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25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과서, 서승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과서서승완(지음), 애드앤미디어   작년 9월에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굳이 사서 읽을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한 번 읽으면 그만인 책이 되었다. 기술의 발달은 너무 빨라서 1년만 지나고 책의 가치가 사라지는 시대다. 여러 프롬프트 방법들이 제시되지만, 결국은 이 책 초반에 언급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본 원칙에 부합해 질문을 얼마나 명확하게 하는냐에 달려 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기본 원칙구체적 지시명확한 전달맥락 제공구조 형식화일관성 유지  기존에 기계적인 명령어 대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입력하게 그 문장이 얼마나 정확하고 구조화되어 있느냐다.  책에는 여러 프롬프트 방법들이 제시된다. Few Shot 기법, 역할지정기법, 마크다운 활용 기법, 형식지정기본, Q&..

한국어, 한국어 공부 - 로스킹 교수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로스킹 교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통찰이 놀라웠다. 정확한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하였다. 특히 정확한 한국어를 쓰기 위해 한국어 구사를 위한 한자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몇 천년 동안 한자를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중국어를 했던 건 아니다. 로스킹 교수의 의견을 조금 비약하자면, 한국어를 위한 한자가 있고 그 한자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한자 공부를 한다고 해서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 공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공부는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기가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

세상의 모든 시간, 토마스 기르스트

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지음), 이덕임(옮김), 을유문화사   우연히 방문한 서점에서 산 작은 책. 의외로 재미있고 유용했다. 독후감을 쓰려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의 저자이기도 했다. 글 스타일도 비슷하다. 이 책은 작은 칼럼들을 모아놓은 에세이집이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 읽어도 된다. 문화 칼럼 정도라고 할까. 다양한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읽을 만하다.  그러고 보니, 뭔가 하나로 모아지진 않는다. 현대 문화/예술에 대한 트렌디한 감각을 알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춘다. 대단한 통찰을 얻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카페에 혼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책의 시작은 상당히 좋지만,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흠이..

마지막 외출, 조지수

마지막 외출 - 이미 없는 그와 아직 없는 그녀의조지수(지음), 지혜정원   액자 소설이지만, 그 액자는 단단하지 않고 그 안은 너무 진지했다. 사랑 이야기지만, 과연 사랑이야기일까. 늘 그렇듯 사랑은 기만적이다. 그건 일종의 허위인 탓에, 치명적으로 쾌락적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사랑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사랑에 빠진 남녀는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의 떨림과 흥분으로, 중반 이후부턴 기만적인 믿음과 소유욕으로 가득찬 육체의 쾌락으로 이어지다가 차갑게 식고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과 육체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생각, 식어버린 마음과 그 가라앉음을 견디지 못해 헤어진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아프고 슬픈 이별로 포장하는 탓에, 세상에는 사랑 노래로 흘러넘친다. 과연 사랑이라는 게 있..

기억 서사, 오카 마리

기억 서사오카 마리(지음), 김병구(옮김), 교유서가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비난하지만, 이스라엘 안에서도 전쟁을 하는 자신의 나라를 비난하고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주류 언론에선 그들을 다루지 않는다. 이는 일본도 비슷하다. 중국은 죽거나 추방당했다. 사람들은, 한국이나 일본, 영국이나 프랑스에 살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문화적 배경이나 지역적 차이와 무관하게) 대체로 자주 듣고 읽게 되는 것으로 편향되기 마련이다. 일종의 반복 학습이랄까, 그래서 아무리 사실을 그대로 옮기더라도 한 번 편향된 시선을 가지면  아래선 대부분의 것들은 잘못 이해되고 그것으로 인해 끔찍한 비극이 생기기도 한다(이를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로 정의한 바 있다). 어쩌면 아우슈비츠도 그런 ..

지난 날의 스케치: 버지니아 울프 회고록

지난 날의 스케치 버지니아 울프(지음), 이미애(옮김), 민음사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읽는다. 그녀의 >을, ... 고등학교 때 읽은 후, 산문집 몇 편을 읽었을 뿐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다시 시도하고 있지만, 겨우 읽은 게 이 짧은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고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 왜 다 죽는 걸까.   인생이 우리가 계속 채워 가는 그릇이라면, 그렇다면 내 그릇은 의심할 바 없이 이 기억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잠이 들락 말락 한 상태에서 세인트아이브스의 아이 방 침대에 누워 파도가 하나둘 하나둘 부서지며 해변에 밀려오고 노란 블라인드 뒤에서 하나둘 하나둘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다. 바람이 블라인드를 휘날리며 바닥의 작은 도토리를 끌..

말하는 보르헤스, 루이스 호르헤 보르헤스

말하는 보르헤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지음), 송병선(옮김), 민음사  Scipta manet, verba volant 입에서 나온 말에는 날개가 있지만, 글로 쓰인 말은 그대로 있다. - 12쪽  꾸준히 보르헤스를 읽는다. 보르헤스를 만나는 동안, 무척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 주제에서 저 단어로 옮겨다니다. 영국 문학을 이야기하다가 독일 철학자를 꺼내고 다시 고전 그리스와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문학을 이야기하다가 동시대 아르헨티나 작가를 꺼내기도 한다. 이런 여행은 보르헤스만이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다.    영국의 전형적인 스타일은 '적은 말수', 즉 사물에 대해 조금 말을 아끼는 것입니다. 반면에 세익스피어는 과장이라는 은유법을 즐겨 사용하던 작가입니다. (20쪽) 전혀 영국스..

필요, 속도, 탐욕 - 비제이 바이테스워런

필요, 속도, 탐욕(Need, Speed, and Greed: How the New Rules of Innovation Can Transform Businesses, Propel Nations to Greatness, and Tame the World's Most Wicked Problems)비제이 바이테스워런(지음), 안진환(옮김), 한국경제신문     책을 읽다가 보면, 저자들이 참조하고 인용하는 책들을 알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의 한 권이었다. 2012년도에 첫 출간되었고 이듬해에 번역되었다. 벌써 10년 전이다보니, 일부는 지금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용이나 분석, 의견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절한 분석이며 주장이다. 이 책은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기술된 혁신(innovation..

나와 마주하는 시간, 라이너 쿤체

나와 마주하는 시간라이너 쿤체(지음), 전영애, 박세인(옮김), 봄날의 책    오랜만에 쿤체의 시를 읽었다. 실은 잘 모르겠다. 몇 편의 시를 옮겨적긴 했으나, 노(老)시인의 독일어는 한국어로 옮겨져 나에게까지 왔으나, 그 거리는 꽤 멀게 느껴졌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 검은 날개 달고 날아갔다, 빨간 까치밥 열매잎들에게 남은 날들은 헤아려져 있다. 인류는 이메일을 쓰고 나는 말을 찾고 있다, 더는 모르겠다는 말,없다는 것만 알 뿐   아니면 내 문제인가. 나에게 이제 시(詩)는 너무 멀리 있는 건가.    사물들이 말이 되던 때 내 유년의 곡식 밭에서밀은 여전히 밀이고, 호밀은 여전히 호밀이던 때,  추수를 끝낸 빈 밭에서나는 주웠다 어머니와 함께 이삭을 그리고 낱말들을 낱말들은 까끄라기가 짧기도..

리더와 리더십, 워렌 베니스, 버트 나누스

리더와 리더십 워렌 베니스, 버트 나누스(지음), 김원석(옮김), 황금부엉이   1985년에 나온 책을 2024년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읽으면서, 그토록 많은 리더십 책을 읽었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리더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고 리더십에 대한 통찰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구나 생각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너무 사람을 믿지 말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맡기기 전에 먼저 신뢰가 우선이다. 나는 신뢰하고 신뢰를 구하기 위해 일을 주고 권한을 준다"라고 말했다. 원칙은 맞을 지 모르지만, 그 이유로 나는 몇 년 고생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신뢰했고 일을 할 역량이 없는 사람에게 일과 권한을 주었다. 내가 가진 대원칙이 너무 강해, 나머지 관리 스킬이 무용지물이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