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미학연습 23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

마사 누스바움(Martha Craven Nussbaum, 1947 ~ ) 마사 누스바움의 책이 이렇게 많이 번역되었는지 몰랐다. 그만큼 많이 읽힌다는 뜻일텐데, 나는 그동안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를 도서관에서 빌려 조금 읽다가 대출 기간이 다 되어 반납한 것이 전부다. 오늘 서가를 정리하다가 프린트해놓은 논문 하나가 있어 블로그에 정리하여 올린다. 아래 논문을 통해 간단하게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스바움의 책 몇 권을 사서 읽어야겠다.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에 관한 수용적 검토, 윤철홍 교수(숭실대), 제 17권 제 2호, 한국법철학회, 2014년 (PDF 주소: http://kalp.kr/bbs/board.php?bo_table=sub4_2&wr_id=449&page=2) * ..

현대 사진과 레디메이드

(김승곤 외 지음, 홍디자인출판부, 2000)에 실린 이경률의 의 일부를 정리하면서 덧붙인 글이다. 나는 예전에 라는 짧은 포스팅을 통해 레디메이드와 오해하기 쉬운, 혹은 그와 동일한 양식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뒤샹은 초현실주의자의 '발견된 오브제'와는 전혀 다르고 말한다. 그러나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초현실주의자들의 ‘발견된 오브제’와는 다르다. 이 차이를 뒤샹 자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의 레디메이드는 개인 취미의 문제이다. 발견된 오브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른바 발견된 오브제가 아름다운 것인가 특이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기호인 것이다. 기성품의 선택은 미적인 즐거움에 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선택은 시각적인 무관심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뒤샹의 레..

<<맥베스>>의 매너리즘적 성격에 대하여 - 방통대 영문과 졸업논문 계획서

영어공부를 위해 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를 편입했다. 그러나 영어 공부 대신 나는 영미시의 아름다움과 셰익스피어를 알게 되었다. 문학 전공자로서, 시 창작까지 공부했지만, 영미시의 아름다움을 중년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는 건, 내가 다닌 학부 과정이 형편없었거나, 내 지적 역량이 떨어졌던 탓일 게다. 셰익스피어는 매너리즘 후반과 바로크 전반기에 속한다. 근대에서 속하면서도 근대가 시작되던 시기의 혼란스러움이 셰익스피어 극작품 속에 숨겨져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처럼, 극중 인물들의 운명을 가로지르며 절정을 지나 결말에 이르게 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극작품들과 비교해 그 분량은 짧으며, 극적 완성도나 속도감은 최고다. 하나의 사건은 곧장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며 인물..

저 너머 어떤 새로움

아무도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고 해서 공평한 걸까. 내일의, 어떤, 발생하지 않은 일이 현재, 혹은 과거에 미쳤던 영향은 대단하기만 하니, 내일을 아는 이 없다고 해서 세상이 공평한 것은 아니다.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은 인과율(law of causality)을 바탕으로 움직이며, 우리 모두는 인과율적 문명의 노예다. 우리 문명은 인과율 위에 축조되었고 우리 사고도 인과율을 벗어나 한 발짝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모두가 각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인 이 노예 근성은 현 문명에 반하는 모든 혁신을 거부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던) 운명에 순응하는 개인이라는 표상이 생기고, 모든 이들 - 배운 자나 못 배운 자, 나이 든 이나 아..

유행하는 인문학 담론, 그리고 일상에서의 실천.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다행스러워 할 줄 그 땐 몰랐다. 막상 직장 생활을 해보니, 이 자본주의라는 것이 정말 공포스러운 괴물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재태/능동태를 이야기한다거나 미켈란젤로의 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낯설고 이상한지, 심지어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보고 옆에 서 있는 작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저 세상 일임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혹은 우리가 바라는 바 변화란 '이론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서 이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도, 나랏일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심지어 농부는 곡식이라도 생산해 보탬이 되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학자들은 말만 앞 ..

레비나스의 '죽음'

일요일 저녁, 레비나스에 대한 리뷰를 읽다가 레비나스의 문장을 옮겨적는다. 아련한 느낌이 든다. 주체가 어떠한 가능성도 거머쥘 수 없는 죽음의 상황으로부터 타자가 함께 하는 실존이라는 또 다른 특성을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 ...) 미래는 손에 거머쥘 수 없는 것이며, 우리에게로 떨어져서 우리를 엄습하고 사로잡는 것이다. 미래, 그것은 타자이다. 미래와의 관계, 그것은 타자와의 관계 그 자체이다. 오로지 홀로 있는 주체 안에서 시간을 이야기한다는 것, 순수하게 개인적인 지속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불가능해 보인다. - 죽음이 확실함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으며, 또 죽음이 무화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도 확실하지 않다. (... ...) 현존보다 더 영향을 미치는 파열, 선험성보다..

우리 수명의 한계가 바로 우리 문명의 깊이

똑같은 책을 10대 읽을 때, 20대 읽을 때, 30대 읽을 때, 40대 읽을 때... 다르게 읽는다. 읽으면서 깨닫는 게 다르다. 이것 참 큰 일이다. 만약 그 책을 60대 읽을 때, 70대 읽을 때, ... 140대 읽을 때, 150대에 읽을 때 나는 어떤 걸 다시 알게 될까? 우리 문명은 딱 우리 수명만큼 그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머리로 알지만 몸으로는 실천하지 못하고 지식은 쌓아가지만 지혜를 쌓지 못하는 것이다. 딱 우리 수명만큼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Let things age by Celeste

아시아 미술에 대한 고민

오랜만에 읽은 미술 잡지에서 우리의 현재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고 되새겨볼 만한 문장들을 읽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옮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발적이며 능동적이고 탈식민화된 예술적 실천이다. 그런데 나도, 우리도 그걸 자주 잊는다. 다시 이 블로그가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겠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 이 때 현실이란 혼종성, 디아스포라, 그리고 상호교환적인 네트워크가 점차 강해지는 상황이 영속화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전체 구조를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가 자기 자신과 사회, 현실을 위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쟁력 있는 기관을 설립해야 하고, 가치 중심적 시스템 하에 더 많은 ..

알튀세르의 눈으로 본 19세기의 철학적 사생아들

"내가 알기로는 19세기에 두세 명의 어린 아이가 태어났다. 사람들이 예기치 못했던 그들은 맑스와 니체, 그리고 프로이트다. 그들은 자연(la nature)이 풍습과 도의, 도덕, 그리고 예법(savoir-vivre)을 해친다는 의미에서는 '사생'아들(enfants naturels)이다. 자연(nature)은 위반된 규칙이고 미혼모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아버지의 부재인 것이다. 서구의 이성은 아버지 없는 아들로 하여금 그것에 대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였다. 맑스, 니체, 프로이트는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한 생존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 대가는 배척, 비난, 모욕, 가난, 배고픔과 죽음, 혹은 광기로 기재되어 있다. 나는 지금 그들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색깔, 소리 혹은 시 속에서 사형선고를 체험했던..

오쿠이 엔위저의 '앤드로 모더니티 andromodernity'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는 광주비엔날레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큐레이터이다. 그는 지난 2009년 니콜라스 부리요Nicolas Bourriaud가 기획한 '얼터 모던 Altermodern' 전(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의 카탈로그에서 네 개의 모더니티를 제안하였고 그 내용을 오늘 읽은 '시선의 반격' 도록에서 김현진의 글에서 확인했다. 간단하게 인용하자면 이렇다. 오쿠이 엔위저는 모더니티를 서구 1세계의 supermodernity, 아시아의 고속개발국가들의 andromodernity, 이슬람권의 speciousmodernity, 아프리카의 aftermodernity로 분류. 큐레이터 오쿠이 엔위저는 자신의 글에서 네 개의 서로 다른 모더니티의 모델을 규정하면서 한국,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