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100

인상주의와 까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

인상주의 조각에 대해선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네, 피사로, 르느와르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회화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도 있지만, 낭만주의 조각에서 인상주의 조각으로의 이행은 눈에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로델의 조각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킨다.  결과적으로 양식이란 동시대 미술의 흐름 안에서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종종 예술사에서는 '시대착오적 양식'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인상주의의 시대에 제롬이나 부게로 같은 프랑스 아카데미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술가적 고집이나 과거에 대한 향수나 고집도 어느 정도가 있지, 이들의 미술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저해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긴 현대에도 그런 예술가들은 많으니까. 대신 이들은 근대 프랑스 미술계 헤게모니의 꼭대기에 있었으며,..

사랑, 사랑, 나의 계절 Love, love, my season

사랑, 사랑, 나의 계절 Love, love, my season. -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의 마지막 연. 이렇게 노래했던 그녀는 30살에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 남편인 테드 휴즈Ted Hughes의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 한 두 개를 알고 있다. 사랑, 사랑, 나의 계절인 셈이다.  그런데 그 계절이 사라지니까, 떠나야지. 그 계절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음을.시인 박인환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이라고 했고 기욤 아폴리네르는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고 했는데, 실비아 플라스는 사랑도 가고 나도 간다고 ... 요즘 너무 우울해져서 까닭없이 눈물이 나고 슬퍼지고 가라앉는다. 이유는 대강 알 듯하지만, 극복하는 게 쉽지 않구나.

리처드 세라

도심 광장에 있던 것만 보다가 넓은 풀밭 위에 놓인 세라의 작품을 보니, 색다르다. 예술작품은 주변 풍경을 변화시키고 낯설게 하여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종종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의 본질을 깨우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을 벗어나, 그것의 밖에서, 혹은 그것을 벗어나 바라볼 수 있었을 때, 그것을 알게 된다. 마치 헤어진 다음에서야 알게 되는 어떤 사랑처럼.    ... 하지만 누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질까. 지금 이 사랑스럽고 정적인 풍경을, 오늘의 저 별빛이 내일도 뜰 것임을, 지금 곁의 사랑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 존재할 것임을, 그래서 최선을 다해 현재에 집중할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무너져내릴 것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만약 우리가 글을 쓰고 싶다면 그건 절망에 빠져 있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 스스로 중요한 모순을 잊어버린다면, 또 끊임없이 이 모순 속에서 살지 않는다면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어요. 한낱 이야기꾼은 될 수 있을 겁니다. 모순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어요. 안이함에서 오는 역겨움만 있을 뿐이지요." - 마르그리트 뒤라스 (* 알랭 비르통들레의 > 중에서)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를 그리워할 것이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그는 나에게 현대소설을 가르쳐 주었다. 소설론 수업이 아니라 쿤데라의 소설이!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형편없는 문학강사들과 평론가들은 하일지의 소설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들이 왜 로브-그리예나 미셸 뷔토르를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라고 말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늘 밀란 쿤데라가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궁금했다. 체코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밀란 쿤데라는, 안타깝게도 체코에서는 조국을 버리고 떠난 이방인일 뿐이었다. 의 보후밀 흐라발이 체코에 남아 그 곳에서 싸우며 글을 쓴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토니 주트는 20세기를 회고한 책에서 그의 체코 친구들은 밀란 쿤데라가 서방에서 인정받고 인기가 많은 것에 대..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10cm*300cm, 1972년도 작품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그리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건 동성 연인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인상주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동성 연인과의 헤어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회화와 사진 사이를 오가며 원근법에 대한 회화적 고찰을 이어나간 작품이기도 하다. 전자의 측면에서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며, 후자의 측면에서 인상주의자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작품인 셈이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상주의가 사진이 가지는 환영주의를..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자화상(Self-portrait)

우연히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의 자화상들을 보았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들과의 그 결이 다르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 지역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뒤러는 참 특별한 화가다. 그의 작품들에는 르네상스 세속주의도 드러나지만, 그와 함께 그 당시까지 남아있던 후기 고딕적 요소에서 자유롭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The Arnolfini Portrait (or The Arnolfini Wedding, The Arnolfini Marriage, the Portrait of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or other titles) Jan van Eyck,..

앙리 마티스, 앉아있는 분홍빛 누드 Pink Nude Seated

늘 그렇지만, 앙리 마티스는 언제나 옳다. 가끔 모더니즘을 낭만주의로 오해하곤 하는데, 절정기의 모더니즘은 확실히 고전주의적이다. 앙리 마티스의 부드러운 선과 감미로운 색채는 우리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과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준다. 마치 그가 마지막으로 공을 드렸던 로자리오 성당을 떠올리게 만드는 평안함이다. 현대적이며 고전적인 감성은 이전 고전주의가 사용했던 환영주의가 아니라 기하학적 추상을 불러들이며 현대 문명을 반영한다. 기하학적 진보를, 상대성 이론을, 양자역학을. 과거와의 단절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꿈과 미래를 노래한다. 이런 점에서 20세기 후반의 팝아트와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현대 과학은 급격하게 낭만주의로 기운다. 토마스 쿤의 도 확실한 낭만주의적 텍스트인 셈이다. 여기에서 딱딱하..

메이플소프와 패티 스미스, 1969

메이플소프의 꽃 사진이 아닌, 미국 내에서조차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들을 올리고 싶지만, 아마 바로 차단당할 것이다. 섹슈얼리티는 논란의 대상이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여하튼 그렇다. 메이플소프는 독실한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땐 신부님께 종교적 의미가 담긴 그림을 그려 주기도 하였다. 그가 갑자기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에게 자연스러워졌을 뿐. 몇 해전 시간을 내어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메이플소프 전시를 보러 갔다. 좋았다. 패티 스미스는 라는 책을 통해 메이플소프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 책이 번역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출간된 후 몇 해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걸 보면 조금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 메이플소프 다큐멘터리를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