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나의 서양미술순례, 서경식

지하련 2003. 5. 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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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순례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창작과비평사

대학원 시험을 번번히 떨어지고 학업을 하기엔 좀 지난 나이인 서른하나가 되었지만, 이미 책읽기와 그림보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려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원래 창작과비평사의 문고판으로 나온 책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도판도 칼라로 싣고 하드커버로 장정하여 깔끔하게 새롭게 출판되었다.

1.

화제를 바꾸려는 듯이 사내가 물었다.
"일본 사람이오?"
언제나처럼 나는 대답했다.
"아니, 한국인이오."
그러자 사내는 다시 수다스러워져서 지껄이는 것이었다.
"오, 한국인이요? 요새 야단인가 보던데? 학생들이 매일같이 소란을 피운다던데, 어때요?"
- 94쪽

그는 재일한국인이다. 한국말보다 일본말이 더 익숙한 사람이다. 미술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한국인이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재일한국인을 보면서 그들은 '일본인'이라고 놀린다. 왜냐면 그들에게 재일한국인이냐고 묻지 않기 때문이다.

2.

서양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기에 부담 없다. 또한 서양미술에 대해서 많이 알아도 이 책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서양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탓에 그의 문장은 평이하고 이해하기 쉽고 직접 여러 미술 작품을 접한 탓에 지식으로만 접한 이들에게는 생생한 미술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