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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2001년, 혹은 2002년.. 어느 날 적은 글이란다. 이젠 가물가물한 영화이야기. 무슨 열정이 있었던 건지, 그 때 영화를 참 많이 봤다. 타란티노 처럼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도 했고, 미장센이 어떠니 하며 술자리에서 떠들곤 했는데, 지금은 영화? 1년에 한 편 볼까 말까다. 극장 갈 일도 없고 영화볼 시간도 없다. 하긴 그런 시간 있으면 책을 읽고 말지. 아놀드 하우저는 영화에 대한 대단한 기대를 했지만, 영화는 그냥 산업일 뿐이다. 문화산업. 아도르노가 그토록 비난했던.  나이가 들수록 벤야민보다 아도르노가 궁금해지는 건, 나도 아도르노같은 꼰대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이은주를 보면, 여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홍상수 감독과 사랑에 빠진 김민희도 그렇고. 





*  * 

 

 

 

번지 점프를 하다

김대승 감독. 이병헌, 이은주 주연

 



1.

난 남자를 사랑해. 나도 남자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남자야. 하지만 눈부시게 어우러진 우리 사랑을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저주하고 미워하지. 그래서, 그래서, 변명이 필요했어. 우리 사랑은 이미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그래, 그건 변명이었어. 난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야. 난 내 사랑이 공격받는 것이 너무 싫었어. 날, 날, 이해해줄 수 있겠니. 넌.

 



2.

사랑을 미화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슬픈 독백, 그리고 공모. 그 독백과 공모 틈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여울. 끔찍한 일반화의 오류. 거짓말임이 뻔한 스토리. 어느덧 세상이 그 빛을 잃어버리고, 우리 영혼이 어떤 불순한 욕망 덩어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 사랑은 이미 죽어 흔적 없고, 그 흔적 하나 하나마다 깊은 호수 바닥으로 사라졌을 때 우리들 중 몇몇은 구름 꼭대기까지 올라가 곧은 직선이 되어 떨어져 내리지. 아주 오랫동안 우리 의식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던, 그 사랑의 흔적을 되살리기 위해서



3.

사랑을 하면 할수록 사랑에게 지치고, 사랑이 흔해지고, 사랑에게 미움을 당하고, 사랑의 눈물 속에 비친, 쓸쓸한 뒤돌아섬과 만나고, 그렇게 우리 곁에 사랑이 사라지고, 참혹하게 우리 젊음 곁을 지나가고, ... 하지만 영화 속 두 사람, 믿거나말거나, 이 두 사람, 사랑과 다시 만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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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추방 Rakuen Tsuiho: Expelled from Paradise, 2014

감독 : 미즈시마 세이지 Seiji Mizushima 水島精二




애니메이션 보는 중년은 좀 이상한가? 아니면 오타쿠스럽나? ... 실은 매주 빠뜨리지 않고 <원피스>를 보고 있으니...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무척 탄탄하다. 특히 다양한 서사, 극 장르에서 아이디어를 수집하면서 서로 뒤섞여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이 그냥 개념적인 차원에서 머물던,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서처럼 끝없이 의문에 의문을 물고 나아가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2014년 하반기 일본 영화 시장을 평정한 <기생수>라는 작품도 만화가 그 원작이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시장은 크고 탄탄하다. 







최근 본 <낙원추방>은 애니메이션 자체의 극화나 연출도 마음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육체를 버리고 비트화된 정신만을 가지고 메모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나, 이들과 대비되어 환경 오염과 전쟁 등으로 황폐해진 지구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인간들의 모습은, 이 설정부터 기묘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비트화된 정신의 인간들이 모여사는 '디바'에 해킹하여 들어온 '프론티어 세터'라는 존재가 주는 충격은 과연 '인간이란 뭐지'하는 생각까지. 


그렇다고 이 애니메이션이 이런 심각함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심각하지 않다. 빠른 전개와 현란한 전투씬은 무척 재미있으니까.  






자세한 스토리를 밝히는 건 이 작품을 보게 될 이들을 위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림체도 좋고 화면 전환이나 연출도 좋다. 메카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꽤 좋은 선택이 될 듯 싶다. 이런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보면 더 재미있을 테지만, 워낙 애니메이션 시장이 작고 불법다운로드가 횡행하는 터라, 국내에는 개봉하지 못할 듯 싶고, DVD나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아 보아야만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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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말릭 벤젤룰 감독 

2012년. 스웨덴 



이젠 이런 기적 같은 일은 없겠지. 이 다큐멘터리의, 거짓말같은 이야기는, 편집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의 힘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매력이 될 것이다.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음악 다큐멘터리는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좋을 영화다. 포크락은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고 번역된 가사들은 우리 삶을 어루만진다.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 로드리게즈는 빙빙 돌아 21세기의 우리에게 왔다. 미국에선 몇 장 팔지도 못한 채 사라져버린 가수,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해적판으로만 수백만 장이 팔리는, 최고의 가수가 된 로드리게즈.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그 누구도 로드리게즈가 누구인지 모른다. 실은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2장의 앨범을 내고 사라져버린 로드리게즈. 


이 영화는 이 로드리게즈를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메라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로드게리즈의 음악에 빠져 사는 사람들과, 그 음악이 남아공에 미친 영향, 그리고 그들이 이미 죽었다고 소문난 로드리게즈를 어떻게 찾는가, 뒤쫓기 시작한다. 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는 눈물 흘리게 하는 감동까지 가지고 있으니, 어찌 추천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KBS에서 방영했던 빅토르 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빅토르 최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고 난 다음, 한국에는 그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 제작, 방영한 다큐멘터리. TV 다큐멘터리이니, <<서칭 포 슈가맨>> 수준은 아니었지만, 빅토르 최의 다양한 영상 자료들과 그와 그룹 '키노'의 음악으로 수놓아진 다큐멘터리는 이십대 였던 나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마 KBS 안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 듯 싶다)


음악 다큐멘터리는, 어쩌면 음악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간 중간 흐르는 음악 속에서 이야기가 들어오고 관객의 마음도 뒤섞인다. 그렇게 우리 모두 로드리게즈, 슈가맨을 찾는다. 


이번 주말 서칭 포 슈가맨을 보면 어떨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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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미국의 정서차이가 정말 분명하게 드러난 다큐이기도 했죠.

    지구 저편에서 최고의 스타였지만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한채로 살아가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점과 주인공의 실제 인생에 대한 철학이 저에게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을 가장 성공적으로 자본화시킨 나라에 사는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쿨해서인지 제가 대신 조금은 아쉬워해줘야하는게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좋은 노래도 덤이고요 ㅎㅎ

    • 로드리게즈라는 사람이 대단한 것같아요. 다만 미국에서는 그가 꿈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흠흠.. 좀 어려웠을 것같네요. ~.. 포크락을 좋아하는 터라, 노래도 좋고 가사도 좋고... ㅎㅎ




다이버전트 Divergent 

닐 버거 Neil Burger 감독 

쉐일린 우들리 Shailene Woodly, 테오 제임스 Theo James 주연 




1년에 영화 1편도 보지 않았던 듯 싶다. 그것도 10년 넘게. 20대 초반 월간 키노의 모니터 기자를 했고, 비디오 테잎을 수집했으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리뷰를 광적으로 올리며,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비디오 가게 점원 생활을 하던 내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하면, 이상한가? 


그 사이는 영화는 더욱 산업화되었고 헐리우드 영화 직배 반대를 외치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영화계도 대기업 자본들이 들어와 산업화, 전문화되었다. 그런데 영화가 예술이라고? 내가 영화를 멀리 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측면이 더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화를 한 두 편 극장이 아닌 TV나 다른 모니터로 보기 시작했다. 그것도 업무 비스무리한 이유로. 실은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회사로 옮긴 탓에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 왠만한 영화들은 다 디지털파일로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가끔 영화를 보는 일이 생겼다. 그 결과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이를 어쩌나). 


* *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유명하다. 즉 탄탄한 스토리가 이미 있는 셈. 이번 영화는 원작 소설의 일부 이야기만 가지고 왔기 때문에, 벌써 2부를 기다리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작을 보여주었다. 


SF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현실스럽지 않지만,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 가상의 세계(관)이 될 것이다.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세계관'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쉽게 사용하는 걸 보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으나, 세계관이라는 단어 말고 딱히 다른 단어도 없었다. 


이 영화는 세계 종말 이후의 인류가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 5개의 인위적인 종족 - 이타적인 애브니게이션, 용맹한 돈트리스, 정직하고 법을 수호하는 캔더, 평화와 농업 생산을 하는 애머티로 나누어 살아가는 데에서 시작한다. 각각의 종족은 서로 평등하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가령 애브니게이션을 정치를 담당하며, 돈트리스는 경찰/군대, 캔더는 사법, 애머티는 생산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면 각 종족에서 알아서 키우다가 성인일 될 때 각자 스스로 종족을 선택하도록 한다. 이 때 어느 종족에 어울리는가를 테스트를 하며, 테스트 결과(혹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종족을 정하고 그 곳에서 살아간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제도인가.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폭력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도리어 모든 이들이 종족을 선택하고 이를 따라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하니까. 


그런데 이 종족에 속하지 않거나 이 다섯 종족 모두에 들어갈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는데, 이를 다이버전트라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트리스(쉐일린 우들리)가 바로 다이버전트이며, 너무나도 이타적인 애브니게이션에 대한 다른 종족들의 불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애브니게이션 종족을 도와주면서 자신이 그 전에 속한 종족에서 나와 새로운 독립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의 재미는 반감시키기 때문에 생략. 


이렇게 '종족 나누기'는 지극히 고대 역사나 서사물에서나 등장할 만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SF 장르들은 이렇듯 고대 서사에서 많은 부분을 빌려온다. 


* * 


나는 쉐일린 우들리라는 여배우가 흥미로웠다. 대단한 미인도 아니면서 뭔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었다. 한국 영화들은 여배우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드물고, 대중들도 여배우의 미모나 몸매만 보는 천박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터라, 쉐일린 우들리 같은 배우가 성장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개성 있는 외모와 연기를 하는 여배우들의 성형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한국이니... ㅡ_ㅡ;; 


그런데 이 친구, 현재 상영 중인 <안녕 헤이즐>에서도 주연이네. 영화 소개 동영상을 보면서 <다이버전트>의 트리스를 떠올리지 못했는데 말이다. 


* * 


<다이버전트>,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다. 재미있다. 아마 2탄이 나오면, SF 특유의 재미가 나올 것같긴 하지만, 이번 1부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러브 스토리로 인해 SF 장르스러움이 반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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