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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련의 우주/Jazz Life'에 해당되는 글 360건

  1. 2008/08/14 대화와 만남
  2. 2008/08/06 행사 후기
  3. 2008/07/24 비 오는 오전 (2)
  4. 2008/07/11 무너지는 더위
  5. 2008/07/07 촛불, ... ... (4)
  6. 2008/07/02 전시 설명 도슨트 및 자원활동가 모집 (8)
  7. 2008/06/17 눈물 (6)
  8. 2008/06/13 늦은 봄의 오후 (10)
  9. 2008/06/11 Korea Art Summer Festival 2008 (2)
  10. 2008/06/02 misc.
  11. 2008/05/28 바쁜 일상 속에서... (2)
  12. 2008/05/25 사람들 사이의 말 (2)
  13. 2008/05/24 시간이 싫어요. (2)
  14. 2008/05/16 넬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 (4)
  15. 2008/05/13 blogging (5)
  16. 2008/05/02 내 인생 최대의 적
  17. 2008/04/28 월요일 아침의 단상 (6)
  18. 2008/04/25 2008년 독일 아트.칼스루헤 - 2
  19. 2008/04/16 2008년 독일 아트. 칼스루헤 - 1 (6)
  20. 2008/04/11 꿈은 현실의 기억이 되고



행사가 끝나고 난 뒤, 많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술도 많이 마셨지만, 아직 행사 후유증이 계속 되고 있다.
나는 예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주위의 몇몇은 나를 매우 비즈니스적인 사람으로 이해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종종 내 취향이 특별하다고 여기지만, 일을 하면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제 갤러리에서 젊은 영국 작가들과 늘 가슴 설레게 하는 빌 비올라와 만났고
두아트서울에서는 정말 특별한 미술가인 온 카와라를 만났다.

성곡미술관에서는 색채를 활자처럼 읽어내는 척 클로즈를,
구 서울역사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프에는 거친 세상 앞에서 천천히 자신감을 잃어가는 젊은 작가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이십 대를 떠올리자, 슬퍼졌다.
어느새 내 나이는 서른여섯이다.
밀린 책들과 밀린 음악들, 밀린 리뷰들을 슬슬 정리해야 한다.

현기증 나는 이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아침부터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 째 한 쪽 어깨가 무너질 듯 아프다. 한 쪽으로만 기울어가는 내 마음같아 더 아프다.

죽은 자들의 허구,
이국의 벽장 속에 숨은 자들의 이미지,
나를 피하기만 하는 음율과의 만남과 대화는 언제나 날 흥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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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Korea Art Summer Festival 2008을 무사히 끝냈다. 많은 준비를 했던 오프닝을 망친 것만 빼놓는다면.

이제 행사 뒷정리를 해야 한다.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한 것 같다. 자원 활동을 해준 분들이 너무 고맙다. 금전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까다로운 내 눈에 들었던 작품이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젊은 작가들이다. 언젠가는 내 눈에 꽉 차는 작품들로만 전시회를 한 번 하고 싶다.

좋은 작품들은 좋은 향기를 내고 안목 있는 고객들을 불러 모은다. 돈이 많다고 예술 작품 컬렉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트렌드와 무관하게, 뛰어난 작품을 고를 수 있고 그 작품의 진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월이 갈수록 빛을 내는 작품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작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작가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컬렉터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 수 있는 컬렉션을 만들어야 한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동영상. 역시 내가 나온 영상을 내가 보는 것만큼 어색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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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일을 하다가 문득 지난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신비로왔다. 내가 사랑하는 예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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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지 마세요.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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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조각은 공간을 새롭게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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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한 점 바람이 그리운 계절이 밀려왔다. 때이른 더위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서 있으면 구두 밑창이 녹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내 인생도 녹았으면 좋겠다. 생의 열기에 녹아 사라졌으면 좋겠다. 기화되어 저 먼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갔으면 좋겠다.

낯선 더위 속에서, 문득 내 인생이 참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 낯설음은 버터플라이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규모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이라도 봐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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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토요일 동네 슈퍼마켓에 갔다가 미국산 소고기를 파는 모습을 보았다. 그 사이를 오가는 분주한 표정의 아줌마, 아저씨. 내 장바구니 속에는 온통 라면이나 냉동만두 같은 것들 뿐이었다. 슬픔이 밀려들었다. 그 동안 여러 번 촛불에 대한 내 글을 적고 싶었지만, 적지 못했다. 지금도 적지 못하겠다.

촛불을 만든 책임있는 정부 관계자들은 잘못된 절차로 이루어진 협상에 대한 국민 반발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보면서, 악화되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경제 관료들을 보면서, 이 나라의 불운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잘 될 것이라 믿고 싶지만, 청와대나 정부/여당은 너무 안일한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촛불에 대해 긴 글을 적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모든 일들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나라 사람들 많이 성숙했다. 늘 시끄러운 이 나라, 그래서 살아있는 나라다. Dynamic Korea,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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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TAG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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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잠시 그친 비가 다시 내린다. 자기 전에 잠시 가위에 눌렸고 일어나기 전에 잠시 꿈을 꾸었다. 꿈을 꾸면서 울었다. 일요일 낮잠에서도 나는 꿈을 꾸었고, 그 속에서 울고 말았다. 눈물 많은 남자라고 비난할 지 모르겠지만, 꿈을 꾸면서 우는 건 매우 특이하고 낯선 경우다.

당황스러운 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피지 않던 담배를 피우고 진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오늘은 여기저기 갈 곳이 많은데, 비가 온다. 좋은 일인가, 아니면 나쁜 일인가.

반젤리스의 73년도 앨범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음악을 듣던 시절이 그립다. 하긴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결과는 비슷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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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연초에 세웠던 대부분의 결심, 계획들이 어긋났다. 아무 것도 된 것이 없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되기도 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 대부분이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추진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임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잘 헤쳐나가는 사람으로 보지만, 도리어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어젠 방배동 커피숍에 앉아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가, 새로 산 검정색 노트를 꺼내 뭔가 적으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최근 책을 전혀 읽지 못했고 글도 쓰지 않았다는 것,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어 공포증에 대한 얼마간의 위로가 되고, 그녀를 향한 아주 짧은 문장 하나 정도 떠올릴 수 있으리라 아주 오래 전 생각했으나, 이젠 사랑이라는 것도 일종의 감각적 허위이거나 사치가 아닐까 싶다. 언어 공포가 아닌, 나는 사랑 공포증 환자가 되어 가는 걸까.

<<오리엔탈리즘>>으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사이드는, 실은 20세기 후반 손에 꼽히는 문학/예술 비평가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그의 책 몇 권은 한국의 문화 예술 관련 비평가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어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뒤적거린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를 읽어보면, 군데군데에서 그의 박학함과 통찰력을 빛난다. 이 책은 예술가가 늙어 죽기 전 발표하는 작품들이 가지는 일련의 양식적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이런 비평적 기획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 내가 계속 진학해 공부를 했다면, 그 중의 몇 개의 비평문을 작성했을 것이고, 어느 정도 필명도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유약하면서, 터무니없는 언어적 욕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늘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이에게 비평 언어는 얇은 영혼을 아프게 찌르고 도려내는 화살촉 같은 것이다.

내가 내 예상보다 빨리 은퇴하게 된다면,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년성에 주목했듯이 처녀성에 주목하고 싶다. 위대한 작가들의 처녀작에서부터 미술가, 음악가, 그리고 어떤 양식이나 장르의 시작 단계들이 가지는 공통된 양식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영혼과 육체에, 그리고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해내고 싶다.

늦은 봄, 무더위 속에서 햇살은 투명하기만 하다. 이런 날, 나는 뜬금없는 슬픔, 혹은 우울함, 또는 절벽을 향해 떨어지는 유쾌함을 느끼곤 한다.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소리가 조금의 위안이 되는 늦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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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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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조차 모른다. 세상은 촛불 때문에 흥분하고 아파하고 그러는데, 나는 7월말 Art Fair 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다. Art Fair는 일반적으로 Gallery들이 참가, 미술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를 뜻한다. Art Fair는 Art Cologne가 그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rtist들이 참가하는 Art Fair도 있다.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전시는 많다. 이를 살롱전이라고도 하고 국내에서는 부스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KASF 2008은 올해 처음 하는 행사이다. 작가들의 관심이나 호응이 높고 기업 후원도 늘어나고 있다. 전체 프로그램을 설계 중이고 인터파크에 예매 페이지도 시작할 예정으로 있다. 주위의 선후배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은근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번 KASF 2008 행사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빠듯한 재정에, 바쁜 일정에, 조금만 여유를 부리다간 금방 일이 밀려버린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전화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문서작업도 한다.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뽑을 시간조차 없으니, 난리도 아니다.

뭔가 나에게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혹시 주위에 참가할 예술가가 있다면, 추천을. (자세한 정보는 www.kasf.co.kr )
그리고 초대장이 필요한 분께서는 메일을. 초대장은 한정 수량이므로 이웃 우선임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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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쌓인 스트레스 탓일까, 아니면 과도한 음주 탓일까, 아니면 나에게 영원히 무심할 것같은 저 별빛, 혹은 날 스쳐지나가면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봄처녀의 하얀 볼, 어쩌면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오후 늦게 갑자기 찾아온 복통은 먼저 수면을 방해했고 사람들 앞에서 가끔 이마를 찌푸리게 만들었으며 끊임없이 방바닥과 화장실을 오가게 만들었다. 처음 간 약국에선 소화제와 진통제를 주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 다음 간 약국에서는 좀 강한 소화제와 위 경련을 위한 진통제(?)를 주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병원에 갈 시간 조차 없었다.

다행히 주말을 지나자 통증을 거의 사라졌다. 대신 아픈 동안 거의 먹지 못한 탓에 현기증이 조금 있을 뿐이다.

내가 아픈 동안, 이 나라도 아팠다. 아주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대통령과 그의 내각은, 그리고 10년 야당 생활을 청산하고 여당이 된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문제는 그들이 내놓는 정책이나 의사결정이 폭넓은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독단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픈 동안, 새벽 라디오를 통해 시위 현장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 TV를 보면서 상황이 심각했음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국민들은 2008년을 살고 있는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1980년대 중반을 살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만들었다. 더구나 그들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스타일은 완전히 1970년대나 80년대식이다. 그런데 더 끔찍한 것은 이들과 함께 앞으로 5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자주 촛불을 들어, 그들에게 '우리는 지금 2008년을 살고 있어요'라고 가르쳐줘야 할 것인가.

비가 많이 내린다.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은 탓에, 비에 흠뻑 젖었다. 아직 몸이 좋지 않다. 이럴 때,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느낀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혼자 산 사람들을 떠올린다. 아니면 지금도 혼자 살고 있는 미셸 투르니에를... 언제쯤 내 삶은 우아해질 것인가. 이런 날씨에, 바이올린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간 따뜻하게 위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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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요즘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음악도 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휴식과 몽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가를 알고 있다. 다행이다. 잊어버리지 않고 있으니.

 어젠 화성시에 갔다 왔다. 현재 준비 중인 Art Fair 일로 화성시 비봉 근처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돌 깎고 있는 선배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작업실에서 보았던 조각상들의 돌 무늬가 너무 생각났다. 너무 아름다웠다.
 
 넬(Nell) 시디를 샀다. 사람들에게 넬 시디 선물해주고 있다. 싸이 미니 홈피 있는 이들에겐 음악을 선물하고. 오랜만에 가요에 '필'이 꽂혔다.

 간송미술관을 가야하는데, 언제가 좋을 지 ... ... 새벽 비 소리가 요란해, 마음이 너무 심란했다. 너무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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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며칠 전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번 듣지도 못할 말을 들었다. 그 들음의 충격은 며칠이 지나가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야 겠지만, 인간 관계가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 지나칠 생각이다. 하지만 기억은 해두어야 겠다.

일요일, 밀린 일들이 해야할 시기다.

"그린을 겨냥하는 게 점점 재미없어지고 대신 관중을 겨냥해 샷을 날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져서"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은퇴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경기에선 티를 땅콩처럼 씹어 먹"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고도 했으며, "(캐디가 아니라) 캐디백과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드디어는 자신의 퍼트에는 신경이 가질 않고 "오직 내 약혼자의 퍼트에만 신경을 쓰고 있"음을 고백했다. 그녀가 부럽다. '은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나는 태어나서면서 은퇴하고 싶었고 살아오면서 은퇴하고 싶었고 지금도 은퇴하고 싶다. 하지만 '은퇴'라는 단어는 내가 사용할 수 없는 단어임을 태어나면서부터 알았고 살아오면서 반복적으로 깨달았고 은퇴하고 싶은 지금에도 은퇴라는 단어가 나에겐 너무 먼 단어임을 알고 있다.

마음은 어둡고 쓸쓸함은 내 육체의 깊고 은밀한 아픔을 찌른다. 이럴 때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이 세상 사람이었던 적이 없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야한다. 오직 이런 때여야만 한다.

나는 지금 피가로의 결혼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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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인생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롤러코스트. 무시할 수 없는 공포와 처절한 쓸쓸함과 슬픈 느낌으로 자욱한 길거리. 무수한 사람들로 빼곡하지만, 정작 손 잡을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모호함 속. 결국 나 혼자 걸어가는 공포의 계곡길. (http://me2day.net/intempus)

*    *  

토요일 아침, 흐릿하게 시작한다. 흐릿하게 시간을 흘러보낸다. 며칠 너무 정신 없었다. 며칠 너무 슬펐다. 며칠. 며칠. 며칠. 하긴 세상을 결정하는 건 단 1초다. 1초에 모든 것이 송두리째 날라갈 수도, 복원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싫다. 공간만 존재하는 곳. 그 곳이 있다면 이데아의 세계일 것이다. 그리스 고전철학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시간성을 잃어버리고 공간을 향한다. 왜냐면 그 곳엔 어떠한 감정의 흔들림도, 슬픔도, 쓸쓸함도, 고독도, 오해도, 아픔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아픔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때 베르그송은 엘랑 비딸을 이야기하면서 시간이 가져다주는 약동하는 생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아픔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가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멍해지거나 도리어 정신이 맑아지는 때가 있다. 결국은 내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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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TAG 공간, 시간



곧잘 가는 술집에서 음악 선곡하다가, 손님이 신청해 알게 된 곡. 요즘 이 노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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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은 지 벌써 2주가 지난 듯 하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여전히 쓸쓸하기만 한 술과 가까이 지내고 육체를 돌보지 않으며 넓은 방안의 먼지들과 둔탁해지는 영혼을 보며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가끔 만나게 되는 묘령의 아가씨에게 던지는 내 '가을의 잔잔한 물결'(波)은 번번히 우아하지 못한 몸짓을 보여주며 시간의 연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어두운 미래 만큼이나 어두운 내 가슴의 그림자를 내가 어쩌지 못하는 까닭에, 어느 화요일 비 소리는 종종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준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본 로만 오팔카의 그림을 보고 너무 좋았다. 그러나 로만 오팔카보다, 이우환보다 귄터 워커의 작품이 나에게 압도적이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그의 작품들은 둔탁한 운동의 두께 속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집어넣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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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뜨거운 차가 부담스러워지는 계절이 온 것일까. 아니면 내 마음의 뜨거움이 어색해지고 낯설어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엉망으로 살아온 시절들에 대해 육체가 그 특유의 반응을 쏟아내는 것일까.

천칭자리 태생은 늘 어떤 선택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선택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세 여신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파리스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망쳐놓은 계절은 실성한 듯한 더위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깊은 바다 물고기들이 길을 잃고 얇은 바람은 삽시간 두텁고 무거운 부피로 우리의 도시를 강타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모른다는 건 얼마나 좋고 행복한 일인가. 모르기 때문에 그저 두려움에만 떨고 신에게만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갈구하던 신은 우리에게 외롭고 싸늘하게 죽어가는 키에르케고르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신은 죽었다고 이야기한 채 미쳐 죽어가는 니체의 모습에게서 교훈을 찾으라고 한다.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

이젠 술마저도 날 버리고 날 둘러싼 모든 이들이 적처럼 보이는 어느 시간,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자신이 내 인생 최대의 적이 아닐까. 하긴 그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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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Latte E Miele를 듣는 아침, 이스탄불에서 사온 터키식 차를 마시며 글을 쓰려고 해보지만, 요즘 나는 아주 심하게 글쓰기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Passio Secundrum Mattheum(1972) - Calvario / Il Dono Della 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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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테이블 위에 놓인 낯선 요리를 본다. 꼭 이국의 젊은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눌 듯한 느낌이다. 포크로 조심스럽게 하나를 찍어 먹는다. 창 밖으로 어둠이 내리고 비가 내린다. 한 나라의 요리는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내 천박한 허기는 낯선 요리를 깊게 음미할 기회를 여지없이 박탈해버린다. 마치 대부분의 소년들이 가진 거칠고 사나운 욕정이 순결한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들에게 상처를 내듯이(아니면 그 반대든지).

낯선 요리에 반한다는 것은 이국의 대기와 대지 속에 온 몸의 감각을 맡기는 것과 같다. 독일 요리는 순박하다. 화려한 기교나 장식은 없다. 낯선 이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수줍은 듯 말을 건네다가, 상대의 호의를 느끼는 순간 편한 미소로 다가온다. 독일의 요리는 이런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 보였다.

하지만 입맛만큼 세상에 보수적인 것은 없다. 어느 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서른세 살 이후 먹게 되는 낯선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서른세 살 전에 먹었던 음식의 맛을 기억해두고 이를 계속 찾게 된다는 것. 외국 생활을 오래 했지만, 밥이나 김치, 고추장을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도 우리들의 보수적인 입 탓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여러 번 낯선 음식에 당황스러워한 경우가 있다. 이 점에서 호텔의 가지런한 아침식사만큼 부담 없는 것도 없다. 빵과 우유, 주스, 햄과 샐러드, 계란으로 이루어진 아침 식사는 지친 여행객에게 건조하지만 짧고 깊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메세 칼스루헤로 향하는 길. 밤새 내리는 비는 온데간데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거리에 부서져 내렸다. 눈이 부셨다. 몇 천 명 정도 사는 듯 보이는 배드 해른알브는 우리의 작은 읍을 연상시켰다. 칼스루헤에서 배드 해른알브까지 전철로 약 40분 정도 걸린다. 이렇게 보면 그렇게 멀게 생각되지 않지만, 자동차로도 삼사십 분 이상 달려야 하는 꽤 떨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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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구밀도가 부러웠다. 그래서 독일의 자연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삶은 윤택해보였다. 다만 사람들 성격들이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워, 다소 심심하거나 쓸쓸할 경우가 많은 듯 보이는 것을 제외한다면.


아트페어의 첫 날은 VIP 프리뷰이다. 아트페어는 그 나라나 그 지역의 사회 저명 인사나 미술 수집가, 언론매체 종사자 등 VIP로 볼 수 있는 일군의 사람들에게 먼저 프리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아트페어마다 프리뷰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 어느 아트페어의 경우에는 프리뷰 때 상당수의 작품이 팔려나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아트페어에서는 프리뷰 땐 살만한 작품을 점 찍어 놓고 며칠 지나 구입해 가는 경우도 있다. 어느 때에는 마지막 날 아트페어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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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로 붐비진 않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날이 바로 첫날 프리뷰 때이다. 프리뷰 때 방문한 고객들 중 작품을 구입할 생각이 있는 일부는 아트페어 기간 중에 다시 들려 작품을 구입해 간다.


최근 들어 미술 비엔날레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아트페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대한 미술계와 대중의 관심도 늘고 있다. 전자가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전시인데 반해, 후자는 갤러리들과 고객들을 위한 대규모 시장이다.

새로움으로 포장한 평론들, 일반인들에게는 어렵지만 현대 미술의 방향을 결정지을 지도 모르는 작품들, 현대적인 용어들로 작품들을 나누고 설치하고 설명하는 비평가들과 전시 기획자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예술가들. 관람객들은 작품들을 보기 위해 들어온다. 갤러리스트들도 있을 것이고 미술 잡지의 기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의 주인공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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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 칼스루헤와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직 아트페어를 보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흰 벽면에 작품이 걸리고 그 옆에는 제목, 작가이름, 크기, 재료, 제작연도, 그리고 가격이 적힌 메모가 있다. 갤러리스트들은 어느 관람객이 작품을 구입할 사람인지 유심히 살핀다. 콜렉터들은 손에 작은 수첩 하나를 들고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을 경우에는 갤러리 이름, 부스 번호, 그리고 작품 이름과 가격을 적는다. 적게는 몇 천 유로에서 많게는 몇 만 유로 이상 나가는 작품을 사기 위해서 그들의 들이는 노력은 매우 대단하다(미주1). 여기에서 예술가는 매우 드물게 노출된다. 한 점이라도 더 팔려는 갤러리스트들과 좋은 작품 하나를 고르려는 콜렉터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정쩡하고 불안한 표정의 예술가들로 구성된 것이 바로 아트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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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Schiela의 작품이다. 그의 홈페이지는 http://www.schiela.de/ 이다. 꽤 흥미로웠던 수채화였다. 한국에서도 극사실주의 작품이 유행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추상 작품보다는 구상 작품들이 최근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재털이, 병뚜껑, 옷감, 과일 등이라면 외국 작가들은 일상의 풍경, 사람의 표정, 어떤 몸짓이라는 점이다. 어느 작가가 살아남느냐는 작품의 시작부터 이미 결정이 나있는 셈이다(그런데 가격도 보이는데, 지워야 되는 건가).



주1) 한국과는 달리 미술 작품에 대한 투자의 개념이 달라서, 유럽에서는 작품을 구입해 오래 보관한다. 젊은 청년이 구입한 작품은 그가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작품은 그 때 그 자리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작품의 가격은 오랜 시간 후에 작품의 가격은 극단적으로 나누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구입했던 때보다 오른 경우가 많고 어느 경우에는 문화재로 인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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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해마다 겨울이면 조용하고 은밀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그것은 곱고 차가운 햇살 아래에서 다듬어지며, 창 밖의 불길한 어둠을 가르며 내리는 흰 눈으로 감추어진다. 가끔 깊고 무거운 막다른 골목길까지 걸어 들어오는 행인의 구두 밑에서 사각대는 눈 소리는 내 사각의 방이 가진 쓸쓸한 온기를 터질 듯 한 컷 부풀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기 전, 서울엔 눈이 내렸다. 그것이 내가 올해 본 마지막 눈이었다.

사진

공항 가기 전 날 찍은, 어느 건물 옥상 사진. 옥상에 새겨진 저 무늬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곧바로 Art. Karlsruhe가 열리는 Messe Karlsruhe로 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중이었고, 유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이미 와서, 전날 항공화물로 도착한 작품들을 꺼내 놓고 작품을 전시장 벽에 설치하고 있었다.

작품 설치 중

Painting과 Photo 작품들 뿐이라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평행선을 벽면에 비추어주는 기계다. 저 기계, 건축 현장에서나 볼 만한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설치 때 꽤 요긴하게 쓰인다.


한 시간 정도 작품을 설치하다가 미리 예약해놓은 호텔로 갔다. Karlsruhe 인근의 Bad Herrenalb에 있는 Treff Hotel이었다. 그런데 ‘Karlsruhe 인근’이라기 보다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는 Karlsruhe에서 나와, 숲 속으로 무려 30분이나 들어갔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낯선 브랜드의 GM 자동차에 붙은 네비게이션 뿐이었다. 그것도 딱딱한 독일식 억양의 아줌마 목소리의 영어로 설명하는.

서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칼스루헤로, 칼스루헤에서 배드 헤른알브로, 나는 지쳐 금방 잠이 들었다. 시차도 피곤함에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새벽에 깨는 잠은 어쩔 수 없었다.

호텔방

두 명이 쓸 수 있는 방에 혼자 머물렀다. 지금 보니, 약간 우울한 풍경이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정신없는 일정이었다.


아침이 왔다. 낯선 풍경이었다. 독일의 숲이란 이런 모습이었구나. 침엽수로만 이루어진 유라시아 대륙 서쪽중간에 위치해 있는 숲은 겨울에서 봄을 향해가고 있었다. 간간히 새소리가 들렸고 어디선가 교회 종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집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올랐다. 아침을 알리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메시지. 그러고 보니 호텔 조식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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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이란 단어는 이국에 나가보면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그 기분도 사라진다. 일상의 힘은 놀랍다. 끊임없이 뭔가를 처리해야만 하는 일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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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조금만 운전해 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것이 산인데, 독일에선 그렇지 않았다. 낮은 언덕을 만나기도 어렵다. 이 곳이 난 어딘지 모른다. 베드 헤른알브에서 메세 칼스루헤로 가는 길 중간에 맞주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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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트스피드를 잘못 맞추었다. 여유를 가졌다면 사진을 많이 찍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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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루헤 인근에 바덴바덴도 있고 베드 헤른알브가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도 인근이다. '인근'이라는 표현이 좀 모호한 감이 없진 않지만. 프랑스, 스위스, 독일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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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어떤 꿈은 너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그것은 실제 기억과 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기억이 된다. 아마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어났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 일은 사소하지만, 사람들에겐 견딜 수 없는 정도로 깊이 패인 정신의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눈을 뜨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가지게 되는 기억의 일부는 아주 오래전 선명하게 남겨진 꿈에게서 연유한 것. 종종 우리가 눈 앞의 현실에게서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특히 젊은 날의 열정과 꿈이 흐린 눈가나 입가의 주름 사이로 숨어버리는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의 남자에게 더욱더 위험한 이 사건. 이 무렵의 남자들이란 대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마주 하게 되는 젊음들에 대한 공포,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힘주어 고백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아내, 번번히 대화의 미끄러짐을 경험하게 해주는 냉담한 그의 아이들, 하루하루 정해진 일과로 짜여진 그의 모던 타임즈, 정기적으로 바뀌는 계절의 수상한 향기 속에서 그들의 영혼은 천천히 주눅 들고 지쳐가고, 그러다가 소리없이, 혹은 과감하게 오래 전 꿈을 군데군데 조각난 과거 현실의 기억 사이에 집어넣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