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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 중에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잠을 청하러 가는 거실 창이 뿌옇게 변해 있어 내다 보니, 함박눈이 겨울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나와 한 장 찍어둔다. 렌즈가 아쉬운 때다. 삼각대도 필요하겠다.

나는 자기 전 눈을 보았다. 오늘은 음력으로 1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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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추위를 지나자, 다시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건 이상 기후.

탈정치화, 탈역사화를 떠들던 학자들이 물러나자, 정치적 삶, 정치적 일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유행. 모든 것은 유행이고, 유행을 타는 타이밍은 모든 이들에게 중요해졌다. 진짜 중요한 것은 뒤로 숨어버리고 ...

가산디지털역 인근 커피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다. 몇 개의 전시, 몇 개의 작품을 떠올려 보지만, 역시 예술은 우리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 삶 속에서 예술은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공허한 대기의 무지개같다. 아무런 영향도 행사하지 못하는, 때도는 대단한 통찰을 수놓지만, 그건 마치 미네르바의 올빼미와도 같아서 그걸을 깨달은 때는 이미 시간이 한참 흘러 되돌릴 수 없을 때, 혹은 작품만 먼지 속을 뒹굴고 ...



네이쳐포엠 빌딩에서도 우리는 예술의 침묵과 만나고, 가을은 이미 지나 겨울 바람이 부는 어느 주말 밤, 며칠 전 노트와 사진을 꺼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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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앞 바다 어딘가에서


상반기 워크샵, 그리고 하반기 워크샵.

이번에는 부산으로 다녀왔다. 부산 출신들이 많고 이번에는 좀 멀리 가보자는 의견에...

하지만 나는 새벽 첫 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야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그냥 술 마신 기억밖에 없구나. 술에 취한 채 탄 첫 기차.

부산에 도착하니, 밤이라 바다 사진 한 장 못 찍고 올라왔다.

그래서 대신 지난 여름 사진 한 장 올린다.


- 일본 후쿠오카 어딘가에서


시간은 흘러, 흘러 나도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기적 같은 일이다.
나이 마흔이 된다는 건. 그렇게 늙을 수 있다는 것은.




청년실업의 '착각'이다. 아주 가끔, 이런 좋은 노래를 만나기도 하는 마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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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참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그렇게 사진 속에 숨어 세월은 사라진다. 사진은 미완의 기억이며 흔적이다. 사진은 미학적 매체이기 이전에 어떤 상처이다. 그래서 예술가들 중 일부는 사진 속에 깃들어 사고하고 행위하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인상주의자들은 사진의 친구였으며 동지였다. 그렇게 사진은 평범한 우리들 손으로 들어왔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오늘도, 내일도. 

그래서 사진은 참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침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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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타국에서의 여행은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른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정처 없이 흘러가는 마음과 불투명한 간유리와 같은 미래를 가졌던 그 때, … 지금은 그저 사소하게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몇 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었는데, 이젠 MSN에 남은 한 명 밖에 없다.

다음에 이스탄불에 가면 시계 하나 사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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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인사동 어느 집 정원에서 찍은 매화. 부드럽게 꽃망울이 밤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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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ooyeons 2008.04.15 01:11 신고

    봄밤.

  2. 권오경 2017.05.13 00:58 신고

    검색하다가 우연히 사진을 발견하곤 한참을 보다가 퍼갔습니다. 출처를 적었으나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2월 26일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3월 5일에 돌아왔다. 그 사이 할머니께서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서울에 돌아오니, 그 사실이 주위를 떠나지 않으면서 날 아프게 했다. 부쩍 나이가 들어버린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말씀이 없어셨고 이미 창원에는 봄이 온 듯 따뜻하기만 했다.

독일 칼스루헤는 신기한 듯 조용하고 깨끗했다. 국제 아트 페어라고 했지만, 모든 자료들은 독일어로만 제공되었다. 의외로 영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었다. 역시 유럽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들었다. 방해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이 있었고 사적 공간의 폐쇄성을 의식한 듯 독일인들은 대화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버마스의 이론은 나오게 되는 계기도 이러한 독일의 특수성에 기인한 듯했다. 독일인들은 친절했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비하면, 한국인들은 대부분 불친절하고 웃음이 없다.

특히 물가는 서울보다 상당한 수준으로 낮았으며, 생필품의 질도 우수했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찍어온 사진 정리만으로 몇 시간이 걸릴 것같다. 커피와 와인을 사왔다. 한국에서는 2만원은 줘야 살 수 있는 커피가 그 곳에서는 5천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이 프랑스보다 더 싸다고 할 정도이니. 몇 달 정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들었다. 그러나 오래 있으면 분명 외로움을 심하게 느낄 수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Messe Karlsruhe Hall 2에서 작품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음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일반 공개에 앞서 VIP 프리뷰를 한다. 프리뷰를 통해 작품 구매에 대한 우선권을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호텔 창 밖 풍경. 호텔은 Karlsruhe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Bad Herrenalb에 위치해 있었다. 바로 옆이 스위스 바덴바덴이라서 그런지 욕실 물이 매우 좋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지막 날 하이델베르그 성에 갔다. 흥미로웠다. 최초엔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현재 볼 수 있는 건물들은 르네상스 양식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상당수의 건물들이 파괴되었으며, 이후 복원되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하이델베르그 성에서 한 장 찍었다. 사진 찍지 않기로 유명한 나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독일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대륙 중간의 변덕스러움이 있었지만, 노란 개나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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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렌 2008.03.08 23:06 신고

    사진 잘봤습니다.
    할머님께서는 좋은 곳으로 가셨을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지하련 2008.03.09 00:38 신고

      외국에서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더군요. 감사합니다.
      사진 찍기가 조금씩 늘어가는 듯했는데, 사진은 더 안 좋아진 것같아요. 그냥 오토로 놓고 찍으면 될 것을 셔트속도나 ISO나 조리개 등을 맞추고 찍다 보니, 엉망이 된 사진들이 꽤 많이 나왔어요. T_T;

  2. 윤민맘 2008.03.09 17:37 신고

    그새 나이가 많이 들었네요, 지하련씨.

    • 지하련 2008.03.09 18:13 신고

      아트페어가 끝나고 엄청 피곤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서 그런거야. T_T;; (그러게, 아직까지 싱글인데, 피부가 예전만 못하니)

  3. 보선 2008.03.09 22:33 신고

    실물보다 훨 좋은데,,,,
    멋진풍경과 잘어울리는데요~

  4. wooyeons 2008.03.10 08:43 신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동안 안보이시길래 독일 가셨나했더니.. 역시나.

    • 지하련 2008.03.11 01:06 신고

      고맙습니다. :)
      독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더군요.!!
      장기 체류에의 열망이 싹트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 가을의 풍경.
칼라는 한 쪽으로 치닫고 골목은 고요하고 마음은 마구 흔들리면서 어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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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카메라가 서툴다. 내가 원하는 구도는 우연히 맞추는 경우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색상은 거의 맞추는 경우가 없다. 카메라, 꼭 물감과 붓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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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지하철 역에서 내려 공항 이마트점으로 가는 지하 통로.
인적은 드물지만, 통로는 넓고 건조한 바람이 계속 불어댄다.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다.

창원 집에 내려가서 세월의 푸석푸석함을 느끼고 왔다.
마을 뒷산에 성묘를 갔다 왔다.
예전에 내가 뛰어놀던 논밭이며, 신작로며, 개울이며, 모든 것들이 도시로 변해버렸지만,
그 산은 옛날 그 모습이었다.

가을이 시작되어야할 지금, 아직도 산 속은 더위와 싸우는 듯해 다소 슬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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