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조직, 리더십

축구, 혹은 경영과 인생의 지침서 -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를 보고.

지하련 2010. 6. 18. 14:28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는 감독의 용병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허정무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고 신뢰하는 선수들을 기용했고, 그 선수들이 부진하고 실수할 때조차도 그들을 신뢰했다. 현격한 실력 차로 힘들어하는 것을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보이는 것을. 그만큼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강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환경과 맞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환경이라는 게 늘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영진은 자기 말 잘 듣고, 의견 동의가 쉽게 되는, 즉 자기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사람만 뽑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영진은 그것과 무관하게 다양한 사람을 뽑고 그들에게 업무를 부여한다. 밖에 볼 때, 전자는 일사분란하고 경영진에게 충성하는 조직으로 보일 것이고, 후자는 정신 없고, 잦은 의견 충돌, 자유로움에 도가 지나쳐 도대체 이런 조직이 어떻게 굴러갈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장 위험한 조직이 바로 전자의 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경영진의 실수를 비판하거나 보완해줄 수 없으며, 회사가 절벽을 향해 걸어갈 때조차 스스로의 잘못을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후자의 조직이 덜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생길 것이고 하나의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험난할 것이고, 조직이나 인력 변동도 매우 심할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조직에 탁월한 리더십과 좋은 전략이 있다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전자의 조직에 탁월한 리더십과 좋은 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조직은 내부의 역량과는 무관하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결함을 태생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다.)

 

확연한 실력차를 메울 수 있는 것은 전략과 전술이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그러한 전략과 전술의 실패였다. 또한 허정무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 고집하고 자신이 신뢰하는 선수를 기용하였을 뿐,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선적으로 확연한 실력차를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수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그 장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해야 하는가! 사무실에서 그리스 전과 아르헨티나 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자주 강한 상대와 만나,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느끼고 배워야 된다는 것. 이는 학교 생활도,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전에서 쉽게 이긴 것이 어쩌면 패배의 원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전에서 쉽게 졌다.

 

승부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들 한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인생은 결국은 한 판의 승부로 모든 것이 결정 난다. 과정이 중요한 것은 결국 승부를 승리로 이끄는 대부분의 경우를 보았더니, 과정도 좋더라는 것이지, 승부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곰브리치가 서양미술사서두에서 예술작품을 축구 경기에 빗대어 설명한 바 있다. 그러고 보니, 축구 경기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삶과 이 세상에 대해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