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눈부신 윤리학 - 젊은 중국 작가를 만나는 길

지하련 2011. 7. 11. 21:16


눈부신 윤리학 Splendid Ethics

인터알리아, 2011.6.24 - 7.21




도심 한 가운데의 갤러리는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과연 평일 낮에는 누가 전시를 보고 있을까? 하지만 갤러리는 대부분 텅 비어있습니다. 그림을 전공하는 학생이거나 관련 종사자, 혹은 작품을 구입하는 콜렉터들이 평일 갤러리의 손님들입니다. 기업들은 창의성Creativity를 강조하고, 직장을 다니는 이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목말라 하지만, 실은 그들의 목마름은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전시 이야기가 아니라, 딴 이야기로 글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인터알리아는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맞은 편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는 상업 갤러리입니다. 전시되는 작가나 작품이 나쁘지 않은 곳입니다. 저는 점심 식사를 햄버거 하나로 끝내고 직원들과 함께 갤러리에 갔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작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작품을 보는 정해지는 법이란 없습니다. 작품이란 읽고 해석하는 대상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그 운율이나 언어의 느낌을 감상하기 전에 우리는 밑줄을 긋고 각종 비유법과 상징을 먼저 배웠듯이, 미술 작품도 그렇게 읽고 해석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 설명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미술 입문 서적 같은 건 사볼 필요 없어요. 대신 작품에서 약 1미터 떨어져서 그림을 천천히 보세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그저 그 작품이 마음에 든다, 들지 않는다만 확인하세요. 그리고 그것만 6개월에서 1년을 하세요."

이야기하고 난 다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마련입니다. 아주 가끔 가는 미술 전시장인데, 어떤 작품을 보았다고 자랑하고 싶고, 이 작품에 담긴 의미가 뭔지 알고 싶어하는 이에게 제 설명은 매우 성의 없게 보이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접근은 그것이 시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좋은 경험들이 쌓여 작품에 대한 감상과 안목을 생겨납니다. 음악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한 곡의 교향곡을 듣는 것보다 못하고, 미술 작품에 대한 글을 읽어도 그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보다 못합니다.

이제 전시 이야기를 해볼까요. '눈부신 윤리학'이란 제목이 도발적으로 들리네요. 그런데 대부분의 중국 현대 작가들에게 '눈부신 윤리학'은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은 아직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이고, 정치적으로는 마르크스-엥겔스-모택동으로 이어지는 사회주의 노선을 지키고 있는 나라입니다. 실제로는 자본주의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경제적 어긋남과 함께 급속한 물질화는 전통적인 가치관의 붕괴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중국 작가들이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알리아에서 열린 '눈부신 윤리학'전에서는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펑정지에(Feng Zhengjie)를 비롯하여, 리천(Li Chen), 쫑삐아오(Zhong Biao), 인짜오양(Yin Zhaoyang), 관용(Guan Yong)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Guan Yong
Pen, Ink, Capsule, Book, Smoke
Oil on Canvas, 200*150cm (3pcs)
2007

관용의 작품은 지식인의 시각이 반영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펜, 책, 잉크... 등이 놓인 바닥, 그리고 등을 돌리고 서 있는, 한 명이면서 두 명인 남자. 작품의 구도는 안정되어 있지만, 실제 작품을 보면 무척 불안해집니다. 축 쳐진 어깨와 팔은 무기력한 중국 지식인들을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여 안까타움마저 들게 만듭니다.



Yin Zhaoyang
White Square
Oil on Canvas, 200*200cm, 2007

천안문을 그린 듯한 인짜오양의 작품은 매우 모더니즘적입니다. 먼저 밑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로 둥글게 패턴화된 문양을 겹쳐 넣은 듯은 고전주의적 기법의 일환입니다. 작품은 단단해 보이고 보는 이에게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합니다.  


Zhong Biao
And So
Oil on Canvas, 97*130cm, 2011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마치 여러 세대의 작품 스타일을 하나로 모아놓은 듯 서로 기대어 있는 남녀의 주위로 초현실주의적 배경이 펼쳐집니다. 재미있고 강렬한 다른 작품들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 작품을 찍어왔네요. 


그 외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갔던 터라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작품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네요. 이 전시는 21일까지 이어집니다. 삼성동 근처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한 번 전시 구경가시면 좋을 것입니다.



* 제 어플리케이션이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티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 가셔서 '올댓 주말미술여행'으로 검색하셔서 다운로드받으시면 됩니다. 매주/매월마다 미술 전시와 미술 작품 감상과 관련된 콘텐츠를 업로드를 할 예정입니다. 이제 전시를 꼬박꼬박 보러 가야할 것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