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구글드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지하련 2011. 4. 12. 09:49



구글드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지음), 김우열(옮김)
타임비즈



4월 4일자로 래리 페이지가 구글의 새로운 CEO가 되었다. 에릭 슈미츠가 물러나고. 구글의 주가는 하락했고 래리 페이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했다. 과연 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야후의 제리 양이 될 것인가. 전 세계의 경제, 경영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 '구글드'를 읽는다면 왜 내가 서두에서 구글의 CEO가 바뀐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구글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구글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기업 문화, 그리고 경영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요커의 수석 칼럼리스트 켄 올레타는 3년 동안 구글을 따라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하여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구글’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IT 업계와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만큼 구글이라는 기업이 가지는 위치(MS와 비슷한 형태의 새로운 ‘악의 제국’이 될 가능성만큼이나 그들의 모토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이 흥미롭게 대비되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구글이 만든(실제로는 인수한 기업에서 나온) 안드로이드OS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애플과 MS에 대항하면서 전 세계 모든 미디어 기업들이 경쟁 대상이라고 여기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이런 구글이 이제는 페이스북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

알고리즘만 있다면 모든 것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이 기업은 엔지니어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렇게 경영되고 있는 기업이다.


구글을 운영하는 사람은 엔지니어들이고, 엔지니어들은 늘 “왜?”라고 묻는 사람들이다.
- 509 쪽


 

구글의 지도자들은 냉정한 사업가가 아니라, 냉정한 엔지니어다. 그들은 과학자로서, 언제나 새로운 해답을 찾아다닌다. 행동을 도식으로 나타내고, 예측하게 해주는 구조나 공식이나 알고리즘을 찾는다. 그들은 순진하게도 대다수의 수수께끼를, 그것이 복잡미묘한 인간 행동에 관한 수수께라도, 데이터만 있으면 풀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월스트리트는 그런 수학적 파생상품 모형을 믿다가 미국 경제에 크나큰 타격을 입혔다.
‘순진함’과 ‘열정’은 강렬한 조합이다.
- 510쪽



이 책은 구글을 통해 그들 나름의 기업 경영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엔지니어 중심의 기업 문화는 다른 기업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에게 권한이 주어지는 문화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관리해야 하죠. 보통은 그렇지 않아요.”
- 371쪽


 

“권한을 위임받은 엔지니어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혁신을 촉진하려면 엔지니어들이 상품-마케팅 파트에 주눅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 목표는 성장이고, 성장은 혁신에서 나온다. 혁신은 뛰어난 상품-마케팅 파트가 아니라 뛰어난 엔지니어들에게서 나온다. 똑똑한 경영자라면 하루 종일 프로젝트 검토만 해야 한다. 하루 종일 프로젝트를 정리해 잘 안 될 만한 프로젝트를 솎아내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을 다시 최고의 결과가 날 법한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한다.”
- 빌 캠벨Bill Campbell, 2007년 맥킨지와의 인터뷰 중에서 (136쪽)



그만큼 자기 주장이 강하며 고집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들에게 유튜브로 인한 저작권 분쟁은 재산권 다툼이 아닌 ‘세계관’의 충돌(211쪽)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업 문화에서 아래와 같은 생각이 나왔을 것이다.

슈미트는 온라인 동영상 광고가 텔레비전 광고와는 달라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동영상 시작 전에 광고가 나간다면 짜증스러울 터였다. 인터넷 사용자는 클릭하자마자 동영상을 보고 싶어 한다. 온라인에서 30초 광고는 너무 길었다. 광고는 방해물처럼 느껴져서는 안 되고, 긴 방해물이라면 더더욱 곤란하다.
- 339쪽



한국의 많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에서는 동영상을 방해하는 광고를 서슴없이 보여주는 데 반해 유튜브는 아래 하단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뒤늦게.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시장’(235쪽)이며, ‘소비자의 주의를 사로잡는 것이면 무엇이든 컨텐트다.’(495쪽)



그리고 그 소비자들은 이제 태어나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며 자란다. 그러니 저작권 분쟁에서 '세계관의 충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구글과 기존 다른 기업들과의 충돌은 이런 세계관의 충돌이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앞에 구글이라는 기업이 서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지침을 준다고 할까. 이 책 비즈니스 도서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세상이 변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에게도 한 번쯤 읽기를 권한다.


구글드 Googled - 10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타임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