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작가의 성실성과 미술의 대중화 - 홍경택 인터뷰 중에서 (2010년 봄)

지하련 2010. 6. 10. 12:34



홍경택_해골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08 





가끔 구입해 보는 'Trans Trend Magazine' 2010년 봄호에 홍경택 작가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의 작품은 워낙 유명한 지라 전시장과 여러 옥션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탁월한 감각으로 장식적이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작품 가격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직적인 작품가 상승이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홍경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 인터뷰를 읽는 동안, 그의 작품 가격은 그다지 중요해 보지 않았다. 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중요하긴 하지만, 종종 우리는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도 한다. 내가 읽은 인터뷰에서 홍경택은 현재 미술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그리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수집하고자 하는 일반 대중에서 귀에 담아둘 만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잊지 말아야할 말이기도 했다.  


"사람들에게는 예술가에 대한 환상이 있죠. 자유분방하게 살 것이라는. 하지만 예술가도 자기 관리가 필요해요. 어쩌면 술도 담배도 안 하는 것의 배후에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관리를 하려는 태도가 작용했는지도 몰라요. 예술가에게도 해내야 할 노동량이 엄연히 존재해요. 천재가 아닌 이상 성실해야죠. 저는 그걸 되도록 엄수하려는 편이에요."
2010년 봄. 홍경택 인터뷰 중에서. – Trans Trend Magazine.

 

'성실성'이야 말로 작가가 지켜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이다. 그리고 그 성실함 뒤로 끝없는 기다림이 숨어있다. 하지만 그걸 견디지 못한다. 실은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 기다리다가 지쳐 쓰러지는 이들을 무수히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실하지도 않다면? 그건 큰 문제다. 그리고 무작정 성실해서도 안 된다. (그 점에서 상당수의 한국 예술가들은 정말 공부를 하지 않는다!)


홍경택_박찬욱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07


 

"미술의 대중화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위해 저나 동료 작가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미술의 문턱은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다 좋아하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겠어요? 미술에 대해서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저급하게 나가는 건 예술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입장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대중이 좀 더 공부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존재하는 미술의 문턱은 있죠. 작품 가격이 너무 비싸니까. 하지만 전시회 대부분이 거의 무료에 가깝고, 미술 작품을 소유하는 자는 그걸 돈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온전히 이해하고 느끼는 자에요."

2010년 봄. 홍경택 인터뷰 중에서 – Trans Trend Magazine.



홍경택의 위 의견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나는 미술의 대중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홍경택_훵케스트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30.3×162.2cm×12_2001~5_부분




홍경택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 무척 현란하고 자극적이면서도 일관된 형식성, 규칙성이 드러나 보는 이를 흥분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매우 감각적이다. 가끔 서울옥션이나 K-옥션의 프리뷰 전시 때 홍경택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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