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니콘D70s 11

어느 주말의 침묵

갑작스런 추위를 지나자, 다시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건 이상 기후. 탈정치화, 탈역사화를 떠들던 학자들이 물러나자, 정치적 삶, 정치적 일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유행. 모든 것은 유행이고, 유행을 타는 타이밍은 모든 이들에게 중요해졌다. 진짜 중요한 것은 뒤로 숨어버리고 ... 가산디지털역 인근 커피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다. 몇 개의 전시, 몇 개의 작품을 떠올려 보지만, 역시 예술은 우리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 삶 속에서 예술은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공허한 대기의 무지개같다. 아무런 영향도 행사하지 못하는, 때도는 대단한 통찰을 수놓지만, 그건 마치 미네르바의 올빼미와도 같아서 그걸을 깨달은 때는 이미 시간이 한참 흘러 되돌릴 수 없을 때, ..

부산으로의 워크샵

- 부산 앞 바다 어딘가에서 상반기 워크샵, 그리고 하반기 워크샵. 이번에는 부산으로 다녀왔다. 부산 출신들이 많고 이번에는 좀 멀리 가보자는 의견에... 하지만 나는 새벽 첫 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야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그냥 술 마신 기억밖에 없구나. 술에 취한 채 탄 첫 기차. 부산에 도착하니, 밤이라 바다 사진 한 장 못 찍고 올라왔다. 그래서 대신 지난 여름 사진 한 장 올린다. - 일본 후쿠오카 어딘가에서 시간은 흘러, 흘러 나도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기적 같은 일이다. 나이 마흔이 된다는 건. 그렇게 늙을 수 있다는 것은. 청년실업의 '착각'이다. 아주 가끔, 이런 좋은 노래를 만나기도 하는 마흔이 된다.

사진-기억

사진은 참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그렇게 사진 속에 숨어 세월은 사라진다. 사진은 미완의 기억이며 흔적이다. 사진은 미학적 매체이기 이전에 어떤 상처이다. 그래서 예술가들 중 일부는 사진 속에 깃들어 사고하고 행위하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인상주의자들은 사진의 친구였으며 동지였다. 그렇게 사진은 평범한 우리들 손으로 들어왔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오늘도, 내일도. 그래서 사진은 참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침묵 속에서.

독일, 칼스루헤 Karlsruhe

2월 26일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3월 5일에 돌아왔다. 그 사이 할머니께서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서울에 돌아오니, 그 사실이 주위를 떠나지 않으면서 날 아프게 했다. 부쩍 나이가 들어버린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말씀이 없어셨고 이미 창원에는 봄이 온 듯 따뜻하기만 했다. 독일 칼스루헤는 신기한 듯 조용하고 깨끗했다. 국제 아트 페어라고 했지만, 모든 자료들은 독일어로만 제공되었다. 의외로 영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었다. 역시 유럽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들었다. 방해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이 있었고 사적 공간의 폐쇄성을 의식한 듯 독일인들은 대화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버마스의 이론은 나오게 되는 계기도 이러한 독일의 특수성에 기인한 듯했다. 독일인들은 친절했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비..

공항 지하

김포공항 지하철 역에서 내려 공항 이마트점으로 가는 지하 통로. 인적은 드물지만, 통로는 넓고 건조한 바람이 계속 불어댄다.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다. 창원 집에 내려가서 세월의 푸석푸석함을 느끼고 왔다. 마을 뒷산에 성묘를 갔다 왔다. 예전에 내가 뛰어놀던 논밭이며, 신작로며, 개울이며, 모든 것들이 도시로 변해버렸지만, 그 산은 옛날 그 모습이었다. 가을이 시작되어야할 지금, 아직도 산 속은 더위와 싸우는 듯해 다소 슬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