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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총선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경제’ 이야기가 나오고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IMF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이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이명박 정권 이후에는 구조조정은 기업/산업의 일종의 문화가 된 듯싶다. ‘위기’라는 단어가 나오기만 하면 ‘구조조정’, ‘대량해고’, ‘대량실업’이 나온다.(1)


그리고 은연 중에 주류언론에서는 ‘정치’의 문제를 ‘경제’의 문제로 옮겨버린다. 


최근 ‘한국 조선업의 위기’를 보도하는 기사들을 보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조선업이 위기에 빠진 것은 경영 상의 잘못된 의사 결정, 안일한 경영 관리, 정부의 산업/기업 리스크 관리 부재, 장기적 산업 전망 부재 등 이것저것 뒤섞인 것이다. 솔직히 경험이 없지만 고부가가치 영역(해양플랜트)으로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미 몇 해 전에 올해와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 예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대응도 없었다. 


이미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그런데 너무 선정적이다. 이제는 자살, 강도 같은 제목을 단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언론인가 싶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언론들은 몇 개의 기업이 문을 닫고 몇 명이 대량 해고되었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사들을 채운 문장 속의 비극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얼마나 많은 작은 회사들의 사장들이, 얼마나 많은 집들의 아빠들이, 얼마나 많은 집들의 엄마들이 고통 속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 


이젠 구조조정으로 인한 작은 회사의 폐업이나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는 당연한 일이 된 것인가? 


그래, 당연한 일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다음은?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던 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자살 시도까지 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미 비극은 시작되었고 어차피 그들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일까? 그렇듯 조선소의 문제도 그런 것일까? 


언론들은 ‘어떻게 구조조정했다’고 말하지, 구조조정 속에서 회사를 잃어버린 작은 회사의 사장이나, 직장을 잃어버린 가장과 그 가정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 이 무슨 또 다른 비극이란 말인가. 이젠 모두가 통째로 쓰레기가 되고자 작심한 듯 보인다. 


이제 경기 불황은 일상이 되었고(어떤 이유로 불황의 일상화가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일상이 된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장이 없는 사람들을 자영업자, 혹은 개인사업자화시키고(창업 독려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능력 없는 개인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초래하게 될 국가적, 지역적, 사회적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회복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그것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마치 전쟁 같다. 누가 쏘았는지 모르는 총탄에 맞아 반신불구가 되더라도, 그저 시절 탓으로 돌리고 마는. 전쟁의 비극이 한국에서 불황이라는 이유로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혹시 이것이 잘못된 귀결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국가 산업의 근간을 이루었던 조선산업의 위기는 충분히 예측되었다. 하지만 그냥 방관했다. 그리고 단란했던 소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이 나라는 참 이상하다. 책임질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범한 시민들이 자리 잡는다. 언론도 책임 지지 않고 정부도, 기업 리더들도 책임지지 않는다. 언론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몇 명이 잘렸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것이다. 정부는 기업 리더들 탓으로,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 탓으로 돌릴 것이다. 기업 리더들은 그냥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이다. 어차피 자신들은 전략적 경영을 한 것이니. 낙하산 인사들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것이고, 그들이 져야 할 책임은 월급 없인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분산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국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가를. 장기적으로 모든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지, 그런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해야 한다.(2)



* *


(1) 이번 구조조정은 민심을 의식한 보수 정권이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것이 주요 원인들 중 하나다. 그리고 이들 기업 리더들에 낙하산 인사들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 


(2)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되기 전에 이를 예측하고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하긴 이건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이번 산업 위기 사태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 문제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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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읽다가 중국 경제의 위상을 한 번 기억해둘 필요가 있어 인용해본다. 아직도 중국을 우습게 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파워는 해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세계 1위 은행은 Citi Group Inc였으나, 지금은 65위권 수준으로 떨어져 있으니, 조만간 세계 금융도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 순위만 놓고 보자면 말이다. 
 

World's Largest Banks by market cap 2011 
Rank Bank Country Market cap ($b, 8/2011)
1 Industrial & Commercial Bank of China China 223.4
2 China Construction Bank China 167.1
3 HSBC Holdings UK 150.06
4 Agricultural Bank of China China 134.91
5 JPMorgan Chase & Co. US 130.27
6 Bank of China China 122.16
7 Wells Fargo
US 120.86
8 Citigroup US 76.04
9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Australia 75.24
10 Banco Santander Spain 74.81
11 Itau Unibanco Brazil 70.44
12 Royal Bank Canada Canada 70.38
13 Bank of America US 65.23
14 Mitsubishi UFJ Financial Japan 63.92
15 Toronto-Dominion Bank Canada 63.50
16 Westpac Banking Australia 61.69
17 Sberbank of Russia Russia 61.12
18 Bradesco Brazil 57.76
19 BNP Paribas France 57.06
20 Bank of Nova Scotia Canada 53.85
21 ANZ Banking Australia 52.76
22 Standard Chartered UK 52.16
23 UBS Switzerland 51.39
24 National Australia Bank Australia 50.83
25 Banco do Brasil Brazil 44.85
26 Bank of Communications China 43.91
27 BBVA Spain 41.84
28 Sumitomo Mitsui Financial Japan 40.20
29 China Merchants Bank China 39.64
30 US Bancorp US 39.01
31 Bank of Montreal Canada 36.92
32 Deutsche Bank Germany 36.07
33 Santander Brasil Brazil 34.77
34 Nordea Bank Sweden 34.29
35 Lloyds Banking Group UK 3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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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현대인들은 우유나 달걀 같은 음식들이 식료품점에서 오는 것인 줄 안다. 그리고 돈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폐의 가치와 정부의 통화 정책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 돈의 가치는 왜 자꾸 악화되는지, 화폐를 늘려서 누가 이익을 보게 되고 이것을 누가 소비하고 있는지, 국가 재정 악화로 희생자가 되는 건 누구고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지금 경제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찰스 고예트


그런데 '지금 경제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는 이가 몇 명쯤 될까. 그리고 알게 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는 걸까? 반 세계화, 반 신자유주의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대안이 될까? 레베카 코스트가 자신의 딸이 참가한 시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사람들은 비판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1/06/26 - [책들의 우주/이론] -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그래도 해야 되겠지. 그러면서 '이것만으로 안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것이라도 해야 돼'라고 되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경제 시스템 아래에서 '달러'는 너무 위험해 보인다.

 

“달러는 현재 세계 기축통화다. 달러 가치가 더 하락하면 전 세계가 위험해진다.”
- 찰스 고예트



그런데 현재의 달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아마 금융 종사자들은 모두 다 알 것이고 약간의 식견을 가진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일반 대중만 잘 모르고 있을 뿐.

실은 몇 년 전부터 기축 통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로화가 다음 국제통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가 헤게모니를 잃고 있으며 유로화가 부상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 앨런 그리스펀(전 미국 FRB 의장), 2007년 영국 채널 4 인터뷰 중에서('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의 미래 : 진단과 전망', 삼성경제연구소, 2007년 10월 15일 재 인용)


2011년 7월 현재 시점에서 안타깝게도 유로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없다. 도리어 그리스 재정 위기로 인해 유로존은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 뿐일까. 이미 유로존의 몇몇 나라들도 심심치않게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로화를 기축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일까. 혹시 반대로 바람은 아니었을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기축통화 문제가 비전문가인 나에게도 꽤나 흥미롭다. 이 흥미의 시작은 엘런 호지슨 브라운의 '달러'라는 책을 읽고 난 다음부터다. 화폐 시스템 자체가 문제 투성이 위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기축 통화의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음을 깨닫았기 때문이다. (이전 글: 2009/03/22 - [책들의 우주/이론] - '달러', 겨우 다 읽다 )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잡지에서는 찰스 고예트('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의 저자)의 인터뷰와 끊임없이 오르는 금값이 이 글을 쓰도록 자극했다. 

현재 문제는 달러를 대체할 기축 통화가 없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위안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우스개소리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바로 달러 위기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그만큼 중국은 미국을, 미국 달러를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위안화가 국제 통화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배민근 책임 연구원, LG경제연구원 참조)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 금값은 신흥 국가들(중국, 인도 등)의 금 수요의 상승도 한 몫하고 있지만, 실은 그 밑에는 기축 통화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달러가 안정화되지 못한다면, 금값은 계속 오를 것이고, 달러 안정화는 부채로만 나라 경제가 움직이고 있는 오바마 정부에게도 해결하기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결국 믿을 건 금 뿐이고, 최근 많은 나라들이 금을 사모으는 이유다. 그리고 며칠 전 한국의 금 보유량은 너무 형편없어서 얼마 전 각 저널에서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기도 한 까닭이기도 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이럴수록 외화 안전자산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세계 7위인 3044억달러 외환보유액이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최선은 아니다. (중략) 차제에 외화 유동성의 안전판인 금(金) 매입에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 우리나라 금 보유량은 14.4t으로 보유 외환의 0.2%인 6억679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 비중은 사실상 세계 최저 수준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 위상이 추락할 때 금 보유를 최대한 늘리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600달러인 금값이 10년 후엔 5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판이다.
- <사설>글로벌 재정위기에 금 보유 늘려라, 헤럴드경제신문, 2001년 7월 21일자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저/권성희 편역



지금 투자를 한다면, 달러 관련 상품이 아니라 금이 되어야 하는 셈이다. 단지 미국의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나라의 통화였다면 이미 재정 위기에 빠지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지갑에 들어있는 돈이 종이 조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면 실질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꾸려 들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피히 폰 미제스는 이를 대중의 자각 파멸적인 폭동이라고 했다. 파멸적인 폭등의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수도 있다."
- 찰스 고예트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The Dollar Meltdown>의 저자)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경제 시스템, 금융과 화폐에 대한 책이 나오고, 끊임없이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눈 앞의 이익을 두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다른 길이 없는 상황에서 눈 앞의 이익을 그냥 포기할 수 없다고 할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 상태로 지속된다면 더 큰 재앙이 도래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 찰스 고예트의 인터뷰는 KRX 6월호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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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입니다.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는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오늘 아래 내용의 메일레터가 왔네요. 이에 통채로 옮깁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시대가 바뀌고 있다

인터넷 사회과학 연구 네트워크(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에서 논문 다운로드 회수 1위인 학자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젠센(Michael C. Jensen)이다. 젠센 교수의 논문 다운로드 회수는 무려 31만 4천여 건으로 2위인 22만 6천여 건의 유진 파마(Eugene Fama)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

80년대 금융자유화와 97년 외환위기로 신자유주의 확산


젠센은 금융자유화와 주주가치경영을 주장한 신자유주의의 핵심 이론가이다. 그는 1980년대 미국의 ‘금융자유화정책’을 두고 미국 역사의 오류였던 1930년대 뉴딜 포퓰리즘을 개혁하는 ‘안티뉴딜’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뉴딜정책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실시한 재정 확대와 노사관계 개혁 정책이라고 알고 있지만, 젠센은 뉴딜정책의 핵심이 금융자본에 대한 국가통제에 있으며, 1980년대 금융자유화는 뉴딜 포퓰리즘 오류를 시정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보았다. 젠센의 지적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젠센의 말대로 뉴딜이 포퓰리즘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융자유화·금융세계화가 뉴딜개혁을 기반으로 하고 있던 포드주의 계급타협과 케인스주의 복지국가체제를 무너뜨린 힘의 근거라는 젠센의 역사인식은 정확한 것이다.

1980년대 ‘안티뉴딜’이 미국·영국 등에서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킨 전환점이었다면, ‘외환위기’는 한국에서 1997년 체제라는 신자유주의 소유자사회를 확립하는 역사의 변곡점이었다. 현대자본주의에서 소유자는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금융자산계층이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은 소유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곳이며, 금융이 규제를 받던 시기에는 이들 금융자산계층의 발언권도 약했다. 그러므로 금융자유화 이후 돈이 곧 권력이 되는 소유자사회로 변한 것은 금융 규제완화 정책의 당연한 결과다.

이윤 창출이 교역이나 상품 생산을 통하기 보다는 점점 금융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상을 경제의 금융화(financialization)라고 한다. 금융자산소득을 금융회사의 이윤과 비금융부문의 이자소득의 합으로 계산할 때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금융자산소득 비중은 1960~1970년대에 비해 1980~1990년대에 대체로 증가했다. 특히 금융자유화와 신자유주의를 주도한 미국과 영국의 경우 금융자산소득 비중이 급속히 증가했다. 이것은 금융자유화 과정에서 금융자산계층이 이익을 크게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총생산 대비 금융보험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1995년 6.2%에서 2005년 7.5%로 증가했는데, 이는 2005년 일본 6.3%를 능가하고 금융선진국 영국 8.2%, 미국 7.8%에 근접한 수치이다. 더욱이 전(全)산업 영업잉여 중 금융보험업 영업잉여의 비중은 1995년 6.2%에서 2004년 15.3%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금융산업의 영업잉여 비중이 급증한 것은 금융산업의 독과점화와 함께 더 높은 금융수익률을 요구하는 금융자산계층의 발언권과 사회경제적 영향력의 강화에 따른 것이다. 즉 외환위기 이후 금융자산계층과 자본투자자 집단의 사회경제적 힘의 강화가 금융산업의 이윤율 증가, 금융자산 소득의 증가 등 한국 경제의 금융화 현상을 촉진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자유화와 신자유주의의 신화 무너져


케인스(John M. Keynes)는 금융시장이야말로 군중심리의 영향을 받는 불완전한 시장이기 때문에 경제 안정을 위해 국가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보았다. 케인스의 생각대로 투기적 거품과 금융 불안정을 양산했던 20세기 초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대공황으로 종막을 고했다. 대공황으로 시민들의 삶이 나락에 떨어지자 미국에서는 뉴딜 개혁이 추진됐고 독일에서는 파시즘이 등장했다.

케인스는 금리소득계층(rentiers)이 지주계급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케인스는 유동성과 고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자산계층의 속성 때문에 생산적인 기업 투자가 축소되고 금융자산·부동산·금 등 투기적 투자가 범람하는 등 투자 방향이 오도될 가능성이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완전고용정책에 대한 금융자산계층의 적대감으로 인해 실물투자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이유로 케인스는 금융자산 수익률 증대를 원하는 금융자산계층의 요구에 반대했고 금리소득계급의 안락사가 필요하다는 은유적 주장을 펴기도 했다.

최근 미국경제가 2차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주장이 미국 경제계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보면서 미국경제의 연착륙 여부와 세계경제 파급 정도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들은 세계 역사의 흐름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흐름은 젠센이 말했듯이 자본시장과 금융자유화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바로 이 믿음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인터넷과 교통기술의 발달, 정보화 시대 등 신경제를 치장했던 온갖 가설들로 우리를 유혹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는 군중심리의 영향을 받는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하며, 금융자유화와 신자유주의의 신화가 허구라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글쓴이 / 조영철
· 현 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경제학박사
· 저서 :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진로>, 후마니타스, 2007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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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밀린 신문을 뒤적인다. 어쩌다가 신문 읽기까지 밀리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난처함이 먼저 앞을 가린다. 실은 밀린 건 신문 뿐만 아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기사를 읽었다. 전에 읽은 기사이나, 한 번 더 읽었고, 기억해두기 위해 블로그에 메모를 해둔다.


워런 버핏의 편지 “거품시대의 멍청함이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은 금세기 주식 투자로 연평균 10% 수익을 기대하곤 합니다. 주가 상승으로 8%, 배당 수익으로 2% 정도 얻으면 그렇게 된다는 셈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기대한 대로 되려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100년에 2400만 포인트에 달해야 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투자자문사가 한 해 두 자리 수익률을 이야기하면 이 사실을 지적하십시오. 많은 투자자문사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여왕의 후예들입니다. 그들은 “때로는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불가능한 여섯 가지가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입심 좋은 자문사들은 당신에게 환상을 심어 주면서 수수료로 자기 주머니만 불린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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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투자에 대한 환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심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평균을 낸다면 주식이 가장 높은 수익률(10% 가량)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수익이 자기가 투자한 항목에 자기가 원하는 시기에 얻어질 것이라는 환상 아닌 환상을 가지고 있지요.

    그나 저나 워런 버핏의 글도 글이지만, '밀린 건 신문 뿐만 아니다'라는 말이 더 맘에 콱 와닿습니다. 동병상련입니다... ^^

    • 지하련 2008.03.18 16:11 신고

      밀린 것들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영 '시간 관리'가 안 되네요. 시간 관리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마음을 잡아야 겠어요. 흐~

2007년 세계 9대 트렌드 예측, 현대경제연구원, 2006.11.24.

- 환경조건의 악화에 따른 기후 급변동 등에 의한 경제 변화를 분석하는 기후 변동 경제학(Global Warming Economics)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엘리뇨 현상과 같은 기후 변동은 음료, 식품, 건강, 환경 등의 생활에 기반이 되는 모든 것을 위협하여 1, 2차 세계 대전 이상의 위기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 이의 배경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국제 금융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중국 외환 보유고가 1조 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외환 보유고 운용을 통한 중국의 영향력이 향후 국제 금융 및 원자재 시장에 있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문화 제국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중국은 영상물을 중심으로 문화 산업에서 급속히 성장하며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 문화 상품 수출을 늘리고 있다.

- Global Gapitalism(경쟁 원리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선진국에서 시작된 소득과 교육 등의 양극화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상)의 심화


보고서를 읽고 기억해둘만한 내용을 위에 옮긴다. 그리고 아래 내 생각을 덧붙인다.

* 이번 겨울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따뜻한 겨울이 되었다. 그러나 이 따뜻함은 앞으로 올 봄과 여름의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전염병이나 식중독과 같은 질병이 잦은 빈도로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캐터링 기업에의 주식 투자는 다소 위험하지 않을까?). 이상 기후를 환경 보호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후 변화가 기업 생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할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실례로 이번 겨울, 패션 업계는 심각한 불황을 겪어야만 했는데, 그 이유는 따뜻한 날씨 탓이었다.

* 중국 경기는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다. 심각한 경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중국 시장은 향후 몇 년 이내에 대규모의 조정 양상을 거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소 복잡하고 깊이있는 분석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 아직까지 매스미디어에서 '한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다. '한류'라는 단어 자체가 어떤 지역성(locality)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류'라는 단어 탓으로 '반-한류'라는 단어가 생긴 것은 아닐까? 더 우스운 것은 일본의 문화는 굳이 '일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며, 중국 문화는 수입보다 수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한류', '한류' 해대는 꼴이 형편없어 보인다. '한류'라는 단어로 포장할 생각을 하지 말고 진정한 스토리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양극화는 이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Global Gapitalism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이니, 향후 이 문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러한 양극화를 부추긴 미국의 기업가, 경제학자, 정치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에 동조하며 따라간 많은 나라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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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온 다산연구소 뉴스레터에 서강대 김광두 교수의 글이 실려있다. 그 글의 일부를 옮긴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주 잊는 것이 이런 원론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 나라 공무원들, 협상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같다. 잘 해야 할텐데.





한미 FTA의 전제 조건


국가간 자유무역협정이란 해당 국가 간의 상품의 이동을 자유화시키자는 약속이다. 현재 세계 무역량의 50% 이상이 자유무역협정의 범위에 들어있다. 중국 교역량의 20%가 자유무역협정에 속하고 싱가포르의 경우는 54% 수준이다. 매우 보수적인 일본은 3%이고 미국은 25%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0.5%에 불과하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아 득이 되는 정책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득을 극대화하고 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한 사전준비는 정부 당국의 책무이다.

첫째, 한미 간의 산업별 경쟁력 차이에 따라 나타날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 대책이 제도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둘째, 국내기업환경을 미국과 동일 수준으로 조성해 줘야 한다.

셋째, 자유 무역의 범위 설정에 있어서 "국가 의사 결정의 독립성"에 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간 산업이나 기간 기술의 개념 설정과 그 산업.기술에 관한 안전 장치의 내재화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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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알 턱도 없었고 알기도 싫었을 것이며 알려는 의지도 없었다. 이미 선 긋기는 시작되었다. 저 땅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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