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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김화진(지음), 문학동네 '나주'가 그 '나주'라 생각했다. 주인공이 그 곳에 가서 겪는, 일종의 여행기 같은. 전라남도 나주시. 하지만 이 단편의 나주는 사람이름이었다. 그것도 죽은 남자친구의 전 애인 이름. 1. 소설을 쓸 때, 작중 인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짓는 걸까. 나는 이게 귀찮고 고민스러워서, '그'나 '그녀', 혹은 'K'나 'P'로 자주 했다. 수십년 전 습작을 몇 편 쓰지도 않았지만.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이름들이 특별하진 않았다. '영은'이나 '은영'같은 이름은 너무 평이하지 않나 하고 여겼다. 도리어 '김화진'이라는 이름이 더 소설스럽다고 할까. 예전에 알던 어느 소설가의 장편 소설에는 이름만 바뀐 실제 인물들이 나와서, 그 실제 인물들과 그 소설가를 비난하는 술자리에 ..

인류의 세계사, 허버트 조지 웰스

인류의 세계사허버트 조지 웰스(지음), 육혜원(옮김), 이화북스 1922년에 나온 역사책이다. 지금 읽어도 나쁘지 않은 책이며, 최근 새롭게 알려진 사실들도 함께 설명하고 있어 20세기 초반의 시각으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다. 내 추측이긴 하지만, 2006년에 펭귄북스에서 재출간된 버전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듯하다. 이 책의 장점은 H.G.웰스의 시각에서 중요한 부분들만을 정리하고 있어, 역사학자들이 서술한 일반적인 세계사 서적들의 관점과는 다르다는 데 있다. 그래서 책 초반에는 '생명의 탄생'이나 '인류의 기원' 부분에서는 자연의 역사나 지구의 역사 같은 부분도 등장하며, 현대의 무신론적이며 과학적인 태도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노력이 눈에 띈다. 또한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

대선 결과 유감

한밤 중 여의도 쪽에서 들린 헬리콥터 소리의 공포, 두려움, 불안, 한 치 앞도 예상되지 않는 미래를 경험했다면, 결코 찍어선 안 될 대선후보들이 있었다. 심지어 '리박스쿨'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작자들 앞에서 국민들은 무조건, 압도적으로 찍어선 안 된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고도 실망스러웠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마저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할 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최근 읽은(하지만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도널드 서순의 >에서, 이미 여러 권의 역사서들로 특유의 통찰을 선보인 역사학자답게 21세기의 병적 징후들을 분노에 찬 어조로 비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절절한 호소가 일반 대중에게 닿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안다(나 또한 이 포스팅이 누군가의 푸념, 분노, 절망, 회한 밖에 되지 못할..

천 개의 베개, 노동효

천 개의 베개노동효 (지음), 나무발전소 EBS 세계테마기행을 보다가 저자 노동효를 본 적이 있다. 경상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가 열여섯살 무렵 잤다는 마산의 철교 밑 방범초소가 어딘지 궁금해진다.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몇 개 되지 않는 철교 밑에 방범초소가 있을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족의 일로 마산을 오갈 뿐, 오래 머물러 본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걸 극도로 꺼려한다. 혼자 잘 놀지만, 다른 곳에 가서, 그 어느 곳의 소속이 아닌 채 혼자 지낸다는 건 상상해보지 않았다. 더구나 다른 곳들을 떠돌아다닌다는 건. 그것을 사람들은 여행이라고 하지만, 나는 여행을 꿈꿀 뿐, 여행을 떠날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요즘 나로 하여금 여행 생각을 하게 만드는 ..

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메이블 이야기 H is for Hawk 헬렌 멕도널드Helen Macdonald (지음), 공경희(옮김), 판미동 해가 바뀔 때마다 외국 저널에서 선정해 발표하는 올해의 책이나 음반, 영화를 찾아보곤 했다. 하긴 그 땐 올해 최고의 전시 리스트도 읽고 관련 기사를 읽거나 스크랩을 했으니, 그런 시간들이 어떻게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 내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이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늘 읽고 배워야 할 것들이 쌓이고 있는데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번역 출간된 책이다. 나는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입했으나, 올해 초에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사고 난 다음 두세번 정도 읽으려고 했으나, 초반을 조금 읽다가 그만 두었다. 잘 읽히..

misc.

팀 관리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세대도 변하니, 부서원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야 하는 건가. 아니면 문제 있는 이가 들어와서 그런 건가. 그냥 조만간 팀장 한 명을 채용할까. 여러 고민들을 한다. 어젠 운동을 하러 나가다가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로비 버튼을 누른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야 하는데, 닫히지 않았다. 닫히다가 닫히지 못하고 다시 열리다가 닫히려고 하더니, 겨우겨우 닫힌 후 그냥 '점검중'으로 바뀌었다. 요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맨 처음 개발되었을 땐 엘리베이터가 떨어져 많이 죽었다) 다만 얼마나 오래 갇히느냐로 공포가 결정될 뿐이다. 얌전히 비상벨을 누른 후 기다렸다. 경비원이 와서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하였으나, 여러 번 시도에도 ..

미켈란젤리와 잭 케루악

1.한동안 미친듯이 들었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한참만에 꺼내 듣는다. 한껏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너무 혼란스러운 세상. 이틀 만에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되었다. 다행이다. 지금 전 세계를 보라. 제대로 된 정치가가 어디 있는지. 종교 지도자라도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판이다. 여기 이 땅도 새로운 지도자가 나올 것이니. 그나마 오늘 우리를 위로해주는 건 한 잔의 술과 임윤찬, 살아있는 몇 명의 작가들과... 대부분 이미 죽은 예술가들 뿐이다. 그리고 지금 미켈란젤리의 오래된 피아노 소리... 2.술 이야기로 시작하는 보기 드문 소설. 심지어 잭 케루악은 과음으로 죽었다. 진정 비트문학! 이 책을 읽고 "On The Road"를 읽어야지. 하지만 술은 멀리. ... 그러나 술들의 유..

한국 정치, 햐 ...

몇 주에 메모해둔 글을 옮겨적는다. 막상 읽어보니, 너무 거칠다. 한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무책임한 언론들과 그 언론들을 맹신하는 국민들, 그 언론을 이용하고(혹은 이용당하며) 공생하는 대다수의 정치인들과 관료집단, 그리고 일류대학을 나온, 소위 이 나라의 기득권 엘리트 집단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안다고 해서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 소수의 국민들이, 윤석열의 뻘짓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로 바뀌었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고작 윤석열 당선 이전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다. 그 사이 나라는 얼마나 퇴보했는가. 한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기반의 힘이지, 이명박?, 박근해?, 문재인 정부의 역량이 아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여러 실책으로 인해 한국은 10년 이..

살아있는 산, 낸 셰퍼드

살아있는 산 - 경이의 존재를 감각하는 끝없는 여정낸 셰퍼드(지음), 신소희(옮김), 위즈덤하우스 술자리에 남북 통일의 여러 이유들 중 하나로 '개마고원에서 하루나 이틀 야영(캠핑)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한반도 면적의 약 20%를 차지하며 평균 해발 고도가 700미터에서 2000미터 사이에 있는 고원지대. 한반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곳. 이 책을 읽으며 '개마고원'을 떠올렸다. 한국도 캐언곰 같은 곳이 있다면 아마 개마고원일 것이라고. 산을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등산 장비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20세기 중반에 낸 셰퍼드는 참 잘 다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남자이지 않을까 추정했다. 가끔 여자 이름을 쓰는 남자도 있는 법이니. 하지만 여성 작가였다니. 아래는 책을 읽으..

세계-사이, 최정우

세계-사이 최정우(지음), 타이피스트 워낙 시간이 파편적으로 변한 탓에, 자연스럽게 짧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꾸준하게 하루에 한두시간 씩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최정우의 글을 읽다보면, 문장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지적 측면이 희석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자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파리에 머무르면서 그동안 쓴 글들 - 일기를 포함해서 - 을 모아 펴낸 것이다. 일상 이야기도 있고 문학이나 철학, 예술에 대한 글도 있다. 대부분 길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의외로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기준에서의 근대 예술이 예술 작품이라는 사물 자체의 유일무이한 아우라aura로부터 가능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