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오브제 미술Objet Art, 그게 뭐지?

지하련 2011. 8. 5. 10:08


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를 보고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갔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실은 방학이고 주말이라, 길게 줄을 서서 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불현듯 아주 형편없는 기획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편으론 전시 보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정작 사람들의 눈을 밝게 하는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고 그렇지 않은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는 걸 보면, 이제 전시도 마케팅을 떠나서는 진행하기도 어려운 시절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만, 주최로 ‘조선일보’로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네요. 여기에 정치적인 색깔이 입힐 의도는 없습니다만, 전시 마케팅이 필요한 미술관이나 전시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에서 후원을 해주겠다고 하면 마다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특정 미디어의 적극적인 후원이 붙으면, 다른 미디어들에서는 기사 노출이나 광고가 어렵습니다. 이것도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만, 뭐니뭐니 해도 TV에서 빵빵 때려주는 것만 할까 싶기도 하네요. 잠시 다른 이야기를 했네요.

다시 미술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를 보신 분들이나 볼 예정이신 분들이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브제'(objet)입니다. 영어로 옮기면 object죠. 불어로는 objet이고요. 최초의 오브제 미술이 프랑스에서 나와서 그렇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오브제 미술을 알린 것은 어떤 작품일까요?
 



이 작품 정말 많이 보셨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마르셀 뒤샹의 ‘샘’(1917년도 작)입니다. 놀랍게도 실제 변기입니다. 이 작품은 논란이 많기도 하고 왜 이것이 예술작품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실은 예술 작품이 아닙니다. 그리고 동시에 예술 작품이기도 합니다.(말 장난 같죠?)


자, 우리가 예술 작품이라고 할 때, ‘예술 작품’이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이건 예술 작품일까요?



출처:http://www.flickr.com/photos/skrewtape/851673081/in/photostream/


그렇다면 이건요?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richardwinchell/2432660543/in/photostream/


아니면 이건?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sixteen-miles/4773197506/


맨 처음 박스는 그냥 사무실 한 켠에 있는 박스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이고요. 그리고 마지막 박스는 브릴로 박스이지만, 앤디 워홀이 쌓지 않은 박스들입니다. 뭐, 두 번째 박스도 앤디 워홀이 아니라 그의 조수나 미술관 관계자가 저렇게 쌓았을 수도 있겠죠.

도대체 미술 작품이라는 게 뭘까요? 세상에 이것이 예술 작품이라니! 저도 내일부터 화장실이나 욕실 용품 가게에 가서 변기를 사서 전시하면 되겠군요. 아니면 박스도 나쁘지 않겠죠.

그래서 실제 '피에르 피노첼리'라는 사람은 전시 중인 마르셀 뒤샹의 변기에서 소변을 누기도 했고, 아예 2000년대 초반에는 부숴버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는 나야말로 뒤샹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의 이해는 정확한 것이기도 하죠.

뒤샹의 의도는 예술 작품의 정의는 없거나 모른다는 것입니다. 도리어 미술대학(아카데미)을 나와야 되고, 살롱전에서 입선이라고 되어야만 미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죠. 그런데 뒤샹의 이 시도는 20세기 미술에 너무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안 그래도 인상주의 이후 미술은 급격한 추상 미술을 향해 가던 터였습니다. 그 때 뒤샹은 홀연히 나타나 과연 미술은 사각의 캔버스에 붓으로 그리는 것일까? 조각은 돌이나 철, 청동으로 만드는 것일까? 도대체 미술(art)이 뭐지? 뒤샹 이후 이런 의문을 예술가들을 떠나지 않습니다.

과연 미술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을 던지자마자, 기존 미술은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미술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오브제 미술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브제 미술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정의를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미술이며, 그 미술의 발생은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이지만, 그것이 화려하게 꽃피운 곳은 바로 미국입니다.

초기 오브제 미술은 우리에게 갤러리 안 미술 작품의 조형성이나 미학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자연이라든가, 생활 용품 등에서도 뛰어난 조형성이나 미학을 느낄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또한 이런 조형성이나 미학을 가진 물건(objet)을 통해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것(레디-메이드)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오브제를 발견한 사람이 바로 예술가가 되는 것이죠.

정확하게 말하면 예술가들의 제 무덤 파기인 셈이죠. 뒤샹 이후 예술가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고 예술 작품이란 그냥 변기를 발견하거나 박스를 쌓아 어떤 조형성만 드러내어도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니까요.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도리어 예술가들은 더 만들기 어렵고 희한한 오브제 미술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너무 시니컬한가요? 가령 이런 작품은 어떤가요?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10699036@N08/2102536689/sizes/m/in/photostream/


아르망(Arman)의 작품입니다. 흥미롭죠. 이제 오브제들을 발견하고 모으고 구성하는 것에도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나요.

오브제 미술이란 실제 물건을 그대로 옮기거나 실제 물건을 활용하는 미술을 이야기합니다. 기존 미술의 형식과 틀을 벗어나 새로운 미술을 시도한 것이죠. 그리고 오브제 미술이 본격화되자, 미술은 시각적 쾌 뿐만 아니라 지적 쾌까지도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눈도 즐겁고 머리도 즐거워야 된다고 할까요. 솔직히 어려워진 거죠. 그 전에는 보기만 하면 되었는데, 요즘에는 생각해야만 될 것같다고 할까요. 미술이 미술이 아닌 것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현재 덕수궁 미술관에서는 이런 작품들을 잔뜩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