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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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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전 2세기 제작 추정





책을 읽는다고 당신의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나아지지도 않는다. 쓸데없이 고민만 많아진다. 할 수 있는 건 빨간 신호등일 때 건널목을 건너지 않는 정도이지만, 고민하는 것은 이 세상 전체에 대한 것들이다.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병들어가는 지구나 갑작스럽게 성장하고 있는 AI(인공지능)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라든가 북핵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끼인 한반도의 운명 등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을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도, 말할 사람도 없다. 주제 넘은 염려다.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어린 아이 교육이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채 빚만 쌓이는 집안 경제, 또는 직장 문제나 나이가 들수록 위태로워지는 돈벌이. 그러나 이 또한 고민으로만 머물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하는, 종이 위의 글자로만 존재하는 책만 읽는다. 도리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돈마저 저 책들을 구입하기 위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왜 나는 책을 읽는 것인가.  




Saint Jerome

Caravaggio (1571-1610) 

Oil on canvas, 112 cm × 157 cm, 1605-1606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 강유원, <<책과 세계>> 중에서




어쩌면 나는 병에 든 것이다. 기원전 안지오의 저 소녀도 병 들고 기원후 4-5세기의 성 히에로니무스도 병든 채 라틴어 성경을 옮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 소녀가, 성 히에로니무스는 병에 걸렸음을 사람들이 알면 안 되었다. 어쩌면 이 병은 전염병일 지도 모른다. 우리 영혼의 파국을 부를 수도 있고 현실적 자각을 방해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르게 하고 구별짓게 하는 이 병은, 걸린 사람들만 서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병들었기에 어떻게든 그것을 다른 것으로 포장해야만 한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그들은, 우리들은 병든 것을 숨기기 위해, 도리어 병 든 것이 아니라 당신들과 다른, 훨씬 우월하며 고귀하다고 여기게 하려고 고대로부터 책 읽기를 포장해 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플라톤은 책을 읽는 우리들와 다른 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지혜와 선의의 경험이 전혀 없이, 잔치와 또한 그와 유사한 즐거움에만 항상 익숙하고, 낮은 수준의 교양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일생을 그런 식으로 방황하며 살았다. 그들은 진리를 찾아 하늘을 바라본 적이 없고, 더 높은 진리를 향하여 비상한 적도 없으며, 어떤 순수하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맛본 젓도 없다. 가축의 무리들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항상 허리를 굽혀 눈을 땅 바닥과 먹을 곳에 고정하고, 먹고 살찌고 성 관계를 맺어 새끼를 낳으며, 이들 즐거움에 대하여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을 보였다. 그들으 무쇠와 같은 뿔과 발굽으로 서로 차고 받았고, 그들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서로 죽이기까지 하였다. 

- 플라톤, <<국가>>, 9장 중에서 




2. 위태로운 프란체스카의 독서 



Francesca da Rimini

William Dyce  (1806-1864) 

Oil on canvas, 218 cm  × 182.8cm, 1837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프란체스카는 자신들의 운명을 예고하는 시구를 읽다가 만다. 책을 읽는 프란체스카의 얼굴 위로 파올로의 얼굴이 겹쳐지고, 이 둘은 불륜의 사랑을 나눈다. 프란체스카는 파올로의 형과 결혼을 약속했으나, 사랑에 빠지는 건 파올로였다. 파올로도 마찬가지여서, 이 둘의 운명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죽어서도 끝없는 세속의 비난을 견뎌야만 한다. 


중간에 멈춘 프란체스카의 독서 위로 비극적인 사랑이 놓이고, 고통스러운 사랑의 밤은 지나고, 죽음의 아침만이 남았을 뿐이지만, 그녀의 책 읽기는 끝나지 않는다. 



나는 행복을 찾아 모든 곳을 헤맸지만, 결국 어느 한 구석에서 책을 읽다 행복을 발견했다.

-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1380 ~ 1471) 



그러나 이제 그 행복한 구석은 없다. 사랑하는 연인도 없다. 우리는 행복을 발견하기 전에 이제 네트워크의 부름을 받을 것이다. 아니면 책을 읽다가 네트워크로 들어가 검색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진정한 행복은 관계 속에서가 아니라 고독 속에 존재한다. 말씀으로 시작된 이 세계는 반복적으로 책으로 돌아가고 자주 책 밖으로 나온다. 이야기가 되거나 문장 되거나 단어가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끝없이 변주되어 나오는 최초의 말씀이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네트워크로 수렴되고 디지털화된 기호가 되고 시뮬라크르가 된다. 그리고 물질적 세계에서 사라진다. 



3. 책벌레는 되지 말자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읽지만, 나는 읽기 위해서 산다. 

- 로건 피어설 스미스(Logan Pearsall Smith, 1865 - 1946)



나도 읽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이에 우리의 친구이자 눈 먼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알베르토 망구엘(Alberto Manguel)은, 그래도 책벌레가 되지 말자고 말한다. (어쩌면 그도, 나도 이미 책벌레일지도 모르는데) 



책벌레라는 개념은 좀목(Thysanura)에 속하는 곤충에서 유래하는데, 이 곤충은 종이와 잉크로 구성된 책을 실제로 먹어치우는 벌레로 일찍이 알렉산드리아 시대부터 "도서관의 청소부"로 악명을 떨쳤다. 책벌레란 독서를 통해 지혜를 얻지 못하고, 마치 좀벌레가 책을 먹어 치우듯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독자들은 생쥐나 시궁쥐라고 조롱받기도 하는데, 그들에게 책과 인생은 영혼을 살찍우는 자양분이 아니라 헛된 욕심을 채우는 사료(飼料)에 불과하다. 

- 알베로트 망구엘, <<은유가 된 독자>> 중에서 



책벌레에 관한 한 올해 읽은 최고의 표현은 아래와 같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이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에서 




그리고 탐욕스럽게 책을 읽었으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결국 죽는다. 책 한 줄 읽지 않은 듯한 여인 만차의 운명과 대비되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비극적인 고독 속에서 시뮬라크르가 된 위안으로 끝난다. 그러니 책은 책일 뿐이고 세상은 언제나 거기 있을 뿐이다. 니체가 그토록 싫어했던 플라톤이 최초로 제안한 개념, 바로 저 세상(이데아계)이 있다는 것, 그것만이 책벌레의 유일한 희망일 지도 모른다. 



4. 2017년, 기억할 만한 독서의 흔적


4.1.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이 시작되었다. 작년 한 해 약 50권 여 권의 책을 읽거나 읽는 중이다. 많은 책을 사기도 했으나, 그만큼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다. 사기 애매하거나 미처 몰랐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들 중 일부는 결국 구입하기도 하는데,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유문화사)은 두고 두고 읽을 만한 책이다. 서평집으로 머물기엔 아쉬운, 책에 대한 사랑 고백과도 같다. 클리프턴 패디먼/존 S.메이저의 <<평생독서계획>>(연암서가)에서 소개되지 않은 고전들을 소개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글로 소개되지 않은, 소개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점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혼자 비밀스럽게 몇 명의 작가들을 알고 읽을 수 있을 테니까. 가령 조지 매러디스(George Meredith, 1828 - 1909)나 C.P.카바피(C. P. Cavafy, 1863 - 1933)은 절대 한글로 번역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 클리프턴 패디먼/존 S.메이저의 <<평생독서계획The Lifetime Reading Plan>>은 우리가 평생 동안 읽었으면 하는 고전들에 대한 소개서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시작하여 현대의 소설까지 이어지는 이 책은 우리가 뭔가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할 때 추천할 만한 가장 좋은 책들 중의 한 권이다. 마이클 더다도 이 책에 대한 찬사로부터 시작하여 책을 쓴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은 세상 일과 무관하다. 도리어 뭔가 물질적 기여를 할 시간에 나는, 우리는 마이클 더다의 책을 읽는다. 그렇게 2017년 오십여 권의 책을 읽었다. 


4.2. 쉼보르스카와 다니카와 슌타로 


2017년 최고의 저자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와 다니카와 슌타로였다. 이 두 명의 시인은 왜 아직도 시인이 있어야 하고, 시가 읽히며, 시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는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위대한 시인들은 옮겨진 언어의 종류에 상관없이 성공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4.3. 하우저와 조중걸


예술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은 해이기도 하다. 아놀드 하우저(아르놀트 하우저, Anold Hauser, 1892 - 1978)의 <<예술과 소외>>(김진욱 옮김, 종로서적)는 마니에리슴(매너리즘) 연구 서적으로, 1981년에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책이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에도 책으로는 그 도판을 구하기 어려운 16세기 후반기 마니에리슴 예술가이며, 지금도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 이들 상당수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의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번역자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조중걸의 <<근대 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1권, 2권(지혜정원)은 서양 예술사가 이렇게 씌여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한글로! 활자가 크다고 만만하게 볼 수 없고 도리어 그 사유와 해석의 흔적을 따라가기만으로도 벅차다. 특히 매너리즘 미술에 대한 소개나 19세기 후반 미술에 대한 설명은 압도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곰브리치나 잰슨의 서양미술사와 조중걸의 책을 비교해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전자는 '양식사로서의 서양미술사'로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읽은 베스트셀러라면, 조중걸의 이 책들은 왜 예술이 존재하며, 지금/여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래서 왜 끝내 감동받게 되는가를 알게 한다. 그래서 조중걸의 책을 읽고 난 다음, 독자들은 다른 서양 예술 관련 책들이 한없이 시시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 조중걸의 서양예술사는 전 5권으로, 나는 아직 <<고대 예술>>과 <<중세 예술>>을 읽지 않은 상태이다. 모두 '지혜정원'이라는 출판사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작년 그는 놀라운 책 한 권을 출간했는데, <<비트겐슈타인 논고 해제>>(북핀)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논고Tractatus>>를 읽고 소개한 책인데, 일부 인터넷서점들의 독자 평만 봐도 이 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아마 한국에서 비트겐슈타인 연구로 대학에서 겉멋 부리는 이들 대부분이 움찔했을 것이며, 아마 일부는 이 책을 읽어내지도 못할 것이다. 나 또한 사두었을 뿐,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4.4. 세상을 이해하는 세 가지 방법 


군터 뒤크의 <<호황 VS 불황>>(원더박스)은 읽는 내내 경제시스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팀 하포드의 <<메시>>(위즈덤하우스)는 우리의 통념을 산산히 깨고 어지럽고 지저분하며 혼란스러운 환경이 어떻게 창의성을 폭발시키며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대한 놀라운 사례들을 알려주었다. 마이클 셔머의 <<믿음의 탄생>>은 종교, 혹은 신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인간이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는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은 약간 불편할 수도 있으나, 결국 종교나 신앙도 우리 인간 문명 속에 들어와 있으며, 우리 생명, 삶, 역사와 함께 흘러왔음을 인정할 때 이 책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과격하지만,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다. 



4.5. 시몬 베유와 강유원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이제이북스)는 놀라운 책이다. 카톨릭 신자로서 시몬 베유는 하느님과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다. 그런데 이 책이 씌여진 시기가 세계 대전 중의 유럽이라는 점에서, 가끔 일요일 성당 안의 고요한 평화-그러나 무수한 심적 갈등과 고난, 회개와 반성으로 뒤범벅된 신자들이 몰려든-를 떠올리게 한다. 강유원의 <<숨은 신을 찾아서>>(라티오)도 신앙 고백서이다. 시몬 베유는 이미 있는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생각하는가에 방점이 찍힌다면, 강유원의 이 책은 그야말로 진짜 신앙 고백서이다. 그는 그리스-로마의 체계 안에서 사도 바울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왔으며, 이후 신앙 고백자들이 어떻게 신앙을 받아들이는가를 설명한다. 그리고 딱딱한 방식이지만, 정직하고 곧게 자신의 신앙을 드러낸다. 몇몇 카톨릭 신부들이 이 책을 추천하였으며, 너무나도 이성적인 철학 안에서 자신의 신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나 또한 성당을 다니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터라, 강유원의 이 책은 한 편으로는 너무 슬프게 읽힌 책이기도 하다. 



4.6.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그리고 단테


기시 마사히코의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은 사회학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아파하는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는 너무 낯익지만, 낯 뜨겁기도 하다. 일종의 관찰이면서 해석이며, 이러한 기록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기초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아우어바흐의 <<단테>>는 문학 이론서는 이렇게 씌여져야함을 보여준다. 이미 <<미메시스>>(민음사)를 통해 국내에는 오래 전부터 그 명성을 가지고 있었던 아우어바흐는, 정작 나에겐 낯선 이였다. <<미메시스>> 상권을 읽다 말았으니. 2018년에는 아우어바흐의, 읽다만 책들을 읽기로 한다. 



4.7. 예술이 되는 순간, 그리고 


필립 드 몬테벨로/마틴 게이퍼드의 <<예술이 되는 순간>>은 우리가 왜 예술을 사랑하는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서점에서는 이 책을 열어볼 수 없도록 비닐포장되어 책 내용을 엿볼 수 없지만, 그냥 구입하면 된다. 그리고 책벌레가 아닌 예술에 미친 이들이 어떻게 그 속에서 살아가는가를 알게 해준다.  



Fragment of a Queen's Face

New Kingdom, Amarna Period, 1353-1336 B.C.

Yellow jasper

h. 13 cm (5 1/8 in); w. 12.5 cm (4 15/16 in); d. 12.5 cm (4 15/16 in)

Metropolitan Museum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544514) 



"당신이 두상의 윗부분을 발견한다고 해서" 필립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감격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여기 남아 있는 조각의 완벽성에 매료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미술사에서 말하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눈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한 경탄에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이것은 강렬한 즐거움입니다. 마치 당신이 좋아해서 영화로는 보고 싶지 않은 책과 같습니다. 당신은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 남자나 여자 주인공의 얼굴을 마음속에 그려보았을 것입니다. 이 노란색 벽옥 입술의 경우, 나는 사실 사라진 부분을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습니다." 

- 필립 드 몬테벨로/마틴 게이퍼드, <<예술이 되는 순간>> 중에서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떤 이론적 배경이나 지식으로 무장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해야 된다고 믿는다.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굳이 현대 미술 이론이나 미술사에 대한 지식 없이도 작품은 감상이 가능하고 가능해야만 한다. 다만 이론/지식이 늘어날 수록 작품 감상의 이해와 폭이 넓어지며, 그 감동도 달라질 것인데, 이는 그 사람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좋은 작품들을 감상하였는가와도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는다. 이 점에서 Dana Arnold의 <<Art History - A Very Short Introduction>>(Oxford, 2004)는 짧지만, 꽤 유용하고 적절한 지점을 잘 알려준다. 



This kind of visual material can have an autonomous existence - we can enjoy looking at it for its own sake, independent of any knowledge of its context, although of course viewers from different time periods or cultures may see the same object in contrasting ways. 

- Dana Arnold, <<Art History>> 중에서 



4.8. 읽은 책들의 목록 


아래 2017년 한 해 읽은 책들의 목록을 올린다. 일부는 2016년부터 읽어온 책들도 있고, 일부는 아직 끝내지 못한 책들도 있다. 어느 책들은 블로그에서 서평을 올렸으나, 어느 책들은 서평을 올리지 못했으며, 서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책들도 있다. 책 제목 앞에서 * 표시를 한 것은 동작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다. 2018년 올해에는 서재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책들 위주로 읽기로 해본다. 2017년에는 과학 책을 거의 읽지 않았으니, 올해 많이 읽는 것으로. 


일년에 읽는 책의 수보다 사는 수가 더 많다. 내 인생에 기적이 생겨, 진정한 책벌레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터무니 없게 꿈꾸어 본다. 




소설 

<<황산>>, 아멜리 노통브(지음), 문학세계사  

<<백설공주>>, 도널드 바셀미(지음), 책세상 

<<위대한 개츠비>>, 스코트 피츠제럴드(지음), 정현종(옮김), 문예출판사 

<<얼음의 책>>, 한유주(지음), 문학과지성사, 2009년

<<맥베스>>, 셰익스피어(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지음), 다산책방 

<<햄릿>>, 셰익스피어(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지음), 이창실(옮김), 문학동네, 2016년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지음), 김민정(옮김), 밝은세상



시집

<<강의 백일몽>>, 가르시아 로르카(지음), 민음사 

* <<충분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지음), 문학동네 

* <<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지음), 요시카와 나기(옮김), 비채 



에세이 / 비평 / 역사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지음), 책읽는고양이, 2016년

<<유감이다>>, 조지수(지음), 지혜정원, 2016년

*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지음), 책읽는수요일, 2013년 

*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지음), 난다, 2013년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 지성사

* <<은유가 된 독자 -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알베르토 망구엘(지음), 양병찬(옮김), 행성비, 2017년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지음), 이마, 2016년 

<<숨은 신을 찾아서>>, 강유원(지음), 라티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지음), 이종인(옮김), 을유문화사, 2009년

*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 <<파울 첼란/유대화된 독일인 사이에서>>, 장 볼락(지음), 윤정민(옮김), 에디투스 

<<셰익스피어의 시대>>, 프랭크 커모드(지음), 을유문화사, 2005년 

<<유혹에 대하여>>, 장 보드리야르(지음), 배영달(옮김), 백의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지음), 윤진(옮김), 이제이북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지음), 그린비, 1999년

<<단테>>, 에리히 아우어바흐(지음), 연암서가, 2014년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지음), 푸른역사

*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지음), 이상희(옮김), 추수밭, 2017년 



경제 / 경영 / 정치 / 과학

<<미래의 소비자들>>, 마틴 레이먼드(지음), 에코비즈, 2006년 

* <<선대인의 빅픽처>>, 선대인(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5년

<<소비의 미래>>, 다비트 보스하르트(지음), 생각의 나무, 2001년 

*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트렌드>>, KOTRA(지음), 알키, 2016년 

*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박종훈(지음), 21세기북스, 2015년 

<<준비된 자가 성공한다>>, 데이비드 알렌(지음), 청림출판, 2005년 

*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제임스 L. 애덤스(지음), 김고명(옮김), 파이카, 2012년 

<<호황 VS 불황>>, 군터 뒤크(지음), 안성철(옮김), 원더박스, 2017년 

* <<메시>>, 팀 하포드(지음), 위즈덤하우스, 2016년

* <<왕따의 정치학>>, 조기숙(지음), 위즈덤하우스, 2016년 

<<믿음의 탄생>>, 마이클 셔머(지음), 김소희(옮김), 지식갤러리, 2012년 



철학 / 예술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지음), 권순홍(옮김), 문예출판사

<<미학입문>>, H.오스본(지음), 박우사, 1994년 

<<비정형 : 사용자안내서>>, 이브-알랭 부아, 로잘린드 E. 크라우스, 미진사, 2013년 

<<근대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1권>>, 조중걸(지음), 지혜정원, 2014년 

<<근대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2권>>, 조중걸(지음), 지혜정원, 2014년 

<<예술과 소외>>, 아놀드 하우저(지음), 종로서적, 1981년

<<Art History - A Very Short Introduction>>, Dana Arnold(지음), Oxford University Press, 2004년  

<<예술 사회>>, 조지 디키(지음), 김혜련(옮김), 문학과지성사, 1998년

* <<보이지 않는 용>>, 데이브 하키(지음), 마음산책, 2011년 

<<회화 - 한 눈에 보는 흥미로운 미술의 역사>>, 폴커 게하르트(지음), 이수영(옮김), 예경, 2005년 

<<예술이 되는 순간>>, 필립 드 몬테벨로, 마틴 케이퍼드(지음), 디자인하우스, 2015년 

*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 유럽편>>, 차문성(지음), 책문, 2015년 

* <<래디컬 뮤지엄>>, 클레어 비숍(지음), 현실문화 




5.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책 읽기를 권하지만, 정작 책 읽는 사람은 드물어지는 시대다. 한없이 가벼워지며, 깊이가 사라지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책을 들고 읽는 건 낯설다. 나에게 왜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그저 습관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 때 통찰력 있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착각을 가지고 했으나, 막상 중년이 되고 보니, 부질 없더라. 다만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조용히 책 읽는 습관 만큼 좋은 것도 없으니, 권할 만 하다. 책을 두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아주 가끔 실천적인 지침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과 세상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책을 많이 읽으면 뭔가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자. 그저 사소하지만 조용하고 깊은 독서만이 거칠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자. 



(며칠 전에 올렸다가 다시 다듬어서 올린다.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기도 했고 ... 다들 2018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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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Bohumil Hrabal(지음), 이창실(옮김), 문학동네, 2016 



서평 쓰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간단하게 감상을 적기도 하지만, 혹시 나중에 읽었던 책에 대한 내용을 찾을 때를 대비해 자료 정리의 측면도 있다 보니, 다소 길고 인용이 많아졌다. 결국 책 읽는 속도를 서평 쓰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읽었으나 리뷰를 올리지 못한 책들이 열 권을 넘겼다. 시간이 나면 정리해 올리려고 하고 있으나, 쉽지 않고 쫓기다보니 서평의 질도 예전만 못하다. 


보후밀 흐라발(1914 - 1997). 체코 최고의 소설가이지만, 국내에는 뒤늦게 소개되었다(아니 전세계적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체코 소설가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가 밀란 쿤데라이고, 토니 주트(Tony Judt, 1948 ~ 2010)는 <<20세기를 생각한다>>에서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 ~ )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다른 유명한 반체제 문인인 소설가 밀란 쿤데라에게도, 이유는 다르지만, 똑같은 논법을 적용할 수 있다. 나의 체코인 친구들 중에는 쿤데라가 서방에서 큰 인기를 끄는 데 심히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묻는다. 왜 다른 체코 작가들의 작품은 (체코 독자들이 더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도) 국경 너머에서 읽히지 않는가? 

- <<20세기를 생각한다>>, 토니 주트 &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303쪽(조행복 옮김, 열린책들) 


순응주의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부한 것으로 이기심이나 통찰력 부족에서 비롯한다. 공산주의 체제 막바지의 순응주의가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쿤데라의 무희들, 즉 1940년대와 1950년대의 믿는 자들이 지닌 순응주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세상에 등을 돌리고 서로의 얼굴 밖에 보지 못하지만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 위의 책, 310


밀란 쿤데라 이후 처음 읽는 체코 작가 보후밀 흐라발. 밀란 쿤데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동안,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를 떠나지 않고 체코어로 글을 썼으며 그의 소설 대부분이 금서가 되었으며 무수하게 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창작활동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방 언론은 그를 두고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고 일컫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 책도 한없이 슬프긴 마찬가지지만.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다. (... ...)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에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 9쪽 


작중 화자는 폐지 더미 속에서 그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폐지로 넘어오는 무수한 책들, 고전들, 심지어 고전 회화들까지 보면서 지식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이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 10쪽 


하지만 이 소설은 작중 화자의, 우연히 얻게 된 지적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의 일상과는 아무 상관없고 인정 받지도 못하는 지적 능력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밀리는 기술. 대화라곤 폐지 압축 공장에서의 대화나 만차나 집시 여인과의 대화가 전부인 이 소설은, 거의 모든 문장들이 주인공의 독백이나 생각으로 채워진 채로, 주인공의 시선으로 외부 세계를 바라보며 주인공 자신과는 무관한 세상과 그 속에서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슬픔, 비극을 드러낸다. 


결국엔 실패하게 될 주인공을 앞에 두고 그 실패를 목격하게 될 우리 독자는 잔인하기만 하다. 결국 우리의 삶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한탸'(주인공의 이름)를 보면서 슬퍼하며 공감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우리 뜻대로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뒤늦게 돌이켜보면서 그렇지 않았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 점에서 한탸 또한, 우연히 얻게 된 지식으로 ....


책들에 둘러싸인 나는 책에서 쉴새없이 표징을 구했으나 하늘로부터 단 한 줄의 메시지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책들이 단합해 내게 맞섰는데 말이다. 반면 책을 혐오한 만차는 영원토록 그녀에게 예정된 운명대로 글쓰기에 영감을 불어넣는 여인이 되어 있었고, 심지어 돌로 된 날개로 퍼덕이며 비상했다. 깊은 밤 환히 불밝혀진 왕성(王城)의 두 창문처럼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날개였다.

- 104쪽 


만차와의 에피소드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 또한 탐욕스럽게 책을 읽으나, 그것이 내 생계와는 무관함을 뒤늦게 깨닫고 있으니. 


나는 새로운 삶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더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밝혀내자 대거 자살을 감행한 그 모든 수도사들처럼 

- 106쪽 


이 소설은 짧지만 강렬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책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그것의 무능력함, 필요없음, 결국엔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국 세상은 진지한 이들의 편에 서지 않을 것임을 차분히 드러낸다. 


하긴 그건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닐까. 




Bohumil Hrabal, 1914 - 1997 






너무 시끄러운 고독 - 10점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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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책

한유주(지음), 문학과지성사 




문장은 대체로 짧다. 그렇다고 긴 문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문장들의 호흡은 한결같이 짧고 반복적이며, 작가 한효주의 숨소리가 문장들에 어김없이 들어가거나 들어갈 것으로 계획되었던 '있다'와 '없다' 사이 어디쯤 자리잡고 앉아있었. 그 숨소리에 귀기울이며 나는 이 소설집을 읽는다. 그리고 읽었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지나, 작년을 지나 올해 봄까지. 


그 사이 아이는 자라나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자기 주장을 펼쳤고,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이 들고 늙어가는 우리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아이가 상처 입으며 우리 속으로 들어오는 동안, 나는, 늙어가는 우리들은 우리 밖으로 나가 혼자 웅크리고 말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아름답게 수다스럽던 청춘이 사라지고, 그 청춘 옆에서 조용히 젊은 영혼을 어루만지던 책도, 언어도 얼어 간다. 그가 내 곁을 떠나고 그녀 주변을 맴돌던 그 화사한 미소도 사라진다. 


변화란, 어쩌면 과거의 상실이고 다시 오지 않을 사랑의 증거다. 아마 작가 한효주는 얼어버린 마음을, 잃어버린 단어, 혹은 어떤 대명사를, 따스함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스스로 움츠리고 가라앉고 조용해지며 팔을 내리고 손을 굳게 쥐고 입을 닫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침묵을 견딜 수 없어질 때쯤 해가 완전히 졌다. 실내등이 켜져 있었지만, 매우 어두웠다. - 206쪽  


결국 침묵 바깥으로 나갈 일이 없다. 변화 앞에서 침묵은 그녀의, 나의 유일한 무기였고 그 무기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건, 언제나 황혼 녘이다. 작가의 숨소리에서 주저하며 강요된 억제의 불편함이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 때론 글쓰기보단 우는 것이, 잔뜻 술에 취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나이 들고 보니, 글쓰기가 내 일상에서 저 멀리 달아나, 도망가, 내 곁으로 오지 않을 거리로 밀려나있긴 했지만. 


문장이 딱딱해지고 건조해지고 반복되며 있음과 없음에 매달리게 된다. 실험적 글쓰기가 아니라, 침묵 밖으로 나가기 위한 싸움이고 이미 일어난 변화에 저항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얼지 않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다. 그렇게 작가는 나이가 들고, 변하고, 나도 이미 죽은 날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변화, 참 싫다. 그렇게 얼어가는 건 더 싫다. 



얼음의 책 - 8점
한유주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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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지음), 김운찬(옮김), 열린책들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레스프레소L'espresso>>라는 이탈리아 주간지에 실었던 <미네르바 성냥갑> 칼럼을 모아 낸 책이다. 칼럼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1년 전에 읽었던 도정일 교수의 칼럼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과 묘하게 비교된다. 어떤 이는 이 '비교'가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나도 '비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책 구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독자로서, 도정일 교수의 칼럼집에 대해선 돈이 아까웠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집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낄 뿐(그런데 이것은 저자가 신경 쓸 부분이라기 보다는 출판사 관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집들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책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에코의 인문학적 재치는 유머스러하면서도 그 특유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가령 <왜 시인은 게을러야 하는가> 같은 칼럼에서. 


책과 예술, 인터넷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칼럼들로 채워진 이 책은 책상에 앉아 정독하면, 도리어 재미없어진다. 스마트폰에 정신 팔린 사람들도 가득찬 소란스러운 지하철이나 버스, 독서는 안중에도 없이 영어 공부방이 되어버린 커피숍 등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최고의 선택이다. 


나도 거의 십수년만에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집을 읽었다. 예전에 사두었던 에코의 칼럼집 한 두 권이 서가 어딘가에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이여, 안심하시라. 열 권의 책을 읽든 같은 책을 열번 읽든, 똑같이 교양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단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나 걱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 32쪽 



책을 읽다고 교양 있는 사람이 될 것같진 않고, 다만 요즘 같은 시절의 한국에서 책을 읽다는 것이 얼마나 유별난 습관인지,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 그래도 움베르토 에코 같은 이에게서 위안을 얻어야 할 것이다. 


* 움베르토 에코 사이트 : http://www.umbertoeco.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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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지음), 호미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역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도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 - 키케로 



일종의 독서기이면서 에세이집이다. 서너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서정적인 문장들로 시작해, 다채로운 책들과 저자들을 소개 받으며, 책과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은 가벼울 것이고 어떤 이들에겐 다소 무거울 수도 있다. 깊이 있는 글들이라기 보다는 스치듯 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글들을 인용하며 짧게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끝내는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일요일에 한가로이 읽기에 딱 적당하다고 할까. 다만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가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책은 쉽게 읽히고 장석주의 문장은 감미롭고 단아하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에 대해 쓴 짧은 글들 속에서 현대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애나 사랑, 책과 독서, 젊음과 늙음, 산책과 요리, 피로와 인생에 대해서. 딱딱한 책들만 읽어온 나에게 이 책은 너무 말랑말랑했다고 할까.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바쁜 일상 중에 띄엄띄엄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일요일의 인문학 - 8점
장석주 지음/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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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맨 




아 - 입 벌려요.


너는 마른 휘파람을 불기 위해 입술을 모았고,

나는 그게 지겨웠어.

슈가 맨, 벤츠를 사 줘.


너는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훔쳐 왔지.

꽃집에서 버린 시든 꽃을 주워 왔지.

아울렛에서 싸구려 팬티를 사 왔지.

나는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넣었어. 


슈가 맨, 너한테 없는 것을 줘.

다이아몬드 - 

은빛 배 - 

파리로 날아가는 전용 비행기 - 

번뜩이는 빌라의 지붕 - 

금빛 넘실거리는 전자 오르간 - 


아 - 입 벌려요.


너는 녹아 사라지고,

깊게 썩은 입이 말하기 시작했어. 

가엾은 슈가 맨.

너는 노래방에서 ... ... 


- 장정일, <세계의 문학>, 2015년 여름호 



도서관에서 문학잡지를 읽는다. 밖은 낮아지는 구름, 어두워지는 대기, 사랑을 꿈꾸지 않는 젊음, 어긋나버린 시간들로 채워지고, 나는 흔들리며 가라앉는 마음 끝자락을 꽉 부여잡곤,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시간들의 흔적을 더듬거린다. 장정일. 그도 이젠 소년이 아니고 나도 이젠 문학 습작생이 아니다. 


구립 도서관을 채운 사람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부터 은퇴한 후 책읽기로 시간을 보내는 늙은이까지, 책은 세계의 비밀을 담은 어떤 것이 아니고, 도서관은 숨소리까지 죽인 독서광들의 아지트도 아니다. 그저 형편없어져 가는 도시의 쓸쓸하고 슬픈 뒷골목같은 곳. 


계간지에 실린 시들을 읽으며, 아, 내가 모르는 시인들이 이렇게 많구나, ... 아, 이 시인은 아주 오래 전 술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 ... 시인과 술을 마시지 못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깨닫는다. 하긴 술을 마시며 시에 대해, 문학에 대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해 본 게 몇 년 전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겨우겨우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 <<나는 고 마티아 파스칼이오>>을 다 읽으며, 마티아 파스칼의 철부지 같은 모험도 19세기에나 가능한 일임을, 세상의 우연과 신비, 슬픈 가능성마저도 사라졌음을, 식어버린 커피 속에서 첨벙거리며 탄식했다. 


다시 한 주일이 시작되고, 나는 야근에, 스트레스에, 쫓기듯 시간을 보낼 것이다. 빨리 이 가을도 가고, 이 겨울도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좀 쉴 수 있을 것같다. 그 전까진 최선을, 사력을 다해 끝을 내야 할 목표가 존재하니... 그 전까진 무너지지 말아야지. 십 수년 만에 장정일의 시 읽으며, 늙지 않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늙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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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이네요 ㅎ

    전 제가 어렸을 때랑 똑같아서 지겨운데 ㅋㅋㅋ 어른처럼 생각하고싶어요.

    • 오랜만!이예요. ^^

      실은 어른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다만 어른처럼 생각한다는 건 주위를 좀 더 신경쓴다고 할까요. 이게 조금 달라질 뿐, 나머진 그대로인 것같아요. 하긴 그 사소한 변화가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오는 것이긴 하지만요. ~...

    • 그 변화가 좋은 건가요 아님 나쁜건가요. 아님 경우에따라 다른 건가요? 제가 요즘 그게 궁금해서요.

      굳이 위 글의 맥락이랑 상관없이 그냥요...

    • 다들 겪는 변화이니,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예요. 좋게 받아들이면서 젊은 시절의 열정이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는 게 제일 좋겠죠. ~ 힘들긴 하지만요. ~ : )




어제 11시에 퇴근하곤 오늘 8시에 프로젝트 사무실로 나왔다. 그리고 오늘, 혼자 저녁을 먹고 서점에서 두 권의 수필집을 산다.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굳어졌고 프로젝트 걱정, 미래에 대한 염려, 세상에 대한 불안, 가족에 대한 책임,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젠 잠마저 쉬이 들지 못하는 중년의 초가을. 장석주의 <일요일의 인문학>,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을 충동적으로 사선 내 마음이 물렁해지고 내 몸이 사랑으로 물들고 세상으로부터 온전한 내 전부가 자유로워지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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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출근을 했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간을 홍수 난 강물처럼 흘러갔고 바람은 여름을 버리고 가을을 택했다.  끝내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내 허무를 견디지 못하고, 빌딩 근처 커피숍에서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토니 주트의 책. 내가 앉은 네모나고 긴 테이블 주위, 둥글거나 네모나거나 가볍거나 무겁거나 따뜻하거나 차겁거나, 모든 테이블에는 다들 연인이 흔들리는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아름답게 보이진 않았다. 나는 끝내 사랑을 믿지 못할 나이가 된 것이다. 마르케스라면 노년의 사랑도 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사랑을 잃어버린 후이거나 사랑을 믿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러니 사랑을 믿다가 끝내 사랑하지 못한 이에게는 차라리 사랑은 없다고 믿는 편이 살아가는 데 더 용이할 것이다. 마치 사랑은 자동차 같은 거라든가, 아니면 강아지 같은 거라든가... 즉물적이거나 동물적인 것.  





어느새 월요일 정오가 되었다. 아름답던 기억은 술에 취한 박제가 되었고 술자리에서 일찍 떠난 이는 그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향기롭던 청춘의 의미가 사라지자 시간은 정지되었고 색들은 그 다채로움을 잃어버렸다. 도톰한 입술에서 저주스런 비린내가 가득했다. 2015년 한국 서울. 나는 그가 아니고 그녀는 없었다. 


가끔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나는 어느 새 그 곳을 지나쳐가고 있었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어느 월요일, 나는 그 무시무시한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화요일에 이 글을 공개모드로 바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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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베개. 몽테뉴. 그를 베고 누울 때면 계몽주의의 슬픈 결말이, 현대의 지나친 오해가, 한 번 실현된 적 없는 계몽적 이성의 기획이 떠오른다. 아무도 몽테뉴를 읽지 않은 반도의 여름 속에서, 그 누구도 찾지 않는 마음의 감옥 속에서, 몽테뉴를 베고 가끔 노래를 부른다. 잊혀진 계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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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지음), 김난주(옮김), 바다출판사 




1.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2. 가족, 이제 해산하자

3.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4.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5.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6. 신 따위, 개나 줘라 

7.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8.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9.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0.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 이 책의 목차다. 정말 이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언제 마지막으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이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도 이십 여년이 지났다. 그의 소설, 투명한 서정성이랄까, 그런 느낌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의 산문은 거침없다. 그가 소설에서 보여주는 문장과 달라,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런 각오로 소설을 써야 된다는 점에서 도리어 감동적인 면까지 있다. 그런 면이 잘 드러난 산문집은 <소설가의 각오>(김난주 역, 문학동네)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이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도 거침없다 못해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식상하다고!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나 '가족, 이제 해산하자'는 루소의 <사회계약론> 초반에 언급된 가족 사회, 즉 필요에 의한 계약 관계로만 유지된다는 것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다. 국가가 국민에게 관심 없는 건 다 아는 이야기고 직장인이 노예라는 거나 애절한 사랑에 대한 내용도 다 아는 내용이긴 매 한가지다. 


그런데 이런 식상한 이야기가 마음을 흔드는 건 무슨 까닭일까.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아니라, 마치 술자리에서 인생 선배가 말하는 느낌이랄까. 우리들은 종종 '알아, 그래 알고 있다고'라고 습관처럼 말하지만, 알고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알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아니 전부이지 않은가.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적어도 인생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살아볼 만한 것이 된다는 점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8점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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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루야마 겐지
    라는 이름 잘 기억해 둘께요
    감사합니다.

    • 이 산문집보단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이 좋습니다. ~ 산문집은 <소설가의 각오>가 이 책보단 나아요. 그의 소설은 참 서정적인데, 그의 산문은 직설적입니다. ~ 너무 직설적이라서 의외라는 느낌을 읽을 때마다 받아요. ㅎㅎ



2014년의 독서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줌파 라히리와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읽었다는 건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 또한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 2014년 12월에 읽었던  <제 2의 기계 시대>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아직 리뷰를 쓰지 않았지만. 


비즈니스 분야의 책들은 많이 읽지 못했으나, 읽는 책마다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 주었다. <린 스타트업>,  <뇌를 훔치는 사람들>,  <전략실행 - CEO의 새로운 도전> ,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등은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전략실행-CEO의 새로운 도전>이 출판되지 않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에선 개정판이 나와 계속 읽히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은 좋은 책이 계속 읽히는 풍토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의 원인은 출판계보다는 독자의 사정 탓인 듯 싶다. 그만큼 책을 읽어 구조화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 아니 습득하는 능력 자체마저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특히 번역서의 경우, 인문학에서는 번역에 대한 노고에 대한 인정이 없고, 비즈니스 서적이나 실용 서적의 경우에는 굳이 번역서를 읽지 않아도 되는, 즉 영어로 읽을 수 있는 독자의 수가 늘고 있으니, 아예 번역 출판 시장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특히 e-book 시장이 활성화될 수록 아마존과 같은 웹사이트에서 구매 즉시 바로 읽을 수 있으니, 굳이 번역서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출판 시장의 기형화는 장기적 안목과 비전을 가진 출판 전문가의 부재, 정부나 유관 기관의 형편없는 정책, 독서 교육에 대한 총체적 난국(입시 논술이 아니라!) 등, 그냥 이제 출판은 꽝이요 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듯하다. 한국에 이렇지 않은 시장이 어디 있을까.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은 예로부터 근시안적이었던 건 아닐까 싶다. 에효. 


2014년 한 해, 약 50권의 책을 읽었고 소설, 시집, 만화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다양하게 읽었다고 볼 수 있다. 잡지나 도록, 기타 논문들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니, 실제 읽은 권 수는 더 될 것이다. 신간 서적은 몇 권 되지 않고 구간들이 많고 몇 권은 이미 절판이다. 이런 절판된 책들을 e-book으로 만들어 배포하면 어떨까 싶다. 인디자인이나 쿽으로 전자 출판된 파일이 있다면, 이를 pdf 등으로 변환하여 온라인 서점에 배포하고, 이를 on-demand printing이나 e-book 형태로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 될 텐데. 여기에 대해 출판사는 별 생각이 없는 듯 싶다. 아니면 절판된 책에 대한 e-book, 혹은 on-demand printing을 대행해주는 전문 에이전시도 방법이 되겠다. (핫. 이거 비즈니스 모델 아님? 혹시 하시게 된다면 저도 같이..^^) 


인문학 서적은 꾸준히 읽어오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인문학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인문학 다이제스트판 책들을 읽으면서 '아, 인문학 책을 읽었구나'고 위안을 삼는 독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지만, 제대로 된 인문학 선생을 만난 적 없는 독자들에게, 심지어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이들 조차 진정한 인문학 선생을 만나기 어려운 마당에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보아온 형편없는 인문학 교수들, 다시 말해 한 분야에 대해 전문적이나 나머지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이고 심지어 세상사와는 담을 쌓고 사는 이들이 너무 많아, 그들에게 현 세상에 대해, 인생 살이에 대해 고민을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고민을 이야기해봤자 공허한 이론만을 주절거릴테니, 이를 경험한 이들은 아, 인문학은 아무 쓸모 없구나 하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인문학이 탐구하는 분야는 '사랑'이다. 그/그녀에 대한 사랑부터, 부모/형제/자매에 대한 사랑, 마을과 도시에 대한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가치와 진리에 대한 사랑, 그래서 철학은 사랑을 그 어원에서부터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모든 학문은 철학에서 시작한다. 우주에 대한 사랑은 천문학이 되고 건물에 대한 사랑은 건축학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아는 이는 알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공부는 어렵고 힘든 것이다. 그/그녀와의 사랑이 쉬웠던 적이 있는가?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쉽게 읽히는 인문학 책이 있다면 바로 쓰레기 통에 버려라. 그건 거짓말이거나 위선이고 허위로 이루어져 있을 테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고통스러울 때, 그것이 인문학 책이다. 그렇게 다시 읽고 노트하고 되새기는 책, 그게 인문학 책이다. 


인문학을 4주만에 배운다고?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고? 세계적인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딴 사람들이 왜 사업을 하면 망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라. 인생살이란 쉽지 않고 사랑은 얻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쉽고 않고 어려운 것이 사랑이고, 인문학이다. 


올해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지 못했고 읽기 시작하기만 했다. 알튀세르를 다시 읽기 시작했고 지오 폰티와 앙토넹 아르토는 나에게 기막힌 즐거움을 선사했다. 조중걸 선생님의 서양예술사 5권 중 3권이 출판되었다. <근대 예술>1권과 2권, <현대 예술>은 서양 예술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현대 예술>은 이미 읽었으나, 다시 읽을 예정이며, <근대 예술>은 12월부터 읽기 시작했다. 


또한 이우환 화백의 책들을 읽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여백의 예술>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나로선, 역시 이우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만남을 찾아서>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그는 어렸을 때 한학을 배웠고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다)와 예술의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고민, 탁월한 방향 제시는 그가 왜 일본에서, 유럽에서, 미국에서 인정받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예술 분야의 책은 거의 읽히지 않는다. 이우환의 <만남을 찾아서>는 독자 리뷰가 거의 없은 상태에서 아예 절판이고, 앙토넹 아르토의 <잔혹연극론>은 품절이다. 케네스 클라크의 <예술과 문명>은 번역이 엉망이긴 했으나, 미술사가의 능력이 어떠한가를 보여준 탁월한 입문서였다. 하지만 이 책 또한 절판이다. 형편없는 입문서들만 뒹굴거리는 곳이 바로 예술 분야 책들이다. 왜냐면 입문서도 겨우 읽을 수 있는 독자들 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예술 분야는 출판 시장 뿐만 아니라 예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보기 드물게 아주 소수의 전문가들로만 돌아가는 이상하고 폐쇄적인 사회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폐쇄성을 없애려고 하는 순간, 망하거나 쫓겨난다. 


말이 길었다. 2014년 한 해 읽은 책 목록을 제시하며, 추천하는 책들은 별도로 표시하겠다. 그리고 실은 2014년 초에 몇 권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이 있었는데, 놀라운 쓰레기였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저자의 경제 사정을 나아지게 했다는 점에서 뜻깊지만(나 또한 부러움을 가졌고), 이 책을 읽고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을 느꼈을 독자들을 생각하니, 화가 났다. 아예 목록에서 제외했다. 괜히 넣어 불편함을 만들 필요없을 테니(제외하니, 50권 이하로 읽었군).


책은 몇 권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읽었느냐가 핵심이다. 부언하자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냐'가 중요하다. 어떤 책들은 평생을 두고 읽는다. 성경 말고. 나는 플라톤이나 베르그송을 그렇게 읽고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은 읽을 때마다 새롭고(하지만 그의 슬픔은 어쩌란 말인가), 베르그송은 언제나 문학적, 철학적 탁월함에 반하고 만다. 그렇다고 나에게 플라톤이나 베르그송에 대해서 묻진 말아달라. 나는 그들의 발가락 끝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니. 


2015년, 내 독서는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까. 궁금하다. 몇 해 전부터 '정치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몇 권의 '정치철학' 책들을 사 두었는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 책들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몇 명 저자들의 책을 꾸준히 찾아서 읽을 것이다. 또한 요즘 영시의 매력에 빠진 터라, 영시도 읽을 생각이다. 나에게 다소 버거울 테니, 주석을 구할 수 있는 시집들 위주가 될 테지만. 


 

*** 

 


문학 분야


<원 맨즈 독>, 조지수(지음), 지혜정원

: 인문학 전공자들을 위한 수필집이라고 할까. 아니면 탁월한 지적 위트와 통찰을 즐겁게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은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지음), 서정은(옮김), 뿔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지음), 박상미(옮김), 마음산책

: 앨리스 먼로와 줌파 라히리는 정말 대단한 소설가들이다. 그냥 읽으면 된다. 읽고 난 다음 후회는 절대 없다.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글/그림, 길찾기 

: 문학의 영역 속에 이제 만화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몇 명의 만화가들이 최근에 보여준 극화나 스토리 역량은 한국의 여느 소설가들 이상이었다. 


<미국의 송어낚시>, 리처드 브라우티건(지음), 김성곤(옮김), 비채

: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예나 지금이나 읽히지 않는다. 그만큼 옮기기도 어렵고 한국 독자의 수도 작고 낮다.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지음), 김진영(옮김), 이순

: 롤랑 바르트의 짧은 글 모음은 여러 책들이 있다. <애도 일기> 뿐만 아니라 <작은 사건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등등. <애도일기>를 읽기 전에 이들 책부터 먼저 읽기를 바란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지음), 한겨레 출판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랭보(지음), 김현(옮김), 민음사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지음), 문학과 지성사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지음), 문학과 지성사

<멈춰서서>, 이우환(지음), 성혜경(엮음), 현대문학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지음), 이상준(옮김), 향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보르헤스(지음), 우석균(옮김), 민음사

<셰익스피어의 기억-보르헤스 전집5>, 보르헤스(지음), 황병하(옮김), 민음사 



예술 분야


<만남을 찾아서 - 현대미술의 시작>, 이우환(지음), 김혜신(옮김), 학고재 

: 1960년대 말 일본 미술 비평의 수준을 경험해보라. 아마 뜨끔할 것이다. 


<명화의 비밀>, 데이비드 호크니(지음), 남경태(옮김), 한길아트

: 데이비드 호크니! 정말 유쾌한 사람이다. 그는 카메라 옵스큐라와 카메라 루시다를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미술의 거장들이 탁월한 예술가 이전에 전문적인 기술자였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놀라운 예술 세계를 펼쳐보인 거장들에 대한 경외감이 밑에 깔려 있다. 


<건축예찬>, 지오 폰티(지음), 김원(옮김), 열화당

: 왜 나는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을까? 왜 나는 이 책을 그 누구에게서도 추천받지 못했을까? 이 책은 건축 전공 서적이 아니라 우아하고 감동적인 수필이자 건축에 대한, 현대 예술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다시, 그림이다>, 마틴 게이퍼드(지음), 주은정(옮김), 디자인하우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를 모은 이 책은 왜 데이비드 호크니가 현대의 위대한 예술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다.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 조중걸(지음), 한권의 책 

: 잡지에 실렸던 글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이 책보다는 서양미술사 5권 시리즈가 더 나을 텐데, ... ... 


<예술과 문명>, 케네스 클라크(지음), 최석태(옮김), 문예출판사 

: 절판이다. 


<새로운 소설을 찾아서>, 미셸 뷔토르(지음), 김치수(옮김), 문학과 지성사 

: 한국에선 거의 읽히지 않는 누보 로망. 그리고 미셸 뷔토르. 그러나 이 책은 현대 소설이 어때야 하는지 말해준다. 이런 측면에서 제대로 된 현대 소설을 우리 문학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까?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로잘린드 크라우스(지음), 최봉림(옮김), 궁리 

: 좋은 책이나, 미술 이론 전공자를 위한 전문 서적이다. 이런 책들을 위한 출판 시장이 없다는 건 정말 절망적이다. 출판사가 자선 단체도 아니고. ㅡ_ㅡ; 이 책은 대림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나온 책인데, 이런 식으로 전문 서적에 대한 여러 공공/민간 단체의 지원이 늘어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글로 된 전문 지식, 정보들은 늘어나야 된다. 


<잔혹연극론>, 앙토넹 아르토(지음), 박형섭(옮김), 현대미학사 

: 이것도 전문 서적이구나. ㅡ_ㅡ;;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지음), 박수지(옮김), 학산문화사

<세계명화 비밀>, 모니카 봄 두첸(지음), 김현우(옮김), 생각의 나무 


인문 분야 


<제 2의 기계 시대>,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지음), 청림출판 

: 정말 좋은 책이다. 증기 혁명 이후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이 혁명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직업이,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지음), 박찬철(옮김), 위즈덤하우스

: 다시 읽을 책이다. 현대적 관점에서의 중국 사상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지음), 북돋음 

: 이런 책은 유익하다. 


<짝찾기 경제학>, 폴 오이어(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 

: 미시경제학을 쉽게 풀어쓴 책. 미국에선 꽤 주목받았는데, 한국에선 거의 팔리지 않았다. ㅡㅡ;; 시장의 차이인가. 


<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알랭 투렌(지음), 고원(옮김), 당대

<휴머니즘과 예술철학에 관한 성찰>, T.E.흄(지음), 박상규(옮김), 현대미학사 

<책, 그 살아 있는 역사>, 마틴 라이언스(지음), 서지원(옮김), 21세기북스 

<거짓말의 힘>, 우테 에어하르트/빌헬름 요넨(지음), 청림출판 

<리더가 사라진 세계>, 이언 브레머(지음), 박세연(옮김), 다산북스

 

경제 경영 분야


<린 스타트업>, 애시 모리아(지음), 한빛미디어 

: Lean Start-up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유익한 책. 


<회사는 어떻게 강해지는가>, 이나모리 가즈오(지음), 김정환(옮김), 서돌

: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책은 대부분 읽을 만하다. 또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에겐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해준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특히 동양인 사업가의 마음가짐, 태도에 대해서 알 수 있어 좋고 유익하다. 이는 서양인 사업가들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전략실행 - CEO의 새로운 도전>, 로렌스 G.히레비니액(지음), 이진원(옮김), 럭스미디어 

: 최근 알게 된 사실, 순수 비즈니스 전략 책은 안 팔린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경영학자의 책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첫 번째 읽기 어렵고 두 번째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나 회사/조직을 전반적인 관점에서의 고민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겐 공허한 메아리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정말 좋다! 


<뇌를 훔치는 사람들>, 데이비드 루이스(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 

: 뉴로 마케팅? 우습게 여기지 말아라. 정말 위험한 기술이고 어떤 면에서 보면 정말 탁월한 기술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절반의 흥미진진함, 절반의 공포를 알게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도준웅(지음), 21세기 북스 
: 읽을 만 하다. 특히 한국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추천한다. 솔직히 저자의 견해대로 한국 시장은 정말 로컬스럽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지음), 야나 마키에이라(옮김), 21세기북스 
: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천재 사장과 천재 부사장이 경영하는 회사가 아마존임을 알게 되었다. 이 회사 앞으로 100년 간다. 

<의미부여의 기술>, 인터브랜드(지음), 엔트리  

<파괴자들>, 손재권(지음), 한스미디어 

<미래 기업의 조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지음), 이진원(옮김) 비즈니스북스 

<그룹드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의 비밀>, 폴 아담스(지음), 이지선(옮김), 에이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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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급격한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이번 주말도 참 힘들게 달렸다. 목요일 오후 늦게 퇴근하면서 나를 위해 혼자 초밥집에 가서 초밥을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리고 설정샷을 찍었다. 이름하여, ... 


"설정샷. 쓰잘데없이 고귀한 초밥들과의 중년 목록. 광어 지느러미의 애환과 함께 하는, 사라진 백화수복."




그리곤 낯선 소문처럼 주문한 책들이 왔고 ... (올해 목표 100권 읽기를 향해... 아래와 같은 서적들을.. 헐, 미셸 푸코도 끼어있다)




어느 새 다가온 목요일 밤, 빛나는 맥주와 함께 하는 중년 목록. 그리고 이태원에서의 행복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혹시 ... 당신도...




7월 초 갔던 송도 현대자동차 더 브릴리언트 페스티벌에서 본 노랑색 포니자동차. 저 차 타고 해안 도로 달리면 기분이 좋아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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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지음), 박수지(옮김), 학산문화사 




La', tout n'est qu'ordre et beaute',

Luxe, calme et volupte' 

그 곳에선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로움, 조용함, 쾌락 뿐.

- 보들레르, <여행에의 초대> 중에서




나에게 행복이 있다면, 그건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이미 절판되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우연히 구하는 것. 1990년대 중반,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나는 그 지역의 서점과 레코드샵을 찾아 다녔다. 작은 서점 구석에 낡은 문고판 책이나 문학 전집의 낱권을 샀다. 작은 도시의 서점에 있을 법 하지 않은 인문학 책을 구할 때면, 신기함마저 느끼곤 했다. 대학 시절, 얼마 안 되는 용돈이었으나, 그 돈으로 틈만 나면 책과 레코드를 사모았고, 결혼을 앞두고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탓에 절반 이상을 버리거나 나누어주었다. 그 시절, 대부분 나이가 지긋했던 서점 주인과 말할 틈은 없었지만, 그 때 한창 빠져 있던 재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레코드샵 주인들은 여럿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앳돼 보였을 텐데, 그 주인들은 나와 말을 섞어 주었다. 


시미즈 레이나의 이 책은 지금도 남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세계의 서점들에 대한 기록집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서점 하나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짧은 글 대신 책 전체를 압도하는 것은 사진들이다. 그 사진들을 보며,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것. 한 구석에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오래된 턴테이블에 요요마의 바흐를 올려놓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말리는 일이 될 테지만, 이 책 속 서점들처럼이라면야, ... 서점은 여행이고, 휴식이며, 즐거운 만남이다. 


온라인 서점에서의 위시리스트와 달리, 실제 서점에서는 예상치 못한 저자와의 만남이 있고 잊고 지내던 책들을 다시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책에 대해 서점 진열대는 나에게 알려준다. '네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책 속에도 나오긴 하지만, 몇몇 작가의 에세이와 인터뷰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책 속의 어떤 이처럼, 나도 갑작스레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서점에 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마산 문화문고... 지난 2007년 폐업하였지만 ... 


참 잘 만들어진 책이다. 책 표지가 좋고 황홀한 색감으로 표현된 서점 사진들은 책 좋아하는 이들의 소박한 물욕과 숨겨진 여행에의 욕구를 부추긴다. 한 번 쯤은 읽고 볼 만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저 | 박수지역 | 학산문화사 | 2013.10.2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많은 서점들이 나오지만, 아래 두 서점은 ... 기억해둘만했다. 


Bart's Books (미국 오하이오주) http://www.bartsbooksojai.com/  



파리의 '세익스피어앤컴퍼니' http://www.shakespeareand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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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살아 있는 역사 

마틴 라이언스(지음), 서지원(옮김), 21세기북스 





책이 없었더라면 서구 역사의 위대한 전환기적 사건이 과연 가능했을까?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 그리고 계몽주의 모두 활자의 힘을 빌려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영속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지난 2500여 년동안 인류는 필사본 혹은 인쇄본 형태의 책을 이용해 자료를 기록하고, 국가를 통치하고, 신을 숭배하고, 후대를 교육했다. (7쪽)



책의 시작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배열한 이 책은 풍부한 도판과 저자의 흥미진진한 설명으로 독자를 즐겁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나오자 마자, 금서와 검열의 역사도 같이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저자들보다 인쇄업자들이 더 많이 구속되었다는 것. 이와 함께 금서들이 더 잘 팔려, 금지된 지역이나 나라가 아니라 외국에서 인쇄되어 밀반입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또한 책이 많이 인쇄된 저자들이 돈 벌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내용은 대체로 평이하고 쉽게 읽힌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긴 하지만, 감동적이진 않다. 따라서 너무 큰 기대를 하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는 책의 내용 보다는 구성 방식이나 저자의 서술 스타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책 그 살아있는 역사

마틴 라이언스저 | 서지원역 | 21세기북스 | 2011.08.2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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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이용재(지음), 디자인하우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도 책 한 권 써서, 쓴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위기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아주 비현실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뭔가 힌트를 얻을 요량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잘 팔리는 책과는 거리가 먼 필자에 가깝기 때문에, 잘 팔리는 책은 어떠한가 살펴보기 위해.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이 책은 글의 조탁(彫琢)이라든가, 단어의 선택, 문맥의 흐름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심지어 글의 내용과는 무관한 누군가의 리뷰가 글 초반에 인용되기도 하고(재미 삼아 옮긴 듯한) 인문학 기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빈약했고 마치 짧은 참고서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은 대부분 좋다는 평가들로 채워져 있었으니, 나는 이 책의 문제 이상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놀랍고 한편으로 우울해졌다. 마치 이 나라의 형편없는 정치가 생각 없는 국민들의 무책임한 투표와 정치 무관심에서 비롯되듯이, 한국의 저자들도 그런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를 욕할 생각은 없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 테니 말이다. 이제 책읽기도 티브이예능프로그램 보기와 비슷해지고 전업 작가라면 그 지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히 시사적이었다.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이용재저 | 디자인하우스 | 2009.05.01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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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책을 10대 읽을 때, 20대 읽을 때, 30대 읽을 때, 40대 읽을 때... 다르게 읽는다. 읽으면서 깨닫는 게 다르다. 


이것 참 큰 일이다. 


만약 그 책을 60대 읽을 때, 70대 읽을 때, ... 140대 읽을 때, 150대에 읽을 때 나는 어떤 걸 다시 알게 될까? 


우리 문명은 딱 우리 수명만큼 그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머리로 알지만 몸으로는 실천하지 못하고 지식은 쌓아가지만 지혜를 쌓지 못하는 것이다. 딱 우리 수명만큼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Let things age
Let things age by Celeste 저작자 표시비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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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철학 - 10점
조중걸 지음/한권의책
 


아포리즘 철학 
조중걸(지음), 한권의책 




결국 철학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말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오랜 철학적 탐구가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철학은 기껏해야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왜 모를 수밖에 없는지, 새로운 앎은 어느 지점에서 개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이것이 몽테뉴가 말한 바 "내가 무엇을 아는가?"의 의미다.
따라서 철학은 우리에게 겸허하라고 말한다. 오랜 탐구 끝에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큰 무지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또한 무지에 잠기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위대했던 니콜라우스 쿠자누스가 신과 관련해 "무지無知의 지知"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책이 서점에 나오자마자 구입한 것이 작년 이맘때였는데, 이제서야 겨우 다 읽고 되새기게 된다. 이 작은 책이 가지는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차라리 두꺼운 서양철학사 대신 이 책을 읽는 것이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태도를 가지게 하기 위해 적절하지 않을까. 

특히 쇼펜하우어, 니체,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설명은 나에게 다시 한 번 그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마 몇 명은 이 책의 편파적인 관점 - 저자는 상당수의 근대 독일철학자들을 건너가버린다. 대신 쇼펜하우어와 니체로 채운다. - 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도리어 현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거추장스러운 낙관적 합리주의, 이성주의 대신 정직한 비관주의, 현실주의가 더 나은 법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식,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와 행동 사이에 놓여진 이 거대한 단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관적 세계 인식 속에서 합리적 삶을 견지하려고 말도 안 되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베르그송이 말하는 바, 지성이란 내 전부가 아니라 내 일부일 뿐이다. (이렇게 나는 변명을 하나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좋을 것이고 철학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충분히 좋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자주 만나게 되는 철학 책에서 읽지 못하는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이며, 그 알게 되는 내용은 그간 알아왔던 어떤 세계를 흔들어놓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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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심리학 - 10점
필립 휴스턴 외 지음, 박인균 옮김/추수밭(청림출판)


거짓말의 심리학
필립 휴스턴, 마이클 플로이드, 수잔 카니세로, 돈 테넌트(지음), 박인균(옮김), 추수밭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인문학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 책은 인문학 서적이라고 보기엔 매우 실천적이다. 영어의 원제는 'Spy the Lie'(거짓말을 알아채라).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진지하지 않다거나 깊이가 없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짓지 말자.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책은 실제 CIA 요원들이 저술하였고,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고 실제 사례를 그대로 분석하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O.J.심슨 등 실제 사건들의 용의자 심문, 언론 인터뷰 등을 예로 들면서 어떻게 거짓말이 노출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거짓말임을 파악할 수 있고 추궁할 수 있는가를 실제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천적인 지식 뿐이라면, 이 책은 관련 업종 종사자, 가령 경찰이나 검찰, 또는 관련 인터뷰어에게만 유용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항상 우리의 지각을 조종할 방법을 찾는다는 점을 부디 잊지 말라
- 130쪽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한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그런 거짓말은 일상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서이지, 누군가를 해할 목적을 지니지는 않는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와 맞닥뜨리게 된다면? 내가 이 책을 권하는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짓말의 분야가 실천적 지식의 탐구 대상이 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예상은 되지만), 그 실천적 지식을 바탕으로 저자들은 많은 용의자들을 실제 범인임을 밝혀냈다. 

누군가는 이미 거짓말을 하고자 마음 먹었고 일상의 우리는 손쉽게 사기를 당하게 된다. 조금만 더 철저했다면 하고 후회하지만, 그건 이미 늦은 후. 이 책은 어떤 거짓말들은 우리를 쉽게 속인다는 것을 알려준다.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것도 좋지만, 악의를 품은 누군가에게 속지 않는 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독서 가치가 있다. 

****

책에 실린 아래 도표를 보면 무척 흥미롭다. 자녀에게 '숙제 했니?'라고 물었을 때의 반응을 표로 옮긴 것이다. 말만 그대로 들을 것이 아니라 말은 말대로, 동시에 행동까지 파악해야 된다. 그리고 저자들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지적하면서 그런 행동들의 사례를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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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10점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민음사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R. 포퍼(지음), 이한구(옮김), 민음사 




이 리뷰는 허술할 것이다. 읽은 지 1년이 지났고, 뭔가 독후감 같은 걸 남겨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허술한 이 글을 핑계삼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을 서가에 꽂을 생각이다. 


칼 포퍼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현대의 위대한 과학철학자이면서 보수적 자유주의자로서, 플라톤부터 마르크스까지 '중심(이데아)를 지향하는 어떤 체계'(또는 전체주의)를 극도로 싫어해서 끊임없이 반증을 제시해야 된다고 역설한 학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이데아를 이야기하는 고상한 플라톤 대신 현실적으로 이율배반적이며 학문적으로 전체주의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플라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칼 포퍼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할 지도 모른다. 


아마 시대적 환경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을 변명삼기에 포퍼의 이론적 호소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학문의 세계에서 포퍼는 이상한 비주류에 속하지만, 우리가 하루하루 전투와 같은 삶을 영위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포퍼만한 학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조지 소로스가 포퍼리안이고, 블랙 스완을 쓴 나심 탈레브도 포퍼리안인 것을 생각한다면, 포퍼를 무시하는 인문학자들 옆에 포퍼를 추앙하는 현실주의자들의 모습은 흥미롭기만 한다. 


1권, 2권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1권은 플라톤 중심의 시대를, 2권은 마르크스 중심의 시대를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등 다수의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전체주의적인가를 포퍼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독자는 여기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고 도리어 자기 스스로 포퍼리안이 되어간다는 사실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글쎄, 이 책을 읽으라고 선뜻 이야기하기엔 책은 두껍고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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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은 지 1년이 지났다면 다시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ㅎ 더 자세한 리뷰 기대해보겠습니다~

    • 기대를 해주신다고 하니... 흠... 2권 읽고, 포퍼 해설서 한 권 더 읽고 난 다음 한 번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noi 2013.01.31 19:43 신고

    포퍼도 알고봤더니 빈의 유대인 집안 출신이더군요.. 그 시대의 철학적 거목들, 아니 문화계 지성계 전반의 주요 인물들 가운데 빈 출신 유대인들이 얼마나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는지 정말 놀라워요.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이제와서 막 자랑스러워 하지만, 자기들이 나치에 협조했던 과거 때문에 이 학자들이 전 세계로 떠돌아야 했던 건 잊고 싶어하죠.. 얄밉다는..^^;;

    • 지금 그 곳에서도 유대인을 만나는 일은 없으신지요?
      빈 뿐만 아니라 구미 각국에 똑똑한 유대인들이 고루 퍼져 있는 듯해요.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 빈의 유대인 지식인들이 20세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긴 했죠.
      민족성이 있기 보다는 지역성이나 문화적 배경을 더 믿는 편인데, 유대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민족성(혈연적인)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유대인에 대한 호의가 사라지고 있고요. 가령 유대인들은 계산에 너무 밝다 든가, 유대인들은 폐쇄적이다 든가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더라고요. ㅎ

    • 아. 그리고 중앙선데이라는 주간신문에서 '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라는 칼럼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sunday.joins.com에 가서 '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로 검색해보시면, 20세기를 풍미하고 있는 유대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허걱, 유대인' 하시게 될 지도.. ^^;;

    • noi 2013.02.01 20:28 신고

      알려주신대로 검색해서 목록을 죽 훑어봤는데 알던 사람도 있고 유대인인줄 미처 몰랐던 사람도 있고, 정말 대단한 리스트네요. 슬슬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일상생활이나 모임에서 접하는 현지인들이야 스스로 유대인임을 밝히지 않으면 잘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의 생활구역이었던 빈 2구를 가면 지금도 검정 전통적인 의상을 입은 정통파(orthodox) 유대인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2구를 비롯해 빈애 살던 유대인들은 2차대전 중에 거의 몰살당하고, 살아남은 소수는 미국과 이스라엘로 거의 다 떠나버리긴 했는데 전후 새로 동유럽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유입된 유대인 인구가 꽤 됩니다. 근데 이들이 옛날 서구화됐던 빈 유대인들과는 달리 많이 보수적이고 말씀대로 '폐쇄적'이어서 문화적 충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오스트리아인들이 자기들이 지은 죄가 있으니까 잘 해주려고 노력하지요.

(이 글은 yes24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간단하게 소감을 적은 것이며, 조중걸 선생님의 '현대예술'은 읽은지 몇 달이 지나도록 서평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긴 서평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로 하자) 




올해의 책을 여기저기서 발표하지만, 우리들은 올해 출판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출판된 책들도 읽는다. 심지어 기원전에 출판되어 수대에 걸쳐 읽혀져 온 책들을 이제서야 읽는 경우도 있다. 

책은 이미 너무 많다. 결국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었지만,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봐았다. 그들은 책을 읽는다는 '반성적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이 읽은 책과는 유리되어, 그들의 책 목록이 자신들의 빈약한 사고력과 언행의 변명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책을 어떻게 읽느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최고의 책이라곤 하지만, ...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참으로 많다. 


현대예술
조중걸 


현대 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조중걸(지음), 지혜정원


서양미술사는 역사학의 분과학문이다. 부분적으로 지성사와 철학사와 겹치며, 과학사나 문학사와도 공유하는 역사다. 특히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예술적 가치(혹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형이상학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이는 순수과학(물리학)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한국어로 씌여진 거의 유일한, 거의 독보적인 서양미술사이다. 대부분의 서양미술사가 양식사를 중심으로 기술되는 반면, 이 책은 지성사, 특히 형이상학의 틀 속에서 현대 예술을 탐구하고 조명한다. 내용은 어렵지만, 문장은 감미롭고, 예술 작품 면면을 살피면서 우리,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즉 왜 우리는 예술 작품을 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여러 학문들을 넘나들며 설명한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자크 랑시에르 저/허경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자크 랑시에르(지음), 인간사랑

'민주주의'국가에 살고 있지만, 그 누구도 '민주주의'에 대해 묻지 않는다. 심지어 '민주주의'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다. 자크 랑시에르의 이 시사적인 책은, 비단 프랑스적 문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나 보수화되는 모든 나라에 해당될 것이다. 

자크 랑시에르는 민주주의의 정의/실체에 대해 물으면서, 동시에 그것의 가능성을 따진다. 결국 민주주의란 아직 완전한 형태로 도래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향연
플라톤 저/강철웅 


향연, 플라톤, EJB북스


플라톤의 '향연'이다. 이 책을 올해의 책을 올리는 것만큼 한심한 짓도 없을 텐데. 그만큼 한국의 번역에 대해서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서양철학사는 플라톤 철학의 각주'이지만, 한국에서 플라톤 읽기는 참 힘들었다. 특히 '시학'이나 '향연'과 같이 철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은 번역본이 여러 존재하고, 그 대부분이 형편없는 번역서이거나 초심자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 점에서 번역이 정확하고 친절하다. 정암학당의 플라톤 전집은 여러모로 한국 출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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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노트에 옮겨적었다. 선물받은 라미 만년필은, 사용한지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 필기감이 좋지 않다. 비슷한 유형의 로트링 만년필은 필기감이 매우 훌륭했는데 말이지. 당분간 라미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펜을 길들일 예정이다. 


오늘에서야 수전 케인의 '콰어이트'를 다 읽었다.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으로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성격의 문화'가 가져다 준 영향, 그리고 아시아와 서구 사회를 비교하면서 자녀 양육으로 끝나는 책이었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책은 얇다. 4시간이면 넉넉하게 다 읽을 수 있다.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책 읽는 재미는 무척 좋다. 내용도 훌륭하다. 깔끔한 정리는 아메리카 쪽 저자들의 특징이기도 한 듯 싶다. 하지만 책의 깊이는 유럽 쪽 저자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건 내가 그 쪽 편향적이기 때문일까.  


이 책도 내가 활동하고 있는 독서 모임 활동 탓에 부랴부랴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모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신경 쓰는 모임이 있다면, '독서모임'이다. 다만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아, 반성 중이다. 내가 너무 내 스타일대로 한 건 아닌가 하고. 


사진은 수전 케인의 책을 다 읽고 밑줄 친 부분들을 노트에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옮겨적기도 힘들만큼 여유 없는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낯설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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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가령 부자와 빈자가 있다고 칩시다. 돈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지적인 부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 불러보자고. 이 경우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 전 총리)는 가난하지. 나는 부자고(웃음). 내가 보기에 TV는 지적 빈자를 돕고, 반대로 인터넷은 지적 부자를 도왔어. TV는 오지에 사는 이들에겐 문화적 혜택을 주지만 지적인 부자들에게는 바보상자에 불과해. 음악회에 갈 수도 있고, 도서관을 갈 수도 있는데 직접적 문화적 경험 대신 TV만 보면서 바보가 되어가잖소. 반면 인터넷은 지적인 부자들을 도와요. 나만 해도 정보의 검색이나 여러 차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 하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분별할 자산을 갖지 못한 지적인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쳐요. 이럴 때 인터넷은 위험이야. 특히 블로그에 글 쓰는 거나 e북으로 개인이 책을 내는 자가 출판(Self Publishing)은 더욱 문제요. 종이책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어요.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선별과 여과의 긴 과정이오. 특히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이 폐해가 더 크지. 인터넷의 역설이오."

- '종이책이 사라진다고? 인터넷도 사라진다',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 조선일보. 2012년 7월 6일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 현재 있는 것을 부정하면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텐데. 


종이책과 전자책은 대결하는 것일까? 실은 그렇지 않다. 종이책 읽는 사람은 전자책도 읽는다. 똑같이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사람과 인터넷을 보는 사람은? 


이건 좀 다르다. 책과 인터넷은 확연히 다르고, 이 둘은 똑같은 기준에서 비교하기도 어렵다. 도리어 전자책(e북)이 좀 나을 텐데, 내가 앞서 언급했듯이 이 둘 또한 본질적인 측면에서 대결 구도로 보기엔 문제가 있는 듯하다. 도리어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건 일종의 마케팅이 아닐까. 불편하고 값비싼 LP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듯, 종이책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단지 생산량이 줄긴 할테지만. 


종이책의 생산량이 주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게 e북 때문이라고 하면 뻔한 거짓말일테고. 첫 번째 이유로는 책을 읽는 사람의 절대 수가 줄고 있다(이것은 세 번째 이유와 겹친다). 두 번째는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책이 지닌 가치가 많이 희석되고 있다(예전엔 미디어의 한정적이었으나, 지금은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가 존재한다) . 세 번째는 책 대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늘고 있다. 영화를 본다든가, TV를 본다든가 하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첫째 책을 읽기 위해선 최소한 몇 십분 이상 집중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21세기적 삶에서 이런 시간을 구하기란 참으로 어려우므로), 둘째 하나의 지식을 단편적 정보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를 갖춘 지식 꾸러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셋째 지속적인 독서는 논리적 체계나 구조를, 언어를 통해 습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에코가 지적하는 바는, 내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인터넷을 통한 지식 습득은 단편적 정보를 얻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내 앞에 단답형 문제가 있다고 하자. 그 문제의 답을 가장 빨리 얻을 수 있는 것은 책도, 백과사전도 아닌 인터넷이다(확실하게!). 하지만 그것이 주관식이라면, 그것도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이러면 사정은 달라진다. 


종종 인터넷은 무수한 하이퍼링크를 통해 체계를 가진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은 질서를 가진 가치 체계가 아닌, 가치가 무너진 수평적이고 균등한 체계이며, 그것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터넷 초창기에는 이를 새로운 혁명 공간으로 인식하고 열정적인 이론가들과 실천가들이 인터넷을 통한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아직도 인터넷에 그러한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다시 부언하자면, 어느 것이 중요한 정보이고, 어느 것이 그렇지 않은 정보인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에코가 인터넷은 지적 부자를 돕지, 지적 빈자에게는 해가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 전에 책을 읽어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종이책이 더 좋다고 하겠지만, 전자책으로 읽는 것에 대해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하나의 키워드가 있고 그 키워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 인터넷은 너무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쏟아낸다. 그 때 우리는 그 많은 정보들 중에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를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목을 기르는 것, 그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책이 될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지적은 바로 이걸 두고 하는 말이다. 



* 자기 전에 그냥 노트해본다. 예전에 나는 종이책에 대한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2009/11/08 - [책들의 우주] - 종이책의 미래를 지켜라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사무 자동화가 되면서 종이 사용량이 줄었다고 여기겠지만, 실은 더 늘어났다. 아무리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밝은 날 종이로 보고 읽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모노클이라는 잡지가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나도 근사한 종이 잡지 하나 창간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2011/09/27 - [책들의 우주/문학] -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종이잡지, 모노클(MONO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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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 8점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문학동네



저지대 

헤르타 뮐러(지음), 김인순(옮김), 문학동네




참 오래 이 소설을 읽었다. 하지만 오래 읽은 만큼 여운이 남을 진 모르겠다. 번역 탓으로 보기엔 뮐러는 너무 멀리 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그녀의 양식이 낯설다. 자주 만나게 되는 탁월한 묘사와 은유는, 도리어 그녀의 처지를 짐작케 해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 그녀는 의미의 망 - 단어들을 중첩시키고 시각적 이미지를 사건 속에 밀어넣어 사건을 애매하게 만들었으며, 상처 입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인물들 마저도 꿈과 현실 사이에 위치시켰다. 


이러한 그녀의 작법은 시적이며 함축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답답하고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얼굴의 모든 낱말은

악순환에 대해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사물들이 물질을 통해 속이고, 감정들이 몸짓을 통해 속이기 때문에, 낱말의 소리는 자신 역시 속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압니다. 물질의 속임과 몸짓의 속임이 마주치는 접점에서, 말의 소리는 자신이 꾸며낸 진실을 가지고 둥지를 틉니다. 글을 쓸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느냐 보다는 거짓이 얼마만큼 성실하느냐 입니다. 

- 262쪽 - 263쪽

'모든 낱말은 악순환에 대해 알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연설 중에서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대단히 매력적이며, 한 번은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대신 이 소설을 읽을 땐 한 번에 다 읽는 것이 좋을 지도. 나는 너무 띄엄띄엄 읽은 탓에, 제대로 읽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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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아직도 문학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펼치면서 마치 비밀스러운 과거 - 문학이 모든 것이었던 시절을 다시 만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참 애매하기도 하지. 어떤 시선(視線)들은 문장이 풍기는 향기에 숨겨져 모호해지기만 하니 말이다. 


시선 -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원근법이다. 데카르트적이거나 반-데카르트적이고, 무언가(어떤 대상)를 궁금해하거나 원한다는 점에서 플라톤적이거나 반-플라톤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참 애매하기도 하지. 어떤 글들은 원근법을 아름다운 안개 - 결국은 모호할 뿐인! -로 숨기고 우리를 이끈다. 


종종 아름다운 글들은 우리들은 아프게 한다. 그건 아름답기만 할 뿐이기에. 


문학 비평은 문학 작품에 기생하고 결국 작품 속에 묻힌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비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 비평이 기생하는 작품에 따라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내가 문학에서 시작했지만 문학에 가 닿지 못한 이유도 이 탓일까. 


오늘 신형철의 책을 펼치면서 그가 소개하는 여러 작가와 작품들, 나에게 대부분 생소하기만 한 이들 - 몇 명은 술자리에서 만나기도 했고 몇 명은 같이 학교를 다니고 했지만 - 속에서 그는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산문집,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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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철학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말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오랜 철학적 탐구가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철학은 기껏해야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왜 모를 수 밖에 없는지, 새로운 앎은 어느 지점에서 개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이것이 몽테뉴가 말한 바 "내가 무엇을 아는가?"의 의미이다. 

따라서 철학은 우리에게 겸허하라고 말한다. 오랜 탐구 끝에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큰 무지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또한 무지에 잠기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위대했던 니콜라우스 쿠자누스가 신과 관련해 "무지無知의 지知"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조중걸, '아포리즘 철학', 서문 중에서, 한권의 책




아포리즘 철학
조중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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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반 정도 모 통신사의 사보 편집장 했는데, 유명하다는 몇몇 필자들의 형편없는 원고를 보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다. 국엔 일반 독자에게 어필해야 된다는 것이니, 나에겐 요원한 일이다제대로 된 글을 읽으려면, 그만큼 독자도 준비해야 된다. 바둑판을 읽을 수 없으면서 바둑을 두겠다고 하는 것이나, 글의 품격을 알지도 못하면서 글을 읽으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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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권 정도 읽을 것같은데... 글쎄다. 빠진 책들도 있는 듯 하고. 잡지나 논문은 제외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한 듯 싶지만, 올해 읽은 몇 권의 책은 나에게 최고의 감동을 안겨 주었다. 추천하는 책은 파란 색으로 별도로 표시하였다. 아, 읽고 너무 어렵다고, 혹은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고 핀잔주지 않기를. 이 기록은 나의 아주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다.

 
<역사, 철학 중심의 인문 서적>

- 고민하는 힘, 강상중(지음), 이경덕(옮김), 사계절
-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 김정화 옮김/이제이북스
-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권창은 외 지음/고려대학교출판부

- 계몽의 변증법,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지음), 김유동(옮김), 문학과 지성사
  20세기에 출간된 책들 중 가장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 책이 아닐까. 하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대부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할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읽고 다시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면 다소 무리한 부탁일까.

-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미셸 푸코(지음), 김현(옮김), 고려대학교 출판부 
-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지음, 장세현 옮김, 쌤앤파커스
- 근대의 사회적 상상, 찰스 테일러 지음, 이상길 옮김, 이음

- 중세의 가을, 요한 호이징가 (지음), 최홍숙(옮김), 문학과 지성사
아직도 암흑의 시대, 중세로 가르치고 있지 않겠지. 하지만 서양 중세은 확연히 고대와도 다르고 근대와도 다르다. 이 점에서 호이징가의 이 책은 중세사 연구의 한 획을 그은 책이며, 출간된 지 백 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그 감동은 여전하다.

-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메를로 퐁티 지음, 김화자 옮김/책세상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부키
- 슬픈 열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박옥줄 옮김, 한길사 
- 컨트롤된 카오스, 노르베르트 볼츠 지음, 윤종석 옮김, 문예출판사
- 왜 인간인가?, 마이클 가자니가(지음), 박인균(옮김), 추수밭
-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강상구 (지음), 흐름출판

 
<소설, 자서전, 산문집>

- 시냇물에 책이 있다, 안치운(지음), 마음산책

- 아르세니예프의 생,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지음), 이희원(옮김), 작가정신, 2006년
이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번역한 이희원 씨에게 연락하고 싶을 정도였다. 놀랍도록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슬픈 이 소설은 서정적 소설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Wild Sargasso Sea), 진 리스(지음), 윤정길(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38권

- 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지음), 오정미(옮김), 플래닛
나보코프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자서전이다. 필독서다.

-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권. 2권, 마지 피어시 지음, 변용란 옮김/민음사
- 책을 읽을 자유 , 이현우(지음), 현암사

 
 
<시집, 희곡>

- 서쪽 부두(Quai Quest),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지음), 유효숙(옮김), 연극과 인간
- 슬픔이 없는 십오초, 심보선(지음), 문학과지성사
- 오징어 뼈, 유제니오 몬탈레 지음, 한형곤 옮김, 민음사

 
<예술>

- 서울미술산책가이드, 류동현,심정원 공저, 마로니에북스 
-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수지 개블릭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시공사
- 바로크의 꿈 - 1600 ~ 1750년 사이의 건축, 프레데릭 다사스(지음), 시공디스커버리총서
- 사이방가르드 -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 이광석 지음, 안그라픽스
- 미술의 빅뱅, 이진숙 지음, 민음사

 
<비즈니스>

-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비밀, 폴 길린(지음), 전병국, 황선영(옮김), 멘토르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어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불평하는 고객이 좋은 기업을 만든다, 자넬 발로/클라우스 뮐러(지음), 변봉룡/남주영(옮김), 세종서적
- 하나 되는 힘(As One), 머다드 바가이 & 제임스 퀴글리 외(지음), 딜로이트 컨설팅(옮김), 청림출판 
- 10년 후 미래, 다니엘 앨트먼(지음), 고영태 옮김/청림출판
- 이기는 습관, 전옥표(지음), 쌤앤파커스

- 나사, 그들만의 방식, 찰스 펠러린(지음), 김홍식(옮김), 비즈니스맵
리더십에 대한 책이다. 책은 다소 딱딱하고 너무 이론적이라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HR 쪽 업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조직/리더십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 체크! 체크리스트, 아툴 가완디(지음), 박산호(옮김), 이십이세기북스
'실수'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와 업무가 잘못되는지 알고 있는가. 즉 알고서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외과의사인 가완디의 이 책은 '실수'를 줄이기 위한 그의 경험담과 체크리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포용의 리더십, 아담 카헤인 지음, 강혜정 옮김, 제프 바넘 그림/에이지21 
- 고객가치 관리와 고객 마케팅 전략, 롤란드 T. 러스트 외 지음, 양병화 외 옮김/지식공작소
- 구글드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지음), 김우열(옮김). 타임비즈
- 채용이 전부다, 한근태 지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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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다. 늘 나에게 이사는 ... 힘들다.
첫 번째는 많은 LP와 시디 때문이고
두 번째는 책들 때문이다.

(갤럭시S로 찍었는데, 영~화질이~..)

다행히 서재 창 밖 풍경이 좋다.




수백장의 시디는 책상과 서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수 백장의 LP는 창고로 들어가고
책들도 서가 여기저기 쌓아두고 ...

이제 천천히 정리를 해야 한다.




베란다 창밖으로 가을은 깊어가, 겨울을 향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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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저도 책이 점점 늘어나는데...ㅠㅠ 집에서 책 사지 말래요...ㅠㅠㅠ

    • 수시로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는 책들을 버리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하더군요. 계속 새 책은 서재로 들어오기 마련이고 ... 어느 순간 책이 들어갈 공간은 사라지는 법이니, 버리는 (하지만 너무 잔인한) 습관이 필요합니다. ㅜㅜ..

  • 한남동으로 이사오신 건가요?

    • 아~..한남동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 다음 이사 때는 한남동으로 가야겠군요! 지금은 노량진입니다. 노량진-상도동 언덕 위의 아파트라 반대편 풍경은 나름 ... 삭막합니다. 사진 몇 장 올려볼께요. ㅎㅎ


제가 속해있는 독서모임입니다. 제가 까페 운영자이기도 하고요.

벌써 2년을 향해가네요~.

 

인원도 적고 읽는 책들마다 한숨 소리만 나오는 것들이라

한달에 한 번 모이는 자리에 나오는 사람은

10명이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많으면 7명..

그것도 매달 바뀌니.. ㅋㅋ

 

하지만 아래 책들을 보니, 뿌듯해지네요.

저도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못했을 책들입니다.

직장생활도 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기도 해야 하고 ..

 

제 블로그에 독서모임 빡센(http://cafe.naver.com/spacewine)을 한 번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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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책이 나온다. 수십 년 전엔 읽을 책이 없다고, 또는 최신 트렌드를 짚을 책이 없다는 말이 통했을 지 모르지만, 이젠 어떻게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을 것인가가 화두다. 특히 나 같이 이 쪽 저 쪽 책을 읽어대는 이에겐 더욱더.


최근 나온 여러 경제경영서적 중에서, 세계 경제/금융 위기 이후 나름대로의 해석과 진단, 그리고 그 전망에 대해 서술한 책 몇 권을 리스팅해본다.

10년 후 미래
대니얼 앨트먼 저/고영태


이 책의 저자 대니엘 앨트먼는 '딥 팩트'(deep factor)에 의해 세계 경제, 한 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이 딥 팩트는 '지리학, 문화, 철학, 법적인 틀, 사업 관행' 같은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기업의 경쟁 우위를 만드는 기술력, 원가 경쟁력, 인재풀 등이 아니라 말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딥 팩트가 약한 중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순간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세계대공황
김수행


대학 시절, 김수행 교수의 '정치경제학'을 교재로 경제학 수업을 들었다. 지금 기억 나는 건 거의 없지만 말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직 당시 유일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였고 지금은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는 없다. 학문의 세계에서조차 획일성이 물들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세계대공황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시각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폴트 라인
라구람 G. 라잔 저/김민주,송희령 공역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에서 '경제 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위를 차지한 라구람 G. 라잔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 중의 한 명이다. 2010년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중의 하나였던 '폴트 라인'은 세계 경제 위기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작년 말 외국의 몇몇 저널에서 리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읽지 못한 것은 실용적인 책의 범위에 들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 나를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로버트 라이시 저/안진환,박슬라 공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 역할을 하기도 한 로버트 라이시는 이 책에서 세계 경제 위기를 진보적인 시각에서 진단, 분석하고 이를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의 지배
니얼 퍼거슨 저/김선영


경제사 전공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는 경제 위기를 경제사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책은 세계 경제 위기를 역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석하고 설명한다. 세계 경제 전반을 바라보면서 미래를 내다 보기 위해 이 책만큼 좋을 책이 있을까.


마치 읽은 것처럼 적은 책 리스트는 여러 저널에서 소개된 경제경영서들 중에서 읽으려고 메모해놓은 책들이다. 당장이라도 책들을 구입해서 읽고 싶지만, 읽을 책이 쌓여있는 마당에, 이 책들 중에서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 지... 특히 니얼 퍼거슨의 책은 나오자 마자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못 읽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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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책 중 두어권은 이번주말에 서점에서 사서 읽어야 겠어요. 요즘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머리가 돌이 되는 느낌입니다. 흠... ^^

    • 두어권이라.. ㅎㅎ 의외로 읽기 딱딱한 책들이라서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지만요. ㅎ

  • ㅋㅋ 저는 좀 딱딱한 책을 좋아하거든요. ^^ 어제 서점에 들러서 10년후 미래라는 책을 찾다가 meme을 샀습니다. 이거 읽고 추천책들 중 꼭 '두 어권'읽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MEME(밈)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최초로 소개된 개념입니다. 아마 그 책 읽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리처도 도킨스의 책으로 손이 가지 않을까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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