, 갈 시간도 없다. 카페 중앙 무대에 기인 봉이 천정에서부터 바닥까지 세워져 있어, 봉춤을 출 수 있다! 또한 오래된 턴테이블과 만 장이 넘는 LP를 가지고 있다. 


미국산 피노누아 와인 '마크웨스트'. 
내가 마실 땐 적당하지 못한 온도와 디켄팅을 하지 못했다. 이 와인은 반드시 디켄팅이 필요하다. 가격은 2만원대이지만, 잘 관리해 마신다면 꽤 좋은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Cono Sur, 피노누아 
칠레와인으로, 가격 대비 적당한 맛을 가지고 있다.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같이 마셨던 미국산 아발론 카베르네쇼비뇽보다 훨씬 나았다. 가격대 차이 제법 나는데 말이다.


가평 쁘띠 프랑스 
일 때문에 가게 된 쁘띠 프랑스. 늘 가게 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나의 생각이라는 게, 대부분 사업 생각이긴 하지만. 


이 철길이 어디 철길인지 기억 나지 않는다. 헐~. 기차 타고 여행 가 본 게 언제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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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매일 술을 마시고 있다. 다시 오늘만 약속이 없고. 수, 목, 금, 토, 계속 약속이 잡혔다. 갑자기 사정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사는 게 무척 터프하게 변해버렸다. 여간해선 요즘에 술 마시고 실수하지 않는데, 어젠 술을 너무 많이 마셔버렸다. 그리고 술 잔뜩 취한 채 몇 명에 전화를 했다.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긴장을 놓으면 안 되는데 말이다.

근사한 와인 마시고 싶은 열망이 요즘 부쩍 심해졌다. 결국 와인 동호회 활동을 좀 열심히 하기로 했다. 아는 사람들끼리 와인 소모임 만드려고 했으나, 일정을 잡아서 정해진 시간에 만난다는 것이 예사 일이 아니라서, 그만 두었다. 그리고 주변에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도 드물고 해서.

오늘 저녁은 집 근처에서 운동하고 집에서 쉬는 모드다. 오랜만에 집 청소도 좀 하고 독서도 해야 겠다. 과연 그럴 시간이 날지 모르겠지만. 이사도 나와야 하는데.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학동 사거리 데일리프로젝트에서 마신 에라주리스 와인을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폰이 흔들려 찍혔는데, 의외로 부드럽게 사진이 나왔다. 데일리프로젝트. 최근 발견한 최고의 와인 리스트를 가진 까페다. 이 곳에 있는 소물리에와 한 번 와인 달리기를 해야 되는데, 영 시간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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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ton & Guestier
Bordeaux
Merlot - Cabernet Sauvignon, 2005


일요일 저녁 김포공항 이마트에서 한 병 구입해 마셨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마신 것이, 결국 한 병을 다 마시고 말았다. 지난 한 주, 심리적 긴장과 정신적 불안이 극에 달해 있었으며, 내가 취하는 어떤 행동들도 최선의 것이 되지 못했던 순간들로 채워 있었다. 너무 황당해서 누군가에게 말하지도 못할 어떤 일을 겪었고, 지난 일요일 그것을 끝냈다. 

다행히 이 와인은 특별함이 없었다. 특별했다면, 나는 와인 향에 기뻐했을 것이고 결국 술을 더 마셨을 지도 모른다.

여느 프랑스 와인이 그렇듯이, 멜롯과 카베르네 쇼비뇽의 조합이다. 그런데 멜롯의 달콤함만 부각되고 카베르네 쇼비뇽의 거칠고 깊은 풍미는 나오지 않았다. 실은 그동안 칠레 산 카베르네 쇼비뇽 와인들만 마셔온 탓도 있을 것이다.

가격대은 2만원 정도다. 일반적인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고, 기록적인 찬사를 받은 2005년도 와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했다. 혹시 이 와인을 마시게 될 일이 있다면, 30분 정도의 디켄팅을 한다면, 맛이 좀 살아날지도 모르겠다.

B&G 골드 라벨 시리즈에는 보르도 뿐만 아니라 메독, 생떼밀리옹 등의 여러 와인들이 있으며, 가격대도 다르다.

오랜만에 와인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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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9.03.18 06:52 신고

    특별함이 없는 와인이기에 뭔가 아쉬운 듯 한 병을 다 드셨는지도 몰라요^^ 풍미가 특별한 와인은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잖아요.. ^^

    • 지난 주 내내 황당한 터프함이 저의 일상을 지배했습니다.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일요일 저녁에 끝을 냈는데, 와인 한 병으로 저를 위로했죠. 크~.
      와인 애호가로 들어가면 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게 되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입은 까다로와집니다. T_T; 아,풍미가 특별한 와인을 마시고 싶어요. 흑~.... 환율 때문에 한국에서의 와인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어요. 흑~




Harmonium 2004 
Firriato
Italy, Sicily
Nero dAvola 100%


난생 처음 시실리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처음 마시는 와인은 꽤 부담스럽다. 마셨을 때 너무 맛이 좋다면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고 흥분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분이 상하고 가격부터 따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매우 견고하다. 예상보다 빨리 마신 탓도 있지만, 디켄팅을 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일 게다. 하지만 견고한 틈 사이로 싱그러운 과일향과 묵직한 바디감은 좋은 와인을 가지는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특히 Nero dAvola라는 품종도 처음이고 시실리 와인도 처음이었다. 이 사실도 아주 오랜만에 와인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한 달에 두 세 번 이상 와인을 마시지만, 최근 1년 정도 와인 리뷰를 거의 쓰지 않았다. 실은 와인에 익숙해지니, 마시는 와인들만 찾는다. 특히 와인바에 갔을 때는 무조건 에스쿠도 로흐만 마신다. 다른 와인도 가끔 도전해보나, 역시 구관이 명관이었다.

하모니움은 추천할 만한 와인이다. 그러나 디켄팅은 필수이고 가격대(샵 기준 12만원 수준) 또한 만만치 않다. 그리고 이 가격대에는 고를 수 있는 와인이 너무 많고 또한 이 가격대 이하에서도 이 와인보다 뛰어난 와인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이 와인에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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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다른 생각을 하자. 눈을 감자 숨쉬듯 흐르는 몇 줄기 긴 선이 떠오른다. 사구에서 움직이는 바람 무늬다. 반나절을 줄곧 보고 있었으니, 망막에 각인되고 말았다. 그 모래의 흐름이 과거, 번영했던 도시와 대제국마저 멸망시키고 삼켜버린 적이 있다. 로마 제국의, 사브라타였던가…… 그리고, 주성(酒聖) 오마르 카이얌이 노래한, 뭐라고 하는 마을도...… 거기에는 옷가게가 있었고 정육점이 있었고 잡화점이 있었고, 그런 건물들 사이로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길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었고, 그 길을 하나 바꾸려면 관청을 둘러싸고 몇 년에 걸친 투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느 누구 하나, 그 부동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역사 깊은 마을……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도 직경 1/8mm의 유동하는 모래의 법칙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민음사), 45쪽 중에서



‘그도 오마르 카이얌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술을 좋아한다면, 오마르 카이얌은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디오니소스를 부르기도 했다. 21세기를 향해가던 어느 겨울날, 인사동에서 ‘주신제’(酒神祭)를 열기도 했다. 남는 건 청춘의 방황, 혼미해져 가는 영혼, 다음 날의 몽롱한 육체뿐이긴 했지만.

최근 들어 새벽에서야 비로소 술에 취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다음 날 취기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술의 맛이나 향에 자연스럽게 둔감해지게 되고 술을 마셔도 별 기분 좋아지지도 않게 되었다. 흥겹게 술을 마시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베 코보의 저 단어, ‘酒聖 오마르 카이얌’을 보면서 크게 웃었던 것이 기억난다. 슬프고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소설이었지만,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The Rubaiyat)’가 다소 위안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55.
벗이여, 푸짐한 술상을 차려 놓고
새 장가 들던 나를 기억하는가
불모의 이성(理性)일랑 침실에서 몰아내고
포도 넝쿨 따님을 아내로 맞이했지

56.
생사의 갈림이야 수학으로 풀어보고
인간의 영고성쇠(榮枯盛衰) 논리로써 따지거니
헤아려 보고자 한 모든 것 중에서도
깊은 이치 터득한 건 술의 묘미뿐이로다

91.
죽어가는 이 내 몸에 포도주를 먹여주오
목숨 다한 이 내 몸을 포도주로 씻겨주오
싱싱한 포도잎 감싼 이 몸을
사람들이 왕래하는 정원에 묻어주오
-피츠제럴드 영역,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 The Rubaiyat of Omar Khayyam>>(민음사) 중에서


오직 포도주만이 인생의 참된 해결사로 등장하는 이 시집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컬트(숭배) 시집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11세기의 페르시아나 19세기의 영국이나 현대의 동아시아나, 술에 빠진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듯.

술은 예술가들에게 빠질 수 없는 사랑의 대상임에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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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오르세미술관(파리), 1892년


테이블 옆에 놓인 포도주 병을 보라. 액상 프로방스의 외골수 화가 폴 세잔에게도 카드 놀이 중 술 한 잔의 여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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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메르시에(Philippe Mercier, 1689-1760), <<술을 맛보는 젊은이>>, 루브르박물관(파리)


하지만 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접근한 화가도 있었다. 필립 메르시에의 이 작품은 와인 감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여기에 대해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 콜레트는 이렇게 표현한다.

“자, 이제 입을 다물어야 할 때다. 먼저 불룩한 잔을 천장 꼭대기를 향해 들어올린다.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나서 코를 들이대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나서 잔을 천천히 입으로가 가져간다.”
- <<와인>>(창해ABC북), 86쪽에서 재인용함


반짝이는 저 젊은이의 눈동자를 보라. 잔 속에서 달아오르는 포도주의 율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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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소아 드 트로아(Jean Francois de Troy), <<굴 요리가 있는 오찬>>, 1735년, 콩데박물관


와인과 함께 굴 요리는 어떨까? 이름하여 ‘사랑의 굴 요리’.

우리는 펀치를 만들었고 굴을 먹으면서 입 속에 들어 있는 굴을 서로 바꾸어 먹는 놀이를 했다. 내가 내 입 속에 든 굴을 그녀의 입 속으로 밀어 넣을 때 그녀도 자기 입에 들어 있는 굴을 혀 위에 올려놓고 나에게 내밀었다. 두 연인이 벌이는 장난만큼 사람을 흥분시키고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우스꽝스러움이 그 매력을 빼앗아 가지는 않는다. 웃음 역시 연인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고 갈망하는 사람의 입 속에서 미끄러져 나온 굴 소스는 얼마나 환상적인 맛인지! 더군다나 그건 그녀의 침이 아닌가! 내가 그런 굴을 깨물고 삼킬 때 사랑할 힘이 더욱 샘솟는 건 당연한 일이다.
- 자코모 카사노바, <<사랑의 유희>> 중에서(로타 뮐러의 <<카사노바의 베네치아>>(열린책들), 113쪽에서 인용함)


하지만 포도주가 있고 굴 요리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96.
슬프다, 장미꽃 시들면 이 봄도 사라지고
젊음의 향내 짙은 책장도 덮어야지!
나뭇가지 속에서 고이 울던 나이팅게일
어디서 날아와서 어디로 갔나
-피츠제럴드 영역,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 The Rubaiyat of Omar Khayyam>>(민음사) 중에서


연인들이 모여 앉아 사랑을 속삭이며 술을 마시던 카페 테라스는 텅 비어 가는데. 반 고흐의 쓸쓸함은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모든 이들이 다 떠나가고 유쾌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드디어 그 바닥을 드러낼 때, 비로소 가슴을 울리며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알아가고 있다고 여겨지던 술의 묘미도, 진귀한 향을 풍기며 매혹시키던 한 잔의 와인도, 달콤하던 사랑의 굴 요리도, 늙어가는 인생의 쓸쓸함을 지워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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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몽마르트르에 있는 카페 테라스>>, 오르세 미술관(파리), 186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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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eau Godeau
2003, Saint Emilion Grand Cru

얼마 전 롯데백화점 세일 기간 중에 운 좋게, 저렴한 가격에 구한 와인이었다. 솔직히 Grand Cru 등급 와인에 길들여지면, 경제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신대륙 와인이 제 아무리 과일향이 풍부하고 좋다고 하더라도, 프랑스나 스페인 와인을 따라오려면 한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와인, 풍부한 과일향으로 입 안을 가득 자극하면서 부드러운 피니시를 자랑한다.

멜롯 75%에 카베르네 쇼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적절히 브랜딩한 와인으로 Grand Cru 등급의 와인들 중에서 다소 저렴한 편에 속한다. 세일 기간 중 이벤트 와인으로 나왔으며 약 20,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실제 판매 가격은 60,000원에서 70,000원 사이. 빈티지가 올라갈수록 가격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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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eau Reysson, 2003



크뤼 부르조아 슈페리어 등급 치고 제법 싼 가격이었다.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중량감이 느껴질 정도의 무거움을 추구하는 나에게 이 와인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미디엄 바디라고 하나, 더 가벼운 느낌이다. 하지만 이 가벼움은 와인 특유의 향으로 감싸져, 기분을 좋게 만든다.

와인 샵 가격은 3만원 대 초반이며, 와인바에서는 6만원 이내로 마실 수 있다. 프랑스 보르도 오메독 지역의 와인이면서, 크뤼 부르조아 슈페리어 등급을 이 정도 가격에서 맛볼 수 있는 것도 드물지만, 마신 후에는 적절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종종 마트에서 2~3만원대에서 크뤼 부르조아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이때는 놓치지 말고 구입해서 마시길. 와인샵에서는 세일 기간 동안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와인 등급 주의자는 아니지만, 경험 상 등급과 와인 맛은 대체로 비례한다).

하지만 풀바디한 와인을 좋아하거나 신대륙 와인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기 어려운 와인이기도 하다. 구대륙 와인을 좋아하면서, 프랑스적인 산뜻함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할 만한다(이탈리아 와인과는 다소 다른).  

샤또 레이송은 카베르네 쇼비뇽 57%와 메를로 43%로 블랜딩한 와인이다.

last updated: 200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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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 특유의 묵직함과 약간 거친 듯하면서도 깊은 탄닌향을 맛볼 수 있는 근사한 와인이다. 와인샵이나 마트 와인 코너에서 약 3만원대 이하로 구할 수 있는 와인으로 이 가격대의 신대륙 와인(미국, 칠레)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로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은 없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더구나 2003년도 빈티지.
 
구입: 홈에버 월드컵점
가격: 24,000원
강력하게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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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7.11.20 12:19 신고

    여름에 쓰셨던 글인데 추운 겨울에 뒷북을 치네요.. 제가 좋아하는 까세레스를 발견하고 반가와서 댓글 남깁니다. 리오하 팬입니다.. 어제 포스팅 해주신 미술시장에 대한 메모를 읽으면서, 그림을 자꾸 보면서 그림보는 눈을 키우는 거나 와인을 자꾸 먹어보면서 와인 맛을 알아가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십시오.

    • 정말 괜찮은 설명입니다. 똑같죠. 와인도 많이 마셔봐야 와인의 참 맛을 알듯이, 미술 작품도 많이 봐야 눈이 열리죠. 문제는 그냥 평범한 와인 수천병 마신다고 해서 와인의 진수를 알 수 없듯이(가끔은 시음회도 찾아다니며 좋은 와인 맛을 봐야..), 미술 작품도 좋은 작품을 찾아서 봐야 하죠. 음악도 마찬가지고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끔 쓰는 비유인데, 이렇게 물어보곤 해요. '책 만 권 읽은 사람하고 책 백 권 읽은 사람하고 있는데, 누가 더 똑똑하고 통찰력이 있을 것같아요?' 그러면 열이면 열, 만 권 읽은 사람이라고 답하죠. 그런데 책 만 권 읽은 사람의 만 권이 온통 실용서에다 환타지 소설 뿐이라면, 그리고 책 백 권 읽은 사람의 그 백 권이 동서양의 고전이라면 상황은 전혀 틀려지죠. 얼마나 좋은 것을 경험하느냐가 중요한 것같아요.
      와인 좋아하시나봐요. 부럽습니다. 일본에 계시니. 예전에 비해 가격이 좀 떨어지긴 했는데(특히 칠레와인), 아직까지 많이 비싸네요. 그리고 와인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까지 품종/지역/빈티지 따져가면서 마시는 사람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ㅎㅎ

    • noi 2007.11.20 14:20 신고

      맞는 말씀임다. 좋은 와인 맛을 종종 봐야되는데, 그랬다간 '소비의 톱니효과'에 철퍼덕 걸려 쓰러지면서 뜨거운 맛을 보게될까봐 ㅠㅠ 한번 올라간 입맛 내리기 어렵잖아요.. ^^;;

      지난 여름 한국 갔을 때 비교해 보니 똑같은 와인상품을 놓고 봤을 때 아직 일본이 쌉디다. 2003마르케데까세레스 크리안자가 도쿄에서 1500-1700엔 정도이고 레제르바가 3500엔대거든요.

    • 한국은 너무 비싸죠. 더구나 와인 바에서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따라서 마트나 와인샵(세일 때는 좋아요)에서 구해 집에서 마셔야 되는데, 와인의 특성상 혼자서는 영 맛이 안 나는 게.. ㅎㅎ.. 그래서 소규모 와인 모임을 구성해볼까 했는데, 멤버 구하기가 넘 어렵네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의 와인 모임이 있기는 한데, 이 곳에서의 시음 모임은 주로 새로 들어오는 와인들을 많이 마시고, 품종/빈티지/지역 비교 등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질 않더군요. : )

    • noi 2007.11.20 18:17 신고

      한국에 있었으면 참가했을텐데.. 아쉽슴다^^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지 이제 이 년이 다 되어간다. 마시는 술의 종류에 따라, 술 마시는 공간, 먹거리, 분위기가 달라진다. 분위기로 보자면 겨울의 사케가 단연코 1위다. 여름의 차가운 화이트와인도 좋지만. 시원한 생맥주 또한 괜찮다. 그렇다고 지글지글 고기 안주에 소주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와인만큼 그 나름대로의 격식과 문화를 가진 술이 있을까. 이러한 '격식과 문화'가 작은 문화를 산업으로 만들고 관련 시장을 확대시키고, 전문가와 관련 아카데미를 만든다. 그리고 현재 전세계 인구 100명 중 1명이 와인 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술이라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관대한 한국이 왜 술 마시는 것과 관련해 와인 만큼의 문화나 산업이 없는 것일까.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소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걸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조선 시대 선비는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꿀물을 탄 따뜻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난 뒤,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의 소주와는 다른 소주이지만.

또한 쌀로 빚는 술이라, 흉년에는 금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각 고을마다, 집안마다 특색있는 소주가 있었고 이것이 전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잊혀지고 말았다. 한국은 뛰어난 전통문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화가 가진 힘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들 중의 한 곳이다. OECD 나라들 중에서 유일한 나라다.

술 마시는 것도 일종의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를 통해 나라를 알리고 시장을 만들고 산업을 만든다. 이것이 문화가 가진 힘이다. 와인의 역사가 기원전 5,000년 경까지 올라가지만, 와인을 격식 있는 문화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불과 몇 세기 되지 않는다. 와인 산업을 문화 산업으로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와인 산업의 성장에는 와인 문화가 일조 했음에는 틀림 없다. 가치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된다.

이는 술 마시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문화예술만 관련된 것에만 '문화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모든 제조산업에 다 그 나름의 창조적이며 특수한 문화를 만들어야 지속적인 성장과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 이가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한국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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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king Loon - Cabernet Sauvignon, 2003


카베르네 쇼비뇽으로 이런 맛을 내다니. 미묘한 향으로 마시는 이를 매혹시킨다. 향과 맛이 꼭 병의 레이블 빛깔인 주황색과 붉은 색을 닮아있었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와인이다. 익히 마셔오던 와인과는 너무 다른 특별한 경험을 와인 애호가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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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b's Creek
Shiraz Cabernet, 2004


형편없었다고 말하면 Jacob's Creek의 애호가들이 싫어하겠지. 하지만 이 와인은 너무 신 맛이 강했다. 부드럽거나 깊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경박스러움까지 느끼게 했다. 주위의 평가나 리뷰를 고려해볼 때, 내가 마신 와인에 어떤 문제 - 보관이 잘못 되었다거나 하는 등 - 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호주와인을 고를 때는 Shiraz 품종이 100%으로 된 와인을 추천한다. 호주산 Shiraz 100%는 언제나 좋았다. 이번 와인은 브랜딩한 것이라 내 기호에 맞지 않았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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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illero Del Diablo, 2005
Cabernet Sauvignon

대형 할인 마트나 전문 와인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와인은 1만원 중반대의 대표적인 칠레 와인이다. 저렴한 가격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풍미를 자랑하는 이 와인은 와인 초보자들에게 권해도 좋을 와인이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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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라 공뗄 프르미에르 꼬뜨 드 블라이
Chateau la Gontelle Premiere Cotes de Blaye 
2005


2005년 보르도 지역 와인들에 대한 로버트 파커 에 대한 평가는 단연코 최고다. 이 와인, 가격 대비 무난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칠레나 캘리포니아 산 와인들이 은은한 달콤함으로 무장하고 있다면, 이 와인은 보르도 특유의 건조한 부드러움으로 애호가의 미각을 만족시킨다.

현재 이마트에서 13,0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매우 드라이하기 때문에,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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