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MY WAY,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플라토

지하련 2011. 11. 2. 01:56


MY WAY -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플라토(로댕갤러리), 2011.09.08 - 11.27  




40대 후반의 프랑스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조금 낯설다. 삼성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로댕갤러리가 문을 닫자, 다수의 미술 애호가들은 실망했다. 이는 종종 순수미술이 상업 권력과 나란히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설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몇 해 전,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과 연관된 삼성 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인해 로댕갤러리는 휴관에 들어가게 되고, 리움미술관도 한동안 기획전시를 열지 않게 되자,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세계적인 작가의 대형 전시를 열 수 있는 기획력과 재력을 갖춘 두 전시 공간의 휴관을 못내 아쉬워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리움미술관은 작년부터 기획전시를 하기 시작했고 로댕갤러리는 올해 플라토(Plateau)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현재 하고 있는 전시는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MY WAY'라는 회고전이다. (중간점검전(?)라고 해야 할 정도로 장 미셸 오토니엘은 젊고 급작스럽게 유명해진 케이스라, 회고전이라는 단어가 다소 어색한 것도 사실이지만.)

오는 11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파리 퐁피두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전시이며, 이 전시가 끝나면 일본, 미국 뉴욕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 전반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나 관람객에게나 무척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내 작업은 유혹과 혐오의 개념을 가지고 유희한다. 그것이 바로 내 작업 세계에 들어오기는 쉽지만, 나의 강박관념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 전시 도록에서 인용


작가는 동성애자이다. 성적 정체성, 타인과 나의 구별,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그의 작품 세계는 모호한 성적 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점에서 (동)성애적인 문제를 현대 예술가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해석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성Sex는 현대 예술가에 무척 중요한 주제/소재이고 이를 거치지 않고 현대 미술을 이야기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간 현대미술 전시에서 종종 낯 뜨거운 작품을 만날 수도 있다.)

"나는 1980년대에 미국에 자주 여행했기 때문에 성정치학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예술가 세대의 출현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나의 작품은 이러한 주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좀 더 관능적이고 덜 분명하며, 좀 더 에로틱한 대신 덜 비판적인, 그리고 좀 더 개인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것은 좀 더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분열적이어서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한 프랑스적 방식으로 읽혀질 수 있다. 자웅동체는 전혀 다른 존재의 상징이며 특정한 성별에 의해 드러나지 않는다. 유두, 구멍, 입술 혹은 눈과 같이 양면성을 지닌 신체의 모든 부분들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 전시 도록에서 인용





하지만 우리의 눈을 끌어당기는 것은 2000년대 이후 작업한 작품들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역 입구에 있는 '야행자들을 위한 키오스크'를 시작으로 작가는 유리 구슬을 통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유리로 만들어진 조형물(조각)의 투명성/불투명성/반영성을 흥미롭게 조화시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한다든지, 아무런 목적성이 보이지 않는 유리 구슬들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한다든지, 또는 겹쳐져 올라가는 유리구슬들이 가지는 주술적 의미를 찾게 하기도 한다. (유리 구슬 목걸이는 목에 걸렸을 때와 달리 세워져 있거나 나무에 걸려 있거나 매듭이 지어져 있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작가는 이용한다)





"우리는 많은 규범들이 무너져 내리는, 진실로 비극적인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예술가로서 나는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걸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상의 예술가는 아니다. 나의 세계와 조각은 분명 실재하지만, 여러분이 나의 작품을 바라봤을 때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길 바라는 것이다.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재료의 경이로움 혹은 감정의 진실함과 같은 매우 근본적인 것들을 신뢰한다. 이것은 순진한 시각이 아니라 생존자의 통찰력이다." - 전시도록에서 인용함



하지만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들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그는 심각해지기 위해 작품을 만들지 않았으며, 어떤 예술적이거나 현실적인 실천을 강용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이해해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 경이로움 속에서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으면 된다는 것이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아름답다. 연인끼리 가기도 좋고 가족끼리 가기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초반이 성적인 메타포가 담긴 작품들 앞에선 조금 난감해질 수도 있지만. 그리고 갤러리 안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은 언제나 봐도 대단하다.



- 입장료는 5,000원(성인 기준)이며, 전시 설명 시간에 맞추어 가면 더욱 좋을 것이다.
- 홈페이지: www.plateau.or.kr 




올댓 주말미술여행 출시
미술 전시 정보/리뷰, 미술 서적 및 미술 관련 칼럼 등으로 이루어진 '올댓 주말미술여행'이라는 어플을 출시하였습니다. 이 어플은 SKT의 지원을 받아 TNM에서 제작한 콘텐츠 어플입니다. 매주 업데이트를 할 예정으로 있으며, 금요일이나 토요일, 이 어플로 주말에 가볼 만한 전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많은 이용 바라며, 주위에도 많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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