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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와 재무전략의 중요성 - '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지하련 2010. 6. 28. 12:37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 10점
최종학 지음/원앤원북스


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지음, 원앤원북스

 

 

 

솔직히 말해 회계에는 젬병이다. 대차대조표를 볼 수 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의 관점에서의 해석이나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할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 기본적인 회계 강의는 여러 번 듣기는 했으나,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회계 관련 대중서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이 책은 여러모로 쓰임이 많은 책이다. 회계 전문서라기 보다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회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설명하는 대중서에 가까운 만큼 쉽게 읽힌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이 책의 내용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취영루의 사례는 기업 경영에서 회계정보와 재무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놀랄만한 매출액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취영루의 당기순이익이나 현금사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06 6억 원, 2007 5억 원에 불과했다. … 매출액의 급속한 증가가 당기순이익이나 현금흐름의 증가에 반영되지 않은 주 원인은 매출액이 소규모 회사가 자기자본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너무 급격히 증가했으므로, 필요한 영업자금이나 설비투자 자금도 따라서 증가했기 때문이다.

(…)

무리한 사업확장 때문에 2008년 중반기 이전부터 이미 취영루는 상당한 재무적 곤경에 처해있었다. 즉 공시나 마케팅 부분에서 끌어올린 매출액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재무적 안정성이나 재무전략이 부족했던 것이다. (36~37)

 


또한 조직 구성원들의 여러 비즈니스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KPI와 성과급과의 연관 관계에 대한 설명도 읽을만 했다. 단기 성과주의에 기반한 성과급, 잘못 정의된 KPI로 인한 잘못된 영업 활동 등은 기업 전략과 전략 실행의 성과가 반영되는 회계 지표와의 연관 관계 속에서 KPI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불과 30% 미만의 기업만이 성과 평가지표와 전략 목표가 일치한다고 한다.

가장 바람직한 KPI는 그 KPI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이 조직 전체의 이익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즉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 자동적으로 KPI가 달성되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KPI이다. (225쪽)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외부 투자나 대출을 통해 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솔직히 이는 남의 돈을 빌려서 사업한다는 것이다.


즉 적정 부채 비율은 회사의 존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회사가 이용할 수 있는 부채의 금액에 의해 결정된다. 신사업투자에 100% 실패한 회사는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이때 회사가 망할 정도의 위험을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적정의 의미다. 경영진이 판단하기에 만약 신규 사업이 완전히 실패해도 이 손실이 기존 사업 부서가 창출하는 이익의 50% 정도에 해당되며, 이를 감당할 수 있다면 그 수준에 맞는 선까지만 부채를 조달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면 된다. (66쪽)



현대의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기업 경영을 하고 사업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왔다. 그런데 적절한 부채비율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를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이는 회계적 관점에서 적절한 부채 비율은 수익의 규모나 수익률 등을 높게 만들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렇게 위험한 자본구조를 가진 투자은행들도 경기가 좋을 때도 아무런 문제없이 고수익을 올렸다.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는 오히려 수익성을 더 높이는 역할을 했다. 레버리지 효과는 기업의 자기자본 이익율이 자본 중 차지하는 부채 비율에 따라 좌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고정 이자 지급이 필요한 부채가 지렛대leverage 역할을 담당해 부채가 커지면 이익의 변화 크기도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호황기에는 레버리지 효과를 크게, 불황기에는 레버리지 효과를 작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다. (337쪽)



책 후반부에는 최근의 금융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2009년 중반의 시점에서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금융권보다 유럽의 금융권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리스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스페인도 이미 경고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경제가 거의 저점에 다다르긴 했지만 아직 회복기에 들어서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투자 은행의 흑자 전환의 상당 부분은 회계 처리 방식의 변경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는 착시 현상일 뿐이며 실물 경제의 회복은 아직도 멀고 먼 상황이다. (360쪽)  



이른 나이에 이런 책을 읽고 기업 경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을 테지만, 아마 그 땐 이런 류의 책을 읽어도 딴 사람 이야기로 치부했을 것이다. 이제서야 이런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경험이 늘어난 것이다.

실패하고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실패하고 상처입었다. 그러고 보면, 그 덕에 기업 경영이나 재무전략, 조직 구성(리더십) 등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기업 경영을 하고 있는 이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